[야설] 사조영웅전 25화
제25화 : 도화도의 사위, 피어나는 연정(戀情)
만년빙정(萬年氷晶)의 기운까지 흡수하여 내공이 천하오절(天下五絶)의 경지에 필적하게 된 형인. 그는 동굴 안에서 자신에게 완벽한 충성을 맹세한 두 명의 아름다운 서역 미녀, 홍염(紅焰)과 금설(金雪)을 내려다보며 다음 계획을 세웠다. 그녀들은 뛰어난 미모와 더불어 서역의 기묘한 방중술(房中術)까지 익혔으니, 앞으로 자신의 하렘을 더욱 풍성하게 하고 다른 여인들을 길들이는 데 유용하게 쓰일 터였다. 하지만 지금 당장 도화도(桃花島)에 그녀들을 숨겨두는 것은 위험했다.
"너희는 이제 나의 사람들이다. 내가 마련해 준 작은 배를 타고 즉시 육지로 돌아가, 내가 다시 부를 때까지 가흥(嘉興) 근처에 은밀히 머물며 기다리도록 하라. 내 명을 어기거나 다른 마음을 품는다면, 천애(天涯) 끝까지 쫓아가 그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그의 차갑고 위엄 있는 명령에 두 미녀는 황홀한 표정으로 바닥에 엎드려 충성을 맹세했다. 그녀들은 이미 형인의 절대적인 매력과 압도적인 힘 앞에 완전히 굴복한 상태였다. 형인은 그녀들에게 약간의 은자와 함께 육지에서의 연락 방법을 알려준 뒤, 밤을 틈타 섬의 비밀 통로를 통해 그녀들을 작은 배에 태워 떠나보냈다.
두 여인을 처리하고 동굴로 돌아온 형인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주백통(周伯通)과 곽정(郭靖)과 어울리며 구음진경(九陰眞經)과 다른 무공들을 연마하는 척했다. 그의 엄청난 변화를 주백통조차 쉽게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그의 연기는 완벽했다.
며칠 후, 도화도의 하늘에 불길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서쪽 바다로부터 커다란 배 한 척이 다가오고 있었고, 뱃머리에는 음산한 기운을 내뿜는 두 남자, 바로 서독(西毒) 구양봉(歐陽鋒)과 그의 조카 구양극(歐陽克)이 서 있었다. 예정된 손님들이 도착한 것이다. 그들은 선물이 도착하지 않은 것에 의아해했지만, 개의치 않고 곧장 황약사(黃藥師)의 거처로 향했다.
황약사는 이미 그들의 방문을 예상하고 대청에서 그들을 맞이했다. 그의 옆에는 오랜만에 아버지 곁으로 돌아와 밝은 미소를 되찾은 황용(黃蓉)이 앉아 있었다. 구양봉은 거두절미하고 혼사 이야기를 꺼냈다.
"황 도주, 약속대로 내 조카를 데리고 왔소. 영애와의 혼사를 허락해 주시오."
황약사는 특유의 오만한 미소를 지으며 즉답을 피했다. 바로 그때, 형인이 곽정을 데리고 대청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주백통에게 '곽 형과 함께 섬을 둘러보다 길을 잃어 이제야 돌아왔다'고 둘러대며 자연스럽게 나타난 것이었다.
"아버지! 형인 오빠랑 곽정 오빠가 왔어요!"
황용은 형인이 나타나자 얼굴에 화색이 돌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내심 형인과 혼인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기에, 그가 이 자리에 나타난 것이 더없이 반가웠다.
구양극은 황용의 아름다운 모습에 넋을 잃었다가, 그녀의 시선이 자신을 지나 형인에게 향하는 것을 보고 질투심에 불탔다. 게다가 지난번 형인에게 당한 굴욕을 생각하니 분노가 치밀었다. 그는 숙부 구양봉이 곁에 있다는 사실에 기고만장하여 형인을 향해 소리쳤다.
"네 이노옴,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들어오느냐!"
말과 동시에 그는 악랄한 장풍을 담아 형인의 가슴을 향해 일장을 날렸다. 형인은 코웃음을 치며 홍칠공에게 배운 항룡십팔장의 첫 초식, '항룡유회(亢龍有悔)'를 가볍게 펼쳐 맞받아쳤다.
"크악!"
두 사람의 장력이 부딪치자, 구양극은 마치 거대한 산에 부딪힌 듯 엄청난 충격을 받고 뒤로 나가떨어졌다. 그는 가슴을 움켜쥐고 괴로운 신음을 흘렸는데, 이미 늑골 몇 대가 부러진 것이 분명했다.
"네놈이 감히 내 조카에게!"
구양봉이 격노하여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지만, 동시에 황약사의 차가운 눈빛과 마주쳤다. 이곳은 도화도였고, 상대는 황약사가 지켜보는 앞이었다. 구양봉은 순간적으로 분노를 억누르며 형인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황약사 역시 형인이 너무나 간단하게 구양극을 제압하는 것을 보고 그의 높은 무공 수위에 내심 놀라는 눈치였다.
바로 그때, 대청 밖에서 요란한 박수 소리와 함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하하! 잘했다, 형인아! 저런 덜떨어진 놈은 혼쭐을 내줘야지!"
모두의 시선이 문 쪽으로 쏠렸고, 그곳에는 어느새 나타났는지 개방 방주의 상징인 녹옥장(綠玉杖)을 든 홍칠공(洪七公)이 서 있었다.
"홍 형, 어쩐 일이시오?" 황약사가 반갑게 맞았다.
"황 형, 당신의 딸 혼사 문제에 내가 어찌 빠질 수 있겠나!" 홍칠공은 구양봉을 쏘아보며 말했다. "나는 이 혼사 반댈세! 내 제자인 용아를 어찌 저런 호색한에게 시집보낼 수 있단 말인가! 내 생각엔 여기 있는 형인이나 곽정 녀석 중에서 사위를 삼는 것이 좋겠네!"
구양봉의 안색이 흙빛으로 변했지만, 홍칠공의 기세에 눌려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 황약사는 흥미롭다는 듯 웃으며 제안했다.
"좋소, 홍 형. 그렇다면 내 세 가지 문제를 내어 그 시험을 통과하는 자를 내 사위로 삼겠소. 여기 있는 세 젊은이, 구양극, 형인, 곽정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자를 뽑을 것이오."
황약사는 모두의 동의를 구하고 즉시 세 가지 시험을 시작했다. 첫 번째는 음률(音律)에 대한 이해를 시험하는 것이었다. 황약사는 옥퉁소(玉簫)로 벽해조생곡(碧海潮生曲)의 일부를 연주하며 그 안에 담긴 변화와 의미를 묻는 문제를 냈다. 구양극은 음악에는 소질이 있었지만 그 이치를 완벽하게 통달하지는 못했고, 곽정에게 음율은 아예 딴 세상 이야기였다. 오직 형인만이 구음진경을 통해 얻은 깊은 이해와 타고난 총명함으로 황약사의 의도를 정확히 짚어내어 그의 감탄을 자아냈다. (형인은 일부러 모든 것을 완벽하게 맞추지는 않고, 약간의 부족함을 보여 무공 수위를 숨겼다.)
두 번째는 무공(武功) 시연이었다. 황약사는 세 사람에게 각자 가장 자신 있는 무공을 펼쳐 보이라고 했다. 구양극은 부러진 늑골 때문에 제대로 된 무공을 펼칠 수 없었고, 곽정은 우직하게 항룡십팔장 몇 초식을 선보였지만 어딘가 투박했다. 형인은 주백통에게 배운 공명권(空明拳)을 펼쳐 보였다. 그는 내력을 극도로 조절하여, 겉으로는 부드럽고 허허실실해 보이지만 그 안에 함축된 심오한 변화와 강함을 은근히 드러냈다. 황약사와 홍칠공은 그의 나이에 걸맞지 않은 무학의 깊이에 다시 한번 놀랐다.
세 번째는 기문둔갑(奇門遁甲)에 대한 이해였다. 황약사는 도화도의 진법 일부를 그림으로 그리고 그 이치와 파훼법을 물었다. 구양극은 어깨너머로 배운 지식으로 아는 척했지만 금세 밑천이 드러났고, 곽정은 아예 백지상태였다. 형인은 원작의 지식과 자신의 뛰어난 머리로 진법의 핵심을 꿰뚫고 막힘없이 답을 제시했다. 이번에도 그는 일부러 완벽한 정답 대신, 핵심을 짚으면서도 약간의 여지를 남기는 방식으로 황약사와 홍칠공의 의심을 피했다.
세 번의 시험 결과는 명백했다. 모든 면에서 형인이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고, 구양극이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으며, 곽정은 매번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꼴찌를 면치 못했다. 황약사는 처음부터 곽정이나 구양극보다는, 뛰어난 외모와 출중한 무예, 그리고 비범한 지혜까지 겸비한 형인이 훨씬 마음에 들었다.
"결과는 분명하군. 내 사위는 형인, 자네로 정했네." 황약사가 만족스러운 미소로 선언했다.
"와! 아버지, 정말요?" 황용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형인의 팔에 매달렸다. 형인 역시 황용을 마주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구양봉과 구양극은 예상치 못한 결과에 망연자실했지만, 황약사와 홍칠공 두 거두 앞에서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었다. 그들은 분을 삭이며 예를 갖추고 물러나, 배를 타고 도화도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황약사와 홍칠공은 형인의 뛰어남을 칭찬하며, 오랜만에 만난 회포를 풀 겸 함께 술을 마시러 자리를 떴다. 대청에는 마침내 형인과 황용, 단둘만이 남게 되었다. 어색함과 함께 묘한 설렘이 두 사람 사이에 감돌았다.
곽정은 이 상황이 너무나 어색하고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는 두 사람에게 어색하게 인사를 건네고는, 주백통 형님과 무공 수련이나 더 하겠다며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곽정이 사라지자, 형인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황용을 바라보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갑작스러운 그의 포옹에 황용의 몸이 살짝 굳었지만, 이내 그의 품 안에서 느껴지는 따뜻함과 강한 남성적인 기운에 심장이 두근거리며 온몸이 나른하게 풀리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살짝 고개를 숙였지만, 그의 품을 밀어내지는 않았다. 기쁨과 설렘, 그리고 낯선 흥분이 그녀의 온몸을 감쌌다.
"용아… 기쁘구나." 형인이 그녀의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
"…저도요, 형인 오빠." 황용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내 거처로 안내해 주지 않겠니?" 형인이 부드럽게 물었다.
황용은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그의 손을 잡고 자신의 방으로 그를 이끌었다. 그녀의 방은 섬 전체의 아름다움을 담은 듯, 아기자기하면서도 품격있게 꾸며져 있었다. 창밖으로는 복사꽃이 만발한 정원이 보였고, 방 안에는 소녀다운 감성과 함께 그녀만의 독특한 향기가 감돌았다.
형인은 황용의 방에 들어섰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묘한 흥분을 느꼈다. 그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가 다시 그녀를 마주 안았다. 그리고는 그녀의 턱을 부드럽게 들어 올려, 그녀의 붉고 탐스러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조심스럽게 포갰다.
"읍…" 황용은 숨을 멈췄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남자의 입술 감촉에 온몸의 감각이 곤두서는 듯했다. 형인의 입맞춤은 처음에는 부드럽고 조심스러웠지만, 점차 깊고 뜨거워졌다. 그는 그녀의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고, 그녀의 입술 사이를 부드럽게 파고들었다. 황용은 어쩔 줄 몰라 하며 그의 어깨를 살짝 밀어내려 했지만, 오히려 그의 팔은 그녀의 허리를 더욱 강하게 감싸 안았다.
형인은 그녀의 저항이 잦아들자, 더욱 대담하게 자신의 혀를 그녀의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녀의 작고 부드러운 혀와 그의 혀가 처음으로 얽혔을 때, 황용은 온몸에 전기가 흐르는 듯한 강렬한 충격과 함께 전에 없던 황홀한 쾌감을 느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의 목을 끌어안고, 서툴지만 본능적으로 그의 혀의 움직임에 응답하기 시작했다. 남녀 간의 첫 입맞춤, 그 달콤하고도 아찔한 감각 속에서 두 사람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서로의 타액을 교환하며 깊은 키스를 나누었다. 황용은 아직 남녀관계를 잘 몰랐지만, 이 짜릿하고 황홀한 감각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더 깊이 빠져들고 싶은 충동마저 느끼고 있었다. 형인은 그런 그녀의 반응을 놓치지 않고, 그녀를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다음 단계를 천천히 준비하고 있었다.
만년빙정(萬年氷晶)의 기운까지 흡수하여 내공이 천하오절(天下五絶)의 경지에 필적하게 된 형인. 그는 동굴 안에서 자신에게 완벽한 충성을 맹세한 두 명의 아름다운 서역 미녀, 홍염(紅焰)과 금설(金雪)을 내려다보며 다음 계획을 세웠다. 그녀들은 뛰어난 미모와 더불어 서역의 기묘한 방중술(房中術)까지 익혔으니, 앞으로 자신의 하렘을 더욱 풍성하게 하고 다른 여인들을 길들이는 데 유용하게 쓰일 터였다. 하지만 지금 당장 도화도(桃花島)에 그녀들을 숨겨두는 것은 위험했다.
"너희는 이제 나의 사람들이다. 내가 마련해 준 작은 배를 타고 즉시 육지로 돌아가, 내가 다시 부를 때까지 가흥(嘉興) 근처에 은밀히 머물며 기다리도록 하라. 내 명을 어기거나 다른 마음을 품는다면, 천애(天涯) 끝까지 쫓아가 그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그의 차갑고 위엄 있는 명령에 두 미녀는 황홀한 표정으로 바닥에 엎드려 충성을 맹세했다. 그녀들은 이미 형인의 절대적인 매력과 압도적인 힘 앞에 완전히 굴복한 상태였다. 형인은 그녀들에게 약간의 은자와 함께 육지에서의 연락 방법을 알려준 뒤, 밤을 틈타 섬의 비밀 통로를 통해 그녀들을 작은 배에 태워 떠나보냈다.
두 여인을 처리하고 동굴로 돌아온 형인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주백통(周伯通)과 곽정(郭靖)과 어울리며 구음진경(九陰眞經)과 다른 무공들을 연마하는 척했다. 그의 엄청난 변화를 주백통조차 쉽게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그의 연기는 완벽했다.
며칠 후, 도화도의 하늘에 불길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서쪽 바다로부터 커다란 배 한 척이 다가오고 있었고, 뱃머리에는 음산한 기운을 내뿜는 두 남자, 바로 서독(西毒) 구양봉(歐陽鋒)과 그의 조카 구양극(歐陽克)이 서 있었다. 예정된 손님들이 도착한 것이다. 그들은 선물이 도착하지 않은 것에 의아해했지만, 개의치 않고 곧장 황약사(黃藥師)의 거처로 향했다.
황약사는 이미 그들의 방문을 예상하고 대청에서 그들을 맞이했다. 그의 옆에는 오랜만에 아버지 곁으로 돌아와 밝은 미소를 되찾은 황용(黃蓉)이 앉아 있었다. 구양봉은 거두절미하고 혼사 이야기를 꺼냈다.
"황 도주, 약속대로 내 조카를 데리고 왔소. 영애와의 혼사를 허락해 주시오."
황약사는 특유의 오만한 미소를 지으며 즉답을 피했다. 바로 그때, 형인이 곽정을 데리고 대청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주백통에게 '곽 형과 함께 섬을 둘러보다 길을 잃어 이제야 돌아왔다'고 둘러대며 자연스럽게 나타난 것이었다.
"아버지! 형인 오빠랑 곽정 오빠가 왔어요!"
황용은 형인이 나타나자 얼굴에 화색이 돌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내심 형인과 혼인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기에, 그가 이 자리에 나타난 것이 더없이 반가웠다.
구양극은 황용의 아름다운 모습에 넋을 잃었다가, 그녀의 시선이 자신을 지나 형인에게 향하는 것을 보고 질투심에 불탔다. 게다가 지난번 형인에게 당한 굴욕을 생각하니 분노가 치밀었다. 그는 숙부 구양봉이 곁에 있다는 사실에 기고만장하여 형인을 향해 소리쳤다.
"네 이노옴,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들어오느냐!"
말과 동시에 그는 악랄한 장풍을 담아 형인의 가슴을 향해 일장을 날렸다. 형인은 코웃음을 치며 홍칠공에게 배운 항룡십팔장의 첫 초식, '항룡유회(亢龍有悔)'를 가볍게 펼쳐 맞받아쳤다.
"크악!"
두 사람의 장력이 부딪치자, 구양극은 마치 거대한 산에 부딪힌 듯 엄청난 충격을 받고 뒤로 나가떨어졌다. 그는 가슴을 움켜쥐고 괴로운 신음을 흘렸는데, 이미 늑골 몇 대가 부러진 것이 분명했다.
"네놈이 감히 내 조카에게!"
구양봉이 격노하여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지만, 동시에 황약사의 차가운 눈빛과 마주쳤다. 이곳은 도화도였고, 상대는 황약사가 지켜보는 앞이었다. 구양봉은 순간적으로 분노를 억누르며 형인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황약사 역시 형인이 너무나 간단하게 구양극을 제압하는 것을 보고 그의 높은 무공 수위에 내심 놀라는 눈치였다.
바로 그때, 대청 밖에서 요란한 박수 소리와 함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하하! 잘했다, 형인아! 저런 덜떨어진 놈은 혼쭐을 내줘야지!"
모두의 시선이 문 쪽으로 쏠렸고, 그곳에는 어느새 나타났는지 개방 방주의 상징인 녹옥장(綠玉杖)을 든 홍칠공(洪七公)이 서 있었다.
"홍 형, 어쩐 일이시오?" 황약사가 반갑게 맞았다.
"황 형, 당신의 딸 혼사 문제에 내가 어찌 빠질 수 있겠나!" 홍칠공은 구양봉을 쏘아보며 말했다. "나는 이 혼사 반댈세! 내 제자인 용아를 어찌 저런 호색한에게 시집보낼 수 있단 말인가! 내 생각엔 여기 있는 형인이나 곽정 녀석 중에서 사위를 삼는 것이 좋겠네!"
구양봉의 안색이 흙빛으로 변했지만, 홍칠공의 기세에 눌려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 황약사는 흥미롭다는 듯 웃으며 제안했다.
"좋소, 홍 형. 그렇다면 내 세 가지 문제를 내어 그 시험을 통과하는 자를 내 사위로 삼겠소. 여기 있는 세 젊은이, 구양극, 형인, 곽정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자를 뽑을 것이오."
황약사는 모두의 동의를 구하고 즉시 세 가지 시험을 시작했다. 첫 번째는 음률(音律)에 대한 이해를 시험하는 것이었다. 황약사는 옥퉁소(玉簫)로 벽해조생곡(碧海潮生曲)의 일부를 연주하며 그 안에 담긴 변화와 의미를 묻는 문제를 냈다. 구양극은 음악에는 소질이 있었지만 그 이치를 완벽하게 통달하지는 못했고, 곽정에게 음율은 아예 딴 세상 이야기였다. 오직 형인만이 구음진경을 통해 얻은 깊은 이해와 타고난 총명함으로 황약사의 의도를 정확히 짚어내어 그의 감탄을 자아냈다. (형인은 일부러 모든 것을 완벽하게 맞추지는 않고, 약간의 부족함을 보여 무공 수위를 숨겼다.)
두 번째는 무공(武功) 시연이었다. 황약사는 세 사람에게 각자 가장 자신 있는 무공을 펼쳐 보이라고 했다. 구양극은 부러진 늑골 때문에 제대로 된 무공을 펼칠 수 없었고, 곽정은 우직하게 항룡십팔장 몇 초식을 선보였지만 어딘가 투박했다. 형인은 주백통에게 배운 공명권(空明拳)을 펼쳐 보였다. 그는 내력을 극도로 조절하여, 겉으로는 부드럽고 허허실실해 보이지만 그 안에 함축된 심오한 변화와 강함을 은근히 드러냈다. 황약사와 홍칠공은 그의 나이에 걸맞지 않은 무학의 깊이에 다시 한번 놀랐다.
세 번째는 기문둔갑(奇門遁甲)에 대한 이해였다. 황약사는 도화도의 진법 일부를 그림으로 그리고 그 이치와 파훼법을 물었다. 구양극은 어깨너머로 배운 지식으로 아는 척했지만 금세 밑천이 드러났고, 곽정은 아예 백지상태였다. 형인은 원작의 지식과 자신의 뛰어난 머리로 진법의 핵심을 꿰뚫고 막힘없이 답을 제시했다. 이번에도 그는 일부러 완벽한 정답 대신, 핵심을 짚으면서도 약간의 여지를 남기는 방식으로 황약사와 홍칠공의 의심을 피했다.
세 번의 시험 결과는 명백했다. 모든 면에서 형인이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고, 구양극이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으며, 곽정은 매번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꼴찌를 면치 못했다. 황약사는 처음부터 곽정이나 구양극보다는, 뛰어난 외모와 출중한 무예, 그리고 비범한 지혜까지 겸비한 형인이 훨씬 마음에 들었다.
"결과는 분명하군. 내 사위는 형인, 자네로 정했네." 황약사가 만족스러운 미소로 선언했다.
"와! 아버지, 정말요?" 황용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형인의 팔에 매달렸다. 형인 역시 황용을 마주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구양봉과 구양극은 예상치 못한 결과에 망연자실했지만, 황약사와 홍칠공 두 거두 앞에서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었다. 그들은 분을 삭이며 예를 갖추고 물러나, 배를 타고 도화도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황약사와 홍칠공은 형인의 뛰어남을 칭찬하며, 오랜만에 만난 회포를 풀 겸 함께 술을 마시러 자리를 떴다. 대청에는 마침내 형인과 황용, 단둘만이 남게 되었다. 어색함과 함께 묘한 설렘이 두 사람 사이에 감돌았다.
곽정은 이 상황이 너무나 어색하고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는 두 사람에게 어색하게 인사를 건네고는, 주백통 형님과 무공 수련이나 더 하겠다며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곽정이 사라지자, 형인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황용을 바라보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갑작스러운 그의 포옹에 황용의 몸이 살짝 굳었지만, 이내 그의 품 안에서 느껴지는 따뜻함과 강한 남성적인 기운에 심장이 두근거리며 온몸이 나른하게 풀리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살짝 고개를 숙였지만, 그의 품을 밀어내지는 않았다. 기쁨과 설렘, 그리고 낯선 흥분이 그녀의 온몸을 감쌌다.
"용아… 기쁘구나." 형인이 그녀의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
"…저도요, 형인 오빠." 황용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내 거처로 안내해 주지 않겠니?" 형인이 부드럽게 물었다.
황용은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그의 손을 잡고 자신의 방으로 그를 이끌었다. 그녀의 방은 섬 전체의 아름다움을 담은 듯, 아기자기하면서도 품격있게 꾸며져 있었다. 창밖으로는 복사꽃이 만발한 정원이 보였고, 방 안에는 소녀다운 감성과 함께 그녀만의 독특한 향기가 감돌았다.
형인은 황용의 방에 들어섰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묘한 흥분을 느꼈다. 그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가 다시 그녀를 마주 안았다. 그리고는 그녀의 턱을 부드럽게 들어 올려, 그녀의 붉고 탐스러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조심스럽게 포갰다.
"읍…" 황용은 숨을 멈췄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남자의 입술 감촉에 온몸의 감각이 곤두서는 듯했다. 형인의 입맞춤은 처음에는 부드럽고 조심스러웠지만, 점차 깊고 뜨거워졌다. 그는 그녀의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고, 그녀의 입술 사이를 부드럽게 파고들었다. 황용은 어쩔 줄 몰라 하며 그의 어깨를 살짝 밀어내려 했지만, 오히려 그의 팔은 그녀의 허리를 더욱 강하게 감싸 안았다.
형인은 그녀의 저항이 잦아들자, 더욱 대담하게 자신의 혀를 그녀의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녀의 작고 부드러운 혀와 그의 혀가 처음으로 얽혔을 때, 황용은 온몸에 전기가 흐르는 듯한 강렬한 충격과 함께 전에 없던 황홀한 쾌감을 느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의 목을 끌어안고, 서툴지만 본능적으로 그의 혀의 움직임에 응답하기 시작했다. 남녀 간의 첫 입맞춤, 그 달콤하고도 아찔한 감각 속에서 두 사람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서로의 타액을 교환하며 깊은 키스를 나누었다. 황용은 아직 남녀관계를 잘 몰랐지만, 이 짜릿하고 황홀한 감각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더 깊이 빠져들고 싶은 충동마저 느끼고 있었다. 형인은 그런 그녀의 반응을 놓치지 않고, 그녀를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다음 단계를 천천히 준비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