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사조영웅전 22~24화
제 22화: 이별과 재회, 엇갈리는 길
욕망으로 얼룩진 밤이 지나고 싸늘한 새벽 공기가 폐사당 안을 감돌았다. 형인은 자신의 품 안에서 곤히 잠든 정요가(程瑤迦)의 눈꽃처럼 희고 부드러운 살결을 마지막으로 한번 쓸어내리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간밤의 격렬했던 흔적들이 그녀의 온몸에 붉은 꽃잎처럼 새겨져 있었고, 앳된 얼굴에는 깊은 잠과 함께 생애 처음 맛본 쾌락의 여운이 남아 있었다. 그는 잠시 그녀의 순결하면서도 관능적인 잠든 모습을 감상하다가, 이내 차가운 현실로 돌아와 옷을 챙겨 입었다.
그가 막 사당을 나서려 할 때, 밖에서 요란한 발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개방(丐幇)의 무리들이 정요가의 행방을 수소문하며 이 근처까지 찾아온 것이었다. 원작대로라면 그들은 구양극의 시녀들에게 속아 헛걸음을 했겠지만, 형인의 개입으로 상황은 달라졌다. 그는 이 기회를 이용하여 정요가를 '안전하게' 인계하고 자신은 깔끔하게 빠져나갈 생각이었다.
형인은 일부러 인기척을 내어 개방 무리들의 주의를 끌었다. 이내 여생(黎生)을 비롯한 몇몇 개방의 고수들이 횃불을 들고 사당 안으로 들이닥쳤다.
"뉘시오!"
"나는 전진교 마옥 도장의 속가 제자 형인이오. 간밤에 백타산의 요녀들에게 겁탈당할 뻔한 정 소저를 구하여 이곳에서 밤새 보호하고 있었소. 혹시 소저를 아는 분들이시오?"
형인은 자신을 정의롭고 의협심 넘치는 젊은 협객으로 완벽하게 위장했다. 개방 무리들은 잠에서 깨어나 어리둥절한 표정의 정요가를 발견하고, 그녀가 무사하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형인에게 연신 감사를 표했다. 정요가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했지만, 형인이 눈짓으로 신호를 보내자 자신이 무사히 구출되었음을 떨리는 목소리로 알렸다.
"정 소저, 이제 안심하십시오. 저희가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여생이 정중하게 말했다.
형인은 떠나기 전, 정요가에게 다가가 오직 그녀만이 들을 수 있도록 은밀하고도 뜨거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사매, 이제 저분들과 함께 가면 안전할 것이오. 우리는 운명이니 반드시 다시 만나게 될 터… 너무 슬퍼 말고, 그동안 그대의 그 눈꽃 같은 아름다움을 더욱 곱고 화사하게 단장하고 계시오. 다음번 우리의 만남에서는… 오늘 밤 우리가 나누었던 것보다 더욱 깊고 뜨거운 운우지락(雲雨之樂)을 밤새도록 나눌 수 있기를 고대하겠소."
그의 노골적이고 미래를 약속하는 듯한 속삭임에 정요가의 온몸이 짜릿한 전율과 함께 붉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이미 하룻밤 사이에 몸과 마음 모두 그에게 완전히 사로잡혀 있었다.
"…네, 사형. 꼭…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부디… 부디 몸조심하십시오."
그녀는 수줍음과 열망이 뒤섞인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답했다. 형인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개방 무리들에게 정요가를 잘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어둠 속으로 홀연히 사라졌다. 정요가는 떠나가는 그의 늠름한 뒷모습을 아쉬움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다시 만날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여인이 되어 그의 사랑을 독차지하리라 굳게 다짐했다.
형인은 동이 트기 전에 서둘러 황용과 목염자가 기다리는 객잔으로 돌아왔다. 그는 두 여인에게 '밤새 주변을 정찰했으나 별다른 위협은 없었다'고 태연하게 둘러대며 아무렇지도 않게 아침 식사를 함께했다. 황용은 잠시 그의 행적에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냈지만, 피곤한 기색 하나 없는 그의 모습에 별다른 증거를 찾지 못하고 이내 고개를 저었다.
세 사람은 다시 가흥을 향한 여정을 시작했다. 황용과 목염자는 여전히 남장을 하고 있었지만, 이제 그들의 아름다움은 허름한 옷과 검댕으로도 쉬이 가려지지 않았다. 특히 황용은 형인과 함께 있을 때 더욱 밝고 활기찼으며, 때로는 그의 팔에 자연스럽게 매달리거나 장난스럽게 말을 걸며 이전보다 훨씬 친근하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목염자 역시 형인의 곁에서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으며 점차 과거의 슬픔에서 벗어나고 있었고, 밤이 되면 더욱 성숙하고 농염한 여인으로 변해 그의 모든 요구에 기꺼이 부응하며 그를 만족시켰다.
며칠 후, 마침내 가흥에 도착한 형인 일행은 뜻밖의 인물과 재회했다. 바로 며칠 전 북경으로 떠났던 곽정이었다. 그런데 그의 곁에는 양강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그의 표정은 잔뜩 지치고 깊은 실망감에 젖어 있었다.
"곽정 오빠! 이게 어찌 된 일이오? 벌써 돌아오다니?" 황용이 놀라 물었다.
"형인… 용아… 염자 아가씨… 정말 면목이 없네."
곽정은 힘없이 고개를 떨구며 그간의 딱한 사정을 털어놓았다. 북경으로 향하던 도중, 양강은 갑자기 급한 용무가 생겼다며 다른 길로 홀연히 사라져 버렸고, 혼자 연경(燕京, 북경)에 도착했지만 철통같은 경비 속에서 완안열의 행방은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그는 원수를 갚기는커녕 아무런 소득 없이 허탕만 치고 이곳 가흥까지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형인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양강의 배신은 예상했던 바였고, 곽정이 아무런 성과 없이 돌아온 것은 오히려 그의 계획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었다. 그는 겉으로는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곽정의 어깨를 힘껏 두드려 주었다.
"곽 형, 너무 상심하지 말게.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하지 않았나. 언젠가 반드시 기회가 다시 올 걸세. 그보다 우리는 이제 도화도로 떠날 준비를 서둘러야 하네. 황 도주와의 약속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형인은 곽정의 관심을 자연스럽게 도화도로 돌리며, 그의 죄책감을 이용하려 했다. 그리고는 옆에 있는 목염자를 돌아보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황용에게 했던 것처럼 편한 말투로)
"염자야, 도화도는 황 도주의 기문진법 때문에 아주 위험한 곳이라고 들었어. 게다가 험한 바닷길을 가는 것도 여인의 몸으로는 힘들 테니, 너는 우선 이곳 가흥에 머물면서 나를 기다려 주는 것이 좋겠다. 내가 안전하고 편안한 거처를 마련해 줄 테니, 그곳에서 몸을 추스르며 지내고 있으면 내가 도화도 일을 마치고 최대한 빨리 돌아와 너를 데리러 오마."
목염자는 형인과 잠시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금세 눈가가 촉촉해졌지만, 그의 말이 자신을 위한 배려라고 생각했고, 그의 결정이라면 무엇이든 따르기로 마음먹었기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미 형인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몸과 마음이 되어 있었다.
며칠 뒤, 형인은 목염자를 위해 가흥성 내에서도 가장 안전하고 조용한 곳에 아담한 거처를 마련해주고, 믿을 만한 하인까지 두어 그녀가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했다. 그리고 마침내, 곽정, 황용과 함께 주산(舟山)으로 가서 튼튼한 배 한 척을 빌려, 동쪽 바다 멀리 신비의 섬 도화도(桃花島)를 향한 마지막 여정을 시작했다.
배가 푸른 파도를 가르며 망망대해로 나아가는 동안, 형인의 마음속에는 드디어 만나게 될 주백통과 구음진경, 황약사와의 관계 개선, 그리고 무엇보다 황용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 달콤한 계략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제 23화: 노완동과의 만남, 완성되는 경전
며칠간의 순조로운 항해 끝에, 마침내 신비의 섬 도화도(桃花島)가 안개 속에서 그 황홀한 모습을 드러냈다. 섬 전체가 마치 분홍빛 구름에 휩싸인 듯 만개한 복사꽃으로 뒤덮여 있었고, 공기 중에는 달콤한 꽃향기와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뒤섞여 정신을 아득하게 만들었다.
"와, 드디어 집에 왔다! 아버지!"
배가 섬 기슭의 숨겨진 나루터에 닿자마자, 황용은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기쁨과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을 참지 못하고 마치 한 마리 꽃잎처럼 가볍게 뭍으로 뛰어내렸다.
"아버지! 용이가 돌아왔어요!"
그녀는 형인과 곽정을 돌아볼 겨를도 없이, 익숙하고 복잡하게 얽힌 복숭아나무 숲길을 따라 섬 안쪽 깊숙한 곳으로 쏜살같이 달려가 버렸다.
"용아, 같이 가야지!"
곽정이 뒤늦게 그녀를 불렀지만, 이미 황용의 모습은 아름답지만 어지럽게 얽힌 복숭아나무 숲 사이로 흔적도 없이 사라진 뒤였다.
"곽 형, 너무 서두르지 말게. 이곳 도화도는 천하의 기문진법(奇門陣法)으로 이루어져 있어 함부로 움직였다가는 길을 잃고 평생 헤매게 될 수도 있네."
형인이 곽정의 팔을 붙잡으며 침착하게 만류했다. 그는 원작의 내용을 통해 이 기묘하고 아름다운 복숭아 숲 어딘가에 천하의 기인(奇人)이자 말썽꾸러기인 노완동(老頑童) 주백통(周伯通)이 갇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황용을 놓친 것은 아쉬웠지만, 주백통과의 만남이라는 더 크고 결정적인 기연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그의 입가에는 은밀하고도 기대감에 찬 미소가 번졌다.
하지만 그런 형인의 속내를 알 리 없는 순박한 곽정은 그저 길을 잃고 황용과 헤어졌다는 사실에 안절부절못하며 걱정만 하고 있었다.
"하지만 용이가 혼자 깊숙이 들어가 버렸는데… 혹시 저 진법에 걸려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나?"
"걱정 말게, 곽 형. 이곳은 황 도주의 영역이고 용이는 이곳 지리에 익숙하니 절대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 걸세. 분명 곧 우리를 데리러 사람을 보내거나 직접 올 거야."
형인이 태연하게 곽정을 달래며 주변의 기묘한 복숭아나무들을 둘러보는 척 시간을 끌었다. 그의 예상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어디선가 청아하면서도 기이하게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퉁소 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오기 시작했다. 마치 하늘의 선녀가 구름 위에서 춤을 추는 듯 아름답게 들리면서도, 듣는 이의 마음 깊은 곳을 파고들어 홀리고 정신을 아득하게 만드는 불가사의한 마력(魔力)이 깃든 소리. 바로 동사 황약사의 필생 절기 중 하나인 벽해조생곡(碧海潮生曲), 일명 천마무곡(天魔舞曲)이었다.
"어? 이게 무슨 아름다운 소리지?"
곽정은 퉁소 소리에 넋을 잃고 귀를 기울였다. 원작에서보다 내공의 경지가 현저히 낮은 그는, 이 아름답지만 치명적인 퉁소 소리의 마력에 금세 매료되어 정신을 빼앗기기 시작했다. 그의 눈빛이 점차 초점을 잃고 흐려지더니, 자신도 모르게 몸을 흐느적거리며 퉁소 소리의 기묘한 장단에 맞춰 우스꽝스러운 춤사위를 펼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형인은 달랐다. 그는 이미 구음진경(九陰眞經)의 심오한 내공심법 일부를 익혔고, 백년설삼과 보물 뱀의 피로 그 내공의 깊이는 이미 강호의 일류 고수 반열에 들어선 상태였다. 퉁소 소리가 그의 정신을 어지럽히려 하자, 그는 즉시 단전의 구음 내공을 운행하여 심신(心神)을 가다듬고 정신을 집중했다. 그의 굳건한 정신력과 상상을 초월하는 심후한 내공 앞에서는 천하의 황약사가 직접 연주하는 천마무곡조차 마음대로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형인은 춤을 추며 점점 광기에 빠져드는 곽정을 잠시 측은하게 바라보다가, 그의 등 뒤로 다가가 목덜미 아래 수혈(兪穴)을 정확하고 빠르게 짚었다. 곽정은 '윽'하는 짧은 신음과 함께 그 자리에 쓰러져 깊은 잠에 빠졌다.
형인은 잠든 곽정을 안전한 복숭아나무 아래 눕혀두고, 퉁소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과 함께 미약하게 느껴지는 또 다른 기척 – 불안정하고 거칠지만 분명 엄청나게 강력한 고수의 기척 – 을 따라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복숭아나무 숲 깊숙한 곳, 그는 마침내 동굴 입구에 이르렀다. 그곳에는 백발에 흰 수염을 가슴까지 길게 늘어뜨린 기이한 풍모의 노인이 괴로운 듯 머리를 감싸 쥐고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그는 퉁소 소리에 맞춰 몸을 뒤틀고 짐승 같은 괴성을 지르며 힘겹게 저항하고 있었다. 천하의 말썽꾸러기, 노완동 주백통이었다!
"정신 차리시오, 노선배님!"
형인은 주백통에게 다가가며 큰 소리로 외쳤다. 그는 마치 전진교의 구급법을 사용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주백통의 등 뒤로 접근하여, 마옥(馬鈺) 도장에게 배웠던 대로 그의 목 뒤 급소인 대추혈(大椎穴)을 손가락 끝으로 강하게 두드렸다.
"크헉!"
주백통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격렬하게 몸을 떨더니, 이내 정신을 차린 듯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동시에 그를 괴롭히던 퉁소 소리도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뚝 그쳤다. 아마 황약사가 그의 상태가 안정된 것을 확인하고 연주를 멈춘 모양이었다.
천마무곡의 고통에서 벗어난 주백통은 자신을 도와준 낯선 젊은이와 그 옆에 곤히 잠들어 있는 곽정을 신기하다는 듯 번갈아 바라보았다.
"허허, 젊은이. 자네는 뉘신데 이 위험한 곳에서 멀쩡하며, 또 이 늙은이를 도와준 게냐? 그리고 저 친구는 왜 저리 정신을 잃고 잠들어 있는 게고?"
"저는 형인이라 합니다. 저 친구는 곽정이라 하는데, 황 도주의 퉁소 소리에 정신을 잃어 잠시 재워두었습니다. 노선배님께서도 몹시 힘들어하시는 것 같아 미력하나마 아는 대로 혈도를 짚어 드렸습니다. 예전에 우연히 전진교의 마옥 도장께 잠시 배운 응급 처치법입니다."
형인은 능청스럽고 공손하게 둘러댔다. 주백통은 '전진교', '마옥'이라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호라! 네가 마옥 그 고지식한 녀석에게 무공을 배웠단 말이냐? 그런데 어찌하여 황약사 그 고약한 늙은이의 퉁소 소리를 이리 멀쩡하게 견뎌냈지? 게다가 네놈의 내력을 보니 전진교의 것 같으면서도 뭔가 좀 다른 것이… 허허, 이거 아주 재미있는 녀석이로구나! 내공이 제법 깊은 걸!"
주백통은 어린아이처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형인을 위아래로 뜯어보며, 갑자기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어디, 네 내력이 정말 얼마나 대단한지 이 늙은이가 직접 한번 시험해 봐야겠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백통의 손바닥이 마치 장난치듯, 그러나 번개처럼 빠르게 형인의 가슴을 향해 휙 날아왔다. 그의 손바닥에서는 아무런 위협적인 기세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형인은 그 안에 숨겨진, 산을 움직일 듯한 엄청난 내공의 압력을 즉시 감지했다. 그는 속으로 경악했지만 겉으로는 태연하게 홍칠공에게 배운 항룡십팔장의 초식 '견룡재전(見龍在田)'으로 맞받아쳤다. 동시에 구음진경의 내공을 몸 안에 깊숙이 숨기고 교묘하게 운용하여 자신의 진정한 실력이 드러나지 않도록 주의했다.
퍽! 두 사람의 손바닥이 가볍게 부딪쳤지만, 주변의 공기가 휘몰아칠 정도의 둔탁한 충격음이 울렸다. 주백통은 형인이 자신의 장력을 정면으로 받아내고도 멀쩡하자 더욱 놀란 표정을 지었다.
"허허, 이거 정말 놀랍구나! 전진교의 현문 정종 내공에다 홍칠공 그 식탐 많은 거지 영감의 강룡장까지 익혔다니! 이야, 너 정말 보통 녀석이 아니로구나! 대체 정체가 뭐냐?"
형인은 그저 겸손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우연한 기회가 닿아 두 분께 약간의 가르침을 받았을 뿐입니다."
주백통은 형인의 뛰어난 무공과 솔직하고 쾌활해 보이는 태도(물론 완벽한 연기였지만)에 큰 흥미와 호감을 느꼈다. 그는 잠시 진지하게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내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으며 엉뚱한 제안을 했다.
"얘, 형인이 너! 너 아주 마음에 드는구나! 너 나랑 의형제 맺을 생각 없느냐? 내가 이곳에 15년이나 갇혀 있어서 너무너무 심심해 죽겠는데, 너처럼 재미있는 아우가 있다면 정말 신날 것 같구나!"
형인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드디어 곽정에게 돌아갔어야 할 가장 큰 기연 중 하나인 주백통과의 의형제 관계마저 자신이 완벽하게 가로채게 된 것이다!
"저야말로 영광입니다, 형님!"
형인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환한 미소로 그의 제안을 덥석 받아들였다. 주백통은 마치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뻐하며 형인의 어깨를 퍽퍽 쳤다.
"하하하! 좋다, 좋아! 이제부터 너는 내 의동생이다! 형님이라고 불러야 한다, 알았지?"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하늘을 향해 절하며 간략하게 의형제의 예를 올렸다. 형인은 주백통과 의형제가 된 후, 자연스럽게 그의 신뢰를 얻고 그에게서 천하오절이 화산논검(華山論劍)을 통해 《구음진경》이라는 무공 비급을 걸고 다투었던 이야기, 사형인 왕중양 진인이 경서를 얻었으나 아무도 익히지 못하게 했던 이야기, 그리고 자신이 황약사 부부에게 속아 구음진경 하권을 빼앗기고 이곳 도화도에 갇히게 된 기구한 사연 등을 모두 전해 들었다.
주백통은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그리고 새로 얻은 총명한 의동생에 대한 호의로 자신이 오랜 세월 동안 창안한 기묘하고 심오한 권법인 칠십이로 공명권(空明拳)과 좌우 양손으로 각기 다른 무공을 동시에 펼치는 불가사의한 기예인 쌍수호박(雙手互搏)의 비결을 형인에게 아낌없이 전수해주었다. 형인은 그의 기발하고 예측 불가능한 무공에 감탄하며 놀라운 속도로 습득해 나갔다.
며칠 후, 형인은 주백통에게 무심한 척하며 매초풍에게서 얻었던 구음진경 하권의 내용이 범어로 음차되어 적힌 양피지 조각을 건넸다. (그는 이것이 구음진경 하권의 일부임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했다.)
"형님, 제가 예전에 우연히 기이한 물건을 하나 얻었는데, 아무리 봐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형님께서는 이게 무엇인지 아시는지요?"
주백통은 그 양피지 조각을 받아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것은 틀림없이 자신이 황약사의 아내에게 속아 넘겨주었던 《구음진경》 하권의 일부, 그것도 범어로 음차된 가장 핵심적인 총강(總綱) 부분이었다! 그는 형인이 이것을 어디서 얻었는지 캐물었지만, 형인은 그저 우연히 죽은 괴이한 여인(매초풍을 암시)에게서 얻었다고 둘러댔다.
주백통은 형인이 건넨 하권 조각과 자신이 15년간 지켜온 상권을 맞춰보며 흥분했다. 그는 황약사에 대한 복수심과 곽정/형인에 대한 장난기가 발동하여, 형인에게 구음진경 상권의 내용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는 이것이 천하의 기공인 구음진경이라고 밝히지 않고, 그저 "이것은 우리 전진교의 시조 왕중양 진인께서 남기신 심오한 도가 경문(經文)일 뿐이다. 무공과는 아무 상관없는 따분한 글이니, 심심하면 한번 읽어보아라. 네가 총명하니 혹시 무슨 뜻인지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지."라고 속이며 건네주었다.
형인은 그가 건넨 두루마리를 받아 들고는 일부러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형님, 이 경문은 정말 심오하고 어렵군요. 무공 같지도 않고… 무슨 뜻인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속으로는 터져 나오는 환희를 감추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드디어! 마침내 천하제일의 무공 비급 《구음진경》 상하권의 모든 내용을 손에 넣게 된 것이다! 그는 주백통 앞에서는 어설프게 공명권과 쌍수호박을 연마하는 척했지만, 밤에는 몰래 주백통에게 받은 상권의 내용과 자신이 이미 알고 있던 하권의 내용을 통합하여 익히기 시작했다. 그의 몸 안에서는 구음진경의 심오한 기운과 백년설삼, 보물 뱀의 영기, 그리고 전진 내공과 항룡십팔장의 강맹함이 뒤섞여 가공할 만한 속도로 새로운 차원의 무공 경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동안 아무것도 모르는 곽정은 깊은 잠에서 깨어난 후, 주백통이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전진교의 기초적인(?) 도가 수련법 몇 가지를 배우며 자신의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땀 흘리고 있었다. 그는 그것이 사실은 구음진경의 일부 요결이라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그저 주백통의 장난감이자 시간 때우기 상대로 전락하고 있었다.
이렇게 도화도에서의 시간은 형인의 치밀한 계획 아래 흘러가고 있었고, 본래 곽정에게 주어져야 할 모든 영광과 기연은 하나씩, 하나씩 형인의 손아귀로 완벽하게 넘어가고 있었다.
제 24화: 도화도의 이방인, 빙정(氷晶)의 기연
주백통과의 기연은 형인의 무공을 새로운 경지로 끌어올렸다. 그는 마침내 천하의 기공인 《구음진경(九陰眞經)》 상하권의 모든 비밀을 손에 넣었고, 밤마다 주백통과 곽정의 눈을 피해 은밀하게 그 심오한 오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백년설삼과 보물 뱀의 영기, 그리고 구음진경의 현묘한 기운이 그의 단전 안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그의 내공은 이미 강호의 젊은 고수라는 칭호를 넘어 천하오절(天下五絶)의 경지를 넘보고 있었다. 여기에 항룡십팔장(降龍十八掌), 공명권(空明拳), 쌍수호박(雙手互搏), 만천화우척금침(滿天花雨擲金針) 등 각종 절기들이 더해져, 그의 실력은 가히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강해졌지만, 그는 이 사실을 교묘하게 숨겼다.
도화도(桃花島)의 기문진법(奇門陣法) 또한 더 이상 그에게 비밀이 아니었다. 원작의 지식과 구음진경을 통해 얻은 천지 자연의 이치에 대한 깊은 이해는 그로 하여금 복잡하게 얽힌 진법의 생문(生門)과 사문(死門)을 꿰뚫어 볼 수 있게 했다. 그는 원한다면 언제든 주백통의 동굴을 벗어나 섬을 자유롭게 활보하거나 황용을 찾아 나설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움직일 때가 아니었다. 그는 더 큰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 깊은 밤, 주백통의 동굴 근처 복숭아나무 아래에서 운기조식을 하던 형인의 예민한 기감(氣感)에 낯선 기척 두 개가 잡혔다. 여인들의 기척이었다. 그녀들은 도화도의 복잡한 진법에 완전히 갇혀 길을 잃고 같은 자리를 맴돌며 헤매고 있는 듯했다. 무공 수준은 그리 높지 않았지만, 기척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중원의 여인들과는 확연히 다른, 이국적이고 어딘지 모르게 인위적으로 훈련된 듯한 느낌을 풍겼다.
'이 시기에 도화도에 들어와 길을 잃은 이국의 여인들이라… 설마?' 형인의 뇌리에 원작의 한 장면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구양봉과 구양극이 황용과의 혼사를 위해 황약사에게 보낼 선물을 가지고 온 백타산의 시녀들이 아닌가?' 원작의 흐름대로라면 지금쯤 황약사는 내심 구양극을 사위 후보로 고려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형인은 그들의 혼사가 성사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황용은 오직 자신의 것이어야 했다. 그는 그 선물이 황약사에게 전달되는 것을 막아야 했고, 가능하다면… 그 값비싼 선물과 함께, 선물을 운반해 온 이 아름다운 '배달부'들까지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형인은 곤히 잠든 주백통과 곽정을 동굴에 남겨두고, 한 줄기 그림자처럼 소리 없이 어둠 속으로 몸을 날렸다. 그는 마치 자신도 진법에 갇혀 헤매는 척하며, 일부러 비틀거리고 방향을 잃은 듯 연기하며 두 여인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접근했다. 과연, 달빛이 비치는 복숭아나무 숲 속 공터에서 길을 잃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두 명의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 서로를 의지한 채 불안하게 서성이고 있었다.
형인은 어둠 속에서 숨을 죽이고 그녀들의 모습을 찬찬히 감상했다. 그의 심장이 강하게 뛰기 시작했다. 그녀들은 중원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숨 막힐 듯 강렬하고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한 명은 마치 타오르는 불꽃처럼 선명한 붉은 색 머리카락에 깊고 신비로운 에메랄드빛 눈동자를 가졌고, 다른 한 명은 햇살을 녹여 만든 듯 눈부신 금발에 깊은 바다처럼 푸른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마치 서역에서 온 살아있는 보석 인형처럼 정교하고 비현실적인 외모였다. 눈처럼 새하얀 피부와 오뚝하게 솟은 콧날, 앵두처럼 붉고 도톰한 입술은 강렬한 색채 대비를 이루며 보는 이의 넋을 빼앗았다.
더욱 형인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그녀들의 몸매였다. 몸의 곡선을 조금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는, 속이 아슬아슬하게 비치는 듯한 얇고 화려한 서역식 비단 옷(망사 의상)은 그녀들의 풍만하고 육감적인 몸매를 노골적으로 강조하고 있었다. 터질 듯이 풍만하게 솟아오른 젖가슴과 믿을 수 없을 만큼 잘록한 허리, 그리고 관능적으로 풍성하게 벌어진 엉덩이와 매끈하게 쭉 뻗은 다리는 남자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을 강렬하게 자극했다. 그녀들에게서는 짙은 꽃향기와 함께, 달콤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위험한, 낯선 향신료 같은 독특한 체향이 풍겨 나왔다.
"두 분께서는 길을 잃으셨습니까?"
형인이 마치 우연히 지나가다 마주친 것처럼, 더없이 부드럽고 염려하는 듯한 목소리로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다가갔다. 그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두 여인은 흠칫 놀라며 본능적으로 경계하는 자세를 취했지만, 이내 달빛 아래 드러난 그의 압도적으로 수려한 외모와 귀티 나는 풍모에 넋을 잃은 듯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자신들이 그동안 섬겨왔던 음흉한 구양봉이나 호색한 구양극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신선과도 같은, 완벽한 미남자였다. 게다가 그의 몸에서는 은은하게 풍겨 나오는 강력하고 매력적인 남성적 기운과 숨겨진 강함이 그녀들의 여성적인 본능을 강하게 자극했다. 그녀들의 푸른 눈동자에 경계심 대신 호기심과 함께 은밀한 흥분이 서서히 감돌기 시작했다.
"네… 저희는 서역에서 온 길손인데, 이곳 섬의 지리를 잘 몰라 그만 길을 잃었습니다. 공자께서도 혹시 길을 잃으신 건가요?" 금발 미녀가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낭랑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렇습니다. 저 역시 일행과 헤어져 이 기묘한 진법 속에서 길을 찾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우리 함께 길을 찾아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서로 의지하면 더 안전할 듯합니다."
형인은 더없이 순수하고 선량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제안했다. 두 여인은 기다렸다는 듯이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형인은 그녀들을 안심시키며 앞장서서 길을 안내하는 척했다. 하지만 그는 일부러 더욱 복잡하고 외진 길을 따라, 황약사의 감시가 결코 미치지 않을 만한 도화도의 가장 후미진 곳 – 파도 소리만이 들리는 외딴 해변가의 숨겨진 동굴 – 로 그녀들을 은밀히 이끌었다.
동굴 안에 들어서자마자, 두 여인은 마치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피곤하다는 기색을 보이며 잠시 쉬어가자고 제안했다. 그녀들의 에메랄드빛과 사파이어빛 눈동자에는 형인을 향한 숨길 수 없는 유혹의 빛과 노골적인 욕망이 대담하게 어려 있었다. 그녀들은 본래 구양봉 부자의 변태적인 성욕을 만족시키기 위해 서역 각지에서 구해온 '특별한' 존재들이었다. 남자를 황홀경에 빠뜨리는 온갖 기기묘묘한 방중술(房中術)과 봉사 기술을 혹독하게 훈련받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도화도행을 앞두고 황약사의 의심을 피하려는 구양봉의 지시 때문에 아직 경험이 없는 처녀의 몸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들은 자신들을 소유물 취급했던 구양 부자에게는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눈앞의 이 완벽하고 강력한 미남자를 보자마자, 그를 자신들의 진정한 주인으로 섬기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에 사로잡혔다. 그녀들은 자신들이 평생 동안 배우고 연마한 모든 기술과 매력을 총동원하여 오늘 밤, 그를 완전히 사로잡기로 은밀히 결심했다.
"공자님, 낯선 곳에서 길을 잃어 얼마나 놀라고 피곤하셨습니까? 저희가 서역에서 가져온 특별한 차를 준비했습니다. 귀한 약초로 정성껏 달인 것인데, 기운을 북돋아주고 심신을 편안하게 해주는 효능이 있답니다. 부디 한 잔 드시고 잠시 피로를 푸십시오."
불타는 듯한 붉은 머리의 미녀가 요염한 교태를 부리며 향긋한 김이 피어오르는 찻잔을 따라 형인에게 공손히 건넸다. 형인은 그녀의 눈빛과 몸짓에 담긴 농염한 의도를 단번에 읽었지만, 호기심과 함께 그들이 준비한 것이 과연 무엇인지 직접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에 잔을 받아 망설임 없이 단숨에 들이켰다. 차는 꿀처럼 달콤하면서도 혀끝을 짜릿하게 자극하는 묘한 향과 맛이 있었다. 잠시 후, 형인은 온몸의 감각이 면도날처럼 예민하게 증폭되고, 단전 깊숙한 곳으로부터 뜨겁고 강력한 열기가 솟아오르며 눈앞의 두 아름다운 이국적인 미녀들을 미친 듯이 갈망하게 되는 것을 느꼈다.
'이것은… 단순한 미약(媚藥)이나 독이 아니군. 온몸의 감각을 극도로 예민하게 만들고, 남녀 간의 정욕과 쾌락을 수십 배로 증폭시키는 종류의 약초인가… 이것이 바로 서역에서만 난다는 전설의 열락초(悅樂草)로구나.' 영지상인의 보물 뱀 피 덕분에 백독불침(百毒不侵)의 몸이 된 그였지만, 열락초는 독이 아니라 인간의 본능적인 감각과 욕망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식물이었기에 그에게도 효과가 나타난 것이었다. 그의 아랫도리가 강철처럼 단단하게 부풀어 올라 옷 위로도 그 윤곽이 확연히 드러났다.
두 미녀는 그의 급격한 변화를 놓치지 않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교환하며 더욱 대담하고 적극적으로 다가왔다. 그녀들은 입고 있던, 몸의 곡선을 그대로 드러내는 얇은 서역식 비단 옷을 주저 없이 벗어 던졌다. 동굴 안 희미한 달빛 아래 드러난 그녀들의 나신은 완벽한 황금 비율을 자랑했고, 눈처럼 새하얀 피부와 터질 듯이 풍만한 젖가슴, 믿을 수 없을 만큼 잘록한 허리와 풍성하게 솟아오른 엉덩이는 마치 살아 숨 쉬는 관능적인 조각상처럼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뽐냈다.
"주인님, 저희가 황홀경으로 모시겠습니다…"
금발 미녀가 뜨거운 숨결로 속삭이며 그의 입술에 깊고 진하게 입을 맞추었고, 붉은 머리 미녀는 그의 발치에 무릎을 꿇고 그의 거대하게 부풀어 오른 중심부를 경배하듯 두 손으로 소중히 감싸 쥐었다. 그녀들은 형인이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서역 비전(秘傳)의 기기묘묘하고 농밀하며 외설적인 방중술(房中術)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것은 형인에게 있어 생애 첫 경험이었다. 한 여인이 아닌, 두 명의 아름다운 여인과 동시에 몸을 섞는다는 것은 그의 흥분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두 여인은 마치 오랫동안 합을 맞춰온 것처럼 완벽하게 호흡을 맞추며 형인을 공략했다. 금발 미녀가 그의 위에서 뜨겁게 입을 맞추고 그의 가슴을 애무하는 동안, 붉은 머리 미녀는 그의 앞에 엎드려 그의 단단한 기둥을 뜨겁고 부드러운 입으로 집어삼켰다. 때로는 두 여인이 위치를 바꿔, 한 여인이 그의 것을 입에 물고 봉사하는 동안 다른 여인이 그의 뒤에서 엉덩이를 애무하거나 그의 회음부를 혀로 자극하기도 했다. 그들의 부드럽고 뜨거운 혀와 입술은 그의 중심부를 번갈아 가며, 혹은 동시에 자극하며 미끄럽게 만들었고, 그들의 섬세하고도 대담한 손길은 그의 몸 구석구석, 가장 민감하고 숨겨진 성감대들을 정확히 찾아내어 쾌락의 불길을 걷잡을 수 없이 지폈다.
형인은 난생처음 경험하는, 동시에 두 여인에게서 받는 극한의 자극과 쾌락에 정신을 차리기 어려웠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런 상황을 더없이 반기고 즐기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수동적으로 그녀들의 봉사를 받기만 하지 않았다. 두 미녀의 적극적인 유혹에 더욱 격렬하게 응하며, 금발과 붉은 머리의 육감적인 몸매를 가진 아름다운 서역 인형 같은 그녀들을 번갈아 자신의 아래에 눕히고 거칠고 깊숙하게 탐닉하기 시작했다.
열락초의 효과로 인해 그의 감각은 평소의 수십 배 이상으로 예민해져 있었고, 그녀들의 몸짓 하나하나, 뜨거운 숨결, 교태로운 신음 소리 하나하나가 그의 흥분을 더욱 미친 듯이 증폭시켰다. 놀라운 것은 두 여인의 기술이었다. 형인이 절정에 달해 사정(射精)하려고 할 때마다, 한 여인이 그의 회음부 근처, 사정을 조절하는 혈도를 손가락으로 강하게 눌러 그의 폭발을 막았다. 잠시 그의 흥분이 가라앉으면, 그녀들은 다시 그의 몸을 애무하고 자극하여 쾌락의 불길을 되살렸다. 이런 과정이 몇 번이고 반복되자, 형인은 죽을 것 같은 극한의 쾌락 속에서 몸부림쳤다.
마침내 형인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폭발하려 하자, 두 여인은 그의 앞에 나란히 무릎을 꿇고 그의 분출을 기다렸다. 형인은 두 미녀의 아름다운 얼굴 위에 자신의 뜨겁고 진한 정수를 아낌없이 쏟아냈다. 하지만 그의 욕망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두 여인을 다시 자신의 아래에 눕히고, 번갈아 가며, 때로는 두 개의 구멍에 동시에 자신의 것을 밀어 넣고 격렬하게 허리를 움직였다. 동굴 안은 세 사람의 거친 숨소리와 살이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끊이지 않는 교성과 신음, 애원으로 가득 찼다. 형인은 그녀들의 몸 안을 자신의 것으로 가득 채우고 또 채웠으며, 마침내 그녀들의 내부에서 그의 정액이 감당하지 못하고 철철 흘러 넘쳐 허벅지를 적실 때까지 몇 번이고 만족할 줄 모르는 사정을 반복했다.
밤새도록 이어진 격렬하고도 황홀한 정사가 끝나고 동이 틀 무렵, 두 서역 미녀는 형인의 품 안에서 기진맥진하여 잠들어 있었다. 그녀들의 눈빛에는 이제 오직 형인을 향한 맹목적인 충성과 숭배, 그리고 그를 만족시켰다는 희열만이 가득했다. 구양봉과 구양극은 이미 그녀들의 기억 속에서 먼지처럼 사라진 존재가 되어 있었다.
"주인님… 저희가 가져온 선물이 있습니다. 본래 황약사라는 자에게 전해질 물건이었으나, 이제 마땅한 주인을 만났으니 부디 거두어 주십시오."
정신을 차린 두 여인은 조심스럽게 비단 보자기에 싸인 상자 하나를 가져와 형인에게 공손히 바쳤다. 상자 안에는 차가운 냉기가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가운데, 영롱하게 빛나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투명한 얼음 결정체가 놓여 있었다.
"이것은 북해(北海) 가장 깊은 곳, 만년빙(萬年氷) 속에서만 아주 드물게 생성된다는 만년빙정(萬年氷晶)입니다. 천지의 극한의 한기(寒氣)와 순수한 정수(精髓)가 수만 년 동안 응결된 귀하디 귀한 보물이지요."
형인은 빙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순수하면서도 압도적으로 강력한 냉기(冷氣)를 느끼고 눈을 빛냈다. 이것은 단순한 보물이 아니었다! 내공 수련에 있어 상상을 초월하는 도움을 줄 수 있는, 천재지보(天才地寶) 중의 천재지보였다! 그는 망설임 없이 빙정을 집어 들어 차가움에 아랑곳하지 않고 입안에 넣고 삼켰다.
꿀꺽. 빙정이 식도를 넘어가는 순간, 극한의 한기가 마치 수만 개의 얼음 바늘처럼 온몸의 혈맥을 꿰뚫는 듯한 격렬한 고통이 밀려왔다. 동시에 빙정에 응축된 순수하고 방대한 기운이 그의 단전으로 마치 거대한 빙하가 쏟아져 들어오듯 밀려들었다. 그의 몸 안에서 용암처럼 뜨거운 구음진경의 내공과 빙산처럼 차가운 빙정의 기운이 격렬하게 충돌하며 거대한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형인은 이를 악물고 즉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구음진경의 현묘한 이치에 따라 두 상반된 기운을 조화시키고 융합시키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반나절이 꼬박 지난 후, 마침내 두 개의 거대한 기운이 그의 단전 안에서 완벽한 태극(太極)의 형상을 이루며 음양(陰陽)의 조화를 이루고 하나로 융합되었을 때, 형인은 자신의 내공이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더욱 깊고 정순하며 강력한 경지에 이르렀음을 직감했다. 만년빙정의 영기는 그의 내공을 최소 십 년 치 이상, 어쩌면 그 이상으로 비약적으로 증진시켜 준 것이다!
이제 그의 내공과 무공은 명실상부하게 천하오절(天下五絶)의 경지에 필적하거나, 어쩌면 그들을 능가할지도 모르는 수준에 도달한 것이었다! 형인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새로운 '시녀'가 된 두 아름다운 서역 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야망은 이제 단순히 강호를 넘어, 천하를 향해 더욱 거대하게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주말이라 최대한 많이 올려보겠습니다.
욕망으로 얼룩진 밤이 지나고 싸늘한 새벽 공기가 폐사당 안을 감돌았다. 형인은 자신의 품 안에서 곤히 잠든 정요가(程瑤迦)의 눈꽃처럼 희고 부드러운 살결을 마지막으로 한번 쓸어내리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간밤의 격렬했던 흔적들이 그녀의 온몸에 붉은 꽃잎처럼 새겨져 있었고, 앳된 얼굴에는 깊은 잠과 함께 생애 처음 맛본 쾌락의 여운이 남아 있었다. 그는 잠시 그녀의 순결하면서도 관능적인 잠든 모습을 감상하다가, 이내 차가운 현실로 돌아와 옷을 챙겨 입었다.
그가 막 사당을 나서려 할 때, 밖에서 요란한 발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개방(丐幇)의 무리들이 정요가의 행방을 수소문하며 이 근처까지 찾아온 것이었다. 원작대로라면 그들은 구양극의 시녀들에게 속아 헛걸음을 했겠지만, 형인의 개입으로 상황은 달라졌다. 그는 이 기회를 이용하여 정요가를 '안전하게' 인계하고 자신은 깔끔하게 빠져나갈 생각이었다.
형인은 일부러 인기척을 내어 개방 무리들의 주의를 끌었다. 이내 여생(黎生)을 비롯한 몇몇 개방의 고수들이 횃불을 들고 사당 안으로 들이닥쳤다.
"뉘시오!"
"나는 전진교 마옥 도장의 속가 제자 형인이오. 간밤에 백타산의 요녀들에게 겁탈당할 뻔한 정 소저를 구하여 이곳에서 밤새 보호하고 있었소. 혹시 소저를 아는 분들이시오?"
형인은 자신을 정의롭고 의협심 넘치는 젊은 협객으로 완벽하게 위장했다. 개방 무리들은 잠에서 깨어나 어리둥절한 표정의 정요가를 발견하고, 그녀가 무사하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형인에게 연신 감사를 표했다. 정요가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했지만, 형인이 눈짓으로 신호를 보내자 자신이 무사히 구출되었음을 떨리는 목소리로 알렸다.
"정 소저, 이제 안심하십시오. 저희가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여생이 정중하게 말했다.
형인은 떠나기 전, 정요가에게 다가가 오직 그녀만이 들을 수 있도록 은밀하고도 뜨거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사매, 이제 저분들과 함께 가면 안전할 것이오. 우리는 운명이니 반드시 다시 만나게 될 터… 너무 슬퍼 말고, 그동안 그대의 그 눈꽃 같은 아름다움을 더욱 곱고 화사하게 단장하고 계시오. 다음번 우리의 만남에서는… 오늘 밤 우리가 나누었던 것보다 더욱 깊고 뜨거운 운우지락(雲雨之樂)을 밤새도록 나눌 수 있기를 고대하겠소."
그의 노골적이고 미래를 약속하는 듯한 속삭임에 정요가의 온몸이 짜릿한 전율과 함께 붉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이미 하룻밤 사이에 몸과 마음 모두 그에게 완전히 사로잡혀 있었다.
"…네, 사형. 꼭…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부디… 부디 몸조심하십시오."
그녀는 수줍음과 열망이 뒤섞인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답했다. 형인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개방 무리들에게 정요가를 잘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어둠 속으로 홀연히 사라졌다. 정요가는 떠나가는 그의 늠름한 뒷모습을 아쉬움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다시 만날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여인이 되어 그의 사랑을 독차지하리라 굳게 다짐했다.
형인은 동이 트기 전에 서둘러 황용과 목염자가 기다리는 객잔으로 돌아왔다. 그는 두 여인에게 '밤새 주변을 정찰했으나 별다른 위협은 없었다'고 태연하게 둘러대며 아무렇지도 않게 아침 식사를 함께했다. 황용은 잠시 그의 행적에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냈지만, 피곤한 기색 하나 없는 그의 모습에 별다른 증거를 찾지 못하고 이내 고개를 저었다.
세 사람은 다시 가흥을 향한 여정을 시작했다. 황용과 목염자는 여전히 남장을 하고 있었지만, 이제 그들의 아름다움은 허름한 옷과 검댕으로도 쉬이 가려지지 않았다. 특히 황용은 형인과 함께 있을 때 더욱 밝고 활기찼으며, 때로는 그의 팔에 자연스럽게 매달리거나 장난스럽게 말을 걸며 이전보다 훨씬 친근하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목염자 역시 형인의 곁에서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으며 점차 과거의 슬픔에서 벗어나고 있었고, 밤이 되면 더욱 성숙하고 농염한 여인으로 변해 그의 모든 요구에 기꺼이 부응하며 그를 만족시켰다.
며칠 후, 마침내 가흥에 도착한 형인 일행은 뜻밖의 인물과 재회했다. 바로 며칠 전 북경으로 떠났던 곽정이었다. 그런데 그의 곁에는 양강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그의 표정은 잔뜩 지치고 깊은 실망감에 젖어 있었다.
"곽정 오빠! 이게 어찌 된 일이오? 벌써 돌아오다니?" 황용이 놀라 물었다.
"형인… 용아… 염자 아가씨… 정말 면목이 없네."
곽정은 힘없이 고개를 떨구며 그간의 딱한 사정을 털어놓았다. 북경으로 향하던 도중, 양강은 갑자기 급한 용무가 생겼다며 다른 길로 홀연히 사라져 버렸고, 혼자 연경(燕京, 북경)에 도착했지만 철통같은 경비 속에서 완안열의 행방은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그는 원수를 갚기는커녕 아무런 소득 없이 허탕만 치고 이곳 가흥까지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형인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양강의 배신은 예상했던 바였고, 곽정이 아무런 성과 없이 돌아온 것은 오히려 그의 계획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었다. 그는 겉으로는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곽정의 어깨를 힘껏 두드려 주었다.
"곽 형, 너무 상심하지 말게.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하지 않았나. 언젠가 반드시 기회가 다시 올 걸세. 그보다 우리는 이제 도화도로 떠날 준비를 서둘러야 하네. 황 도주와의 약속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형인은 곽정의 관심을 자연스럽게 도화도로 돌리며, 그의 죄책감을 이용하려 했다. 그리고는 옆에 있는 목염자를 돌아보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황용에게 했던 것처럼 편한 말투로)
"염자야, 도화도는 황 도주의 기문진법 때문에 아주 위험한 곳이라고 들었어. 게다가 험한 바닷길을 가는 것도 여인의 몸으로는 힘들 테니, 너는 우선 이곳 가흥에 머물면서 나를 기다려 주는 것이 좋겠다. 내가 안전하고 편안한 거처를 마련해 줄 테니, 그곳에서 몸을 추스르며 지내고 있으면 내가 도화도 일을 마치고 최대한 빨리 돌아와 너를 데리러 오마."
목염자는 형인과 잠시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금세 눈가가 촉촉해졌지만, 그의 말이 자신을 위한 배려라고 생각했고, 그의 결정이라면 무엇이든 따르기로 마음먹었기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미 형인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몸과 마음이 되어 있었다.
며칠 뒤, 형인은 목염자를 위해 가흥성 내에서도 가장 안전하고 조용한 곳에 아담한 거처를 마련해주고, 믿을 만한 하인까지 두어 그녀가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했다. 그리고 마침내, 곽정, 황용과 함께 주산(舟山)으로 가서 튼튼한 배 한 척을 빌려, 동쪽 바다 멀리 신비의 섬 도화도(桃花島)를 향한 마지막 여정을 시작했다.
배가 푸른 파도를 가르며 망망대해로 나아가는 동안, 형인의 마음속에는 드디어 만나게 될 주백통과 구음진경, 황약사와의 관계 개선, 그리고 무엇보다 황용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 달콤한 계략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제 23화: 노완동과의 만남, 완성되는 경전
며칠간의 순조로운 항해 끝에, 마침내 신비의 섬 도화도(桃花島)가 안개 속에서 그 황홀한 모습을 드러냈다. 섬 전체가 마치 분홍빛 구름에 휩싸인 듯 만개한 복사꽃으로 뒤덮여 있었고, 공기 중에는 달콤한 꽃향기와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뒤섞여 정신을 아득하게 만들었다.
"와, 드디어 집에 왔다! 아버지!"
배가 섬 기슭의 숨겨진 나루터에 닿자마자, 황용은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기쁨과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을 참지 못하고 마치 한 마리 꽃잎처럼 가볍게 뭍으로 뛰어내렸다.
"아버지! 용이가 돌아왔어요!"
그녀는 형인과 곽정을 돌아볼 겨를도 없이, 익숙하고 복잡하게 얽힌 복숭아나무 숲길을 따라 섬 안쪽 깊숙한 곳으로 쏜살같이 달려가 버렸다.
"용아, 같이 가야지!"
곽정이 뒤늦게 그녀를 불렀지만, 이미 황용의 모습은 아름답지만 어지럽게 얽힌 복숭아나무 숲 사이로 흔적도 없이 사라진 뒤였다.
"곽 형, 너무 서두르지 말게. 이곳 도화도는 천하의 기문진법(奇門陣法)으로 이루어져 있어 함부로 움직였다가는 길을 잃고 평생 헤매게 될 수도 있네."
형인이 곽정의 팔을 붙잡으며 침착하게 만류했다. 그는 원작의 내용을 통해 이 기묘하고 아름다운 복숭아 숲 어딘가에 천하의 기인(奇人)이자 말썽꾸러기인 노완동(老頑童) 주백통(周伯通)이 갇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황용을 놓친 것은 아쉬웠지만, 주백통과의 만남이라는 더 크고 결정적인 기연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그의 입가에는 은밀하고도 기대감에 찬 미소가 번졌다.
하지만 그런 형인의 속내를 알 리 없는 순박한 곽정은 그저 길을 잃고 황용과 헤어졌다는 사실에 안절부절못하며 걱정만 하고 있었다.
"하지만 용이가 혼자 깊숙이 들어가 버렸는데… 혹시 저 진법에 걸려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나?"
"걱정 말게, 곽 형. 이곳은 황 도주의 영역이고 용이는 이곳 지리에 익숙하니 절대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 걸세. 분명 곧 우리를 데리러 사람을 보내거나 직접 올 거야."
형인이 태연하게 곽정을 달래며 주변의 기묘한 복숭아나무들을 둘러보는 척 시간을 끌었다. 그의 예상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어디선가 청아하면서도 기이하게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퉁소 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오기 시작했다. 마치 하늘의 선녀가 구름 위에서 춤을 추는 듯 아름답게 들리면서도, 듣는 이의 마음 깊은 곳을 파고들어 홀리고 정신을 아득하게 만드는 불가사의한 마력(魔力)이 깃든 소리. 바로 동사 황약사의 필생 절기 중 하나인 벽해조생곡(碧海潮生曲), 일명 천마무곡(天魔舞曲)이었다.
"어? 이게 무슨 아름다운 소리지?"
곽정은 퉁소 소리에 넋을 잃고 귀를 기울였다. 원작에서보다 내공의 경지가 현저히 낮은 그는, 이 아름답지만 치명적인 퉁소 소리의 마력에 금세 매료되어 정신을 빼앗기기 시작했다. 그의 눈빛이 점차 초점을 잃고 흐려지더니, 자신도 모르게 몸을 흐느적거리며 퉁소 소리의 기묘한 장단에 맞춰 우스꽝스러운 춤사위를 펼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형인은 달랐다. 그는 이미 구음진경(九陰眞經)의 심오한 내공심법 일부를 익혔고, 백년설삼과 보물 뱀의 피로 그 내공의 깊이는 이미 강호의 일류 고수 반열에 들어선 상태였다. 퉁소 소리가 그의 정신을 어지럽히려 하자, 그는 즉시 단전의 구음 내공을 운행하여 심신(心神)을 가다듬고 정신을 집중했다. 그의 굳건한 정신력과 상상을 초월하는 심후한 내공 앞에서는 천하의 황약사가 직접 연주하는 천마무곡조차 마음대로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형인은 춤을 추며 점점 광기에 빠져드는 곽정을 잠시 측은하게 바라보다가, 그의 등 뒤로 다가가 목덜미 아래 수혈(兪穴)을 정확하고 빠르게 짚었다. 곽정은 '윽'하는 짧은 신음과 함께 그 자리에 쓰러져 깊은 잠에 빠졌다.
형인은 잠든 곽정을 안전한 복숭아나무 아래 눕혀두고, 퉁소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과 함께 미약하게 느껴지는 또 다른 기척 – 불안정하고 거칠지만 분명 엄청나게 강력한 고수의 기척 – 을 따라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복숭아나무 숲 깊숙한 곳, 그는 마침내 동굴 입구에 이르렀다. 그곳에는 백발에 흰 수염을 가슴까지 길게 늘어뜨린 기이한 풍모의 노인이 괴로운 듯 머리를 감싸 쥐고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그는 퉁소 소리에 맞춰 몸을 뒤틀고 짐승 같은 괴성을 지르며 힘겹게 저항하고 있었다. 천하의 말썽꾸러기, 노완동 주백통이었다!
"정신 차리시오, 노선배님!"
형인은 주백통에게 다가가며 큰 소리로 외쳤다. 그는 마치 전진교의 구급법을 사용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주백통의 등 뒤로 접근하여, 마옥(馬鈺) 도장에게 배웠던 대로 그의 목 뒤 급소인 대추혈(大椎穴)을 손가락 끝으로 강하게 두드렸다.
"크헉!"
주백통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격렬하게 몸을 떨더니, 이내 정신을 차린 듯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동시에 그를 괴롭히던 퉁소 소리도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뚝 그쳤다. 아마 황약사가 그의 상태가 안정된 것을 확인하고 연주를 멈춘 모양이었다.
천마무곡의 고통에서 벗어난 주백통은 자신을 도와준 낯선 젊은이와 그 옆에 곤히 잠들어 있는 곽정을 신기하다는 듯 번갈아 바라보았다.
"허허, 젊은이. 자네는 뉘신데 이 위험한 곳에서 멀쩡하며, 또 이 늙은이를 도와준 게냐? 그리고 저 친구는 왜 저리 정신을 잃고 잠들어 있는 게고?"
"저는 형인이라 합니다. 저 친구는 곽정이라 하는데, 황 도주의 퉁소 소리에 정신을 잃어 잠시 재워두었습니다. 노선배님께서도 몹시 힘들어하시는 것 같아 미력하나마 아는 대로 혈도를 짚어 드렸습니다. 예전에 우연히 전진교의 마옥 도장께 잠시 배운 응급 처치법입니다."
형인은 능청스럽고 공손하게 둘러댔다. 주백통은 '전진교', '마옥'이라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호라! 네가 마옥 그 고지식한 녀석에게 무공을 배웠단 말이냐? 그런데 어찌하여 황약사 그 고약한 늙은이의 퉁소 소리를 이리 멀쩡하게 견뎌냈지? 게다가 네놈의 내력을 보니 전진교의 것 같으면서도 뭔가 좀 다른 것이… 허허, 이거 아주 재미있는 녀석이로구나! 내공이 제법 깊은 걸!"
주백통은 어린아이처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형인을 위아래로 뜯어보며, 갑자기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어디, 네 내력이 정말 얼마나 대단한지 이 늙은이가 직접 한번 시험해 봐야겠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백통의 손바닥이 마치 장난치듯, 그러나 번개처럼 빠르게 형인의 가슴을 향해 휙 날아왔다. 그의 손바닥에서는 아무런 위협적인 기세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형인은 그 안에 숨겨진, 산을 움직일 듯한 엄청난 내공의 압력을 즉시 감지했다. 그는 속으로 경악했지만 겉으로는 태연하게 홍칠공에게 배운 항룡십팔장의 초식 '견룡재전(見龍在田)'으로 맞받아쳤다. 동시에 구음진경의 내공을 몸 안에 깊숙이 숨기고 교묘하게 운용하여 자신의 진정한 실력이 드러나지 않도록 주의했다.
퍽! 두 사람의 손바닥이 가볍게 부딪쳤지만, 주변의 공기가 휘몰아칠 정도의 둔탁한 충격음이 울렸다. 주백통은 형인이 자신의 장력을 정면으로 받아내고도 멀쩡하자 더욱 놀란 표정을 지었다.
"허허, 이거 정말 놀랍구나! 전진교의 현문 정종 내공에다 홍칠공 그 식탐 많은 거지 영감의 강룡장까지 익혔다니! 이야, 너 정말 보통 녀석이 아니로구나! 대체 정체가 뭐냐?"
형인은 그저 겸손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우연한 기회가 닿아 두 분께 약간의 가르침을 받았을 뿐입니다."
주백통은 형인의 뛰어난 무공과 솔직하고 쾌활해 보이는 태도(물론 완벽한 연기였지만)에 큰 흥미와 호감을 느꼈다. 그는 잠시 진지하게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내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으며 엉뚱한 제안을 했다.
"얘, 형인이 너! 너 아주 마음에 드는구나! 너 나랑 의형제 맺을 생각 없느냐? 내가 이곳에 15년이나 갇혀 있어서 너무너무 심심해 죽겠는데, 너처럼 재미있는 아우가 있다면 정말 신날 것 같구나!"
형인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드디어 곽정에게 돌아갔어야 할 가장 큰 기연 중 하나인 주백통과의 의형제 관계마저 자신이 완벽하게 가로채게 된 것이다!
"저야말로 영광입니다, 형님!"
형인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환한 미소로 그의 제안을 덥석 받아들였다. 주백통은 마치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뻐하며 형인의 어깨를 퍽퍽 쳤다.
"하하하! 좋다, 좋아! 이제부터 너는 내 의동생이다! 형님이라고 불러야 한다, 알았지?"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하늘을 향해 절하며 간략하게 의형제의 예를 올렸다. 형인은 주백통과 의형제가 된 후, 자연스럽게 그의 신뢰를 얻고 그에게서 천하오절이 화산논검(華山論劍)을 통해 《구음진경》이라는 무공 비급을 걸고 다투었던 이야기, 사형인 왕중양 진인이 경서를 얻었으나 아무도 익히지 못하게 했던 이야기, 그리고 자신이 황약사 부부에게 속아 구음진경 하권을 빼앗기고 이곳 도화도에 갇히게 된 기구한 사연 등을 모두 전해 들었다.
주백통은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그리고 새로 얻은 총명한 의동생에 대한 호의로 자신이 오랜 세월 동안 창안한 기묘하고 심오한 권법인 칠십이로 공명권(空明拳)과 좌우 양손으로 각기 다른 무공을 동시에 펼치는 불가사의한 기예인 쌍수호박(雙手互搏)의 비결을 형인에게 아낌없이 전수해주었다. 형인은 그의 기발하고 예측 불가능한 무공에 감탄하며 놀라운 속도로 습득해 나갔다.
며칠 후, 형인은 주백통에게 무심한 척하며 매초풍에게서 얻었던 구음진경 하권의 내용이 범어로 음차되어 적힌 양피지 조각을 건넸다. (그는 이것이 구음진경 하권의 일부임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했다.)
"형님, 제가 예전에 우연히 기이한 물건을 하나 얻었는데, 아무리 봐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형님께서는 이게 무엇인지 아시는지요?"
주백통은 그 양피지 조각을 받아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것은 틀림없이 자신이 황약사의 아내에게 속아 넘겨주었던 《구음진경》 하권의 일부, 그것도 범어로 음차된 가장 핵심적인 총강(總綱) 부분이었다! 그는 형인이 이것을 어디서 얻었는지 캐물었지만, 형인은 그저 우연히 죽은 괴이한 여인(매초풍을 암시)에게서 얻었다고 둘러댔다.
주백통은 형인이 건넨 하권 조각과 자신이 15년간 지켜온 상권을 맞춰보며 흥분했다. 그는 황약사에 대한 복수심과 곽정/형인에 대한 장난기가 발동하여, 형인에게 구음진경 상권의 내용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는 이것이 천하의 기공인 구음진경이라고 밝히지 않고, 그저 "이것은 우리 전진교의 시조 왕중양 진인께서 남기신 심오한 도가 경문(經文)일 뿐이다. 무공과는 아무 상관없는 따분한 글이니, 심심하면 한번 읽어보아라. 네가 총명하니 혹시 무슨 뜻인지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지."라고 속이며 건네주었다.
형인은 그가 건넨 두루마리를 받아 들고는 일부러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형님, 이 경문은 정말 심오하고 어렵군요. 무공 같지도 않고… 무슨 뜻인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속으로는 터져 나오는 환희를 감추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드디어! 마침내 천하제일의 무공 비급 《구음진경》 상하권의 모든 내용을 손에 넣게 된 것이다! 그는 주백통 앞에서는 어설프게 공명권과 쌍수호박을 연마하는 척했지만, 밤에는 몰래 주백통에게 받은 상권의 내용과 자신이 이미 알고 있던 하권의 내용을 통합하여 익히기 시작했다. 그의 몸 안에서는 구음진경의 심오한 기운과 백년설삼, 보물 뱀의 영기, 그리고 전진 내공과 항룡십팔장의 강맹함이 뒤섞여 가공할 만한 속도로 새로운 차원의 무공 경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동안 아무것도 모르는 곽정은 깊은 잠에서 깨어난 후, 주백통이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전진교의 기초적인(?) 도가 수련법 몇 가지를 배우며 자신의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땀 흘리고 있었다. 그는 그것이 사실은 구음진경의 일부 요결이라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그저 주백통의 장난감이자 시간 때우기 상대로 전락하고 있었다.
이렇게 도화도에서의 시간은 형인의 치밀한 계획 아래 흘러가고 있었고, 본래 곽정에게 주어져야 할 모든 영광과 기연은 하나씩, 하나씩 형인의 손아귀로 완벽하게 넘어가고 있었다.
제 24화: 도화도의 이방인, 빙정(氷晶)의 기연
주백통과의 기연은 형인의 무공을 새로운 경지로 끌어올렸다. 그는 마침내 천하의 기공인 《구음진경(九陰眞經)》 상하권의 모든 비밀을 손에 넣었고, 밤마다 주백통과 곽정의 눈을 피해 은밀하게 그 심오한 오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백년설삼과 보물 뱀의 영기, 그리고 구음진경의 현묘한 기운이 그의 단전 안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그의 내공은 이미 강호의 젊은 고수라는 칭호를 넘어 천하오절(天下五絶)의 경지를 넘보고 있었다. 여기에 항룡십팔장(降龍十八掌), 공명권(空明拳), 쌍수호박(雙手互搏), 만천화우척금침(滿天花雨擲金針) 등 각종 절기들이 더해져, 그의 실력은 가히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강해졌지만, 그는 이 사실을 교묘하게 숨겼다.
도화도(桃花島)의 기문진법(奇門陣法) 또한 더 이상 그에게 비밀이 아니었다. 원작의 지식과 구음진경을 통해 얻은 천지 자연의 이치에 대한 깊은 이해는 그로 하여금 복잡하게 얽힌 진법의 생문(生門)과 사문(死門)을 꿰뚫어 볼 수 있게 했다. 그는 원한다면 언제든 주백통의 동굴을 벗어나 섬을 자유롭게 활보하거나 황용을 찾아 나설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움직일 때가 아니었다. 그는 더 큰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 깊은 밤, 주백통의 동굴 근처 복숭아나무 아래에서 운기조식을 하던 형인의 예민한 기감(氣感)에 낯선 기척 두 개가 잡혔다. 여인들의 기척이었다. 그녀들은 도화도의 복잡한 진법에 완전히 갇혀 길을 잃고 같은 자리를 맴돌며 헤매고 있는 듯했다. 무공 수준은 그리 높지 않았지만, 기척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중원의 여인들과는 확연히 다른, 이국적이고 어딘지 모르게 인위적으로 훈련된 듯한 느낌을 풍겼다.
'이 시기에 도화도에 들어와 길을 잃은 이국의 여인들이라… 설마?' 형인의 뇌리에 원작의 한 장면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구양봉과 구양극이 황용과의 혼사를 위해 황약사에게 보낼 선물을 가지고 온 백타산의 시녀들이 아닌가?' 원작의 흐름대로라면 지금쯤 황약사는 내심 구양극을 사위 후보로 고려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형인은 그들의 혼사가 성사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황용은 오직 자신의 것이어야 했다. 그는 그 선물이 황약사에게 전달되는 것을 막아야 했고, 가능하다면… 그 값비싼 선물과 함께, 선물을 운반해 온 이 아름다운 '배달부'들까지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형인은 곤히 잠든 주백통과 곽정을 동굴에 남겨두고, 한 줄기 그림자처럼 소리 없이 어둠 속으로 몸을 날렸다. 그는 마치 자신도 진법에 갇혀 헤매는 척하며, 일부러 비틀거리고 방향을 잃은 듯 연기하며 두 여인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접근했다. 과연, 달빛이 비치는 복숭아나무 숲 속 공터에서 길을 잃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두 명의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 서로를 의지한 채 불안하게 서성이고 있었다.
형인은 어둠 속에서 숨을 죽이고 그녀들의 모습을 찬찬히 감상했다. 그의 심장이 강하게 뛰기 시작했다. 그녀들은 중원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숨 막힐 듯 강렬하고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한 명은 마치 타오르는 불꽃처럼 선명한 붉은 색 머리카락에 깊고 신비로운 에메랄드빛 눈동자를 가졌고, 다른 한 명은 햇살을 녹여 만든 듯 눈부신 금발에 깊은 바다처럼 푸른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마치 서역에서 온 살아있는 보석 인형처럼 정교하고 비현실적인 외모였다. 눈처럼 새하얀 피부와 오뚝하게 솟은 콧날, 앵두처럼 붉고 도톰한 입술은 강렬한 색채 대비를 이루며 보는 이의 넋을 빼앗았다.
더욱 형인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그녀들의 몸매였다. 몸의 곡선을 조금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는, 속이 아슬아슬하게 비치는 듯한 얇고 화려한 서역식 비단 옷(망사 의상)은 그녀들의 풍만하고 육감적인 몸매를 노골적으로 강조하고 있었다. 터질 듯이 풍만하게 솟아오른 젖가슴과 믿을 수 없을 만큼 잘록한 허리, 그리고 관능적으로 풍성하게 벌어진 엉덩이와 매끈하게 쭉 뻗은 다리는 남자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을 강렬하게 자극했다. 그녀들에게서는 짙은 꽃향기와 함께, 달콤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위험한, 낯선 향신료 같은 독특한 체향이 풍겨 나왔다.
"두 분께서는 길을 잃으셨습니까?"
형인이 마치 우연히 지나가다 마주친 것처럼, 더없이 부드럽고 염려하는 듯한 목소리로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다가갔다. 그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두 여인은 흠칫 놀라며 본능적으로 경계하는 자세를 취했지만, 이내 달빛 아래 드러난 그의 압도적으로 수려한 외모와 귀티 나는 풍모에 넋을 잃은 듯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자신들이 그동안 섬겨왔던 음흉한 구양봉이나 호색한 구양극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신선과도 같은, 완벽한 미남자였다. 게다가 그의 몸에서는 은은하게 풍겨 나오는 강력하고 매력적인 남성적 기운과 숨겨진 강함이 그녀들의 여성적인 본능을 강하게 자극했다. 그녀들의 푸른 눈동자에 경계심 대신 호기심과 함께 은밀한 흥분이 서서히 감돌기 시작했다.
"네… 저희는 서역에서 온 길손인데, 이곳 섬의 지리를 잘 몰라 그만 길을 잃었습니다. 공자께서도 혹시 길을 잃으신 건가요?" 금발 미녀가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낭랑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렇습니다. 저 역시 일행과 헤어져 이 기묘한 진법 속에서 길을 찾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우리 함께 길을 찾아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서로 의지하면 더 안전할 듯합니다."
형인은 더없이 순수하고 선량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제안했다. 두 여인은 기다렸다는 듯이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형인은 그녀들을 안심시키며 앞장서서 길을 안내하는 척했다. 하지만 그는 일부러 더욱 복잡하고 외진 길을 따라, 황약사의 감시가 결코 미치지 않을 만한 도화도의 가장 후미진 곳 – 파도 소리만이 들리는 외딴 해변가의 숨겨진 동굴 – 로 그녀들을 은밀히 이끌었다.
동굴 안에 들어서자마자, 두 여인은 마치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피곤하다는 기색을 보이며 잠시 쉬어가자고 제안했다. 그녀들의 에메랄드빛과 사파이어빛 눈동자에는 형인을 향한 숨길 수 없는 유혹의 빛과 노골적인 욕망이 대담하게 어려 있었다. 그녀들은 본래 구양봉 부자의 변태적인 성욕을 만족시키기 위해 서역 각지에서 구해온 '특별한' 존재들이었다. 남자를 황홀경에 빠뜨리는 온갖 기기묘묘한 방중술(房中術)과 봉사 기술을 혹독하게 훈련받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도화도행을 앞두고 황약사의 의심을 피하려는 구양봉의 지시 때문에 아직 경험이 없는 처녀의 몸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들은 자신들을 소유물 취급했던 구양 부자에게는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눈앞의 이 완벽하고 강력한 미남자를 보자마자, 그를 자신들의 진정한 주인으로 섬기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에 사로잡혔다. 그녀들은 자신들이 평생 동안 배우고 연마한 모든 기술과 매력을 총동원하여 오늘 밤, 그를 완전히 사로잡기로 은밀히 결심했다.
"공자님, 낯선 곳에서 길을 잃어 얼마나 놀라고 피곤하셨습니까? 저희가 서역에서 가져온 특별한 차를 준비했습니다. 귀한 약초로 정성껏 달인 것인데, 기운을 북돋아주고 심신을 편안하게 해주는 효능이 있답니다. 부디 한 잔 드시고 잠시 피로를 푸십시오."
불타는 듯한 붉은 머리의 미녀가 요염한 교태를 부리며 향긋한 김이 피어오르는 찻잔을 따라 형인에게 공손히 건넸다. 형인은 그녀의 눈빛과 몸짓에 담긴 농염한 의도를 단번에 읽었지만, 호기심과 함께 그들이 준비한 것이 과연 무엇인지 직접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에 잔을 받아 망설임 없이 단숨에 들이켰다. 차는 꿀처럼 달콤하면서도 혀끝을 짜릿하게 자극하는 묘한 향과 맛이 있었다. 잠시 후, 형인은 온몸의 감각이 면도날처럼 예민하게 증폭되고, 단전 깊숙한 곳으로부터 뜨겁고 강력한 열기가 솟아오르며 눈앞의 두 아름다운 이국적인 미녀들을 미친 듯이 갈망하게 되는 것을 느꼈다.
'이것은… 단순한 미약(媚藥)이나 독이 아니군. 온몸의 감각을 극도로 예민하게 만들고, 남녀 간의 정욕과 쾌락을 수십 배로 증폭시키는 종류의 약초인가… 이것이 바로 서역에서만 난다는 전설의 열락초(悅樂草)로구나.' 영지상인의 보물 뱀 피 덕분에 백독불침(百毒不侵)의 몸이 된 그였지만, 열락초는 독이 아니라 인간의 본능적인 감각과 욕망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식물이었기에 그에게도 효과가 나타난 것이었다. 그의 아랫도리가 강철처럼 단단하게 부풀어 올라 옷 위로도 그 윤곽이 확연히 드러났다.
두 미녀는 그의 급격한 변화를 놓치지 않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교환하며 더욱 대담하고 적극적으로 다가왔다. 그녀들은 입고 있던, 몸의 곡선을 그대로 드러내는 얇은 서역식 비단 옷을 주저 없이 벗어 던졌다. 동굴 안 희미한 달빛 아래 드러난 그녀들의 나신은 완벽한 황금 비율을 자랑했고, 눈처럼 새하얀 피부와 터질 듯이 풍만한 젖가슴, 믿을 수 없을 만큼 잘록한 허리와 풍성하게 솟아오른 엉덩이는 마치 살아 숨 쉬는 관능적인 조각상처럼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뽐냈다.
"주인님, 저희가 황홀경으로 모시겠습니다…"
금발 미녀가 뜨거운 숨결로 속삭이며 그의 입술에 깊고 진하게 입을 맞추었고, 붉은 머리 미녀는 그의 발치에 무릎을 꿇고 그의 거대하게 부풀어 오른 중심부를 경배하듯 두 손으로 소중히 감싸 쥐었다. 그녀들은 형인이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서역 비전(秘傳)의 기기묘묘하고 농밀하며 외설적인 방중술(房中術)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것은 형인에게 있어 생애 첫 경험이었다. 한 여인이 아닌, 두 명의 아름다운 여인과 동시에 몸을 섞는다는 것은 그의 흥분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두 여인은 마치 오랫동안 합을 맞춰온 것처럼 완벽하게 호흡을 맞추며 형인을 공략했다. 금발 미녀가 그의 위에서 뜨겁게 입을 맞추고 그의 가슴을 애무하는 동안, 붉은 머리 미녀는 그의 앞에 엎드려 그의 단단한 기둥을 뜨겁고 부드러운 입으로 집어삼켰다. 때로는 두 여인이 위치를 바꿔, 한 여인이 그의 것을 입에 물고 봉사하는 동안 다른 여인이 그의 뒤에서 엉덩이를 애무하거나 그의 회음부를 혀로 자극하기도 했다. 그들의 부드럽고 뜨거운 혀와 입술은 그의 중심부를 번갈아 가며, 혹은 동시에 자극하며 미끄럽게 만들었고, 그들의 섬세하고도 대담한 손길은 그의 몸 구석구석, 가장 민감하고 숨겨진 성감대들을 정확히 찾아내어 쾌락의 불길을 걷잡을 수 없이 지폈다.
형인은 난생처음 경험하는, 동시에 두 여인에게서 받는 극한의 자극과 쾌락에 정신을 차리기 어려웠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런 상황을 더없이 반기고 즐기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수동적으로 그녀들의 봉사를 받기만 하지 않았다. 두 미녀의 적극적인 유혹에 더욱 격렬하게 응하며, 금발과 붉은 머리의 육감적인 몸매를 가진 아름다운 서역 인형 같은 그녀들을 번갈아 자신의 아래에 눕히고 거칠고 깊숙하게 탐닉하기 시작했다.
열락초의 효과로 인해 그의 감각은 평소의 수십 배 이상으로 예민해져 있었고, 그녀들의 몸짓 하나하나, 뜨거운 숨결, 교태로운 신음 소리 하나하나가 그의 흥분을 더욱 미친 듯이 증폭시켰다. 놀라운 것은 두 여인의 기술이었다. 형인이 절정에 달해 사정(射精)하려고 할 때마다, 한 여인이 그의 회음부 근처, 사정을 조절하는 혈도를 손가락으로 강하게 눌러 그의 폭발을 막았다. 잠시 그의 흥분이 가라앉으면, 그녀들은 다시 그의 몸을 애무하고 자극하여 쾌락의 불길을 되살렸다. 이런 과정이 몇 번이고 반복되자, 형인은 죽을 것 같은 극한의 쾌락 속에서 몸부림쳤다.
마침내 형인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폭발하려 하자, 두 여인은 그의 앞에 나란히 무릎을 꿇고 그의 분출을 기다렸다. 형인은 두 미녀의 아름다운 얼굴 위에 자신의 뜨겁고 진한 정수를 아낌없이 쏟아냈다. 하지만 그의 욕망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두 여인을 다시 자신의 아래에 눕히고, 번갈아 가며, 때로는 두 개의 구멍에 동시에 자신의 것을 밀어 넣고 격렬하게 허리를 움직였다. 동굴 안은 세 사람의 거친 숨소리와 살이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끊이지 않는 교성과 신음, 애원으로 가득 찼다. 형인은 그녀들의 몸 안을 자신의 것으로 가득 채우고 또 채웠으며, 마침내 그녀들의 내부에서 그의 정액이 감당하지 못하고 철철 흘러 넘쳐 허벅지를 적실 때까지 몇 번이고 만족할 줄 모르는 사정을 반복했다.
밤새도록 이어진 격렬하고도 황홀한 정사가 끝나고 동이 틀 무렵, 두 서역 미녀는 형인의 품 안에서 기진맥진하여 잠들어 있었다. 그녀들의 눈빛에는 이제 오직 형인을 향한 맹목적인 충성과 숭배, 그리고 그를 만족시켰다는 희열만이 가득했다. 구양봉과 구양극은 이미 그녀들의 기억 속에서 먼지처럼 사라진 존재가 되어 있었다.
"주인님… 저희가 가져온 선물이 있습니다. 본래 황약사라는 자에게 전해질 물건이었으나, 이제 마땅한 주인을 만났으니 부디 거두어 주십시오."
정신을 차린 두 여인은 조심스럽게 비단 보자기에 싸인 상자 하나를 가져와 형인에게 공손히 바쳤다. 상자 안에는 차가운 냉기가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가운데, 영롱하게 빛나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투명한 얼음 결정체가 놓여 있었다.
"이것은 북해(北海) 가장 깊은 곳, 만년빙(萬年氷) 속에서만 아주 드물게 생성된다는 만년빙정(萬年氷晶)입니다. 천지의 극한의 한기(寒氣)와 순수한 정수(精髓)가 수만 년 동안 응결된 귀하디 귀한 보물이지요."
형인은 빙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순수하면서도 압도적으로 강력한 냉기(冷氣)를 느끼고 눈을 빛냈다. 이것은 단순한 보물이 아니었다! 내공 수련에 있어 상상을 초월하는 도움을 줄 수 있는, 천재지보(天才地寶) 중의 천재지보였다! 그는 망설임 없이 빙정을 집어 들어 차가움에 아랑곳하지 않고 입안에 넣고 삼켰다.
꿀꺽. 빙정이 식도를 넘어가는 순간, 극한의 한기가 마치 수만 개의 얼음 바늘처럼 온몸의 혈맥을 꿰뚫는 듯한 격렬한 고통이 밀려왔다. 동시에 빙정에 응축된 순수하고 방대한 기운이 그의 단전으로 마치 거대한 빙하가 쏟아져 들어오듯 밀려들었다. 그의 몸 안에서 용암처럼 뜨거운 구음진경의 내공과 빙산처럼 차가운 빙정의 기운이 격렬하게 충돌하며 거대한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형인은 이를 악물고 즉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구음진경의 현묘한 이치에 따라 두 상반된 기운을 조화시키고 융합시키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반나절이 꼬박 지난 후, 마침내 두 개의 거대한 기운이 그의 단전 안에서 완벽한 태극(太極)의 형상을 이루며 음양(陰陽)의 조화를 이루고 하나로 융합되었을 때, 형인은 자신의 내공이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더욱 깊고 정순하며 강력한 경지에 이르렀음을 직감했다. 만년빙정의 영기는 그의 내공을 최소 십 년 치 이상, 어쩌면 그 이상으로 비약적으로 증진시켜 준 것이다!
이제 그의 내공과 무공은 명실상부하게 천하오절(天下五絶)의 경지에 필적하거나, 어쩌면 그들을 능가할지도 모르는 수준에 도달한 것이었다! 형인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새로운 '시녀'가 된 두 아름다운 서역 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야망은 이제 단순히 강호를 넘어, 천하를 향해 더욱 거대하게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주말이라 최대한 많이 올려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