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사조영웅전 14-15화
제 14화: 이별 전야, 깊어지는 낙인과 욕망
형인이 황용을 '친구'라 칭하며 감싸고 나서자, 강남 육괴의 기세도 한풀 꺾였다. 비록 황약사의 딸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지만, 형인의 단호한 태도와 그간 보여준 비범한 성장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가진악은 마지못해 헛기침을 하며 경고했다.
"흥! 친구라니 어쩔 수 없구나. 다만 저 아이는 마두의 딸이니, 행실을 각별히 조심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황용과의 갈등은 일단 봉합되었다. 강남 육괴는 곽정과 형인이 이제 스스로 강호의 경험을 쌓아야 한다며, 각자 남쪽으로 향하다 중추절에 가흥(嘉興)의 연우루(煙雨樓)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먼저 길을 떠났다.
곽정, 형인, 황용, 그리고 이제 형인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게 된 목염자는 며칠 더 중도(中都)에 머물며 남쪽으로 떠날 여정을 준비하기로 했다. 곽정은 필요한 물품을 사기 위해 분주했고, 황용은 여전히 속내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객잔 주변을 맴돌았으며, 목염자는 조용히 형인의 곁을 지켰다. 형인에게는 이 며칠이, 몽골을 떠나기 전 그랬던 것처럼, 중도에서 맺은 관계들을 확실히 다지고 떠날 수 있는 절호의 시간이었다.
왕비의 헌신, 농염한 봉사
깊은 밤, 형인은 다시 조왕부의 높은 담을 그림자처럼 넘었다. 포석약은 이미 그를 위해 몸단장을 마치고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형인이 창문을 통해 그녀의 침소로 들어서자, 그녀는 화색이 만연한 얼굴로 달려와 그의 품에 안겼다.
"상공(相公)…! 오셨군요. 혹여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고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릅니다."
그녀는 이제 형인을 완전한 자신의 남자로 여기며 '상공'이라 불렀고, 그녀의 눈빛에는 연모와 함께 그를 향한 깊은 소유욕마저 어려 있었다. 형인은 그런 그녀의 변화에 만족하며, 그녀의 붉은 입술을 탐했다. 한참 동안의 뜨거운 입맞춤 후, 포석약은 형인을 침상으로 이끌었다.
"상공, 오늘은 제가 특별한 것을 준비했습니다."
그녀는 왕실 내탕고에서나 구할 수 있다는, 진귀한 꽃과 약재로 만든 최고급 서역 향유(香油)를 가져왔다. 뚜껑을 열자, 달콤하면서도 정신을 아득하게 만드는 농염한 향기가 방 안에 가득 퍼졌다. 포석약은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비단 속옷을 벗어 던지고, 형인의 옷도 마저 벗겨냈다. 그리고는 향유를 아낌없이 자신의 매끄러운 몸과 형인의 단단한 나신에 듬뿍 바르기 시작했다.
"이 향유는 몸을 따뜻하게 하고, 사내의 양기(陽氣)를 북돋아 준다고 합니다."
그녀는 속삭이며, 향유가 발라져 미끈거리는 자신의 풍만하고 부드러운 몸을 형인의 몸에 밀착시키고 부드럽게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탄력 넘치는 가슴이 그의 가슴팍을, 부드러운 배가 그의 복근을, 매끈한 허벅지가 그의 허벅지를 미끄러지듯 오가며 마찰했다. 이것은 그녀가 형인만을 위해 고안한, 지극히 관능적이고 황홀한 '몸 마사지'였다. 미끈거리는 살결이 서로 얽히고 비벼질 때마다 발생하는 열기와 마찰, 그리고 코를 찌르는 농염한 향기는 형인을 극한의 쾌락 속으로 몰아넣었다.
"하아… 아… 포 부인… 당신의 이런 모습은… 정말… 견딜 수가 없군…"
형인은 끊어질 듯한 신음과 함께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녀의 허리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그는 그녀의 정성스러운 봉사에 보답이라도 하듯, 미친 듯이 그녀의 온몸 구석구석에 자신의 뜨거운 입술 자국을 붉은 꽃잎처럼 새겨 넣었다. 그녀의 희고 고운 목덜미, 탐스럽게 부푼 젖가슴, 잘록한 허리, 풍만한 둔부, 심지어 그녀의 가장 은밀한 곳까지 그의 격렬한 애무의 흔적이 남았다.
그리고 형인의 탐욕스러운 손길은 마침내 누구도 허락되지 않았던 마지막 금단의 영역으로 향했다. 그는 부드럽게 그녀의 엉덩이 골 사이, 굳게 닫혀 있던 은밀한 뒷문을 어루만졌다. 포석약은 수치심과 함께 느껴지는 생경한 자극에 몸을 움찔했지만, 이미 형인에게 모든 것을 허락한 그녀는 그의 손길을 거부하지 못했다. 형인은 향유를 듬뿍 묻힌 손가락으로 그녀의 굳게 닫힌 입구를 부드럽게 문지르고, 마침내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그 안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흐읏…! 아… 상공… 거, 거기는…!"
그녀의 애원 섞인 신음에도 형인의 손가락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부드러우면서도 집요하게 그녀의 내벽을 탐색하고, 새로운 길을 열어가며 그녀에게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쾌락과 완전한 복종의 감각을 각인시켰다. 포석약은 결국 그 낯설고도 강렬한 자극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며, 형인의 손길에 온전히 몸을 맡긴 채 격렬한 경련과 함께 의식마저 아득해지는 절정을 맞이했다.
형인은 그녀와의 마지막 밤이 될지도 모르는 이 시간을 후회 없이 불태웠다. "나는 잠시 남쪽으로 떠나지만, 반드시 그대를 다시 찾아올 것이오. 그러니 나를 기다리며 그 아름다움을 더욱 가꾸시오." 그는 그녀에게 달콤한 약속을 속삭이며, 그녀의 몸과 영혼 깊숙한 곳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자신의 낙인을 새겼다.
요녀의 유희, 발끝의 절정
다음 날 밤, 형인은 매초풍에게만 알린 비밀 신호를 이용해 그녀를 객잔 근처의 외딴 폐가로 불러냈다. 어둠 속에서 나타난 그녀의 모습은 형인의 감탄을 자아냈다. 그녀는 더 이상 몽골 초원의 음산한 마녀가 아니었다. 형인을 만나기 위해 온 정성을 다해 자신을 가꾼 그녀는, 검은 비단 능삼을 입고 머리를 단정히 올려 꽂은 채, 마치 중원 최고의 기루에서 막 걸어 나온 듯한 퇴폐적이면서도 서늘하고, 동시에 기묘하게 청초한 분위기마저 풍겼다. 짙은 화장은 그녀의 창백한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했고, 눈빛에는 형인을 향한 숨길 수 없는 열망과 집착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형인… 나를 불렀느냐? 너를 기다리느라 애가 탔단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가우면서도 꿀처럼 달콤했다. 형인이 침상에 걸터앉자, 매초풍은 요염하게 미소 지으며 신발을 벗고 그녀의 희고 가느다란 발을 드러냈다. 그녀는 침상 위로 사뿐히 올라서서, 마치 고고한 학처럼 균형을 잡으며 형인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섬세하게 관리된, 예술품처럼 아름다운 그녀의 발가락으로 형인의 입술을 부드럽게 쓸어내리고, 그의 탄탄한 가슴 위를 간질이듯 오갔으며, 마침내 그의 중심부, 이미 그녀를 갈망하며 뜨겁게 달아오른 욕망의 기둥을 가볍게 휘감아 쥐었다.
"크흣… 초풍, 당신의 발은… 여전히 아름답군…"
형인은 그녀의 발끝에서 전해져 오는 차갑고도 부드러운 감촉, 그리고 그녀의 대담하고 농염한 유혹에 참을 수 없는 흥분을 느꼈다.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발목을 잡고, 경건하게 그녀의 발가락 하나하나부터 입술과 혀로 핥고 빨아올리기 시작했다. 그의 뜨거운 혀가 그녀의 발등을 타고 올라 발목을 지나, 비단 치마 아래로 드러난 눈부시게 매끈한 종아리와 탄탄한 허벅지를 따라 천천히, 애태우듯 거슬러 올라갔다.
"하읏…! 으응… 형인… 제발… 아…!"
그의 뜨겁고 축축한 혀가 허벅지 안쪽의 가장 민감한 부분에 닿자, 매초풍은 더 이상 냉정한 마녀의 가면을 유지할 수 없었다. 그녀의 몸은 감전된 듯 격렬하게 떨리기 시작했고, 그녀의 치마 아래, 은밀한 곳에서는 이미 홍수처럼 애액이 흘러나와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녀의 입에서는 억눌려 있던 뜨거운 신음과 함께 가쁜 숨결이 터져 나왔다.
형인은 그녀의 타는 듯한 갈망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녀를 침상 위로 밀어 넘어뜨리고 그녀의 몸 위로 올라탔다. 그는 그녀의 옷을 찢듯이 벗겨내고, 그녀의 차갑고도 뜨거운, 독특한 매력의 육체를 격렬하게 탐닉했다. 매초풍 역시 기다렸다는 듯이 그의 몸을 끌어안고, 마치 굶주린 암표범처럼 그를 받아들이고 또 격렬하게 요구했다. 두 사람의 열락의 정사는 밤이 새도록 이어졌고, 폐가는 그들의 거친 숨소리와 살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매초풍의 요염한 교성으로 가득 찼다.
정사가 끝난 후, 형인은 매초풍에게 자신이 가흥을 거쳐 남쪽으로 향할 것임을 알려주었다.
"내가 다시 신호를 보낼 때까지 이곳 주변에서 은신하며 기다리시오. 내 부름이 있으면 즉시 달려와야 하오."
그의 지시에 매초풍은 아쉬움과 함께 깊은 복종의 눈빛을 보내며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녀는 이제 형인의 충실한 연인이자, 그의 손안에 든 예리한 비수였다.
새로운 여정의 시작
며칠 후, 마침내 모든 준비가 끝났다. 잠시 떠났던 황용도 약속대로 돌아왔다. 그녀는 여전히 남장을 하고 있었지만, 형인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이전과는 다른 호기심과 함께 미묘한 감정이 스치고 있었다. 형인, 곽정, 황용, 그리고 이제 형인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며 그의 곁을 떠나지 않으려는 목염자. 네 사람은 각자의 사연과 비밀, 그리고 새로운 여정에 대한 기대를 안고, 마침내 번화했던 중도의 성문을 나서 남쪽, 가흥을 향해 말을 달리기 시작했다.
제 15화: 폭포 아래 드러난 미모, 북개의 등장
중도(中都)를 떠나 남쪽으로 향하는 여정은 비교적 평온했다. 북방의 황량함을 벗어나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산천은 푸르고 경치는 아름다워졌다. 말을 타고 며칠을 달려, 네 사람은 인적이 드문 깊은 산속으로 접어들었다. 울창한 숲길을 따라 걷던 중, 어디선가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를 따라 숲을 헤치고 나아가자, 눈앞에 마치 그림 속 선경(仙境)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하늘을 향해 솟은 기암절벽 사이로, 은빛 물보라를 일으키며 거대한 폭포수가 장쾌하게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폭포수는 아래에 맑고 푸른 소(沼)를 이루었고, 그 물은 다시 옥빛 시내가 되어 바위 사이를 감돌아 흘러가고 있었다.
"와! 정말 멋지다! 여기서 멱이나 감고 가자!"
가장 먼저 환호성을 지른 것은 역시 황용이었다. 비록 강남 육괴에게 황약사의 딸이라는 정체가 밝혀졌고, 곽정 역시 그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얼굴에 검댕을 묻히고 남루한 거지 소년 행색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장난기 넘치는 눈빛만은 숨길 수 없었다. 그녀는 며칠간의 답답했던 여정의 피로를 씻어내려는 듯, 망설임 없이 신발과 때 묻은 겉옷을 벗어 던졌다. 그리고는 마치 날렵한 물총새처럼 가벼운 몸놀림으로 푸른 소를 향해 첨벙 뛰어들었다.
차가운 물살이 그녀의 몸을 감쌌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세차게 쏟아지는 폭포수와 맑은 소의 물이 그녀의 얼굴과 몸을 씻어내자, 그동안 그녀의 진짜 모습을 가리고 있던 시커먼 검댕과 땟국물이 거짓말처럼 씻겨 내려가기 시작했다. 물 위로 드러난 그녀의 얼굴은… 형인이 숨을 멈출 정도로 눈부셨다.
마치 갓 피어난 백련(白蓮)처럼 티 없이 희고 맑은 피부는 햇살 아래 투명하게 빛났고, 칠흑같이 검고 윤기 나는 긴 머리카락은 물에 젖어 탐스럽게 어깨와 등 위로 흘러내렸다. 총명함과 장난기가 가득 담긴 크고 맑은 눈동자는 밤하늘의 샛별처럼 영롱하게 반짝였고, 오뚝하면서도 앙증맞은 콧날과 앵두처럼 붉고 도톰한 입술은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세상의 그 어떤 그림이나 글로도 그녀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담아낼 수 없을 것 같았다. 형인은 물론이고, 옆에 있던 목염자마저 순간 넋을 잃고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물에 흠뻑 젖은 얇은 속옷은 그녀의 몸에 착 달라붙어, 아직 앳된 소녀의 티를 완전히 벗지는 못했지만 이미 완벽한 균형을 이루기 시작한 몸매의 윤곽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가녀리지만 곧은 목선, 수줍은 듯 봉긋 솟아오른 가슴, 믿을 수 없을 만큼 잘록한 허리, 그리고 희고 매끈하게 쭉 뻗은 다리까지. 그녀에게서는 이제 거지 소년의 퀴퀴한 냄새 대신, 맑은 물과 싱그러운 풀잎, 그리고 이름 모를 달콤한 꽃향기가 뒤섞인 듯한, 형용할 수 없이 맑고 청아하며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매혹적인 향기가 풍겨 나왔다.
형인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 속으로 수없이 되뇌었다. ‘황용… 과연 천하제일의 미녀로구나! 저 영리함, 저 아름다움, 저 매력… 반드시, 반드시 내 여자로 만들고 말겠다!’ 그의 눈빛에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렬한 소유욕과 뜨거운 욕망이 불타올랐다.
"이리 와요! 곽정 오빠! 형인 오빠! 염자 언니! 물이 정말 시원해요!"
자신의 엄청난 변화를 아직 깨닫지 못한 듯, 황용은 여전히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물속에서 손짓했다. 목염자는 황용의 눈부신 미모에 잠시 넋을 잃었다가, 형인이 부드러운 눈빛으로 권하자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겉옷을 벗고 물가로 다가섰다. 물에 젖은 그녀의 모습 역시 형인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황용의 화려하고 생기 넘치는 아름다움과는 또 다른, 청초하고 단아하면서도 슬픔이 깃든 듯한 그녀만의 아련한 매력이 있었다. 물에 젖은 얇은 옷은 그녀의 가녀린 어깨와 잘록한 허리, 그리고 예상외로 풍만하고 탄력 있는 가슴의 윤곽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묘한 색기를 풍겼다. 그녀에게서는 난초처럼 맑고 은은한 향기가 젖은 살 내음과 섞여 청초하면서도 어딘가 관능적인 향취를 풍겨냈다.
형인 역시 미소를 지으며 겉옷을 벗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그의 수려한 외모와 오랜 수련으로 다져진 탄탄하고 균형 잡힌 몸매는 두 여인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오직 곽정만이 헤엄칠 줄 모른다는 이유로, 바위에 걸터앉아 그들의 즐거운 모습을 부러운 듯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우직한 얼굴에는 세 사람의 즐거움을 지켜보는 순수한 기쁨만이 어려 있을 뿐이었다.
형인은 물속에서 두 아름다운 여인과 함께 천진난만하게 물장구를 치며 노는 척했다. 하지만 그의 손길과 시선은 끊임없이 ‘우연’을 가장하여 두 여인의 몸을 향했다. 그는 헤엄치며 스쳐 지나가는 척 황용의 매끄러운 허리를 감싸거나 그녀의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고, 목염자의 곁을 지날 때는 그녀의 부드러운 어깨나 허벅지를 슬쩍 스치거나 물속에서 그녀의 손을 살짝 잡기도 했다.
목염자는 그의 노골적인 손길에 깜짝 놀라면서도 얼굴을 붉히며 피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숨 막히는 신음과 함께 몸을 움찔거리며 은근히 그의 손길을 즐기는 듯했다. 그녀는 이미 형인의 여자였기에, 그의 애무가 싫지 않았고 오히려 짜릿한 쾌감을 느꼈다.
황용은 형인의 ‘장난스러운’ 손길이 자신의 몸에 닿을 때마다 꺄르르 웃으며 그를 밀쳐냈지만, 심장이 평소보다 훨씬 빠르게 뛰고 온몸에 낯설고 짜릿한 전율이 이는 것을 느꼈다. 특히 그가 물속에서 자신의 허리를 감싸 안았을 때 느껴졌던 그의 단단한 팔과 뜨거운 체온,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깊고 뜨거운 눈빛은 그녀에게 전에 없던 혼란스러움과 함께 묘한 설렘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아직 남녀 간의 정욕에 대해 깊이 알지 못했기에, 그녀는 그저 형인 오빠와의 물놀이가 유난히 즐겁고 흥분된다고만 생각할 뿐, 그 감정의 정확한 의미를 깨닫지는 못했다.
형인은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두 천하절색의 미녀 사이에서 물놀이를 즐기며, 그녀들의 젖은 몸에서 풍겨 나오는 관능적인 자태와 매혹적인 향기에 취해 속으로 뜨거운 흥분과 지극한 만족감을 느꼈다. 그의 모든 행동은 치밀하게 계산된 것이었지만, 겉으로는 그저 순진하고 장난기 많은 청년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곽정은 그저 바위 위에서 그들의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미소 짓고 있을 뿐이었다.
한참 동안 정신없이 물놀이를 즐기던 중,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굵은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장대비로 변한 비를 피해 네 사람은 황급히 근처 산속으로 몸을 피했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듯한 낡은 오두막 하나를 발견하고 그리로 뛰어 들어갔다.
오두막 안은 먼지가 수북했지만, 거센 비바람을 피하기에는 충분했다. 형인과 곽정이 젖은 나무를 모아 간신히 불을 피우는 동안, 황용은 물에서 나와 가져온 꾸러미에서 깨끗한 여인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연한 비취색 비단 상의와 하얀 치마를 입고 머리를 단정히 빗어 묶은 그녀의 모습은 폭포 아래서 보았던 모습보다 더욱 청초하고 아름다워, 형인은 다시 한번 그녀를 반드시 자신의 여자로 만들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황용은 어디선가 찾아낸 낡은 솥과 약간의 비상 식량으로 뚝딱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놀림은 놀랍도록 능숙했고, 금세 오두막 안에는 빗소리를 뚫고 구수하고 맛있는 냄새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요리가 거의 완성될 무렵, 갑자기 오두막 문이 삐걱 열리며 한 늙은 거지가 비틀거리며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온몸이 비에 흠뻑 젖어 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고, 온통 기워 입은 누더기 옷을 걸치고 있었다. 하지만 탁한 눈빛 속에는 형형한 기광이 숨겨져 있었고, 손에는 때 묻은 푸른 죽장을 짚고 있었으며, 등에는 붉은 호리병을 메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의 오른손 식지가 한 마디 잘려나가 없었다.
늙은 거지는 코를 벌름거리며 솥단지로 다가가,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김이 나는 내용물을 들여다보았다.
"허허, 이거 아주 맛있는 냄새가 나는군 그래. 이 늙은 거지에게도 한 그릇 나눠줄 수 있겠나, 젊은이?"
그의 목소리는 걸걸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사람을 끄는 힘과 위엄이 있었다. 황용이 잠시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이내 눈을 반짝이며 생긋 웃었다.
"그럼요, 할아버지. 마침 잘 오셨네요. 혼자 먹으면 맛없으니 같이 드시지요."
형인은 그 거지의 행색과 아홉 손가락, 그리고 음식에 대한 끝없는 탐욕을 보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북개(北丐) 홍칠공! 드디어 만난 것이다. 곽정의 세 번째 스승이자 황용에게 타구봉법을 전수할 절대 고수. 형인은 그의 등장을 예상하고 있었고, 이제 그의 환심을 사서 항룡십팔장과 타구봉법까지 모조리 자신의 것으로 만들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때, 옆에 있던 목염자가 거지를 보고는 놀란 듯 작게 속삭였다.
"혹시… 홍칠공 어르신 아니십니까?"
늙은 거지는 목염자를 흘끗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잉? 네년을 어디서 본 듯도 한데… 아, 맞다! 전에 그 잘난 척하는 완안가 놈 때문에 고생하던 그 처자로구나! 그래, 그때 내가 가르쳐준 '연자삼초수(燕子三抄水)'는 요긴하게 써먹었느냐?"
홍칠공은 예전에 양강에게 시달리던 목염자를 우연히 보고 딱하게 여겨, 위기 탈출에 쓸 만한 가벼운 경신법 한 수를 가르쳐준 적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관심은 금세 다시 솥단지로 향했다. 그의 눈과 코는 오직 황용이 만든 요리에만 쏠려 있었다.
"그건 그렇고, 이 구수하고 맛있는 냄새는 도대체 무엇인고? 어서 이 늙은이에게도 한 그릇 맛보게 해주려무나!"
홍칠공은 목염자의 대답은 들을 생각도 없다는 듯, 솥뚜껑을 열고 군침을 삼켰다. 그의 머릿속은 오직 황용이 만든 요리를 맛볼 생각뿐인 듯했다. 형인은 그런 홍칠공의 모습을 보며,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떠올리고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판을 짜기 위한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그는 홍칠공에게 공손하게 다가가 순진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형인이 황용을 '친구'라 칭하며 감싸고 나서자, 강남 육괴의 기세도 한풀 꺾였다. 비록 황약사의 딸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지만, 형인의 단호한 태도와 그간 보여준 비범한 성장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가진악은 마지못해 헛기침을 하며 경고했다.
"흥! 친구라니 어쩔 수 없구나. 다만 저 아이는 마두의 딸이니, 행실을 각별히 조심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황용과의 갈등은 일단 봉합되었다. 강남 육괴는 곽정과 형인이 이제 스스로 강호의 경험을 쌓아야 한다며, 각자 남쪽으로 향하다 중추절에 가흥(嘉興)의 연우루(煙雨樓)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먼저 길을 떠났다.
곽정, 형인, 황용, 그리고 이제 형인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게 된 목염자는 며칠 더 중도(中都)에 머물며 남쪽으로 떠날 여정을 준비하기로 했다. 곽정은 필요한 물품을 사기 위해 분주했고, 황용은 여전히 속내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객잔 주변을 맴돌았으며, 목염자는 조용히 형인의 곁을 지켰다. 형인에게는 이 며칠이, 몽골을 떠나기 전 그랬던 것처럼, 중도에서 맺은 관계들을 확실히 다지고 떠날 수 있는 절호의 시간이었다.
왕비의 헌신, 농염한 봉사
깊은 밤, 형인은 다시 조왕부의 높은 담을 그림자처럼 넘었다. 포석약은 이미 그를 위해 몸단장을 마치고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형인이 창문을 통해 그녀의 침소로 들어서자, 그녀는 화색이 만연한 얼굴로 달려와 그의 품에 안겼다.
"상공(相公)…! 오셨군요. 혹여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고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릅니다."
그녀는 이제 형인을 완전한 자신의 남자로 여기며 '상공'이라 불렀고, 그녀의 눈빛에는 연모와 함께 그를 향한 깊은 소유욕마저 어려 있었다. 형인은 그런 그녀의 변화에 만족하며, 그녀의 붉은 입술을 탐했다. 한참 동안의 뜨거운 입맞춤 후, 포석약은 형인을 침상으로 이끌었다.
"상공, 오늘은 제가 특별한 것을 준비했습니다."
그녀는 왕실 내탕고에서나 구할 수 있다는, 진귀한 꽃과 약재로 만든 최고급 서역 향유(香油)를 가져왔다. 뚜껑을 열자, 달콤하면서도 정신을 아득하게 만드는 농염한 향기가 방 안에 가득 퍼졌다. 포석약은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비단 속옷을 벗어 던지고, 형인의 옷도 마저 벗겨냈다. 그리고는 향유를 아낌없이 자신의 매끄러운 몸과 형인의 단단한 나신에 듬뿍 바르기 시작했다.
"이 향유는 몸을 따뜻하게 하고, 사내의 양기(陽氣)를 북돋아 준다고 합니다."
그녀는 속삭이며, 향유가 발라져 미끈거리는 자신의 풍만하고 부드러운 몸을 형인의 몸에 밀착시키고 부드럽게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탄력 넘치는 가슴이 그의 가슴팍을, 부드러운 배가 그의 복근을, 매끈한 허벅지가 그의 허벅지를 미끄러지듯 오가며 마찰했다. 이것은 그녀가 형인만을 위해 고안한, 지극히 관능적이고 황홀한 '몸 마사지'였다. 미끈거리는 살결이 서로 얽히고 비벼질 때마다 발생하는 열기와 마찰, 그리고 코를 찌르는 농염한 향기는 형인을 극한의 쾌락 속으로 몰아넣었다.
"하아… 아… 포 부인… 당신의 이런 모습은… 정말… 견딜 수가 없군…"
형인은 끊어질 듯한 신음과 함께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녀의 허리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그는 그녀의 정성스러운 봉사에 보답이라도 하듯, 미친 듯이 그녀의 온몸 구석구석에 자신의 뜨거운 입술 자국을 붉은 꽃잎처럼 새겨 넣었다. 그녀의 희고 고운 목덜미, 탐스럽게 부푼 젖가슴, 잘록한 허리, 풍만한 둔부, 심지어 그녀의 가장 은밀한 곳까지 그의 격렬한 애무의 흔적이 남았다.
그리고 형인의 탐욕스러운 손길은 마침내 누구도 허락되지 않았던 마지막 금단의 영역으로 향했다. 그는 부드럽게 그녀의 엉덩이 골 사이, 굳게 닫혀 있던 은밀한 뒷문을 어루만졌다. 포석약은 수치심과 함께 느껴지는 생경한 자극에 몸을 움찔했지만, 이미 형인에게 모든 것을 허락한 그녀는 그의 손길을 거부하지 못했다. 형인은 향유를 듬뿍 묻힌 손가락으로 그녀의 굳게 닫힌 입구를 부드럽게 문지르고, 마침내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그 안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흐읏…! 아… 상공… 거, 거기는…!"
그녀의 애원 섞인 신음에도 형인의 손가락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부드러우면서도 집요하게 그녀의 내벽을 탐색하고, 새로운 길을 열어가며 그녀에게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쾌락과 완전한 복종의 감각을 각인시켰다. 포석약은 결국 그 낯설고도 강렬한 자극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며, 형인의 손길에 온전히 몸을 맡긴 채 격렬한 경련과 함께 의식마저 아득해지는 절정을 맞이했다.
형인은 그녀와의 마지막 밤이 될지도 모르는 이 시간을 후회 없이 불태웠다. "나는 잠시 남쪽으로 떠나지만, 반드시 그대를 다시 찾아올 것이오. 그러니 나를 기다리며 그 아름다움을 더욱 가꾸시오." 그는 그녀에게 달콤한 약속을 속삭이며, 그녀의 몸과 영혼 깊숙한 곳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자신의 낙인을 새겼다.
요녀의 유희, 발끝의 절정
다음 날 밤, 형인은 매초풍에게만 알린 비밀 신호를 이용해 그녀를 객잔 근처의 외딴 폐가로 불러냈다. 어둠 속에서 나타난 그녀의 모습은 형인의 감탄을 자아냈다. 그녀는 더 이상 몽골 초원의 음산한 마녀가 아니었다. 형인을 만나기 위해 온 정성을 다해 자신을 가꾼 그녀는, 검은 비단 능삼을 입고 머리를 단정히 올려 꽂은 채, 마치 중원 최고의 기루에서 막 걸어 나온 듯한 퇴폐적이면서도 서늘하고, 동시에 기묘하게 청초한 분위기마저 풍겼다. 짙은 화장은 그녀의 창백한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했고, 눈빛에는 형인을 향한 숨길 수 없는 열망과 집착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형인… 나를 불렀느냐? 너를 기다리느라 애가 탔단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가우면서도 꿀처럼 달콤했다. 형인이 침상에 걸터앉자, 매초풍은 요염하게 미소 지으며 신발을 벗고 그녀의 희고 가느다란 발을 드러냈다. 그녀는 침상 위로 사뿐히 올라서서, 마치 고고한 학처럼 균형을 잡으며 형인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섬세하게 관리된, 예술품처럼 아름다운 그녀의 발가락으로 형인의 입술을 부드럽게 쓸어내리고, 그의 탄탄한 가슴 위를 간질이듯 오갔으며, 마침내 그의 중심부, 이미 그녀를 갈망하며 뜨겁게 달아오른 욕망의 기둥을 가볍게 휘감아 쥐었다.
"크흣… 초풍, 당신의 발은… 여전히 아름답군…"
형인은 그녀의 발끝에서 전해져 오는 차갑고도 부드러운 감촉, 그리고 그녀의 대담하고 농염한 유혹에 참을 수 없는 흥분을 느꼈다.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발목을 잡고, 경건하게 그녀의 발가락 하나하나부터 입술과 혀로 핥고 빨아올리기 시작했다. 그의 뜨거운 혀가 그녀의 발등을 타고 올라 발목을 지나, 비단 치마 아래로 드러난 눈부시게 매끈한 종아리와 탄탄한 허벅지를 따라 천천히, 애태우듯 거슬러 올라갔다.
"하읏…! 으응… 형인… 제발… 아…!"
그의 뜨겁고 축축한 혀가 허벅지 안쪽의 가장 민감한 부분에 닿자, 매초풍은 더 이상 냉정한 마녀의 가면을 유지할 수 없었다. 그녀의 몸은 감전된 듯 격렬하게 떨리기 시작했고, 그녀의 치마 아래, 은밀한 곳에서는 이미 홍수처럼 애액이 흘러나와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녀의 입에서는 억눌려 있던 뜨거운 신음과 함께 가쁜 숨결이 터져 나왔다.
형인은 그녀의 타는 듯한 갈망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녀를 침상 위로 밀어 넘어뜨리고 그녀의 몸 위로 올라탔다. 그는 그녀의 옷을 찢듯이 벗겨내고, 그녀의 차갑고도 뜨거운, 독특한 매력의 육체를 격렬하게 탐닉했다. 매초풍 역시 기다렸다는 듯이 그의 몸을 끌어안고, 마치 굶주린 암표범처럼 그를 받아들이고 또 격렬하게 요구했다. 두 사람의 열락의 정사는 밤이 새도록 이어졌고, 폐가는 그들의 거친 숨소리와 살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매초풍의 요염한 교성으로 가득 찼다.
정사가 끝난 후, 형인은 매초풍에게 자신이 가흥을 거쳐 남쪽으로 향할 것임을 알려주었다.
"내가 다시 신호를 보낼 때까지 이곳 주변에서 은신하며 기다리시오. 내 부름이 있으면 즉시 달려와야 하오."
그의 지시에 매초풍은 아쉬움과 함께 깊은 복종의 눈빛을 보내며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녀는 이제 형인의 충실한 연인이자, 그의 손안에 든 예리한 비수였다.
새로운 여정의 시작
며칠 후, 마침내 모든 준비가 끝났다. 잠시 떠났던 황용도 약속대로 돌아왔다. 그녀는 여전히 남장을 하고 있었지만, 형인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이전과는 다른 호기심과 함께 미묘한 감정이 스치고 있었다. 형인, 곽정, 황용, 그리고 이제 형인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며 그의 곁을 떠나지 않으려는 목염자. 네 사람은 각자의 사연과 비밀, 그리고 새로운 여정에 대한 기대를 안고, 마침내 번화했던 중도의 성문을 나서 남쪽, 가흥을 향해 말을 달리기 시작했다.
제 15화: 폭포 아래 드러난 미모, 북개의 등장
중도(中都)를 떠나 남쪽으로 향하는 여정은 비교적 평온했다. 북방의 황량함을 벗어나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산천은 푸르고 경치는 아름다워졌다. 말을 타고 며칠을 달려, 네 사람은 인적이 드문 깊은 산속으로 접어들었다. 울창한 숲길을 따라 걷던 중, 어디선가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를 따라 숲을 헤치고 나아가자, 눈앞에 마치 그림 속 선경(仙境)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하늘을 향해 솟은 기암절벽 사이로, 은빛 물보라를 일으키며 거대한 폭포수가 장쾌하게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폭포수는 아래에 맑고 푸른 소(沼)를 이루었고, 그 물은 다시 옥빛 시내가 되어 바위 사이를 감돌아 흘러가고 있었다.
"와! 정말 멋지다! 여기서 멱이나 감고 가자!"
가장 먼저 환호성을 지른 것은 역시 황용이었다. 비록 강남 육괴에게 황약사의 딸이라는 정체가 밝혀졌고, 곽정 역시 그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얼굴에 검댕을 묻히고 남루한 거지 소년 행색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장난기 넘치는 눈빛만은 숨길 수 없었다. 그녀는 며칠간의 답답했던 여정의 피로를 씻어내려는 듯, 망설임 없이 신발과 때 묻은 겉옷을 벗어 던졌다. 그리고는 마치 날렵한 물총새처럼 가벼운 몸놀림으로 푸른 소를 향해 첨벙 뛰어들었다.
차가운 물살이 그녀의 몸을 감쌌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세차게 쏟아지는 폭포수와 맑은 소의 물이 그녀의 얼굴과 몸을 씻어내자, 그동안 그녀의 진짜 모습을 가리고 있던 시커먼 검댕과 땟국물이 거짓말처럼 씻겨 내려가기 시작했다. 물 위로 드러난 그녀의 얼굴은… 형인이 숨을 멈출 정도로 눈부셨다.
마치 갓 피어난 백련(白蓮)처럼 티 없이 희고 맑은 피부는 햇살 아래 투명하게 빛났고, 칠흑같이 검고 윤기 나는 긴 머리카락은 물에 젖어 탐스럽게 어깨와 등 위로 흘러내렸다. 총명함과 장난기가 가득 담긴 크고 맑은 눈동자는 밤하늘의 샛별처럼 영롱하게 반짝였고, 오뚝하면서도 앙증맞은 콧날과 앵두처럼 붉고 도톰한 입술은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세상의 그 어떤 그림이나 글로도 그녀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담아낼 수 없을 것 같았다. 형인은 물론이고, 옆에 있던 목염자마저 순간 넋을 잃고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물에 흠뻑 젖은 얇은 속옷은 그녀의 몸에 착 달라붙어, 아직 앳된 소녀의 티를 완전히 벗지는 못했지만 이미 완벽한 균형을 이루기 시작한 몸매의 윤곽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가녀리지만 곧은 목선, 수줍은 듯 봉긋 솟아오른 가슴, 믿을 수 없을 만큼 잘록한 허리, 그리고 희고 매끈하게 쭉 뻗은 다리까지. 그녀에게서는 이제 거지 소년의 퀴퀴한 냄새 대신, 맑은 물과 싱그러운 풀잎, 그리고 이름 모를 달콤한 꽃향기가 뒤섞인 듯한, 형용할 수 없이 맑고 청아하며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매혹적인 향기가 풍겨 나왔다.
형인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 속으로 수없이 되뇌었다. ‘황용… 과연 천하제일의 미녀로구나! 저 영리함, 저 아름다움, 저 매력… 반드시, 반드시 내 여자로 만들고 말겠다!’ 그의 눈빛에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렬한 소유욕과 뜨거운 욕망이 불타올랐다.
"이리 와요! 곽정 오빠! 형인 오빠! 염자 언니! 물이 정말 시원해요!"
자신의 엄청난 변화를 아직 깨닫지 못한 듯, 황용은 여전히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물속에서 손짓했다. 목염자는 황용의 눈부신 미모에 잠시 넋을 잃었다가, 형인이 부드러운 눈빛으로 권하자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겉옷을 벗고 물가로 다가섰다. 물에 젖은 그녀의 모습 역시 형인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황용의 화려하고 생기 넘치는 아름다움과는 또 다른, 청초하고 단아하면서도 슬픔이 깃든 듯한 그녀만의 아련한 매력이 있었다. 물에 젖은 얇은 옷은 그녀의 가녀린 어깨와 잘록한 허리, 그리고 예상외로 풍만하고 탄력 있는 가슴의 윤곽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묘한 색기를 풍겼다. 그녀에게서는 난초처럼 맑고 은은한 향기가 젖은 살 내음과 섞여 청초하면서도 어딘가 관능적인 향취를 풍겨냈다.
형인 역시 미소를 지으며 겉옷을 벗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그의 수려한 외모와 오랜 수련으로 다져진 탄탄하고 균형 잡힌 몸매는 두 여인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오직 곽정만이 헤엄칠 줄 모른다는 이유로, 바위에 걸터앉아 그들의 즐거운 모습을 부러운 듯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우직한 얼굴에는 세 사람의 즐거움을 지켜보는 순수한 기쁨만이 어려 있을 뿐이었다.
형인은 물속에서 두 아름다운 여인과 함께 천진난만하게 물장구를 치며 노는 척했다. 하지만 그의 손길과 시선은 끊임없이 ‘우연’을 가장하여 두 여인의 몸을 향했다. 그는 헤엄치며 스쳐 지나가는 척 황용의 매끄러운 허리를 감싸거나 그녀의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고, 목염자의 곁을 지날 때는 그녀의 부드러운 어깨나 허벅지를 슬쩍 스치거나 물속에서 그녀의 손을 살짝 잡기도 했다.
목염자는 그의 노골적인 손길에 깜짝 놀라면서도 얼굴을 붉히며 피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숨 막히는 신음과 함께 몸을 움찔거리며 은근히 그의 손길을 즐기는 듯했다. 그녀는 이미 형인의 여자였기에, 그의 애무가 싫지 않았고 오히려 짜릿한 쾌감을 느꼈다.
황용은 형인의 ‘장난스러운’ 손길이 자신의 몸에 닿을 때마다 꺄르르 웃으며 그를 밀쳐냈지만, 심장이 평소보다 훨씬 빠르게 뛰고 온몸에 낯설고 짜릿한 전율이 이는 것을 느꼈다. 특히 그가 물속에서 자신의 허리를 감싸 안았을 때 느껴졌던 그의 단단한 팔과 뜨거운 체온,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깊고 뜨거운 눈빛은 그녀에게 전에 없던 혼란스러움과 함께 묘한 설렘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아직 남녀 간의 정욕에 대해 깊이 알지 못했기에, 그녀는 그저 형인 오빠와의 물놀이가 유난히 즐겁고 흥분된다고만 생각할 뿐, 그 감정의 정확한 의미를 깨닫지는 못했다.
형인은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두 천하절색의 미녀 사이에서 물놀이를 즐기며, 그녀들의 젖은 몸에서 풍겨 나오는 관능적인 자태와 매혹적인 향기에 취해 속으로 뜨거운 흥분과 지극한 만족감을 느꼈다. 그의 모든 행동은 치밀하게 계산된 것이었지만, 겉으로는 그저 순진하고 장난기 많은 청년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곽정은 그저 바위 위에서 그들의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미소 짓고 있을 뿐이었다.
한참 동안 정신없이 물놀이를 즐기던 중,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굵은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장대비로 변한 비를 피해 네 사람은 황급히 근처 산속으로 몸을 피했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듯한 낡은 오두막 하나를 발견하고 그리로 뛰어 들어갔다.
오두막 안은 먼지가 수북했지만, 거센 비바람을 피하기에는 충분했다. 형인과 곽정이 젖은 나무를 모아 간신히 불을 피우는 동안, 황용은 물에서 나와 가져온 꾸러미에서 깨끗한 여인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연한 비취색 비단 상의와 하얀 치마를 입고 머리를 단정히 빗어 묶은 그녀의 모습은 폭포 아래서 보았던 모습보다 더욱 청초하고 아름다워, 형인은 다시 한번 그녀를 반드시 자신의 여자로 만들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황용은 어디선가 찾아낸 낡은 솥과 약간의 비상 식량으로 뚝딱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놀림은 놀랍도록 능숙했고, 금세 오두막 안에는 빗소리를 뚫고 구수하고 맛있는 냄새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요리가 거의 완성될 무렵, 갑자기 오두막 문이 삐걱 열리며 한 늙은 거지가 비틀거리며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온몸이 비에 흠뻑 젖어 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고, 온통 기워 입은 누더기 옷을 걸치고 있었다. 하지만 탁한 눈빛 속에는 형형한 기광이 숨겨져 있었고, 손에는 때 묻은 푸른 죽장을 짚고 있었으며, 등에는 붉은 호리병을 메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의 오른손 식지가 한 마디 잘려나가 없었다.
늙은 거지는 코를 벌름거리며 솥단지로 다가가,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김이 나는 내용물을 들여다보았다.
"허허, 이거 아주 맛있는 냄새가 나는군 그래. 이 늙은 거지에게도 한 그릇 나눠줄 수 있겠나, 젊은이?"
그의 목소리는 걸걸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사람을 끄는 힘과 위엄이 있었다. 황용이 잠시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이내 눈을 반짝이며 생긋 웃었다.
"그럼요, 할아버지. 마침 잘 오셨네요. 혼자 먹으면 맛없으니 같이 드시지요."
형인은 그 거지의 행색과 아홉 손가락, 그리고 음식에 대한 끝없는 탐욕을 보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북개(北丐) 홍칠공! 드디어 만난 것이다. 곽정의 세 번째 스승이자 황용에게 타구봉법을 전수할 절대 고수. 형인은 그의 등장을 예상하고 있었고, 이제 그의 환심을 사서 항룡십팔장과 타구봉법까지 모조리 자신의 것으로 만들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때, 옆에 있던 목염자가 거지를 보고는 놀란 듯 작게 속삭였다.
"혹시… 홍칠공 어르신 아니십니까?"
늙은 거지는 목염자를 흘끗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잉? 네년을 어디서 본 듯도 한데… 아, 맞다! 전에 그 잘난 척하는 완안가 놈 때문에 고생하던 그 처자로구나! 그래, 그때 내가 가르쳐준 '연자삼초수(燕子三抄水)'는 요긴하게 써먹었느냐?"
홍칠공은 예전에 양강에게 시달리던 목염자를 우연히 보고 딱하게 여겨, 위기 탈출에 쓸 만한 가벼운 경신법 한 수를 가르쳐준 적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관심은 금세 다시 솥단지로 향했다. 그의 눈과 코는 오직 황용이 만든 요리에만 쏠려 있었다.
"그건 그렇고, 이 구수하고 맛있는 냄새는 도대체 무엇인고? 어서 이 늙은이에게도 한 그릇 맛보게 해주려무나!"
홍칠공은 목염자의 대답은 들을 생각도 없다는 듯, 솥뚜껑을 열고 군침을 삼켰다. 그의 머릿속은 오직 황용이 만든 요리를 맛볼 생각뿐인 듯했다. 형인은 그런 홍칠공의 모습을 보며,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떠올리고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판을 짜기 위한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그는 홍칠공에게 공손하게 다가가 순진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