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자의 하루 1, 2, 3
●당연히 펌입니다. 이전 글 안 보신 분은 읽으시고 보시면 됩니다●
몇 번을 봐도 끝까지 읽게 되는 군 폐급
https://01.avsee.is/bbs/board.php?bo_table=community&wr_id=874901
실화입니다.
허구는 '시점에 따른 심리상태'뿐입니다.
-전역자의 하루 1-
07:00
전역한지도 어느새 1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아쉬움이 많았던 군생활이지만
군생활 중에 후회했던 일들을 다시는 하지 않으려고 부던히 노력하고 있다.
운 좋게 방학동안 학원보조강사 일을 하게되어 이번 학기 용돈은 풍족할 듯하다.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섰다.
10:00
2년 뒤면 군대갈 녀석들이 열심히 학원자습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이따금씩 군대는 어떻냐고 묻는 재수생들도 있지만, 군생활을 잘 했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 내가 무슨 충고를 할까
그냥 웃어 넘길 뿐이다.
12:00
보조강사다 보니 내가 강의할일은 거의 없고, 내가 할 일은 자습실 감독이나, 숙제 검수같은 일이다.
그래도 안양 학원 중심가에서 일을 하다보니 페이는 괜찮은 편이다.
다른 강사분들과 괜찮게 지내는 편이라 오늘 저녁에는 아크로 타워 쪽 먹자골목에서 술이라도 한잔 하잔다.
어차피 자취방에 가도 할 일이 없는데다가, 모처럼 술이 땡겨서 나도 참석하기로 했다.
16:00
아무래도 보조강사다 보니까 여러가지 잡일을 좀 많이 하게 된다.
뭐, 어떠랴. 그냥 묵묵히 일을 하다보니 다른 사람들도 나를 바라보는 눈길에 잡티가 없다.
묵묵히 일을 하면 역시 인정을 받는구나 싶다.
18:00
오늘의 일은 끝났다. 종일반에서 9시 ~ 18시까지 일을 하는 강사들끼리 모여서 아크로 타워로 향했다.
미필인 강사분들도 섞여있는데, 그 사람들은 군대에 대해서 굉장히 고민을 하고 있다. 조언을 해줘야할까?
18:40
학원에서 17시에 간식을 줬기 때문에 다들 허기가 지지는 않아서 그냥 일반 호프집으로 향했다.
생맥 4잔과 소세지 안주를 시킨 뒤, 적당히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뒤쪽 테이블에서 무언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18:45
-야, 진짜 그 새X 때문에 내가 군생활 얼마나 꼬였는 줄 알어?
-진짜 뭘 좀 하려고 치면 산통 깨는 데 뭐 있었다니까?
-지가 뭐라고 되는 줄 알고 허구헌날 뭐라뭐라 하는 데 진짜 고문관이 따로 없었다.
뒤쪽 테이블에서 들려오는 말들은 대충이렇다.
아니겠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냥 귀만 기울이며 맥주를 마신다.
19:10
고문관을 씹는 대화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결정타가 나왔다.
=야, 그 고문관 이름이 뭐냐?
-아, 걔 이름? 오창X이라고 있어, 이름도 뭣 같지?
순간 내 머리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다른 강사들이 의아해했지만
나는 그것을 무시하고 뒤쪽 테이블로 갔다.
그러자 잊을 수 없는 얼굴이 보였다.
"야, 신주X"
내가 나지막히 그 녀석의 이름을 부르자 그녀석의 표정이 순간 얼어붙는다.
19:20
"야, 너 지금 내 뒷담깐거냐?"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진다. 정말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저녀석만은 내 뒷담을 까지 않을거라 생각했었는데...
얼굴이 하얗게 질렸던 녀석이 다소 진정이 되었는지 안색이 원래대로 돌아온다.
그리고는 무언가 굉장히 기분이 나쁜듯, 얼굴이 달아오른다. 그리고 그녀석이 나에게 말했다.
"야이, 개XX야. 나 네 선임이야. 기억 못 하냐?"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전역자의 하루 2>
09:00
학교를 가긴 해야하는 데 매우 귀찮다.
군대 갔다오면 부지런해진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애초에 게으른 넘은 전역해도 게으른 것이 정답이랄까.
친구녀석에게 전화를 해보니 후배한테 대출시킨단다.
나도 그럴까 하다가 등록금이 아까워서 그냥 간다.
10:00
강의실로 가니 후배 하나가 친구 대신 대출을 하고 있다.
불만이 있으면 지 스스로 말을 할테고
굳이 나서서 무언가를 해결해주기도 싫다 .그저 귀찮다.
12:00
학생 식당으로 가니 동기들 몇 넘이 보인다.
꼽사리 껴서 같이 밥을 먹는다.
12:30
학회장 녀석이 나에게 과MT갈 수 있냐고 묻는다.
MT라고는 하지만 금요일 오후에 출발해서 토요일 오후에 돌아오는 MT다.
인원이 그다지 많은 과가 아니라서 복학생들도 MT에 오면 굽실굽실 거리는 게 우리과 MT다.
평소에 학회장 녀석이 행동을 잘 했기에 체면 세워줄겸 가기로 했다.
오늘 4시 출발이랬지?
14:00
우리과는 따지고 보면 악습이 존재한다.
MT에 가면 1,2학년을 개 굴리는 게 있다.
두 시간 정도? 빨간모자 쓰고 말하고 그런 것도 있긴한데
애초에 그걸 하는 군필은 없다.
신기하게도 미필애들이 그 흉내를 다 내는데 어디서 배운건지 모르겠다.
15:00
수업이 하나 더 있기 때문에 MT버스 말고
따로 가겠다고 학회장 녀석에게 말했다. 갈 때 고기나 댓근 더 사가라고
5만원을 주니까 학회장 녀석의 얼굴이 밝아진다.
영수증 떼오라고 했다.
17:00
수업이 끝나고 버스에 오른다.
몇몇 동기녀석들에게 물어보니까 귀찮아서 안간단다.
그냥 자기들끼리 술을 마신다나?
18:20
MT장에 도착하니 이미 신입생 애들은 신나게 구르고 있다.
구르기 편하라고 과티에 몸빼바지까지 주고 굴리기 때문에
이미 신입생 애들의 몸은 흙투성이다.
저런걸 왜 할까 싶으면서도 어차피 없애봐야 다시 생길게 뻔하기 때문에 터치하지 않는다.
정말 없애고 싶으면 학과에서 나서서 없애겠지.
18:25
멍때리면서 걷고 있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똑바로 못합니까!
-여기가 군대였으면 다 죽었습니다!
-유격 8번 100회 실시합니다.
유격 8번 100회라는 말에 귀가 더 쫑긋해진다 .미친X인가?
가까이 다가가니, 오, 시X
18:30
"야, 븅X아. 너는 군필새X가 여기에 뭔 지X이냐?"
신주X 병X이 군대 갔다와서 이 지X 떨고 있다는 것을 보고 기겁했다.
제대하고나서도 복학하지 않고 한 학기 더 쉬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복학하자마자 하는 짓이 신입생한테 군대놀이 시키는 것일 줄이야.
-뭐야, 방해하지 말고 가라.
"새X야, 너 때문에 내 군생할이 얼마나 지옥같았는 줄 아냐? 뭐 할 때마다 '너도 걔처럼 할거냐?'소리 듣느라 X 같았는데.'
내 입에서 속사포로 말이 나온다.
18:37
신입생들의 신주X을 바라보는 눈초리가 달라진다.
나하고 신주X은 그리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그냥 안면있고 학식에서 밥먹은 사이였는데 군대에서 그녀석이 친한척 하는 바람에 개꼬였다.
씨X 오창X 한테 들은 이야기를 종합하면 리얼 노답이었다고 해야할까?
그런데 그런 녀석이 군생활 제대로 한척 저 지X 떨고 있으니 순간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다.
계속 말씨름을 하려고 하는데 학회장 녀석이 죄송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면서 잠시 비켜달란다.
속이 끓는다.
19:20
오창X에게 전화를 한다.
신주X때문에 꼬인 군생활을 그나마 오창X이 막아주지 않았으면 난 진짜 자살했을거다.
전화해서 지금 신주X가 하는 꼬라지를 화상전화로 보여주니 오창X이 쓴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저번에 우연히 자신 뒷담까는 것을 들었다는데 소름이 돋는다.
22:30
술자리가 거나하다. 1인당 소주 1-2병은 들어간 상황인지라
다들 즐겁게 술을 마시고 있고, 지금은 야자타임이다. 15분 동안 뒤끝없이 선을 지켜가며 야자타임을 하는 중이라
나도 후배 앞에서 맥주잔에 소주 원샷해주고, 껄껄 댄다.
-너 지금 뭐라 그랬냐?
저쪽에서 갑자기 분위기가 냉각되는게 느껴진다.
신주X 앞에 서있는 신입생이 쩔쩔맨다.
"야, 뭐야?"
학회장 녀석에게 물어보니 신입생 녀석이 신주X한테 '엎드려'라고 했다고 저런단다.
하... 진짜 트러블 메이커새X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신주X(고문관, 부분대장만 하고 분대장은 후임이 달았음)
오창X(후임분대장)
이준X(고문관의 학교 친구. 안면있는 정도)
오창X <-> 이준X : 군생활 중 신주X로 인한 문제를 오창X이 최대한 커버해줌. 전역후에도 서로 연락하며 자주 만남(대학교가 가까운 편)
<전역자의 하루 3 完>
3월 12일
학원강사일을 시작한지도 3주 가까이 되어간다.
원래대로라면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해야겠지만, 학원 보조강사 일을 하면서 나를 눈여겨본
부원장선생님이 나를 학원강사로 기용했다. 학원자체가 학생수도 많고, 나도 보조강사하면서
남을 가르치는 일이 좋았기 때문에 부원장 선생님의 제의를 받아 강사를 하게 되었다.
'우웅'
휴대폰 진동이 울린다. 문자가 온 듯하다.
「안녕. 오군, 잘 지내? 나 신군이야. 전화통화 할 수 있을까?」
소름돋았다. 문자를 쿨하게 씹어주고 나는 즐거운 퇴근길을 걸어갔다.
하마터면 퇴근 잡칠뻔했네.
3월 17일
3월이지만 학원은 절대 널널하지 않다. 학부모들이 워낙 극성맞기 때문에
학원내에서도 학력평가를 자주해야할 뿐더러, 야자감독 당직도 순번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래도 페이가 괜찮으니 즐겁게 하고 있다.
자습실 밖에서 애들을 감독하면서 잠시 폰을 들여다보니 문자가 왔다.
「문자를 못 봤을 까봐 다시 보내. 저번에 내가 했던 일들은 미안해. 사과하고 싶은 데 전화할 수 있을까?」
이넘은 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나한테 문자를 보내는 걸까?
쿨하게 씹어주고 퇴근한 뒤에 이군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너 최근에 신군 본적 있어?
=아니, 나 이제 졸업학년이라서 바쁘잖아. 나, 그 넘이랑 별로 안친한거 알잖아. 으으, 니가 부럽다. 빠른이어서 학교 1년 먼저갔잖아.
-그러냐 ㅋㅋ 시간날때 연락해라. 술 한 잔 해야지?
=콜
신군 이넘 왜 이러는 거지?
3월 28일
신군, 이녀석한테서 매일 한 통씩 문자가 온다. 내용은 전부 비슷하다.
-그 때 내가 정말 미안해서 사과하고 싶어서 그래, 전화 한 통화 할 수 있을까?
이 녀석이 갱생을 한 걸까... 이렇게 보자고 하는 녀석 매몰차게 거절하기도 그래서 문자로 '이응이응' 하고 보냈더니
전화가 왔다.
=오군이야?
-어, 왜. 귀찮게 문자를 왜 계속 보내냐.
=아... 예전에 내가 너한테 너무 못 할 짓을 한 것 같아서 너무 미안해서...
-이미 지난 일이잖아. 우리 어차피 다시 볼 일도 없고.
=그래도 니가 나 군대때 많이 챙겨주고 그랬는데 진짜 미안해서... 우리 한 번 볼 수 있을까? 내가 술 살 게.
-괜찮아. 그냥 마음만 받을께.
=아니야, 이번 한 번만 만나자. 진짜 니 얼굴 보면서 사과하고 싶어.
나는 계속 거절했지만 끈덕지게 말을 하는 터에 그냥 죽는 사람 소원 들어주는 셈치고 만나기로 했다.
정신 차렸나...
4월 9일
마침 학원 비번이라 신군을 만나기로 했다.
약간 일찍 만나서 커피마시고 나서 술 먹자고 하길래 알았다고 하고 교대로 향했다.
약속 장소인 카페로 들어가니 그녀석이 먼저 들어와있었다.
후줄근한 와이셔츠 양복차림. 외근 중인가?
"오랜만이야."
그녀석이 웃으면서 나에게 인사를 한다. 약간 자신감이 없어보이는 느낌이랄까?
뭔가 찝찝한 느낌이 든다.
"어, 그래."
난 떨떠름 하면서도 맞 미소를 지어주었다. 자리가 불편하다.
커피가 나오고 커피를 반쯤 먹을 시간이 지나자 그녀석이 말문을 열었다.
"그때는 미안했어. 내가 철이 너무 없었던 거 같아."
그녀석의 말에 약간 미소가 나왔다. 이녀석이 이런 말을 할줄이야.
녀석의 진심에 보답하기 위해 녀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군대시절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고,
그 이야기가 약 30분 정도 지나자 그녀석이 사회쪽으로 말을 돌리기 시작했다.
"요새는 무슨 일 해?"
학원강사를 하고 있다고 하자 그녀석 표정에 약간 이채가 서리더니 사라졌다.
"학원강사면 아무래도 미래가 불안하지 않아? 정년 보장이 된 건 아니잖아."
-생각보다 괜찮아. 일단 페이가 높고, 나중에 독립해서 학원 꾸리면 도움을 받기도 하거든.
"흐음, 그래도 비전이 좀 부족할 거 같은데, 괜찮은 사업 아이템 이야기 하나 들어볼래?
사업아이템? 이녀석이 요새 사업을 하는건가 싶어서 그냥 말해보라고 했다.
"응, 네트워크 마케팅이라는 건데..."
네트워크 마케팅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짜증이 솟구쳐올랐다. 그리고 예전에 읽었던 글에서 자주 봤던 키워드가 떠올랐다.
교대, 카페, 네트워크 마케팅
내가 병X이라는 것을 깨닫고 난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러자 다른 쪽에서 앉아있던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오더니
'일단 이야기를 들어보세요.'하면서 나를 앉히려고 했다. 시XX이 미리 다 계획한 거였다.
"일단 이야기 들어봐. 너도 부모님한테 효도해야지. 학원강사일 하면서 부모님한테 효도할 수나 있겠어?"
순간 나는 꼭지가 돌아서 녀석을 쳐버릴까 하다가, 내 인생이 더 손해라 꾹 참고 남자와 여자의 팔을 뿌리쳤다.
"널 믿은 내가 병X이다. 다신 연락하지 마라."
난 그렇게 카페에서 나왔다. 그녀석이 따라오려고 했지만 난 바로 택시를 타고 가버렸다.
휴대폰이 울리지만 무시했다.
하, 그럼 그렇지. 그녀석이 정신을 차릴거라고 생각한 내가 병X이지.
그렇게 그날 기분이 잡치고 꽤 세월이 흘렀다. 몇 달 후에 이군과 만나 술 한 잔 할 때
이군이 웃으면서 해준 말로는 후배들한테 물건 강매하다가 학교에서 매장당했다는 이야기였다
(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제 지인이 10이하 사단에서 겪은 이야기를 토대로 만든 실화입니다.
꽤 된 이야기네요.
다단계를 하는 신군의 이야기는 제가 알 수가 없으므로 적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몇 번을 봐도 끝까지 읽게 되는 군 폐급
https://01.avsee.is/bbs/board.php?bo_table=community&wr_id=874901
실화입니다.
허구는 '시점에 따른 심리상태'뿐입니다.
-전역자의 하루 1-
07:00
전역한지도 어느새 1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아쉬움이 많았던 군생활이지만
군생활 중에 후회했던 일들을 다시는 하지 않으려고 부던히 노력하고 있다.
운 좋게 방학동안 학원보조강사 일을 하게되어 이번 학기 용돈은 풍족할 듯하다.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섰다.
10:00
2년 뒤면 군대갈 녀석들이 열심히 학원자습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이따금씩 군대는 어떻냐고 묻는 재수생들도 있지만, 군생활을 잘 했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 내가 무슨 충고를 할까
그냥 웃어 넘길 뿐이다.
12:00
보조강사다 보니 내가 강의할일은 거의 없고, 내가 할 일은 자습실 감독이나, 숙제 검수같은 일이다.
그래도 안양 학원 중심가에서 일을 하다보니 페이는 괜찮은 편이다.
다른 강사분들과 괜찮게 지내는 편이라 오늘 저녁에는 아크로 타워 쪽 먹자골목에서 술이라도 한잔 하잔다.
어차피 자취방에 가도 할 일이 없는데다가, 모처럼 술이 땡겨서 나도 참석하기로 했다.
16:00
아무래도 보조강사다 보니까 여러가지 잡일을 좀 많이 하게 된다.
뭐, 어떠랴. 그냥 묵묵히 일을 하다보니 다른 사람들도 나를 바라보는 눈길에 잡티가 없다.
묵묵히 일을 하면 역시 인정을 받는구나 싶다.
18:00
오늘의 일은 끝났다. 종일반에서 9시 ~ 18시까지 일을 하는 강사들끼리 모여서 아크로 타워로 향했다.
미필인 강사분들도 섞여있는데, 그 사람들은 군대에 대해서 굉장히 고민을 하고 있다. 조언을 해줘야할까?
18:40
학원에서 17시에 간식을 줬기 때문에 다들 허기가 지지는 않아서 그냥 일반 호프집으로 향했다.
생맥 4잔과 소세지 안주를 시킨 뒤, 적당히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뒤쪽 테이블에서 무언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18:45
-야, 진짜 그 새X 때문에 내가 군생활 얼마나 꼬였는 줄 알어?
-진짜 뭘 좀 하려고 치면 산통 깨는 데 뭐 있었다니까?
-지가 뭐라고 되는 줄 알고 허구헌날 뭐라뭐라 하는 데 진짜 고문관이 따로 없었다.
뒤쪽 테이블에서 들려오는 말들은 대충이렇다.
아니겠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냥 귀만 기울이며 맥주를 마신다.
19:10
고문관을 씹는 대화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결정타가 나왔다.
=야, 그 고문관 이름이 뭐냐?
-아, 걔 이름? 오창X이라고 있어, 이름도 뭣 같지?
순간 내 머리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다른 강사들이 의아해했지만
나는 그것을 무시하고 뒤쪽 테이블로 갔다.
그러자 잊을 수 없는 얼굴이 보였다.
"야, 신주X"
내가 나지막히 그 녀석의 이름을 부르자 그녀석의 표정이 순간 얼어붙는다.
19:20
"야, 너 지금 내 뒷담깐거냐?"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진다. 정말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저녀석만은 내 뒷담을 까지 않을거라 생각했었는데...
얼굴이 하얗게 질렸던 녀석이 다소 진정이 되었는지 안색이 원래대로 돌아온다.
그리고는 무언가 굉장히 기분이 나쁜듯, 얼굴이 달아오른다. 그리고 그녀석이 나에게 말했다.
"야이, 개XX야. 나 네 선임이야. 기억 못 하냐?"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전역자의 하루 2>
09:00
학교를 가긴 해야하는 데 매우 귀찮다.
군대 갔다오면 부지런해진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애초에 게으른 넘은 전역해도 게으른 것이 정답이랄까.
친구녀석에게 전화를 해보니 후배한테 대출시킨단다.
나도 그럴까 하다가 등록금이 아까워서 그냥 간다.
10:00
강의실로 가니 후배 하나가 친구 대신 대출을 하고 있다.
불만이 있으면 지 스스로 말을 할테고
굳이 나서서 무언가를 해결해주기도 싫다 .그저 귀찮다.
12:00
학생 식당으로 가니 동기들 몇 넘이 보인다.
꼽사리 껴서 같이 밥을 먹는다.
12:30
학회장 녀석이 나에게 과MT갈 수 있냐고 묻는다.
MT라고는 하지만 금요일 오후에 출발해서 토요일 오후에 돌아오는 MT다.
인원이 그다지 많은 과가 아니라서 복학생들도 MT에 오면 굽실굽실 거리는 게 우리과 MT다.
평소에 학회장 녀석이 행동을 잘 했기에 체면 세워줄겸 가기로 했다.
오늘 4시 출발이랬지?
14:00
우리과는 따지고 보면 악습이 존재한다.
MT에 가면 1,2학년을 개 굴리는 게 있다.
두 시간 정도? 빨간모자 쓰고 말하고 그런 것도 있긴한데
애초에 그걸 하는 군필은 없다.
신기하게도 미필애들이 그 흉내를 다 내는데 어디서 배운건지 모르겠다.
15:00
수업이 하나 더 있기 때문에 MT버스 말고
따로 가겠다고 학회장 녀석에게 말했다. 갈 때 고기나 댓근 더 사가라고
5만원을 주니까 학회장 녀석의 얼굴이 밝아진다.
영수증 떼오라고 했다.
17:00
수업이 끝나고 버스에 오른다.
몇몇 동기녀석들에게 물어보니까 귀찮아서 안간단다.
그냥 자기들끼리 술을 마신다나?
18:20
MT장에 도착하니 이미 신입생 애들은 신나게 구르고 있다.
구르기 편하라고 과티에 몸빼바지까지 주고 굴리기 때문에
이미 신입생 애들의 몸은 흙투성이다.
저런걸 왜 할까 싶으면서도 어차피 없애봐야 다시 생길게 뻔하기 때문에 터치하지 않는다.
정말 없애고 싶으면 학과에서 나서서 없애겠지.
18:25
멍때리면서 걷고 있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똑바로 못합니까!
-여기가 군대였으면 다 죽었습니다!
-유격 8번 100회 실시합니다.
유격 8번 100회라는 말에 귀가 더 쫑긋해진다 .미친X인가?
가까이 다가가니, 오, 시X
18:30
"야, 븅X아. 너는 군필새X가 여기에 뭔 지X이냐?"
신주X 병X이 군대 갔다와서 이 지X 떨고 있다는 것을 보고 기겁했다.
제대하고나서도 복학하지 않고 한 학기 더 쉬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복학하자마자 하는 짓이 신입생한테 군대놀이 시키는 것일 줄이야.
-뭐야, 방해하지 말고 가라.
"새X야, 너 때문에 내 군생할이 얼마나 지옥같았는 줄 아냐? 뭐 할 때마다 '너도 걔처럼 할거냐?'소리 듣느라 X 같았는데.'
내 입에서 속사포로 말이 나온다.
18:37
신입생들의 신주X을 바라보는 눈초리가 달라진다.
나하고 신주X은 그리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그냥 안면있고 학식에서 밥먹은 사이였는데 군대에서 그녀석이 친한척 하는 바람에 개꼬였다.
씨X 오창X 한테 들은 이야기를 종합하면 리얼 노답이었다고 해야할까?
그런데 그런 녀석이 군생활 제대로 한척 저 지X 떨고 있으니 순간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다.
계속 말씨름을 하려고 하는데 학회장 녀석이 죄송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면서 잠시 비켜달란다.
속이 끓는다.
19:20
오창X에게 전화를 한다.
신주X때문에 꼬인 군생활을 그나마 오창X이 막아주지 않았으면 난 진짜 자살했을거다.
전화해서 지금 신주X가 하는 꼬라지를 화상전화로 보여주니 오창X이 쓴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저번에 우연히 자신 뒷담까는 것을 들었다는데 소름이 돋는다.
22:30
술자리가 거나하다. 1인당 소주 1-2병은 들어간 상황인지라
다들 즐겁게 술을 마시고 있고, 지금은 야자타임이다. 15분 동안 뒤끝없이 선을 지켜가며 야자타임을 하는 중이라
나도 후배 앞에서 맥주잔에 소주 원샷해주고, 껄껄 댄다.
-너 지금 뭐라 그랬냐?
저쪽에서 갑자기 분위기가 냉각되는게 느껴진다.
신주X 앞에 서있는 신입생이 쩔쩔맨다.
"야, 뭐야?"
학회장 녀석에게 물어보니 신입생 녀석이 신주X한테 '엎드려'라고 했다고 저런단다.
하... 진짜 트러블 메이커새X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신주X(고문관, 부분대장만 하고 분대장은 후임이 달았음)
오창X(후임분대장)
이준X(고문관의 학교 친구. 안면있는 정도)
오창X <-> 이준X : 군생활 중 신주X로 인한 문제를 오창X이 최대한 커버해줌. 전역후에도 서로 연락하며 자주 만남(대학교가 가까운 편)
<전역자의 하루 3 完>
3월 12일
학원강사일을 시작한지도 3주 가까이 되어간다.
원래대로라면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해야겠지만, 학원 보조강사 일을 하면서 나를 눈여겨본
부원장선생님이 나를 학원강사로 기용했다. 학원자체가 학생수도 많고, 나도 보조강사하면서
남을 가르치는 일이 좋았기 때문에 부원장 선생님의 제의를 받아 강사를 하게 되었다.
'우웅'
휴대폰 진동이 울린다. 문자가 온 듯하다.
「안녕. 오군, 잘 지내? 나 신군이야. 전화통화 할 수 있을까?」
소름돋았다. 문자를 쿨하게 씹어주고 나는 즐거운 퇴근길을 걸어갔다.
하마터면 퇴근 잡칠뻔했네.
3월 17일
3월이지만 학원은 절대 널널하지 않다. 학부모들이 워낙 극성맞기 때문에
학원내에서도 학력평가를 자주해야할 뿐더러, 야자감독 당직도 순번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래도 페이가 괜찮으니 즐겁게 하고 있다.
자습실 밖에서 애들을 감독하면서 잠시 폰을 들여다보니 문자가 왔다.
「문자를 못 봤을 까봐 다시 보내. 저번에 내가 했던 일들은 미안해. 사과하고 싶은 데 전화할 수 있을까?」
이넘은 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나한테 문자를 보내는 걸까?
쿨하게 씹어주고 퇴근한 뒤에 이군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너 최근에 신군 본적 있어?
=아니, 나 이제 졸업학년이라서 바쁘잖아. 나, 그 넘이랑 별로 안친한거 알잖아. 으으, 니가 부럽다. 빠른이어서 학교 1년 먼저갔잖아.
-그러냐 ㅋㅋ 시간날때 연락해라. 술 한 잔 해야지?
=콜
신군 이넘 왜 이러는 거지?
3월 28일
신군, 이녀석한테서 매일 한 통씩 문자가 온다. 내용은 전부 비슷하다.
-그 때 내가 정말 미안해서 사과하고 싶어서 그래, 전화 한 통화 할 수 있을까?
이 녀석이 갱생을 한 걸까... 이렇게 보자고 하는 녀석 매몰차게 거절하기도 그래서 문자로 '이응이응' 하고 보냈더니
전화가 왔다.
=오군이야?
-어, 왜. 귀찮게 문자를 왜 계속 보내냐.
=아... 예전에 내가 너한테 너무 못 할 짓을 한 것 같아서 너무 미안해서...
-이미 지난 일이잖아. 우리 어차피 다시 볼 일도 없고.
=그래도 니가 나 군대때 많이 챙겨주고 그랬는데 진짜 미안해서... 우리 한 번 볼 수 있을까? 내가 술 살 게.
-괜찮아. 그냥 마음만 받을께.
=아니야, 이번 한 번만 만나자. 진짜 니 얼굴 보면서 사과하고 싶어.
나는 계속 거절했지만 끈덕지게 말을 하는 터에 그냥 죽는 사람 소원 들어주는 셈치고 만나기로 했다.
정신 차렸나...
4월 9일
마침 학원 비번이라 신군을 만나기로 했다.
약간 일찍 만나서 커피마시고 나서 술 먹자고 하길래 알았다고 하고 교대로 향했다.
약속 장소인 카페로 들어가니 그녀석이 먼저 들어와있었다.
후줄근한 와이셔츠 양복차림. 외근 중인가?
"오랜만이야."
그녀석이 웃으면서 나에게 인사를 한다. 약간 자신감이 없어보이는 느낌이랄까?
뭔가 찝찝한 느낌이 든다.
"어, 그래."
난 떨떠름 하면서도 맞 미소를 지어주었다. 자리가 불편하다.
커피가 나오고 커피를 반쯤 먹을 시간이 지나자 그녀석이 말문을 열었다.
"그때는 미안했어. 내가 철이 너무 없었던 거 같아."
그녀석의 말에 약간 미소가 나왔다. 이녀석이 이런 말을 할줄이야.
녀석의 진심에 보답하기 위해 녀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군대시절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고,
그 이야기가 약 30분 정도 지나자 그녀석이 사회쪽으로 말을 돌리기 시작했다.
"요새는 무슨 일 해?"
학원강사를 하고 있다고 하자 그녀석 표정에 약간 이채가 서리더니 사라졌다.
"학원강사면 아무래도 미래가 불안하지 않아? 정년 보장이 된 건 아니잖아."
-생각보다 괜찮아. 일단 페이가 높고, 나중에 독립해서 학원 꾸리면 도움을 받기도 하거든.
"흐음, 그래도 비전이 좀 부족할 거 같은데, 괜찮은 사업 아이템 이야기 하나 들어볼래?
사업아이템? 이녀석이 요새 사업을 하는건가 싶어서 그냥 말해보라고 했다.
"응, 네트워크 마케팅이라는 건데..."
네트워크 마케팅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짜증이 솟구쳐올랐다. 그리고 예전에 읽었던 글에서 자주 봤던 키워드가 떠올랐다.
교대, 카페, 네트워크 마케팅
내가 병X이라는 것을 깨닫고 난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러자 다른 쪽에서 앉아있던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오더니
'일단 이야기를 들어보세요.'하면서 나를 앉히려고 했다. 시XX이 미리 다 계획한 거였다.
"일단 이야기 들어봐. 너도 부모님한테 효도해야지. 학원강사일 하면서 부모님한테 효도할 수나 있겠어?"
순간 나는 꼭지가 돌아서 녀석을 쳐버릴까 하다가, 내 인생이 더 손해라 꾹 참고 남자와 여자의 팔을 뿌리쳤다.
"널 믿은 내가 병X이다. 다신 연락하지 마라."
난 그렇게 카페에서 나왔다. 그녀석이 따라오려고 했지만 난 바로 택시를 타고 가버렸다.
휴대폰이 울리지만 무시했다.
하, 그럼 그렇지. 그녀석이 정신을 차릴거라고 생각한 내가 병X이지.
그렇게 그날 기분이 잡치고 꽤 세월이 흘렀다. 몇 달 후에 이군과 만나 술 한 잔 할 때
이군이 웃으면서 해준 말로는 후배들한테 물건 강매하다가 학교에서 매장당했다는 이야기였다
(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제 지인이 10이하 사단에서 겪은 이야기를 토대로 만든 실화입니다.
꽤 된 이야기네요.
다단계를 하는 신군의 이야기는 제가 알 수가 없으므로 적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