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사조영웅전 18-19화
제 18화: 귀운장의 폭풍, 영웅의 가면
형인은 구양극의 두 시녀에게 머물 숙소를 구해준 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하고는, 곽정 일행과 다시 합류했다. 북개 홍칠공과의 기연을 뒤로하고, 일행은 다시 남쪽으로 향했다. 며칠간의 여정 동안, 폭포 아래서 드러난 황용의 눈부신 미모와 슬픔 속에서도 피어나는 목염자의 청초한 아름다움은 길 위에서 불필요한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결국 두 여인은 다시 얼굴에 검댕을 묻히고 허름한 남장을 하여, 평범한 소년(황용)과 병약해 보이는 서생(목염자)의 모습으로 위장하고 길을 떠나야 했다.
네 사람은 말을 달려 마침내 오호(五湖)라 불리는 광활한 태호(太湖)의 물가에 도착했다. 끝없이 펼쳐진 호수와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의 풍경은 가히 절경이었다. 나루터에서 배를 구해 호수를 건너려던 참에, 호수 위를 날듯이 다가오는 쾌속선 한 척과 마주쳤다. 뱃머리에는 의기양양한 풍채의 젊은이가 서 있었는데, 그는 자신을 태호 수적의 소채주(少寨主) 육관영(陸冠英)이라고 소개하며 예를 갖추었다.
육관영은 곽정의 순박하고 강직한 기상과 형인의 비범해 보이는 풍모, 그리고 남장을 했음에도 숨길 수 없는 황용과 목염자의 남다른 분위기에 호감을 느껴, 그들을 자신의 거처인 귀운장(歸雲莊)으로 정중히 초대했다. 귀운장은 태호의 외딴 섬에 자리한, 경치가 수려하고 기문진법(奇門陣法)으로 지어진 신비로운 분위기의 장원이었다. 그곳에서 그들은 육관영의 아버지이자 귀운장의 장주인 육승풍(陸乘風)을 만났다. 그는 두 다리가 불편하여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었지만, 온화한 미소 속에서도 예리한 눈빛과 범상치 않은 기운을 감추고 있었다. 형인은 그가 바로 동사 황약사의 제자였으나 파문당하고 두 다리의 힘줄까지 끊긴 비운의 고수임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귀운장에서 며칠간 편안하게 손님 대접을 받으며 머물던 중, 뜻밖의 소란스러운 소식이 전해졌다. 태호 수적들이 송나라 조정으로 향하던 금나라 사신 일행을 습격하여 귀운장으로 압송해 왔다는 것이었다. 놀랍게도 그 사신단의 우두머리는 다름 아닌 완안강이었다.
포박당한 채 끌려온 완안강은 조금도 기죽지 않고 여전히 오만하고 당당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육관영을 보자 비웃듯이 도발했다.
"흥, 고작 물도적 따위가 감히 대금국의 왕자인 나를 건드리다니! 좋다, 내 실력이 아직 죽지 않았음을 보여주마. 너와 나, 단둘이 비무하여 내가 이기면, 깨끗이 나를 풀어주는 것이 어떻겠느냐!"
비록 매초풍에게 무공을 배우지는 못했지만, 조왕부에서 익힌 잡다한 무공과 특유의 교활함은 여전했다. 젊고 혈기왕성한 육관영은 그의 도발에 쉽게 넘어가 승부를 받아들였다. 두 사람의 비무는 잠시 볼 만했지만, 기초가 탄탄하고 정통 무공을 익힌 육관영의 상대가 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완안강은 육관영에게 제압당했다.
굴욕감에 얼굴이 시뻘게진 완안강은 주변을 둘러보다 객석에 앉아 있는 곽정과 형인, 그리고 목염자를 발견하고는 순간 눈빛을 빛냈다. 그는 갑자기 태도를 180도 바꾸어,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워하며 애처로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곽 형! 형인 아우! 여긴 어쩐 일인가! 나를 알아보겠는가? 내가 비록 금나라 왕자로 알려졌지만, 나의 피는 한족(漢族)의 것이네! 나의 친아버지 양철심(楊鐵心)은 바로 곽 형의 부친과 의형제를 맺으신 분이지 않은가! 나는 이번 사신 길을 빌어 남쪽으로 와, 이제부터라도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양강(楊康)으로 살아가며 송나라를 위해 힘을 보탤 생각이었네! 부디 나의 진심을 알아주고 이분들을 설득하여 나를 풀어주게!"
그의 너무나도 능청스러운 변명과 연기에 곽정은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아버지를 잃은 목염자는 그에게 싸늘하고 경멸 어린 시선을 보낼 뿐이었고, 황용은 팔짱을 낀 채 흥미롭다는 듯 그의 연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육 장주님, 저분의 말씀이 사실이라면… 비록 저 자가 금나라 왕자 신분이지만, 그의 부친은 한족으로 저희 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으셨습니다. 이제라도 본성을 찾아 송나라 사람으로 살아가겠다 하니, 부디 한번만 선처를 베풀어 주십시오."
결국 나선 것은 순박한 곽정이었다. 그의 진심 어린 호소와 아버지 대의 의리를 언급하는 말에, 본래 심성이 어진 육승풍은 잠시 고민하더니 결국 완안강을 풀어주도록 명했다. 완안강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풀려났고, 곽정에게 거듭 고마움을 표했지만 그의 눈빛 속에는 여전히 의뭉스러운 속내가 감춰져 있었다.
"형인 오빠, 저 양강이란 사람, 아무래도 수상해요. 눈빛부터 간사하고 하는 말마다 진심이 느껴지지 않으니 절대 믿을 만한 인물이 못 돼요. 앞으로 항상 조심해야 할 거예요."
황용이 조용히 형인에게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단순한 경고를 넘어 형인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이 묻어났다. 형인은 그런 황용의 변화에 내심 기쁨과 만족감을 느꼈다. 자신의 계획대로 황용이 곽정의 어리석음에 실망하고 점차 자신에게 의지하며 마음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후후, 역시 용아는 영리하군. 곽정보다는 나를 더 믿고 따르게 될 것이다.'
며칠 뒤, 약속대로 강남 육괴가 귀운장에 도착했다. 오랜만의 재회에 반가움도 잠시, 귀운장에는 폭풍과도 같은 불청객이 찾아왔다. 기괴한 청동 가면을 쓰고 온몸에서 얼음처럼 차갑고 오만한 기운을 뿜어내는 인물. 그는 바로 동사 황약사였다!
황약사는 옛 제자 육승풍을 찾아와 지난 잘못을 용서한다는 뜻을 전하는 한편, 자신의 또 다른 제자 진현풍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곽정을 매섭게 몰아붙였다.
"네놈이 내 제자 현풍이를 죽게 만든 곽정이렷다! 감히 내 제자를 해하고 무사할 줄 알았더냐! 네놈이 북개 홍칠공에게 무공을 배웠다지? 좋다! 어디 네놈이 배운 가장 강한 장법으로 이 늙은이를 한번 쳐 보아라!"
황약사의 서릿발 같은 명령과 살기에 곽정은 잔뜩 겁을 먹었지만, 스승에게 배운 대로 정직하게 그의 요구에 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온 힘과 내공을 끌어모아 홍칠공에게 배운 항룡십팔장 초식(비록 10장밖에 익히지 못했지만 그 위력은 상당했다)을 황약사를 향해 펼치려 했다. 바로 그 찰나!
"안 됩니다!"
형인이 비명처럼 외치며 바람처럼 몸을 날려 황약사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곽정이 미처 힘을 거두지 못하고 날린, 전신의 힘이 실린 강맹한 장타를 자신의 가슴으로 온전히 받아냈다!
"푸헉!"
형인은 마치 심장이 터지고 내장이 뒤틀리는 듯한 충격을 받은 것처럼, 입에서 붉은 선혈(미리 입안에 머금고 있던 동물의 피였다)을 한 움큼 왈칵 토해내며 뒤로 비틀거렸다. 그는 황약사를 바라보며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힘겹게 말했다.
"황… 황용의… 아버님을… 공격해서는… 안 됩니다… 저는… 괜찮… 습니다…"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형인은 그대로 정신을 잃고 바닥으로 힘없이 쓰러졌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철저히 계산된 연기였다. 백년설삼과 보물 뱀의 피로 내공이 비약적으로 증진된 형인에게 곽정의 미숙한 장력은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했지만, 그는 황용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고 황약사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일부러 치명적인 중상을 입은 척 한 것이었다.
"형인 오빠!"
"형인아!"
황용과 목염자, 강남 육괴가 경악하며 쓰러진 형인에게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특히 황용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곽정 오빠! 어떻게… 어떻게 형인 오빠에게 이럴 수가 있어요!"
황용은 곽정을 원망과 배신감이 뒤섞인 눈빛으로 쏘아보았다. 곽정은 자신이 저지른 끔찍한 결과에 얼굴이 흙빛이 되어 완전히 넋이 나가 있었다. 황용은 눈물을 폭포수처럼 쏟아내며 황약사를 향해 절규했다.
"아버지! 이게 다 아버지 때문이에요! 만약 형인 오빠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저도 따라 죽어버릴 거예요!"
황용은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누구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몸을 날려 귀운장 앞의 드넓은 태호 속으로 망설임 없이 뛰어들어 순식간에 차가운 물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용아!"
"황 소저!"
모두가 경악하여 그녀를 불렀지만 이미 소용없었다. 곽정은 이 믿을 수 없는 상황과 감당하기 힘든 죄책감에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그는 잠시 후 정신을 간신히 수습하고 황약사 앞에 무릎을 꿇었다.
"황 도주님… 제가 아비의 원수(완안홍렬)를 갚은 뒤, 한 달 안에 반드시 도화도로 찾아가 죽음으로 죄를 청하겠습니다…"
황약사는 청동 가면 속에서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나뿐인 딸에 대한 걱정과 분노, 그리고 자신을 위해 몸을 던진(것처럼 보이는) 형인이라는 젊은이의 의협심과 희생에 대한 깊은 인상. 그는 잠시 무거운 침묵 속에 잠겨 있다가, 이내 싸늘한 한마디를 남기고 홀연히 바람처럼 사라졌다.
"…한 달 뒤, 도화도에서 기다리겠다."
귀운장에는 싸늘한 침묵만이 감돌았다. 바닥에 쓰러져 '의식 불명' 상태인 형인과 그를 둘러싸고 걱정하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행동으로 빚어진 비극 앞에 죄책감과 혼란에 빠져 망연자실한 곽정만이 남아 있었다.
제 19화: 요양의 막 뒤, 피어나는 욕망과 계략
황약사가 폭풍처럼 나타났다 사라지고, 황용마저 태호의 물속으로 몸을 던진 후, 귀운장(歸雲莊)에는 무거운 침묵과 혼란만이 감돌았다. 곽정은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죄책감과 황용에 대한 걱정으로 넋이 나간 상태였고, 강남 육괴는 곽정을 질책하면서도 가슴을 맞고 쓰러진 형인의 상태를 염려했다. 목염자는 형인의 곁을 떠나지 못하고 눈물만 글썽였다.
형인은 육승풍과 육관영 부자의 도움으로 귀운장 내에서도 가장 후미지고 조용한 별채로 옮겨졌다. 그는 여전히 의식이 없는 척, 혹은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것처럼 연기했다. 곽정의 항룡십팔장 장력은 결코 약하지 않았지만, 백년설삼과 보물 뱀의 피로 내공이 비약적으로 증진된 형인에게는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황용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고, 동시에 강남 육괴, 특히 한소영과 이제 막 자신의 여자가 된 목염자의 마음까지 더욱 깊숙이 옭아맬 수 있는 기회였다.
"내상이… 깊어 경락이 뒤틀린 듯합니다. 부디 며칠간만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이곳에서 조용히 운기조식하며 상처를 다스릴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형인은 간신히 눈을 뜨고 찾아온 육승풍과 강남 육괴에게 핏기 없는 입술로 힘겹게 부탁했다. 그의 '의로운' 희생과 위중해 보이는 상태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절대적인 안정을 취하도록 조치했다.
그 사이, 곽정은 뜻밖의 소식을 접했다. 과거 자신의 아버지 곽소천과 의형제 양철심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어머니 이평을 겁박했던 원수, 단천덕이 태호 수적들에게 붙잡혀 귀운장에 갇혀 있다는 것이었다! 곽정은 즉시 육승풍에게 요청하여 단천덕을 끌어내 왔다. 그는 별채 한쪽에 임시로 아버지 곽소천의 위패를 모시고, 그 앞에 단천덕을 꿇어앉혔다.
"단천덕! 네놈이 저지른 죄를 이제는 고해야 할 것이다!"
곽정의 분노에 찬 호통에 단천덕은 혼비백산하여 벌벌 떨었다. 그는 살기 위해 모든 것을 실토하기 시작했다. 과거 완안열이 양철심의 아내 포석약의 미모에 반해 계략을 꾸몄고, 자신을 매수하여 관병을 동원해 우가촌의 곽, 양 두 집안을 풍비박산 냈으며, 곽소천을 죽이고 양철심에게 치명상을 입혔다는 사실, 그리고 포석약을 북경으로 데려가 완안열에게 바쳤다는 전말까지. 그의 비겁한 고백은 18년 전 비극의 진실을 남김없이 드러냈다.
때마침 근처에 있던 양강이 이 모든 것을 듣게 되었다. 자신이 그토록 존경하고 따랐던 '아버지' 완안열이 친아버지와 곽씨 집안을 몰락시킨 철천지원수였다는 사실에 그는 엄청난 충격과 혼란에 휩싸였다. 그가 믿었던 모든 것이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었다. 완안강은 분노와 배신감에 몸을 떨며 달려들어, 미처 말을 끝맺지 못한 단천덕의 머리를 강타하여 즉사시켰다.
"곽 형… 이제야 모든 것을 알았소. 그 완안열은 나와 형의 불구대천지원수였구려!"
양강은 눈물을 흘리며 곽정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이제부터 양강으로 살아가겠다고 맹세했다. 곽정은 그의 진심(으로 보이는 모습)에 감동하여 그를 일으켜 세웠고, 두 사람은 아버지들의 인연을 이어 의형제를 맺기로 약속했다.
"아우님, 잘 생각했네! 이제 우리는 형제로서 함께 원수를 갚아야 하네! 내일 당장 북경으로 가서 그 완안열의 목을 베어야 하겠네!"
곽정은 복수심에 불타올라 당장이라도 북경으로 떠날 기세였다. 양강 역시 복잡한 심경 속에서도 곽정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이 모든 소식을 전해 들은 형인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모든 것이 자신의 예상보다 더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곽정과 양강이 복수를 위해 북경으로 떠나 준다면, 자신은 방해 없이 목염자와 함께하며 그녀를 완전히 길들일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그는 곽정과 양강을 찾아가 '부상 중인 몸'을 이끌고 힘겹게 조언했다.
"곽 형, 양 아우. 두 분의 의기는 하늘을 찌르는구려. 북경까지 가려면 길이 멀고 험하니, 부디 각자의 홍마를 타고 가시오. 그러면 열흘이면 족히 다녀올 수 있을 것이오. 다만… 염자 아가씨는 여인의 몸으로 위험한 복수길에 동행시킬 수 없으니, 나와 함께 이곳에 남아 정양하며 두 분을 기다리는 것이 좋겠소. 우리는 가흥을 거쳐 주산으로 가서 배편을 알아볼 테니, 스무 날 뒤 그곳에서 다시 만나 도화도로 함께 떠나도록 합시다."
그의 제안은 합리적으로 들렸고, 곽정과 양강은 그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강남 육괴 역시 중추절에 가흥 연우루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각자의 길을 떠났다. 마침내 귀운장의 조용한 별채에는 형인과 목염자, 그리고 밤이면 교대로 찾아오는 한소영만이 남게 되었다.
순수한 헌신, 뜨거운 입술의 봉사
낮 동안, 형인의 곁은 목염자의 차지였다. 그녀는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형인에게 의지하며 달랬고, 그가 자신을 위해 희생하다 중상을 입었다는 생각에 죄책감과 함께 더욱 깊은 애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형인을 조금이라도 기쁘게 하고 그의 회복을 돕고 싶은 마음에, 매일 아침 정성껏 화장하고 그가 사준 가장 고운 비단 옷으로 갈아입었다. 청초한 얼굴에 깃든 연분홍빛 홍조와 슬픔 속에서도 빛나는 까만 눈동자는 보호 본능과 함께 묘한 색정을 불러일으켰다. 막 목욕을 마친 듯 맑고 투명한 피부에서 풍겨 나오는 은은한 꽃향기와 깨끗한 살 내음은 형인의 욕망을 끊임없이 자극했다.
그녀는 식사와 탕약을 손수 가져와 그의 입에 넣어주고, 그의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부드러운 수건으로 정성껏 닦아주었다. 형인은 그런 그녀의 헌신을 받으며, '내상으로 인해 탁한 사기(邪氣)가 하초(下焦)에 뭉쳐 풀리지 않으면 회복이 더딜 것'이라는 거짓말로 그녀의 걱정을 증폭시켰다. 그는 고통스러운 신음과 함께 이불 아래 아랫도리가 터질 듯 부풀어 오르는 모습을 연출하며 그녀를 안절부절못하게 만들었다.
"형인 공자… 제가… 제가 어찌하면 공자의 고통을 덜어드릴 수 있겠습니까? 제발 방법을 알려주십시오."
순수하고 헌신적인 목염자는 그의 '고통'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에 어쩔 줄 몰라 하며 눈물까지 글썽였다. 형인은 힘겹게 그녀의 부드러운 손을 잡고 애처로운 눈빛으로 속삭였다.
"염자… 나의 소중한 염자… 그대의 도움이 절실하오… 그대의 부드러운 입술과 혀로… 이 뭉친 사기를 풀어주어야만… 내가 살 수 있을 것 같소… 다만 나는 몸을 움직이기 힘드니… 부디 그대가…"
목염자는 그의 노골적인 요구에 온몸의 피가 얼굴로 쏠리는 듯 했지만, 사랑하는 은인의 생사가 달렸다고 생각하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결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이불을 걷어내고,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한 채 그의 뜨겁고 단단하게 솟아오른 남성의 상징 앞에 조심스럽게 무릎을 꿇었다. 형인이 조금도 불편하지 않도록, 그녀는 서툴지만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자신의 작고 부드러운 입술과 혀, 그리고 섬세한 손길을 이용하여 그의 욕망을 부드럽게 감싸고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흐읍… 아… 공자…"
처음 해보는 낯설고 수치스러운 행위였지만, 그녀는 오직 형인의 '고통'을 덜어주겠다는 일념으로 그의 것을 조심스럽게 핥고, 입안에 머금고, 부드럽게 빨아올렸다. 때로는 두 손으로 그의 기둥을 부드럽게 감싸 쥐고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이며 그의 쾌감을 섬세하게 도왔다. 형인은 그녀의 순수하면서도 헌신적인 봉사에 눈을 감고 만족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그녀의 입안에서 느껴지는 뜨겁고 부드러운 감촉, 그리고 자신을 위해 애쓰는 그녀의 가련하고도 아름다운 모습은 그에게 극한의 쾌감과 함께 그녀를 완전히 소유하고 지배하고 있다는 뒤틀린 만족감을 안겨주었다. 마침내 형인이 낮은 신음과 함께 그녀의 입안과 손 위로 뜨겁고 진한 액체를 쏟아냈을 때, 목염자는 그것을 조금도 흘리지 않고 삼키며, 자신이 사랑하는 이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는 안도감과 함께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형인은 그런 그녀의 순진무구한 헌신을 마음껏 즐기며, 그녀를 더욱 깊은 복종과 쾌락의 세계로 이끌고 있었다.
질투와 욕망의 목욕, 물속의 격정
밤이 깊어지면 어김없이 한소영이 목염자와 교대하여 형인의 병상을 찾았다. 그녀는 낮 동안 형인의 곁을 그림자처럼 지키는 목염자의 존재에 속으로 들끓는 질투심을 애써 감추며, 오직 자신만이 형인의 진정한 여자이자 그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존재라고 확신했다. 그녀 역시 형인을 만나러 오기 전, 은밀하게 몸단장을 했다. 평소의 강인한 여검객의 모습 대신, 몸의 곡선을 아슬아슬하게 드러내는 얇은 비단 잠옷을 입고, 얼굴에는 평소보다 더 짙고 요염한 화장을 했다. 그녀의 눈빛에는 형인에 대한 걱정과 함께, 그를 향한 뜨거운 욕망과 소유욕이 불타고 있었다. 하지만 형인이 중상을 입었다고 믿고 있었기에, 섣불리 자신의 욕망을 드러낼 수는 없었다.
"형인아, 땀을 많이 흘렸구나. 몸이 끈적하면 기혈 순환이 막혀 상처 회복에 좋지 않다. 내가 목욕물을 정성껏 받아왔으니 몸을 깨끗이 씻어내자."
그녀는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다란 나무 목욕통을 방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그리고는 마치 귀한 도자기를 다루듯, 형인의 옷을 조심스럽게 벗기고 그의 몸을 부축하여 따뜻하고 향기로운 약초 물이 담긴 목욕통 안으로 천천히 옮겼다. 형인은 온몸에 힘을 빼고 그녀에게 완전히 몸을 맡기며, 그녀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미약하고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한소영은 부드러운 비단 천에 따뜻한 물을 흠뻑 적셔 그의 몸 구석구석을 정성껏 닦아주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길은 그의 넓은 어깨와 탄탄한 가슴팍을 지나, 단단한 복근의 윤곽을 따라 점점 더 아래쪽, 은밀한 곳으로 향했다. 그녀는 형인의 몸 구석구석을 닦아주면서, 그의 탄탄한 근육의 감촉과 물에 젖어 더욱 도드라지는 남성적인 매력, 그리고 그의 뜨거운 체온에 자신도 모르게 숨결이 거칠어지고 아랫배가 묵직하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손길은 점점 더 대담하고 노골적으로 변해갔다. 그의 허벅지 안쪽 여린 살을 일부러 오랫동안 문지르거나, 혹은 그의 남성의 상징 주변을 은근슬쩍 스치며 애태우듯 자극했다. 그녀의 눈빛에는 형인에 대한 걱정과 함께, 그를 향한 숨길 수 없는 뜨거운 욕망이 격렬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형인은 그녀의 타는 듯한 갈망과 노골적인 손길을 모를 리 없었다. 그는 그녀의 손길에 맞춰 '힘겹게' 반응하는 척하며 뜨거운 신음을 흘렸고, 마침내 그녀의 손길이 자신의 중심부를 부드럽게 감싸 쥐고 본격적으로 애무하기 시작하자, 그는 더 이상 인내할 수 없다는 듯 '약해 보이는' 팔로 그녀의 목을 강하게 휘감아 목욕통 안으로 거칠게 끌어들였다!
"꺄악! 형인아, 너…! 몸은 괜찮은 것이냐!"
한소영은 비명과 함께 물속으로 빠졌지만, 이내 뜨거운 물과 자신을 강하게 끌어안는 형인의 단단하고 뜨거운 몸에 둘러싸이자 모든 저항을 잊었다. 형인은 더 이상 약한 척하지 않았다. 그의 눈빛은 오직 순수한 욕망으로 이글거렸다. 그는 젖은 몸으로 자신에게 안겨오는 한소영의 붉은 입술을 게걸스럽게 탐하고, 그녀의 얇은 잠옷을 물속에서 거칠게 찢어 발겼다. 두 개의 뜨겁고 미끈거리는 나신이 좁은 목욕통 안에서 격렬하게, 그리고 필사적으로 얽혔다. 뜨거운 목욕물이 사방으로 넘쳐흘러 방바닥을 흥건히 적셨지만, 두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의 몸을 미친 듯이 탐닉했다. 형인은 그녀의 풍만한 젖가슴을 깨물고 빨아들이며, 그녀의 가장 깊고 뜨거운 곳으로 자신의 거대한 욕망을 단숨에, 그리고 깊숙이 밀어 넣었다.
"하읏! 아! 형인…! 너… 정말… 다친 것이… 아니었구나… 이 나쁜… 흡…!"
한소영은 그의 갑작스럽고 격렬한 침입과 움직임 속에서 뒤늦게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이미 온몸으로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강렬한 쾌감과 그에 대한 주체할 수 없는 욕망 때문에 그를 뿌리치거나 원망할 수 없었다. 오히려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의 허리를 두 다리로 단단히 감고 더욱 적극적으로 그의 움직임에 호응하며, 그동안 쌓였던 욕망과 질투심을 남김없이 분출했다. 목욕통의 물이 거의 다 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두 사람의 격렬하고도 은밀한 정사는 밤새도록 멈추지 않았다.
새로운 여정의 시작
그렇게 꿈결같은 사흘 밤낮이 흘렀다. 형인은 마침내 '내상이 신기하게도 거의 다 나았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여전히 안색이 조금 창백하고 걸음걸이가 약간 불안정해 보였지만(물론 완벽한 연기였다), 눈빛만은 이전보다 더욱 깊고 강렬한 자신감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는 육승풍 부자에게 정중히 감사를 표하고, 특히 자신을 밤낮으로 극진히 간호해 준 목염자와 한소영에게는 각별히 다정하고 애틋한 눈빛을 보내며 고마움을 전했다. 두 여인은 그의 시선에 행복감과 수줍음이 뒤섞인 표정으로 얼굴을 붉히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이제 몸도 거의 회복되었으니, 더 이상 폐를 끼칠 수는 없습니다. 염자 아가씨와 함께 예정대로 남쪽으로 떠나야겠습니다."
북경으로 떠날 채비를 마친 곽정과 양강도 그에게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찾아왔다.
"형인, 부디 몸조심하게. 우리는 북경에서 원수를 갚고 스무 날 뒤에 주산 근처에서 다시 만나세." 곽정이 진심으로 걱정하며 말했다.
양강 역시 곽정을 따라 형인에게 몸조심하라는 인사를 건넸다. 형인은 두 사람에게 미소를 지으며 무운을 빌어주었다.
강남 육괴 역시 중추절에 가흥 연우루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각자의 길을 떠났다. 떠나기 전, 한소영은 형인에게 다가와 아무도 듣지 못하게 그의 귓가에 낮고 뜨거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몸조심하거라, 나의 정인(情人). 그리고… 너무 많은 여자는 탐하지 마라. 내 질투심은… 생각보다 무서울지도 모르니." 그녀의 목소리에는 형인에 대한 깊은 애정과 함께, 다른 여인들에 대한 강렬한 질투심과 소유욕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마침내 형인과 남장을 한 목염자는 귀운장의 모든 이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곽정과 양강과는 다른 방향, 즉 가흥을 거쳐 주산으로 향하는 남쪽 길에 올랐다. 형인의 마음속에는 곧 다시 만나게 될 황용에 대한 기대와 함께, 앞으로 펼쳐될 강호에서의 더욱 치밀하고 거대한 계획들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형인은 구양극의 두 시녀에게 머물 숙소를 구해준 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하고는, 곽정 일행과 다시 합류했다. 북개 홍칠공과의 기연을 뒤로하고, 일행은 다시 남쪽으로 향했다. 며칠간의 여정 동안, 폭포 아래서 드러난 황용의 눈부신 미모와 슬픔 속에서도 피어나는 목염자의 청초한 아름다움은 길 위에서 불필요한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결국 두 여인은 다시 얼굴에 검댕을 묻히고 허름한 남장을 하여, 평범한 소년(황용)과 병약해 보이는 서생(목염자)의 모습으로 위장하고 길을 떠나야 했다.
네 사람은 말을 달려 마침내 오호(五湖)라 불리는 광활한 태호(太湖)의 물가에 도착했다. 끝없이 펼쳐진 호수와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의 풍경은 가히 절경이었다. 나루터에서 배를 구해 호수를 건너려던 참에, 호수 위를 날듯이 다가오는 쾌속선 한 척과 마주쳤다. 뱃머리에는 의기양양한 풍채의 젊은이가 서 있었는데, 그는 자신을 태호 수적의 소채주(少寨主) 육관영(陸冠英)이라고 소개하며 예를 갖추었다.
육관영은 곽정의 순박하고 강직한 기상과 형인의 비범해 보이는 풍모, 그리고 남장을 했음에도 숨길 수 없는 황용과 목염자의 남다른 분위기에 호감을 느껴, 그들을 자신의 거처인 귀운장(歸雲莊)으로 정중히 초대했다. 귀운장은 태호의 외딴 섬에 자리한, 경치가 수려하고 기문진법(奇門陣法)으로 지어진 신비로운 분위기의 장원이었다. 그곳에서 그들은 육관영의 아버지이자 귀운장의 장주인 육승풍(陸乘風)을 만났다. 그는 두 다리가 불편하여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었지만, 온화한 미소 속에서도 예리한 눈빛과 범상치 않은 기운을 감추고 있었다. 형인은 그가 바로 동사 황약사의 제자였으나 파문당하고 두 다리의 힘줄까지 끊긴 비운의 고수임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귀운장에서 며칠간 편안하게 손님 대접을 받으며 머물던 중, 뜻밖의 소란스러운 소식이 전해졌다. 태호 수적들이 송나라 조정으로 향하던 금나라 사신 일행을 습격하여 귀운장으로 압송해 왔다는 것이었다. 놀랍게도 그 사신단의 우두머리는 다름 아닌 완안강이었다.
포박당한 채 끌려온 완안강은 조금도 기죽지 않고 여전히 오만하고 당당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육관영을 보자 비웃듯이 도발했다.
"흥, 고작 물도적 따위가 감히 대금국의 왕자인 나를 건드리다니! 좋다, 내 실력이 아직 죽지 않았음을 보여주마. 너와 나, 단둘이 비무하여 내가 이기면, 깨끗이 나를 풀어주는 것이 어떻겠느냐!"
비록 매초풍에게 무공을 배우지는 못했지만, 조왕부에서 익힌 잡다한 무공과 특유의 교활함은 여전했다. 젊고 혈기왕성한 육관영은 그의 도발에 쉽게 넘어가 승부를 받아들였다. 두 사람의 비무는 잠시 볼 만했지만, 기초가 탄탄하고 정통 무공을 익힌 육관영의 상대가 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완안강은 육관영에게 제압당했다.
굴욕감에 얼굴이 시뻘게진 완안강은 주변을 둘러보다 객석에 앉아 있는 곽정과 형인, 그리고 목염자를 발견하고는 순간 눈빛을 빛냈다. 그는 갑자기 태도를 180도 바꾸어,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워하며 애처로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곽 형! 형인 아우! 여긴 어쩐 일인가! 나를 알아보겠는가? 내가 비록 금나라 왕자로 알려졌지만, 나의 피는 한족(漢族)의 것이네! 나의 친아버지 양철심(楊鐵心)은 바로 곽 형의 부친과 의형제를 맺으신 분이지 않은가! 나는 이번 사신 길을 빌어 남쪽으로 와, 이제부터라도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양강(楊康)으로 살아가며 송나라를 위해 힘을 보탤 생각이었네! 부디 나의 진심을 알아주고 이분들을 설득하여 나를 풀어주게!"
그의 너무나도 능청스러운 변명과 연기에 곽정은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아버지를 잃은 목염자는 그에게 싸늘하고 경멸 어린 시선을 보낼 뿐이었고, 황용은 팔짱을 낀 채 흥미롭다는 듯 그의 연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육 장주님, 저분의 말씀이 사실이라면… 비록 저 자가 금나라 왕자 신분이지만, 그의 부친은 한족으로 저희 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으셨습니다. 이제라도 본성을 찾아 송나라 사람으로 살아가겠다 하니, 부디 한번만 선처를 베풀어 주십시오."
결국 나선 것은 순박한 곽정이었다. 그의 진심 어린 호소와 아버지 대의 의리를 언급하는 말에, 본래 심성이 어진 육승풍은 잠시 고민하더니 결국 완안강을 풀어주도록 명했다. 완안강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풀려났고, 곽정에게 거듭 고마움을 표했지만 그의 눈빛 속에는 여전히 의뭉스러운 속내가 감춰져 있었다.
"형인 오빠, 저 양강이란 사람, 아무래도 수상해요. 눈빛부터 간사하고 하는 말마다 진심이 느껴지지 않으니 절대 믿을 만한 인물이 못 돼요. 앞으로 항상 조심해야 할 거예요."
황용이 조용히 형인에게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단순한 경고를 넘어 형인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이 묻어났다. 형인은 그런 황용의 변화에 내심 기쁨과 만족감을 느꼈다. 자신의 계획대로 황용이 곽정의 어리석음에 실망하고 점차 자신에게 의지하며 마음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후후, 역시 용아는 영리하군. 곽정보다는 나를 더 믿고 따르게 될 것이다.'
며칠 뒤, 약속대로 강남 육괴가 귀운장에 도착했다. 오랜만의 재회에 반가움도 잠시, 귀운장에는 폭풍과도 같은 불청객이 찾아왔다. 기괴한 청동 가면을 쓰고 온몸에서 얼음처럼 차갑고 오만한 기운을 뿜어내는 인물. 그는 바로 동사 황약사였다!
황약사는 옛 제자 육승풍을 찾아와 지난 잘못을 용서한다는 뜻을 전하는 한편, 자신의 또 다른 제자 진현풍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곽정을 매섭게 몰아붙였다.
"네놈이 내 제자 현풍이를 죽게 만든 곽정이렷다! 감히 내 제자를 해하고 무사할 줄 알았더냐! 네놈이 북개 홍칠공에게 무공을 배웠다지? 좋다! 어디 네놈이 배운 가장 강한 장법으로 이 늙은이를 한번 쳐 보아라!"
황약사의 서릿발 같은 명령과 살기에 곽정은 잔뜩 겁을 먹었지만, 스승에게 배운 대로 정직하게 그의 요구에 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온 힘과 내공을 끌어모아 홍칠공에게 배운 항룡십팔장 초식(비록 10장밖에 익히지 못했지만 그 위력은 상당했다)을 황약사를 향해 펼치려 했다. 바로 그 찰나!
"안 됩니다!"
형인이 비명처럼 외치며 바람처럼 몸을 날려 황약사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곽정이 미처 힘을 거두지 못하고 날린, 전신의 힘이 실린 강맹한 장타를 자신의 가슴으로 온전히 받아냈다!
"푸헉!"
형인은 마치 심장이 터지고 내장이 뒤틀리는 듯한 충격을 받은 것처럼, 입에서 붉은 선혈(미리 입안에 머금고 있던 동물의 피였다)을 한 움큼 왈칵 토해내며 뒤로 비틀거렸다. 그는 황약사를 바라보며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힘겹게 말했다.
"황… 황용의… 아버님을… 공격해서는… 안 됩니다… 저는… 괜찮… 습니다…"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형인은 그대로 정신을 잃고 바닥으로 힘없이 쓰러졌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철저히 계산된 연기였다. 백년설삼과 보물 뱀의 피로 내공이 비약적으로 증진된 형인에게 곽정의 미숙한 장력은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했지만, 그는 황용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고 황약사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일부러 치명적인 중상을 입은 척 한 것이었다.
"형인 오빠!"
"형인아!"
황용과 목염자, 강남 육괴가 경악하며 쓰러진 형인에게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특히 황용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곽정 오빠! 어떻게… 어떻게 형인 오빠에게 이럴 수가 있어요!"
황용은 곽정을 원망과 배신감이 뒤섞인 눈빛으로 쏘아보았다. 곽정은 자신이 저지른 끔찍한 결과에 얼굴이 흙빛이 되어 완전히 넋이 나가 있었다. 황용은 눈물을 폭포수처럼 쏟아내며 황약사를 향해 절규했다.
"아버지! 이게 다 아버지 때문이에요! 만약 형인 오빠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저도 따라 죽어버릴 거예요!"
황용은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누구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몸을 날려 귀운장 앞의 드넓은 태호 속으로 망설임 없이 뛰어들어 순식간에 차가운 물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용아!"
"황 소저!"
모두가 경악하여 그녀를 불렀지만 이미 소용없었다. 곽정은 이 믿을 수 없는 상황과 감당하기 힘든 죄책감에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그는 잠시 후 정신을 간신히 수습하고 황약사 앞에 무릎을 꿇었다.
"황 도주님… 제가 아비의 원수(완안홍렬)를 갚은 뒤, 한 달 안에 반드시 도화도로 찾아가 죽음으로 죄를 청하겠습니다…"
황약사는 청동 가면 속에서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나뿐인 딸에 대한 걱정과 분노, 그리고 자신을 위해 몸을 던진(것처럼 보이는) 형인이라는 젊은이의 의협심과 희생에 대한 깊은 인상. 그는 잠시 무거운 침묵 속에 잠겨 있다가, 이내 싸늘한 한마디를 남기고 홀연히 바람처럼 사라졌다.
"…한 달 뒤, 도화도에서 기다리겠다."
귀운장에는 싸늘한 침묵만이 감돌았다. 바닥에 쓰러져 '의식 불명' 상태인 형인과 그를 둘러싸고 걱정하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행동으로 빚어진 비극 앞에 죄책감과 혼란에 빠져 망연자실한 곽정만이 남아 있었다.
제 19화: 요양의 막 뒤, 피어나는 욕망과 계략
황약사가 폭풍처럼 나타났다 사라지고, 황용마저 태호의 물속으로 몸을 던진 후, 귀운장(歸雲莊)에는 무거운 침묵과 혼란만이 감돌았다. 곽정은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죄책감과 황용에 대한 걱정으로 넋이 나간 상태였고, 강남 육괴는 곽정을 질책하면서도 가슴을 맞고 쓰러진 형인의 상태를 염려했다. 목염자는 형인의 곁을 떠나지 못하고 눈물만 글썽였다.
형인은 육승풍과 육관영 부자의 도움으로 귀운장 내에서도 가장 후미지고 조용한 별채로 옮겨졌다. 그는 여전히 의식이 없는 척, 혹은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것처럼 연기했다. 곽정의 항룡십팔장 장력은 결코 약하지 않았지만, 백년설삼과 보물 뱀의 피로 내공이 비약적으로 증진된 형인에게는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황용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고, 동시에 강남 육괴, 특히 한소영과 이제 막 자신의 여자가 된 목염자의 마음까지 더욱 깊숙이 옭아맬 수 있는 기회였다.
"내상이… 깊어 경락이 뒤틀린 듯합니다. 부디 며칠간만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이곳에서 조용히 운기조식하며 상처를 다스릴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형인은 간신히 눈을 뜨고 찾아온 육승풍과 강남 육괴에게 핏기 없는 입술로 힘겹게 부탁했다. 그의 '의로운' 희생과 위중해 보이는 상태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절대적인 안정을 취하도록 조치했다.
그 사이, 곽정은 뜻밖의 소식을 접했다. 과거 자신의 아버지 곽소천과 의형제 양철심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어머니 이평을 겁박했던 원수, 단천덕이 태호 수적들에게 붙잡혀 귀운장에 갇혀 있다는 것이었다! 곽정은 즉시 육승풍에게 요청하여 단천덕을 끌어내 왔다. 그는 별채 한쪽에 임시로 아버지 곽소천의 위패를 모시고, 그 앞에 단천덕을 꿇어앉혔다.
"단천덕! 네놈이 저지른 죄를 이제는 고해야 할 것이다!"
곽정의 분노에 찬 호통에 단천덕은 혼비백산하여 벌벌 떨었다. 그는 살기 위해 모든 것을 실토하기 시작했다. 과거 완안열이 양철심의 아내 포석약의 미모에 반해 계략을 꾸몄고, 자신을 매수하여 관병을 동원해 우가촌의 곽, 양 두 집안을 풍비박산 냈으며, 곽소천을 죽이고 양철심에게 치명상을 입혔다는 사실, 그리고 포석약을 북경으로 데려가 완안열에게 바쳤다는 전말까지. 그의 비겁한 고백은 18년 전 비극의 진실을 남김없이 드러냈다.
때마침 근처에 있던 양강이 이 모든 것을 듣게 되었다. 자신이 그토록 존경하고 따랐던 '아버지' 완안열이 친아버지와 곽씨 집안을 몰락시킨 철천지원수였다는 사실에 그는 엄청난 충격과 혼란에 휩싸였다. 그가 믿었던 모든 것이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었다. 완안강은 분노와 배신감에 몸을 떨며 달려들어, 미처 말을 끝맺지 못한 단천덕의 머리를 강타하여 즉사시켰다.
"곽 형… 이제야 모든 것을 알았소. 그 완안열은 나와 형의 불구대천지원수였구려!"
양강은 눈물을 흘리며 곽정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이제부터 양강으로 살아가겠다고 맹세했다. 곽정은 그의 진심(으로 보이는 모습)에 감동하여 그를 일으켜 세웠고, 두 사람은 아버지들의 인연을 이어 의형제를 맺기로 약속했다.
"아우님, 잘 생각했네! 이제 우리는 형제로서 함께 원수를 갚아야 하네! 내일 당장 북경으로 가서 그 완안열의 목을 베어야 하겠네!"
곽정은 복수심에 불타올라 당장이라도 북경으로 떠날 기세였다. 양강 역시 복잡한 심경 속에서도 곽정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이 모든 소식을 전해 들은 형인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모든 것이 자신의 예상보다 더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곽정과 양강이 복수를 위해 북경으로 떠나 준다면, 자신은 방해 없이 목염자와 함께하며 그녀를 완전히 길들일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그는 곽정과 양강을 찾아가 '부상 중인 몸'을 이끌고 힘겹게 조언했다.
"곽 형, 양 아우. 두 분의 의기는 하늘을 찌르는구려. 북경까지 가려면 길이 멀고 험하니, 부디 각자의 홍마를 타고 가시오. 그러면 열흘이면 족히 다녀올 수 있을 것이오. 다만… 염자 아가씨는 여인의 몸으로 위험한 복수길에 동행시킬 수 없으니, 나와 함께 이곳에 남아 정양하며 두 분을 기다리는 것이 좋겠소. 우리는 가흥을 거쳐 주산으로 가서 배편을 알아볼 테니, 스무 날 뒤 그곳에서 다시 만나 도화도로 함께 떠나도록 합시다."
그의 제안은 합리적으로 들렸고, 곽정과 양강은 그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강남 육괴 역시 중추절에 가흥 연우루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각자의 길을 떠났다. 마침내 귀운장의 조용한 별채에는 형인과 목염자, 그리고 밤이면 교대로 찾아오는 한소영만이 남게 되었다.
순수한 헌신, 뜨거운 입술의 봉사
낮 동안, 형인의 곁은 목염자의 차지였다. 그녀는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형인에게 의지하며 달랬고, 그가 자신을 위해 희생하다 중상을 입었다는 생각에 죄책감과 함께 더욱 깊은 애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형인을 조금이라도 기쁘게 하고 그의 회복을 돕고 싶은 마음에, 매일 아침 정성껏 화장하고 그가 사준 가장 고운 비단 옷으로 갈아입었다. 청초한 얼굴에 깃든 연분홍빛 홍조와 슬픔 속에서도 빛나는 까만 눈동자는 보호 본능과 함께 묘한 색정을 불러일으켰다. 막 목욕을 마친 듯 맑고 투명한 피부에서 풍겨 나오는 은은한 꽃향기와 깨끗한 살 내음은 형인의 욕망을 끊임없이 자극했다.
그녀는 식사와 탕약을 손수 가져와 그의 입에 넣어주고, 그의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부드러운 수건으로 정성껏 닦아주었다. 형인은 그런 그녀의 헌신을 받으며, '내상으로 인해 탁한 사기(邪氣)가 하초(下焦)에 뭉쳐 풀리지 않으면 회복이 더딜 것'이라는 거짓말로 그녀의 걱정을 증폭시켰다. 그는 고통스러운 신음과 함께 이불 아래 아랫도리가 터질 듯 부풀어 오르는 모습을 연출하며 그녀를 안절부절못하게 만들었다.
"형인 공자… 제가… 제가 어찌하면 공자의 고통을 덜어드릴 수 있겠습니까? 제발 방법을 알려주십시오."
순수하고 헌신적인 목염자는 그의 '고통'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에 어쩔 줄 몰라 하며 눈물까지 글썽였다. 형인은 힘겹게 그녀의 부드러운 손을 잡고 애처로운 눈빛으로 속삭였다.
"염자… 나의 소중한 염자… 그대의 도움이 절실하오… 그대의 부드러운 입술과 혀로… 이 뭉친 사기를 풀어주어야만… 내가 살 수 있을 것 같소… 다만 나는 몸을 움직이기 힘드니… 부디 그대가…"
목염자는 그의 노골적인 요구에 온몸의 피가 얼굴로 쏠리는 듯 했지만, 사랑하는 은인의 생사가 달렸다고 생각하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결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이불을 걷어내고,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한 채 그의 뜨겁고 단단하게 솟아오른 남성의 상징 앞에 조심스럽게 무릎을 꿇었다. 형인이 조금도 불편하지 않도록, 그녀는 서툴지만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자신의 작고 부드러운 입술과 혀, 그리고 섬세한 손길을 이용하여 그의 욕망을 부드럽게 감싸고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흐읍… 아… 공자…"
처음 해보는 낯설고 수치스러운 행위였지만, 그녀는 오직 형인의 '고통'을 덜어주겠다는 일념으로 그의 것을 조심스럽게 핥고, 입안에 머금고, 부드럽게 빨아올렸다. 때로는 두 손으로 그의 기둥을 부드럽게 감싸 쥐고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이며 그의 쾌감을 섬세하게 도왔다. 형인은 그녀의 순수하면서도 헌신적인 봉사에 눈을 감고 만족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그녀의 입안에서 느껴지는 뜨겁고 부드러운 감촉, 그리고 자신을 위해 애쓰는 그녀의 가련하고도 아름다운 모습은 그에게 극한의 쾌감과 함께 그녀를 완전히 소유하고 지배하고 있다는 뒤틀린 만족감을 안겨주었다. 마침내 형인이 낮은 신음과 함께 그녀의 입안과 손 위로 뜨겁고 진한 액체를 쏟아냈을 때, 목염자는 그것을 조금도 흘리지 않고 삼키며, 자신이 사랑하는 이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는 안도감과 함께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형인은 그런 그녀의 순진무구한 헌신을 마음껏 즐기며, 그녀를 더욱 깊은 복종과 쾌락의 세계로 이끌고 있었다.
질투와 욕망의 목욕, 물속의 격정
밤이 깊어지면 어김없이 한소영이 목염자와 교대하여 형인의 병상을 찾았다. 그녀는 낮 동안 형인의 곁을 그림자처럼 지키는 목염자의 존재에 속으로 들끓는 질투심을 애써 감추며, 오직 자신만이 형인의 진정한 여자이자 그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존재라고 확신했다. 그녀 역시 형인을 만나러 오기 전, 은밀하게 몸단장을 했다. 평소의 강인한 여검객의 모습 대신, 몸의 곡선을 아슬아슬하게 드러내는 얇은 비단 잠옷을 입고, 얼굴에는 평소보다 더 짙고 요염한 화장을 했다. 그녀의 눈빛에는 형인에 대한 걱정과 함께, 그를 향한 뜨거운 욕망과 소유욕이 불타고 있었다. 하지만 형인이 중상을 입었다고 믿고 있었기에, 섣불리 자신의 욕망을 드러낼 수는 없었다.
"형인아, 땀을 많이 흘렸구나. 몸이 끈적하면 기혈 순환이 막혀 상처 회복에 좋지 않다. 내가 목욕물을 정성껏 받아왔으니 몸을 깨끗이 씻어내자."
그녀는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다란 나무 목욕통을 방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그리고는 마치 귀한 도자기를 다루듯, 형인의 옷을 조심스럽게 벗기고 그의 몸을 부축하여 따뜻하고 향기로운 약초 물이 담긴 목욕통 안으로 천천히 옮겼다. 형인은 온몸에 힘을 빼고 그녀에게 완전히 몸을 맡기며, 그녀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미약하고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한소영은 부드러운 비단 천에 따뜻한 물을 흠뻑 적셔 그의 몸 구석구석을 정성껏 닦아주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길은 그의 넓은 어깨와 탄탄한 가슴팍을 지나, 단단한 복근의 윤곽을 따라 점점 더 아래쪽, 은밀한 곳으로 향했다. 그녀는 형인의 몸 구석구석을 닦아주면서, 그의 탄탄한 근육의 감촉과 물에 젖어 더욱 도드라지는 남성적인 매력, 그리고 그의 뜨거운 체온에 자신도 모르게 숨결이 거칠어지고 아랫배가 묵직하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손길은 점점 더 대담하고 노골적으로 변해갔다. 그의 허벅지 안쪽 여린 살을 일부러 오랫동안 문지르거나, 혹은 그의 남성의 상징 주변을 은근슬쩍 스치며 애태우듯 자극했다. 그녀의 눈빛에는 형인에 대한 걱정과 함께, 그를 향한 숨길 수 없는 뜨거운 욕망이 격렬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형인은 그녀의 타는 듯한 갈망과 노골적인 손길을 모를 리 없었다. 그는 그녀의 손길에 맞춰 '힘겹게' 반응하는 척하며 뜨거운 신음을 흘렸고, 마침내 그녀의 손길이 자신의 중심부를 부드럽게 감싸 쥐고 본격적으로 애무하기 시작하자, 그는 더 이상 인내할 수 없다는 듯 '약해 보이는' 팔로 그녀의 목을 강하게 휘감아 목욕통 안으로 거칠게 끌어들였다!
"꺄악! 형인아, 너…! 몸은 괜찮은 것이냐!"
한소영은 비명과 함께 물속으로 빠졌지만, 이내 뜨거운 물과 자신을 강하게 끌어안는 형인의 단단하고 뜨거운 몸에 둘러싸이자 모든 저항을 잊었다. 형인은 더 이상 약한 척하지 않았다. 그의 눈빛은 오직 순수한 욕망으로 이글거렸다. 그는 젖은 몸으로 자신에게 안겨오는 한소영의 붉은 입술을 게걸스럽게 탐하고, 그녀의 얇은 잠옷을 물속에서 거칠게 찢어 발겼다. 두 개의 뜨겁고 미끈거리는 나신이 좁은 목욕통 안에서 격렬하게, 그리고 필사적으로 얽혔다. 뜨거운 목욕물이 사방으로 넘쳐흘러 방바닥을 흥건히 적셨지만, 두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의 몸을 미친 듯이 탐닉했다. 형인은 그녀의 풍만한 젖가슴을 깨물고 빨아들이며, 그녀의 가장 깊고 뜨거운 곳으로 자신의 거대한 욕망을 단숨에, 그리고 깊숙이 밀어 넣었다.
"하읏! 아! 형인…! 너… 정말… 다친 것이… 아니었구나… 이 나쁜… 흡…!"
한소영은 그의 갑작스럽고 격렬한 침입과 움직임 속에서 뒤늦게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이미 온몸으로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강렬한 쾌감과 그에 대한 주체할 수 없는 욕망 때문에 그를 뿌리치거나 원망할 수 없었다. 오히려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의 허리를 두 다리로 단단히 감고 더욱 적극적으로 그의 움직임에 호응하며, 그동안 쌓였던 욕망과 질투심을 남김없이 분출했다. 목욕통의 물이 거의 다 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두 사람의 격렬하고도 은밀한 정사는 밤새도록 멈추지 않았다.
새로운 여정의 시작
그렇게 꿈결같은 사흘 밤낮이 흘렀다. 형인은 마침내 '내상이 신기하게도 거의 다 나았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여전히 안색이 조금 창백하고 걸음걸이가 약간 불안정해 보였지만(물론 완벽한 연기였다), 눈빛만은 이전보다 더욱 깊고 강렬한 자신감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는 육승풍 부자에게 정중히 감사를 표하고, 특히 자신을 밤낮으로 극진히 간호해 준 목염자와 한소영에게는 각별히 다정하고 애틋한 눈빛을 보내며 고마움을 전했다. 두 여인은 그의 시선에 행복감과 수줍음이 뒤섞인 표정으로 얼굴을 붉히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이제 몸도 거의 회복되었으니, 더 이상 폐를 끼칠 수는 없습니다. 염자 아가씨와 함께 예정대로 남쪽으로 떠나야겠습니다."
북경으로 떠날 채비를 마친 곽정과 양강도 그에게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찾아왔다.
"형인, 부디 몸조심하게. 우리는 북경에서 원수를 갚고 스무 날 뒤에 주산 근처에서 다시 만나세." 곽정이 진심으로 걱정하며 말했다.
양강 역시 곽정을 따라 형인에게 몸조심하라는 인사를 건넸다. 형인은 두 사람에게 미소를 지으며 무운을 빌어주었다.
강남 육괴 역시 중추절에 가흥 연우루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각자의 길을 떠났다. 떠나기 전, 한소영은 형인에게 다가와 아무도 듣지 못하게 그의 귓가에 낮고 뜨거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몸조심하거라, 나의 정인(情人). 그리고… 너무 많은 여자는 탐하지 마라. 내 질투심은… 생각보다 무서울지도 모르니." 그녀의 목소리에는 형인에 대한 깊은 애정과 함께, 다른 여인들에 대한 강렬한 질투심과 소유욕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마침내 형인과 남장을 한 목염자는 귀운장의 모든 이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곽정과 양강과는 다른 방향, 즉 가흥을 거쳐 주산으로 향하는 남쪽 길에 올랐다. 형인의 마음속에는 곧 다시 만나게 될 황용에 대한 기대와 함께, 앞으로 펼쳐될 강호에서의 더욱 치밀하고 거대한 계획들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