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사조영웅전 1-5화
제 1화: 초원의 미녀, 첫 번째 목표
"크윽...!"
뇌수를 뒤흔드는 격통과 함께 형인의 의식이 혼돈의 심연에서 떠올랐다. 마지막 기억은 지긋지긋한 야근을 마치고 터덜터덜 걷던 퇴근길, 칠흑 같은 어둠을 찢고 달려든 덤프트럭의 헤드라이트 불빛이었다. 짜릿한 충격과 함께 모든 것이 암전되었으니, 당연히 죽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온몸의 감각이 섬뜩할 정도로 생생했다. 칼날처럼 살갗을 파고드는 매서운 바람, 뼛속까지 스미는 냉기, 코를 찌르는 생경한 풀 비린내와 섞인 짐승의 분뇨 냄새. 그리고 눈을 뜨자 펼쳐진 것은, 병원 천장이 아닌 끝없이 광활한 초원이었다.
"여긴... 대체 어디야?"
간신히 상체를 일으킨 형인은 눈앞에 펼쳐진 압도적인 풍경에 잠시 숨을 멈췄다. 머리 위로는 티 없이 푸르고 드높은 하늘이 펼쳐져 있고, 발밑으로는 녹색과 황토색이 뒤섞인 대지가 아득한 지평선까지 이어져 있었다. 드문드문 보이는, 마치 땅에서 솟아난 버섯 같은 모양새의 천막집들. 며칠 밤낮을 새며 탐독했던 <영웅문>의 페이지 속에서 수없이 상상했던 바로 그 풍경. 거대한 역사의 무대, 몽골의 초원이었다.
'…설마, 진짜로?'
혼란스러운 머릿속으로 <영웅문> 1부의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칭기즈 칸이 아직 테무친이라 불리며 고난을 겪던 시절, 철혈단심 양철심과 그의 의형제 곡삼의 비극적인 운명, 그리고 그들의 아들인 곽정과 양강의 엇갈린 삶…
그때, 저 멀리 어설프기 짝이 없는 자세로 활시위를 당기고 있는 소년 하나가 형인의 시야에 들어왔다. 또래보다 조금 다부져 보이는 체격, 영민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우직하고 고집스러워 보이는 눈매. 틀림없었다. 비록 지금은 남루하고 볼품없는 모습이지만, 저 아이는 훗날 강호를 호령하며 대영웅으로 추앙받게 될 주인공, 곽정(郭靖)이었다.
형인의 심장이 격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것은 꿈이 아니다. 지긋지긋했던 현실에서의 삶을 끝장낸 교통사고는, 그를 죽음 대신 그토록 갈망했던 <영웅문>의 세계로, 그것도 모든 이야기가 태동하는 곽정의 유년 시절로 정확히 데려다 놓았다!
'기회다! 이것은 하늘이 내린 기회야!'
형인의 두뇌가 극한의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현실에서의 비루하고 만족스럽지 못했던 삶은 이제 과거일 뿐이다. 이 소설 속 세계에서는, 자신이 새로운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곽정이 누렸어야 할 모든 기연, 그의 신묘한 무공, 그리고… 황용을 필두로 소설 속에 등장하는 눈부신 미녀들까지, 모조리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형인은 입가에 떠오르려는 탐욕스러운 미소를 간신히 감추며,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곽정에게 다가갔다. 연약하고 혼란스러운 소년의 모습을 연기하기 위해서였다.
"저… 저기… 꼬마야…"
일부러 힘없고 불안한 목소리를 냈다. 곽정은 갑자기 나타난 낯선 소년의 모습에 깜짝 놀라 활을 내리고, 잔뜩 경계심 어린 눈초리로 형인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형인은 곽정의 순박하기 그지없는 눈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세상에서 가장 불쌍하고 기억을 잃어버린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여… 여기가 어디니? 나는… 내가 누군지, 여기가 어딘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 머리가… 머리가 너무 아파…"
형인은 이마를 짚으며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휘청거렸다. 그의 연기는 완벽했다. <영웅문> 속 곽정은 천성이 선량하고 남 돕기를 좋아하는 순박한 소년. 기억을 잃고 낯선 곳에 홀로 떨어진, 게다가 자신보다 훨씬 수려한 외모를 가진 가련한 소년의 모습은 곽정의 동정심을 자극하고도 남았다.
"너, 괜찮아? 어디서 왔어? 이름은 뭔데?"
곽정의 눈빛에서 경계심이 누그러지고 걱정과 호기심이 어렸다. 역시, 예상대로 순진한 녀석이다.
"이름… 형인… 이라고 불렸던 것 같은데… 그 외에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어."
형인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드는 듯했다. 물론 이것 역시 철저히 계산된 연기였다. 어수룩한 곽정은 형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형인의 팔을 조심스럽게 부축했다.
"우리 엄마한테 가보자. 엄마는 마음씨가 좋으시니까, 널 도와주실 거야."
형인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곽정의 어머니, 이평(李萍). 원작에서는 그저 평범하고 강인한 생활력을 지닌 여인으로 묘사되었지만, 형인의 목표는 다르다. 그녀 역시 자신의 하렘에 포함될 중요한 '타겟' 중 하나였다. 그녀의 보살핌을 받으며 이 낯선 세계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동시에, 그녀의 마음까지 서서히 사로잡을 계획이었다.
곽정을 따라 도착한 곳은 그의 거처인 듯한 아담한 게르였다. 안으로 들어서자 훈훈한 온기와 함께 음식 냄새, 그리고 낯선 체취가 형인의 코를 자극했다. 그리고 그들을 맞이한 여인. 형인은 숨을 살짝 삼켰다. 원작의 소박한 묘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이평. 그녀는 분명 고된 세월을 살아온 여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그 속에는 척박한 초원의 바람에도 시들지 않는 들꽃 같은 강인함과 숨길 수 없는 아름다움이 공존하고 있었다. 햇볕과 바람에 그을린 건강한 구릿빛 피부는 오히려 생명력을 발산했고, 깊고 차분한 검은 눈동자는 단순한 모성애를 넘어 깊은 지혜와 슬픔, 그리고 어떤 강렬한 의지를 담고 있는 듯 형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살짝 도톰하면서도 굳게 다문 입술은 그녀의 강인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묘한 관능미를 풍겼다.
그녀가 입고 있는 것은 몽골 여인들이 흔히 입는 수수한 차림의 데릴(Deel)이었지만, 거친 양털이나 혹은 투박한 면직물로 만들어진 옷은 그녀의 풍만한 몸매를 온전히 감추지 못했다. 특히 허리띠로 잘록하게 졸라맨 허리선 아래로 이어지는 풍성한 둔부의 곡선과, 옷감 아래 꿈틀거리는 듯한 가슴의 윤곽은 형인의 시선을 잡아끌기에 충분했다. 움직일 때마다 살짝 드러나는 목선은 가늘고 길었으며, 땋아 내린 검은 머리카락 몇 가닥이 그 선을 따라 흘러내려 뭇 남성들의 애간장을 태울 만했다.
그녀에게서는 갓 짜낸 우유의 비릿하면서도 고소한 향기와 마른 풀 냄새, 그리고 약초를 다린 듯한 쌉싸름한 향기가 섞여 풍겨왔다. 그것은 단순한 생활의 냄새가 아니라,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생명을 키워내는 대지모신과 같은, 강렬하고 원초적인 여성의 향기였다. 형인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이런… 이런 여인이 곽정 같은 멍청한 녀석의 어미라니. 아깝군. 하지만 괜찮아. 결국 내 여자가 될 테니.' 형인의 눈빛에 스치는 탐욕을 숨기며, 그는 다시 한번 가련하고 순진한 소년의 가면을 썼다.
곽정이 어눌한 말투로 형인의 사정을 이평에게 설명했다. 기억을 잃고 홀로 쓰러져 있던 소년, 그것도 자신의 아들 곽정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귀공자처럼 잘생긴 소년의 이야기에 이평의 눈에는 금세 연민과 안쓰러움이 가득 찼다. 그녀는 형인의 맑고 커다란 눈망울, 불안한 듯 떨리는 입술, 그리고 어딘가 위태로워 보이는 모습에 더욱 마음이 쓰이는 듯, 따스한 손길로 그의 어깨를 감쌌다.
"쯧쯧, 오갈 데 없는 가엾은 아이로구나… 일단 여기 머물거라. 기운을 차릴 때까지 내가 돌봐주마."
이평은 형인을 게르 안쪽으로 이끌며 따뜻한 수테차와 말린 양고기 포를 내어주었다. 그녀의 손길은 투박했지만 정성스러웠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형인을 살피는 모습에서는 진한 모성애가 느껴졌다. 형인은 최대한 공손하고 감사하는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호의를 받아들였다. 그녀의 손이 스칠 때마다 전해져 오는 부드러운 온기와 은은한 체취는 형인의 감각을 끊임없이 자극했다.
그렇게 형인은 '기억을 잃은 고아'라는 완벽한 위장 신분으로 곽정 모자의 게르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낮에는 곽정과 어울리며 몽골 초원의 생활과 풍습을 익히는 척했고, 밤에는 이평의 세심한 보살핌을 받으며 그녀의 모성애를 교묘하게 자극했다. 그의 빼어난 외모는 이 과정에서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이평은 물론, 게르를 오가는 다른 몽골 여인들조차 형인의 귀티 나는 외모와 예의 바른 태도에 노골적인 호감을 보였다.
형인은 겉으로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소년처럼 행동했지만, 그의 머릿속은 <영웅문>의 지식과 자신의 야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곽정, 이 순진하고 멍청한 녀석. 너의 운명, 너의 기연, 그리고 너의 여자들까지… 이제부터 모두 내 것이다.'
형인은 밤하늘을 수놓은 무수한 별들을 바라보며 차갑고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곧 곽정의 첫 번째 스승이 될 강남칠괴(江南七怪)가 이 몽골 초원에 나타나리라는 것을. 곽정의 첫 번째 기연, 그것부터 자신이 가로챌 것이다. 그리고 이평, 그녀와의 관계 또한 단순한 보호자와 피보호자의 관계를 넘어, 더욱 깊고 은밀한 관계로 발전시켜 나갈 터였다. <영웅문>의 장대한 서사는 이제 자신, 형인에 의해 완전히 새롭게 쓰여질 것이다. 모든 영광과 모든 미녀는 오직 그의 차지가 될 운명이었다.
제 2화: 첫 번째 기연, 일곱 개의 그림자
그렇게 형인은 몽골 초원의 게르에서 곽정 모자와 기묘한 동거를 시작했다. 기억을 잃은 고아 소년. 그의 연기는 날이 갈수록 완벽해져, 순박한 곽정은 물론이고 강인한 이평조차 그를 친아들처럼, 혹은 그 이상으로 아끼고 돌보기 시작했다.
형인은 이 생활이 꽤 만족스러웠다. 낮에는 곽정과 함께 말을 타고 활을 쏘는 시늉을 하며 몽골의 아이들과 어울렸다. 물론 속으로는 곽정의 어수룩함과 둔한 재능을 비웃으며, 자신이 곧 빼앗아 누릴 영광을 상상했다. 그의 준수한 외모는 아이들 사이에서도 단연 돋보였고, 특히 칭기즈 칸의 딸인 화쟁(華箏) 공주는 유독 그에게 관심을 보이며 자주 곁을 맴돌았다. 형인은 그녀의 풋풋하면서도 당찬 매력을 눈여겨보며, '미래의 하렘 목록'에 그녀의 이름 또한 조용히 추가했다.
하지만 형인이 가장 공을 들이는 상대는 단연 이평이었다. 그녀는 형인을 단순히 가엾은 아이로만 여기지 않았다. 어딘가 모르게 풍기는 귀공자 같은 분위기, 슬픔을 머금은 듯한 깊은 눈동자, 그리고 나이에 맞지 않는 성숙함(물론 형인의 연기였지만)은 이평의 잠자고 있던 여성성을 미묘하게 자극하는 듯했다.
형인은 이평의 보살핌을 받으며 의도적으로 그녀와의 신체 접촉을 늘렸다. 넘어지는 척하며 그녀의 품에 안기거나, 아프다는 핑계로 그녀의 손길을 요구하는 식이었다. 그때마다 형인은 이평의 투박하지만 따스한 손길 아래 숨겨진 부드러운 살결의 감촉, 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옷감 너머로 전해오는 압력, 그리고 젖과 풀, 땀 냄새가 섞인 그녀만의 독특하고 농밀한 체취에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평은 겉보기에는 평범한 몽골 여인의 복색을 하고 있었지만, 형인의 눈에는 그 거친 옷가지 아래 숨겨진 육감적인 몸매가 선명하게 보였다. 잘록한 허리에서 풍만하게 이어지는 둔부의 곡선, 데릴(Deel) 사이로 언뜻 비치는 탄탄하면서도 부드러워 보이는 허벅지, 그리고 아이를 키워낸 어머니의 상징과도 같은 풍요로운 가슴. 형인은 밤마다 그녀의 그런 모습을 떠올리며, 언젠가 저 강인함 속에 숨겨진 여인의 부드러움을 독차지할 날을 상상했다. 그는 이평의 모성애를 자극하는 동시에, 그녀의 눈빛 속에 숨겨진 여인으로서의 외로움을 읽어내려 애썼다. 아직은 때가 아니었지만, 형인은 확신했다. 이평 역시 자신의 하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존재가 될 것이라고.
그러던 어느 날, 초원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형인이 <영웅문>의 내용을 통해 정확히 예측하고 기다려왔던 그 순간. 바로 강남칠괴(江南七怪)가 18년 전 구처기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곽정을 찾아 이 머나먼 몽골 땅에 도착한 것이다.
그날은 유난히 바람이 거셌다. 형인은 곽정과 함께 말타기 연습을 하던 중, 저 멀리 지평선에서 다가오는 일곱 개의 기묘한 인영(人影)을 발견했다. 심장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드디어 올 것이 온 것이다. 곽정의 첫 번째 기연이자, 형인 자신이 강호 최고수로 발돋움하기 위한 첫걸음이 될 기회!
일곱 명의 모습은 형인이 책을 통해 익히 알고 있던 그대로였다. 선두에 선 이는 눈먼 비복(飛?) 가진악(柯鎭惡). 비록 두 눈은 멀었지만,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기세는 그가 결코 만만한 인물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의 뒤를 따르는 것은 땅딸막한 체구의 마왕신(馬王神) 한보구(韓寶駒), 장터의 상인처럼 생긴 묘수서생(妙手書生) 주총(朱?), 남산초자(南山樵子) 남희인(南希仁), 시정의 무뢰배 같은 소미타(笑彌陀) 장아생(張阿生), 그리고 월녀검(越女劍) 한소영(韓小瑩). 마지막으로, 다소 학자풍의 전금발(全金發)까지.
그들 일곱 명의 행색은 남루하고 기괴했지만, 오랜 세월 강호를 누비며 다져진 특유의 기백과 강인함이 느껴졌다. 형인은 그들의 모습을 빠르게 훑어보며, 특히 홍일점인 한소영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한소영. 강남칠괴의 막내이자 유일한 여성. 형인은 그녀를 보자마자 속으로 감탄사를 터뜨렸다. 원작의 묘사만으로는 상상할 수 없었던 매력이었다. 그녀는 이십 대 후반 정도로 보였지만, 소녀 같은 풋풋함과 성숙한 여인의 매력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 매서운 눈매와 굳게 다문 입술은 그녀의 강직하고 불같은 성미를 보여주는 듯했지만, 그 속에는 숨길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햇볕에 건강하게 그을린 피부는 탄력이 넘쳤고, 날렵하면서도 균형 잡힌 몸매는 오랜 무술 수련으로 다져진 아름다움을 뽐냈다.
그녀는 푸른색 무복(武服) 차림이었는데, 몸에 딱 맞는 옷은 그녀의 잘록한 허리와 탄탄한 가슴, 그리고 쭉 뻗은 다리 라인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특히 바람에 나부끼는 옷자락 사이로 언뜻 보이는 매끈한 종아리와 발목은 형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허리춤에는 월녀검(越女劍)으로 보이는 날렵한 검 한 자루를 차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전설 속 여검객처럼 강인하면서도 매혹적이었다. 그녀에게서는 먼 길을 달려온 탓인지 옅은 땀 냄새와 함께, 싸늘한 검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은은한 여인의 향기가 풍겨오는 듯했다.
'한소영... 좋아. 첫 번째는 너다.'
형인은 한소영을 자신의 첫 번째 무공 스승이자, 하렘의 일원으로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그녀의 불같은 성격이라면, 오히려 길들이는 재미가 있을 터였다. 형인은 순진한 얼굴 뒤로 음흉한 미소를 감추며, 곽정보다 한발 앞서 그들에게 다가갔다.
"어르신들, 멀리서 오시느라 힘드셨겠습니다. 어디서 오셨는지요?"
형인은 최대한 공손하고 예의 바른 태도로 말을 걸었다. 그의 갑작스러운 등장과 범상치 않은 외모에 강남칠괴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경계의 눈빛을 보냈다. 특히 가진악은 눈이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형인이 풍기는 기운이 곽정과는 다르다는 것을 감지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너는 누구냐?"
가진악의 목소리는 차갑고 날카로웠다.
"저는 형인이라고 합니다. 기억을 잃고 이곳 몽골에서 곽정 형님과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형인은 미리 준비한 대로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그의 수려한 외모와 예의 바른 태도, 그리고 어딘가 모르게 풍기는 가련함은 강남칠괴, 특히 정이 많고 감성적인 한소영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기억을 잃었다고? 쯧쯧, 가엾구나."
한소영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형인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에서 형인은 동정심과 함께 희미한 호기심을 읽었다. 계획대로였다.
"혹시 일곱 분께서 강남에서 오신 강남칠괴 어르신들이 아니십니까?"
형인이 마치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 역시 계산된 행동이었다. 기억을 잃었다면서 강남칠괴를 아는 척하는 것은 모순이지만, 오히려 이 점이 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자신이 평범한 아이가 아님을 암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네가 우리를 어찌 아느냐?"
주총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잘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꿈속에서... 혹은 아주 오래된 기억 속에서 들었던 이름 같습니다. 특히... 월녀검 한소영 여협의 이름은 왠지 모르게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형인은 아련한 표정으로 한소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신의 이름이 언급되자 한소영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형인은 그녀의 반응을 놓치지 않았다.
"우리가 바로 강남칠괴다. 혹시 곽가 성을 가진 아이를 아느냐?"
가진악이 본론을 꺼냈다.
"네, 곽정 형님 말씀이시군요. 저기서 말을 타고 있습니다."
형인이 곽정을 가리키자, 강남칠괴의 시선이 일제히 그쪽으로 향했다. 그들의 표정에는 기대와 함께 미묘한 실망감이 어렸다. 둔해 보이는 곽정의 모습이 그들이 기대했던 영웅의 자질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기 때문이다.
형인은 바로 이 순간을 노렸다. 곽정과 자신을 비교하며, 자신이 훨씬 뛰어난 재목임을 어필할 기회였다.
"곽정 형님은 마음씨는 착하지만... 조금 둔한 편입니다. 제가 옆에서 많이 도와주고 있습니다."
형인은 순진한 얼굴로 말하며 은근히 자신을 내세웠다. 그리고 강남칠괴, 특히 한소영을 향해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어르신들의 무공이 하늘을 찌른다는 이야기를 어렴풋이 기억합니다. 부디... 저에게도 가르침을 베풀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비록 기억은 잃었지만, 강호의 의와 협을 배우고 싶습니다!"
형인은 무릎을 꿇고 간절하게 청했다. 그의 수려한 외모와 진지한 태도, 그리고 무공에 대한 열망은 강남칠괴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한소영은 넘어져서 다친 형인의 무릎(물론 형인이 일부러 넘어져 만든 상처였다)을 보고 더욱 마음이 약해지는 듯했다.
가진악을 비롯한 다른 괴짜들은 여전히 형인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았지만, 한소영은 이미 형인에게 마음이 기울고 있었다. 곽정의 둔함과 형인의 영민함(으로 보이는 것) 사이에서, 그녀의 선택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일단 곽정부터 만나보고 얘기하자."
가진악이 결론을 내렸지만, 형인은 이미 성공을 예감했다. 강남칠괴, 특히 한소영의 마음을 얻는 첫 단추는 성공적으로 꿰어진 것이다. 이제 곽정에게 돌아갈 무공과 기연을 자신이 어떻게 빼앗아 올지, 그리고 저 불같은 여검객 한소영을 어떻게 자신의 여자로 길들일지, 형인의 머릿속은 달콤한 계획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물론, 그 와중에도 틈틈이 이평의 풍만한 몸매와 은밀한 향기를 떠올리는 것을 잊지 않았다. 하렘 완성의 길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었다.
제 3화: 움트는 욕망, 다가오는 기연
강남칠괴가 몽골 초원에 머무르며 본격적으로 곽정을 가르치기 시작한 지 여러 날이 지났다. 형인은 그 과정을 지켜보며 속으로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역시 원작대로였다. 곽정은 우직하고 성실했지만, 무공에 대한 자질은 형편없었다. 강남칠괴가 아무리 다양한 방식으로 가르치려 애써도 곽정의 습득 속도는 거북이걸음이었고, 특히 내공 수련에서는 거의 진전이 없었다.
"쯧쯧, 저런 둔재를 가르치느라 십팔 년을 허비해야 한다니."
칠괴 중 성미가 급한 한보구는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렸고, 다른 사부들의 표정에도 실망감이 역력했다. 가진악만이 곽정의 성실함을 높이 사며 꾸준히 독려했지만, 그 역시 속으로는 답답함을 느끼는 듯했다.
형인은 바로 이 점을 파고들었다. 곽정이 수련에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옆에서 '돕는 척'하며 자신의 '영민함'을 은근히 과시했다. 강남칠괴가 가르친 내용을 한번 듣고는 곧잘 따라 하거나, 심지어 곽정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을 명쾌하게 설명해 주는 식이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영웅문>을 통해 이미 내용을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연기였다.
"형인, 너는 정말 총명하구나. 곽정 저 녀석이 네 반만이라도 따라가면 좋으련만."
주총이 혀를 차며 감탄했고, 다른 사부들도 형인을 대견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특히 형인의 첫 번째 타겟인 한소영은 그런 형인의 모습에 더욱 깊은 호감을 느끼는 듯했다. 그녀의 눈빛에는 단순한 동정심을 넘어선, 존경과 설렘 비슷한 감정이 어리기 시작했다.
형인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강남칠괴에게 더욱 집요하게 매달렸다.
"사부님들, 저도 곽정 형님처럼 강호의 협객이 되고 싶습니다. 부디 저에게도 무공을 가르쳐 주십시오!"
기억을 잃은 불쌍한 고아 소년이, 그것도 비범한 총명함까지 보이는 소년이 간절하게 애원하자 강남칠괴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모성애가 강하고 정이 많은 한소영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대사형, 형인이 아이가 저렇게 원하는데, 곽정이만 가르칠 게 아니라 형인이도 함께 받아주시지요. 저 아이 재능이라면 금방 우리 무공을 익힐 겁니다."
가진악은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 형인의 간청과 다른 사제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그를 제자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만, 곽정을 먼저 가르치기로 한 구처기와의 약속 때문에 곽정을 주(主)로 하고 형인을 부(副)로 하여 가르치기로 했다.
형인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결과였다. 겉으로는 감격에 겨워 눈물까지 글썽이며 감사 인사를 했지만, 속으로는 곽정을 비웃었다. '멍청한 곽정, 네놈은 평생 기초나 다지거라. 네 사부들의 진정한 무공은 내가 먼저 흡수해 주마!'
본격적인 무공 수련이 시작되자, 형인은 자신의 '연기력'과 '미래 지식'을 십분 발휘했다. 곽정이 기초 보법(步法) 하나를 익히는 데 며칠씩 걸릴 때, 형인은 하루 만에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강남칠괴가 각자 전수하는 무공의 핵심 원리를 이미 꿰뚫고 있었기에, 형인의 습득 속도는 경이로울 정도였다.
"허허, 이녀석 정말 물건일세! 내가 평생 가르친 제자 중에 이리 빠른 놈은 처음 본다!"
한보구가 자신의 금룡편법(金龍鞭法)을 순식간에 따라 하는 형인을 보며 입이 떡 벌어졌고, 다른 사부들 역시 혀를 내둘렀다. 곽정은 그런 형인의 모습에 주눅이 들고 더욱 위축되었지만, 형인은 오히려 순진한 얼굴로 곽정을 위로하며 자신의 우월함을 즐겼다.
형인은 특히 한소영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다. 그녀의 월녀검법(越女劍法)은 강남칠괴 무공 중에서도 가장 정교하고 아름다웠다. 형인은 그녀에게 검법 지도를 받으며, 스승과 제자라는 관계를 교묘하게 이용했다.
"사부님, 이 초식은 아무리 해도 잘 모르겠습니다. 직접 자세를 잡아주시겠습니까?"
형인은 일부러 어설픈 척하며 그녀의 손길을 유도했다. 한소영은 아무 의심 없이 다가와 형인의 팔목이나 허리를 잡고 자세를 교정해 주었다. 그때마다 형인은 그녀의 손에서 전해져 오는 부드러우면서도 탄력 있는 감촉과, 가까이서 풍겨오는 그녀만의 독특한 향기에 숨 막히는 흥분을 느꼈다. 그것은 땀 냄새와 섞인, 건강하고 활기찬 젊은 여성 특유의 매혹적인 향기였다. 짙은 푸른색 무복 아래 드러나는 그녀의 날렵하면서도 곡선미 넘치는 몸매, 검을 휘두를 때마다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 진지하게 검법을 설명하는 그녀의 붉은 입술까지, 형인의 눈에는 모든 것이 욕망의 대상으로 비쳤다.
수련 중 쉬는 시간이면, 형인은 땀을 흘리는 한소영에게 다가가 물수건을 건네거나 부채질을 해주며 살갑게 굴었다.
"사부님, 땀 흘리시는 모습도 정말 아름다우십니다. 마치 전설 속의 여검객 같으세요."
"이, 이 녀석이 무슨 소릴..."
한소영은 당황하며 얼굴을 붉혔지만, 싫지 않은 기색이었다. 그녀는 강인하고 괄괄한 성격이었지만, 본질적으로는 칭찬과 관심에 약한 여인이었다. 형인의 수려한 외모와 영민함, 그리고 자신을 향한 동경 어린 시선은 그녀의 마음을 조금씩 흔들고 있었다. 형인은 그녀의 그런 미묘한 변화를 놓치지 않고 더욱 대담하게 다가갔다. 밤에는 무공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는 핑계로 그녀의 게르를 찾아가 단둘이 대화할 시간을 만들기도 했다.
물론 형인의 밤 시간은 한소영에게만 할애된 것이 아니었다. 그의 또 다른 중요한 목표, 이평과의 관계 역시 착실히 진전시키고 있었다.
형인은 '기억상실로 인한 불안감'과 '악몽'을 핑계로 이평의 게르에서 함께 잠을 청하는 날이 많았다. 깊은 밤, 칭기즈 칸의 부름을 받고 자리를 비운 곽정 모자의 게르에는 오직 형인과 이평, 단둘만 남게 되는 경우가 잦았다.
"어머니... 무서운 꿈을 꿨어요..."
형인은 일부러 잠꼬대처럼 중얼거리며 이평의 품을 파고들었다. 이평은 모성애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안아주며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녀의 품은 따뜻하고 포근했으며, 풍만한 가슴의 부드러운 감촉이 얇은 잠옷 너머로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젖과 풀, 약초, 그리고 성숙한 여인의 농밀한 체취가 뒤섞인 그녀만의 향기는 형인의 이성을 마비시킬 듯 강렬했다.
형인은 그녀의 품에 안겨 '순진한 아이'처럼 굴면서도, 그녀의 반응을 예민하게 살폈다. 그녀의 손길이 스칠 때마다 미세하게 떨리는 그녀의 몸,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 속에 언뜻 비치는 모성애 이상의 감정. 형인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어머니는... 정말 고우세요. 제가 기억을 되찾으면, 꼭 어머니께 효도할 거예요."
"이 애가, 무슨 소릴... 어서 자거라."
이평은 당황하며 형인을 다독였지만, 그녀의 귀밑까지 붉게 물들어 있었다. 형인은 그녀의 그런 반응을 즐기며, 더욱 과감하게 그녀의 감정을 흔들었다. 그녀의 고단했던 과거를 묻거나, 그녀의 아름다움을 칭찬하며 남편 없이 홀로 지내는 외로움을 은근히 건드렸다.
'이평... 당신의 그 강인함 뒤에 숨겨진 여인의 부드러움... 머지않아 내가 맛보게 될 거야.'
형인은 이평의 품속에서 미래의 쾌락을 상상하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도 형인의 머릿속은 또 다른 계획으로 분주했다. 바로 곽정의 두 번째 기연, 전진교 마옥(馬鈺) 도사와의 만남을 가로챌 준비였다. <영웅문>의 내용에 따르면, 마옥 도사는 곽정의 어리석음 속 진실함을 알아보고 밤마다 몰래 찾아와 전진교의 정통 내공 심법을 전수해 준다. 이 내공 심법이야말로 곽정이 훗날 강호의 고수로 성장하는 결정적인 발판이 된다.
'곽정 따위에게 그런 귀한 내공을 줄 수는 없지. 그건 당연히 내 차지가 되어야 해.'
형인은 낮 동안 강남칠괴와 수련하고 밤에는 이평과 한소영을 오가며 유혹의 그물을 던지는 와중에도, 밤 깊은 시간이 되면 몰래 게르를 빠져나왔다. 그는 곽정이 마옥 도사를 만났던 장소로 추정되는, 게르 뒤편의 인적 드문 작은 언덕이나 절벽 근처를 샅샅이 뒤지며 마옥 도사의 등장을 기다렸다.
차가운 밤바람이 몽골 초원을 휘감아 돌았다. 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보석처럼 흩뿌려져 있었고, 멀리서 들려오는 늑대 울음소리가 스산함을 더했다. 형인은 바위에 기대앉아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자신의 야망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강남칠괴의 무공, 마옥 도사의 내공 심법... 그리고 앞으로 나타날 수많은 기연들... 모두 내 것이다. 곽정, 너는 영원히 이 몽골 초원에서 양이나 치는 신세가 될 것이다. 그리고 황용, 목염자, 정요가, 한소영, 이평...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여인들 또한 결국 내 품에 안기게 될 것이다!'
탐욕과 정복욕으로 번뜩이는 형인의 눈빛이 밤하늘의 별빛 아래 차갑게 빛났다. 그는 마옥 도사가 나타날 그 운명적인 밤을 기다리며, 어둠 속에서 조용히 숨죽이고 있었다. 거대한 운명의 톱니바퀴는 이제 형인의 의지대로, 원작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굴러가기 시작하고 있었다.
제 4화: 도사의 선택, 깊어지는 관계
달빛만이 광활한 몽골 초원을 은은하게 비추는 깊은 밤. 형인은 여느 때처럼 게르를 몰래 빠져나와, 곽정이 마옥 도사를 만났을 법한 장소를 배회하고 있었다. 강남칠괴의 무공 수련과 이평, 한소영과의 아슬아슬한 유혹만으로는 부족했다. 진정한 강자가 되기 위해서는, 그리고 이 소설 속 세계의 모든 것을 탐하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힘, 즉 심후한 내공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열쇠는 바로 전진교의 정통 내공 심법에 있었다.
며칠 밤을 허탕 치며 초조함이 쌓여갈 무렵, 마침내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 인적이 드문 바위 언덕 뒤편, 형인은 좌선하는 자세로 앉아 일부러 서툴게 호흡을 조절하며 '우연히' 기를 수련하는 것처럼 위장했다. 그의 예민해진 오감이 멀리서 다가오는 극히 희미한 기척을 포착했다. 달빛 아래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것은 푸른 도포에 학창의(鶴氅衣)를 걸친, 청허(淸虛)하면서도 온화한 풍모의 노도사. 길게 늘어뜨린 백발과 수염이 달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났다. 틀림없었다. 전진칠자 중 가장 덕망 높고 온화하다는, 그리고 곽정의 두 번째 스승이 될 운명이었던 장춘자 구처기의 사형, 단양자(丹陽子) 마옥(馬鈺) 도사였다.
형인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지만, 겉으로는 전혀 기척을 느끼지 못한 듯 ‘수련’에 몰두하는 척했다. 마옥 도사는 소리 없이 다가와 잠시 형인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의 깊은 눈에는 호기심과 함께 잔잔한 놀라움이 스쳤다. 이 깊은 밤, 이렇게 외진 곳에서 어린 소년이 홀로 앉아 비록 서툰 방식이나마 토납법(吐納法)을 수련하고 있다니. 게다가 용모는 어찌나 준수한지, 속세의 티끌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청아한 기운마저 느껴졌다.
"얘야, 이 깊은 밤에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
마옥 도사가 부드러우면서도 위엄 있는 목소리로 물었다. 형인은 마치 그의 등장에 화들짝 놀란 것처럼 몸을 떨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도, 도장 어른! 어느 틈에 오셨습니까? 저는… 저는 그저 가슴이 답답하여 밤바람을 쐬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형인은 최대한 순수하고 예의 바른 태도로 답했다. 그의 수려한 외모와 어딘가 그늘진 듯한 눈빛, 그리고 공손한 태도는 첫 만남부터 마옥 도사의 호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생각이라니, 어린 나이에 무슨 깊은 시름이라도 있는 게냐?"
마옥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지만, 그 속에는 연장자로서의 자연스러운 권위가 묻어났다.
"저는 기억을 잃고 이곳 몽골 초원에 흘러들어왔습니다. 제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습니다. 비록 지금은 인정 많으신 곽정 형님의 댁에서 신세를 지고 있지만… 언젠가는 제 뿌리를 찾고 싶고, 또 이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제 한 몸 건사할 힘이라도 기르고 싶습니다. 그래서… 어설프게나마 기를 다스리는 법을 익혀보려 했습니다."
형인은 자신의 기구한 처지를 간략히 설명하며, 무공에 대한 순수한 열망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동시에 내비쳤다. 마옥 도사는 그의 말을 들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미 강남칠괴가 18년 전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몽골에 와서 제자를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또한, 그 과정에서 본래 제자인 곽정은 자질이 둔한 반면, 우연히 함께 거두게 된 형인이라는 소년은 비범한 총명함을 보인다는 이야기도 얼핏 전해 들은 바 있었다.
"기억을 잃었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구나. 허나 너무 상심하지 말거라. 네 용모와 기상을 보니 필시 평범한 집안의 아이는 아닐 터. 무예를 배우고 있다면, 스승의 가르침에 따라 차근차근 익히는 것이 순리이니라. 혼자서 익히려다가는 자칫 기맥(氣脈)이 뒤틀려 주화입마(走火入魔)에 빠질 위험이 크니라."
마옥 도사가 진심으로 충고하자, 형인은 기다렸다는 듯이 덥석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도장 어른! 실은 제가 강남칠괴 사부님들께 무공을 배우고는 있습니다만… 외문 무공은 어느 정도 따라갈 수 있으나, 내공의 기초가 너무나 부족하여 더 이상 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사부님들께서는 본래 제자이신 곽정 형님을 가르치시느라 여념이 없으시고… 저 같은 아이에게까지 신경 쓰실 겨를이 없으신 듯합니다. 부디 도장 어른께서 저의 딱한 사정을 헤아리시어, 이 밤에 잠시나마 내공의 기초라도 가르쳐 주실 수는 없겠습니까? 이 은혜는 평생 뼈에 새겨 잊지 않겠습니다!"
형인은 절박한 표정으로 애원하며 눈물까지 글썽였다. 마옥 도사는 잠시 망설였다. 강남칠괴의 제자를 가로채 가르치는 것은 분명 강호의 도의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소년은 용모가 비범할 뿐 아니라 재능 또한 뛰어나 보였고, 그 간절한 눈빛 속에는 어떤 순수하고 강렬한 열망이 담겨 있었다(고 마옥은 착각했다). 게다가 본래 제자인 곽정의 둔한 자질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기에, 이 총명한 소년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어쩌면 도가(道家)의 인연법(因緣法)에 더 부합하는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흠… 인연이라면 어찌 피할 수 있겠느냐. 좋다. 내가 밤마다 이곳에 와서 우리 전진교의 현문 정통 호흡법과 내공 운용의 기초를 알려줄 터이니,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 발설하지 말거라. 특히 네 사부님들께는 필히 비밀로 해야 한다."
"네! 도장 어른! 크나큰 은혜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형인은 감격에 겨워 엎드려 절하며 눈물을 훔치는 시늉까지 했다. 속으로는 억누를 수 없는 환희와 비웃음이 교차했다. '성공이다! 곽정, 이 미련한 놈. 네 최고의 기연은 이제 내 것이다! 넌 영원히 내공 없는 반쪽짜리 무인 신세로 썩어갈 것이다!'
그날 밤부터 형인의 은밀하고도 치밀한 이중 수련이 시작되었다. 낮에는 강남칠괴, 특히 한소영의 비위를 맞추며 그들의 외문 무공 정수를 빼내고, 밤에는 마옥 도사에게 비밀리에 전진교의 정통 내공 심법을 전수받았다. 형인은 이미 <영웅문>을 통해 구음진경의 심오한 내공 원리까지 엿본 상태였기에, 그보다 기초적인 전진 내공의 이치는 너무나도 쉽게 이해되었다. 마옥 도사가 가르치는 내용을 마치 마른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순식간에 흡수했다. 그의 경이로운 이해도와 습득 속도는 마옥 도사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허허, 이 아이는 실로 하늘이 내린 기재(奇才)로구나. 내 평생 이런 영특한 아이는 처음 보았다."
마옥 도사는 형인의 남다른 자질에 감탄하며 더욱 정성껏 그를 지도했다. 불과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 만에 형인의 단전에는 미약하나마 순정(純正)한 전진 내공이 쌓이기 시작했고, 온몸의 기혈 순환이 원활해지면서 강남칠괴의 무공을 익히는 속도 또한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다. 예전에는 그저 흉내 내기에 급급했던 강남칠괴의 기기묘묘한 초식들이 이제는 제법 매서운 위력을 갖추기 시작했고, 몸놀림은 나비처럼 가볍고 뱀처럼 유연해졌다.
형인의 이처럼 눈부신 성장은 강남칠괴, 특히 한소영을 더욱 깊이 매료시켰다. 그녀는 이제 형인을 단순히 가엾고 총명한 제자로만 보지 않았다. 자신들의 무공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며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모습, 수련 중 땀에 젖어 번들거리는 그의 탄탄한 상체(형인은 일부러 날씨가 덥다는 핑계로 윗옷을 벗고 수련하는 날이 많았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깊고 진지한 눈빛 속에서, 한소영은 스승으로서의 뿌듯함을 넘어선 어떤 떨림을 느끼고 있었다.
"사부님, 오늘 월녀검법 시연은 정말 눈부셨습니다. 검을 휘두르시는 모습이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가 달빛 아래 춤을 추는 듯했습니다."
형인은 수련이 끝날 때마다 어김없이 한소영에게 다가가 감탄 어린 칭찬을 늘어놓았다. 그의 흠잡을 데 없이 잘생긴 얼굴이 불쑥 가까이 다가올 때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푸른색 무복 아래 감춰진, 수련으로 다져진 탄탄하면서도 여성스러운 곡선이 형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움직일 때마다 풍겨오는, 땀 냄새와 섞인 건강하고 활기찬 젊은 여성 특유의 향기는 형인의 욕망을 자극했다.
"이, 이 녀석… 스승에게 하는 말이 너무 경망스럽구나!"
그녀는 애써 퉁명스럽게 꾸짖었지만, 목소리는 불안하게 떨리고 있었고, 귀밑까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형인은 그런 그녀의 반응을 놓치지 않고 더욱 능글맞게 다가갔다. 검법 지도를 핑계로 그녀의 손이나 허리를 자연스럽게 감싸 안거나, '실수'를 가장하여 그녀의 몸에 살짝 기대거나 스치는 것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그럴 때마다 한소영은 깜짝 놀라 몸을 움찔하면서도 그를 강하게 뿌리치지 못했다. 강인하고 괄괄한 여검객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제자를 향한 금지된 감정이 위험하게 싹트고 있음을 형인은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녀의 흔들리는 눈동자, 살짝 상기된 뺨, 그리고 자신과의 접촉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몸짓은 형인의 정복욕을 끊임없이 부추겼다.
밤이 되면 형인의 은밀한 유혹은 또 다른 목표, 이평에게로 향했다. 마옥 도사에게 내공을 배우기 시작한 후, 형인은 '밤 수련 중 기가 뒤엉켜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새로운 핑계를 대며 더욱 노골적으로 이평의 보살핌과 위로를 요구했다.
"어머니… 오늘 밤도 혼자 자기가 무서워요. 수련 중에 자꾸 이상한 기운이 느껴져서… 어머니 곁에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질 것 같아요."
애처로운 눈망울로 매달리는, 이제 소년의 티를 벗고 늠름한 청년의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한 형인을 이평은 차마 매정하게 거절하지 못했다. 그녀는 여전히 그를 '아들'처럼 여기려 애썼지만, 밤마다 좁은 게르 안, 한 이불 속에서 느껴지는 형인의 존재감은 더 이상 어린아이나 아들의 것이 아니었다. 훌쩍 자란 키와 다부진 어깨에서 풍기는 남자의 기운, 그리고 어둠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깊고 검은 눈동자 속에서 언뜻언뜻 비치는 뜨거운 시선은 이평의 마음을 걷잡을 수 없이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형인은 잠든 척하며 이평의 손을 몰래 잡거나, 그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는 일이 잦아졌다. 때로는 악몽을 꾼다며 아이처럼 그녀의 품을 파고들었다. 그럴 때마다 이평의 몸은 긴장으로 굳어졌지만, 그를 매몰차게 밀어내지는 못했다. 오히려 그의 등을 토닥여주거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그녀의 손길에는 미세한 떨림과 함께, 그녀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하는 어떤 갈망이 섞여 있었다. 형인은 이평의 풍만한 가슴이 자신의 등에 밀착되는 감촉, 그녀의 규칙적인 숨결과 함께 흘러나오는 젖과 풀, 그리고 성숙한 여인의 농밀한 체취에 취해, 그녀의 마음속 견고했던 방어선이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허물어지고 있음을 느꼈다. 아직 결정적인 선을 넘지는 않았지만, 그 경계는 이미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형인은 밤마다 이평의 품속에서, 그녀의 강인함 속에 숨겨진 여인의 부드러움을 탐닉할 날을 상상하며 은밀한 미소를 지었다.
한편, 칭기즈 칸의 사랑받는 딸, 화쟁 공주의 형인을 향한 관심은 날이 갈수록 더욱 뜨겁고 노골적으로 변해갔다. 그녀는 이제 막 열네 살을 넘긴, 풋풋한 소녀티를 벗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인으로 피어나고 있었다. 윤기 나는 검은 머리를 양 갈래로 탐스럽게 땋아 내리고, 화려한 비단과 모피로 장식된 몽골 귀족 의상을 입은 모습은 활짝 핀 초원의 해당화처럼 화사하고 생기가 넘쳤다. 그녀는 틈만 나면 형인을 찾아와 함께 말 타기를 청하거나 귀한 선물을 건넸고, 때로는 곽정에게 하듯 형인의 팔짱을 끼거나 어깨에 기대는 등 거리낌 없는 행동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형인 오라버니! 오늘은 꼭 나랑 같이 말 타러 가요! 아버지가 새로 주신 멋진 백마를 보여줄게요!"
화쟁은 특유의 발랄하고 당찬 목소리로 형인을 재촉하며 그의 팔에 매달렸다. 그녀의 크고 맑은 눈망울에는 형인을 향한 숨김없는 호감과 어린아이 같은 독점욕이 반짝이고 있었다.
형인은 겉으로는 그런 화쟁의 적극적인 애정 공세에 어쩔 줄 몰라 하며 당황하는 척했지만, 속으로는 그녀의 가치를 냉정하게 계산하고 있었다. 칭기즈 칸의 총애를 한 몸에 받는 공주. 그녀를 자신의 여자로 만든다면, 이 몽골 땅에서의 입지를 굳히는 것은 물론이고, 훗날 중원을 무대로 펼쳐질 거대한 야망을 실현하는 데에도 엄청난 도움이 될 터였다. 그녀의 순수함과 열정, 그리고 아름다움은 충분히 탐낼 만했다.
'화쟁… 아직 어리지만 저 당돌함과 생기 넘치는 아름다움은 확실히 매력적이군. 곽정 저 멍청한 녀석에게 주기에는 너무 아까운 보물이지.'
형인은 화쟁의 부드러운 손을 '얼떨결에' 잡으며, 다정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공주님, 저야말로 영광이지요. 하지만 오늘은 사부님들과 중요한 수련이 약속되어 있어서…"
"에이, 수련은 내일 해도 되잖아요! 네? 같이 가요, 오라버니!"
화쟁이 떼를 쓰듯 형인의 팔에 더욱 강하게 매달렸다. 그녀의 부드럽고 탄력 있는 몸이 형인의 팔에 밀착되자, 풋풋하면서도 달콤한 소녀의 향기가 코끝을 아찔하게 간질였다. 형인은 능숙하게 그녀를 달래며 다음을 기약했다. 아직은 서두를 때가 아니었다. 화쟁은 좀 더 시간을 들여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길들여야 할 귀한 사냥감이었다.
밤은 깊어가고, 형인의 야망은 밤하늘의 별처럼 끝없이 커져만 갔다. 마옥 도사에게 전수받은 순정한 전진 내공, 강남칠괴에게서 흡수한 기기묘묘한 무공들, 그리고 세 명의 아름다운 여인들 – 불같은 매력의 한소영, 원숙한 아름다움의 이평, 생기발랄한 화쟁 – 과의 깊어져 가는 위험한 관계. 모든 것이 형인의 치밀한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형인은 자신의 성공적인 행보에 만족하며, 다음 목표가 될 중원과 그곳에서 만나게 될 수많은 미녀들, 특히 그의 궁극적인 목표이자 하렘의 정점이 될 황용을 떠올렸다. 그의 입가에는 차갑고도 매혹적인, 자신감 넘치는 미소가 짙게 걸려 있었다.
5화: 어머니의 이름으로, 여인의 눈물
몽골 초원의 밤은 깊고 고요했다. 게르 안에는 타닥거리는 화롯불 소리와 두 사람의 숨소리만이 간간이 들려왔다. 곽정은 칭기즈 칸의 부름을 받고 자리를 비운 지 여러 날이 지났고, 강남칠괴 역시 각자의 거처로 돌아간 후였다. 좁은 게르 안에는 이제 형인과 이평, 단둘만이 남아 있었다.
형인은 지난 몇 년간 이 순간을 위해 치밀하게 공을 들여왔다. 처음에는 기억 잃은 가엾은 고아 소년을 연기하며 그녀의 모성애를 자극했고, 점차 '악몽'과 '수련 중의 내상'을 핑계로 그녀의 품을 파고들었다. 밤마다 한 이불 아래 몸을 맞대고 자는 것은 이제 너무나 익숙한 일상이 되어 있었다.
이평은 형인을 여전히 '아들'처럼 여기려 애썼지만, 해가 갈수록 늠름한 청년으로 성장하는 그의 존재감은 더 이상 외면하기 힘들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깊고 검은 눈동자 속에서 언뜻 비치는, 아들이 아닌 남자의 뜨거운 시선은 그녀의 마음을 걷잡을 수 없이 흔들었다.
오늘 밤, 형인은 더 이상 기다리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는 '내공 수련 중 기가 뒤엉켜 온몸이 불덩이 같고 오한이 든다'는 그럴듯한 핑계를 대며 이평의 품을 더욱 깊숙이 파고들었다.
"어머니… 너무 추워요… 몸이 말을 듣지 않아요…"
형인은 일부러 몸을 떨며 그녀에게 매달렸다. 이평은 안쓰러운 마음에 그를 꼭 끌어안고 자신의 체온으로 그의 몸을 녹여주려 애썼다. 그녀의 품은 언제나처럼 따뜻하고 포근했으며, 젖과 풀, 그리고 세월의 깊이가 더해진 그녀만의 농밀한 체취가 형인의 코끝을 강렬하게 자극했다.
형인의 떨림은 연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억눌러왔던 욕망과 눈앞의 목표를 곧 손에 넣게 되리라는 기대감에서 오는 전율이었다. 그는 이평의 품에 안겨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그녀의 부드러운 살결 위로 자신의 뜨거운 입김을 불어넣었다.
"어머니… 당신의 품은… 언제나 이렇게 따뜻하군요…"
형인의 목소리는 미약했지만, 그 속에는 이전과는 다른, 노골적인 열망이 담겨 있었다. 이평은 그의 목소리에 담긴 미묘한 변화를 감지하고 순간 몸을 굳혔다. 하지만 그녀는 그를 밀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그의 등을 토닥이는 손길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형인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이평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그녀의 살냄새를 깊이 들이마셨다. 그리고 그녀의 귓가에 뜨거운 숨결과 함께 속삭였다.
"어머니라고 부르지 않겠습니다… 이평… 당신은 너무나 아름다운 여인입니다. 곽정 그 녀석의 어미로만 있기에는… 너무나 아까워요."
이평은 숨을 멈췄다. 형인의 대담한 손길이 그녀의 잠옷 안으로 파고들어, 세월의 흔적 속에서도 탄력을 잃지 않은 풍만한 가슴을 거침없이 더듬기 시작했다. 투박하지만 부드러운 유두가 그의 손길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단단하게 솟아올랐다. 십수 년 만에 처음 느껴보는 남자의 손길, 그것도 자신이 아들처럼 여기던 존재의 손길에 이평의 온몸은 수치심과 함께 걷잡을 수 없는 흥분으로 떨리기 시작했다.
"안 돼… 형인아… 이러면 안 된다…"
이평의 목소리는 힘없이 떨렸지만, 그 속에는 거부보다는 체념과 어떤 기대감이 뒤섞여 있었다. 형인은 그녀의 저항이 진심이 아님을 알았다. 그는 그녀의 입술을 찾아 거칠게 입을 맞췄다. 처음에는 굳게 닫혀 있던 그녀의 입술이, 형인의 집요하고 능숙한 탐색 앞에서 힘없이 열리고, 뜨거운 숨결과 타액이 뒤섞였다.
형인의 손은 더욱 대담해져, 그녀의 잠옷을 거칠게 헤치고 풍만한 몸 구석구석을 탐했다. 잘록한 허리, 풍성한 둔부, 매끈하면서도 탄탄한 허벅지 안쪽의 부드러운 살결까지. 그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이평은 화들짝 놀라 몸을 움츠리면서도, 달콤한 전율에 숨을 헐떡였다. 척박한 몽골 초원의 삶 속에서 잊고 지냈던 여인으로서의 감각이 되살아나며, 그녀의 몸은 이미 형인의 손길을 갈망하고 있었다.
마침내 형인의 손길이 그녀의 가장 은밀한 곳에 닿았다. 오랜 세월 닫혀 있던 그곳은 이미 뜨겁고 축축하게 젖어, 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평은 형인의 손가락이 자신의 내밀한 곳을 파고들자, 참을 수 없는 신음과 함께 허리를 비틀었다.
"하윽… 안 돼… 제발…"
그녀의 애원은 더 이상 저항이 아니었다. 그것은 쾌락에 대한 갈망이자, 다가올 운명에 대한 두려움 섞인 탄식이었다. 형인은 그녀의 귓가에 다시 한번 뜨겁게 속삭였다.
"이평… 당신은 내 여자요. 이제 당신은 더 이상 곽정의 어머니가 아니오."
형인은 그녀의 다리 사이로 자신의 몸을 밀어 넣었다. 이미 한껏 달아오른 그의 욕망은 단단하게 부풀어 올라, 그녀의 뜨거운 입구를 향해 돌진할 준비를 마쳤다. 이평은 그의 거대한 남성성을 느끼고 두려움에 몸을 떨었지만, 동시에 알 수 없는 기대감에 숨을 삼켰다.
망설임 없이, 형인은 자신의 욕망을 그녀 안으로 밀어 넣었다. 좁고 뜨거운 통로를 뚫고 들어가는 격렬한 고통과 함께, 이평의 입에서는 비명에 가까운 신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 고통은 잠시뿐, 곧이어 찾아온 것은 그녀가 평생 잊고 살았던, 아니, 어쩌면 처음 느껴보는 강렬한 쾌락의 파도였다.
형인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녀 안에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움직임에 맞춰 이평의 몸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그녀는 형인의 목을 끌어안고, 그의 등에 손톱 자국을 내며, 쾌락과 고통이 뒤섞인 교성을 끊임없이 내질렀다. 젖과 풀, 땀, 그리고 농밀한 여인의 체취가 게르 안을 가득 메웠다.
밤은 깊어갔고, 게르 안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형인은 이평의 원숙한 육체를 남김없이 탐하며, 자신의 정복욕을 채워나갔다. 그는 그녀의 눈에서 흐르는 것이 고통의 눈물인지, 쾌락의 눈물인지, 아니면 아들에 대한 죄책감의 눈물인지 알 수 없었지만, 상관없었다. 중요한 것은, 이제 이평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그녀의 몸 안에 자신의 흔적을 깊숙이 새기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마침내 기나긴 밤이 지나고, 동이 트기 시작할 무렵에야 격렬했던 정사가 끝났다. 이평은 지친 몸으로 형인의 품에 안겨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눈물 자국이 선명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평온해 보이기도 했다. 형인은 잠든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차갑게 중얼거렸다.
'이평… 당신은 이제 내 하렘의 일부일 뿐이다. 곽정, 네 어미마저 빼앗긴 기분이 어떠냐?'
그의 눈빛에는 한 치의 죄책감도 없었다. 오직 자신의 야망을 향한 냉혹한 의지와, 목표를 달성한 자의 만족감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초원의 순박했던 어머니 이평은 이제 사라지고, 형인의 욕망 아래 길들여진 한 명의 여인만이 남게 된 것이다.
내용이 좋다하시면 추가로 더 올려보겠습니다. 초반부 내용이라 아직은 씬이 많지는 않습니다.
"크윽...!"
뇌수를 뒤흔드는 격통과 함께 형인의 의식이 혼돈의 심연에서 떠올랐다. 마지막 기억은 지긋지긋한 야근을 마치고 터덜터덜 걷던 퇴근길, 칠흑 같은 어둠을 찢고 달려든 덤프트럭의 헤드라이트 불빛이었다. 짜릿한 충격과 함께 모든 것이 암전되었으니, 당연히 죽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온몸의 감각이 섬뜩할 정도로 생생했다. 칼날처럼 살갗을 파고드는 매서운 바람, 뼛속까지 스미는 냉기, 코를 찌르는 생경한 풀 비린내와 섞인 짐승의 분뇨 냄새. 그리고 눈을 뜨자 펼쳐진 것은, 병원 천장이 아닌 끝없이 광활한 초원이었다.
"여긴... 대체 어디야?"
간신히 상체를 일으킨 형인은 눈앞에 펼쳐진 압도적인 풍경에 잠시 숨을 멈췄다. 머리 위로는 티 없이 푸르고 드높은 하늘이 펼쳐져 있고, 발밑으로는 녹색과 황토색이 뒤섞인 대지가 아득한 지평선까지 이어져 있었다. 드문드문 보이는, 마치 땅에서 솟아난 버섯 같은 모양새의 천막집들. 며칠 밤낮을 새며 탐독했던 <영웅문>의 페이지 속에서 수없이 상상했던 바로 그 풍경. 거대한 역사의 무대, 몽골의 초원이었다.
'…설마, 진짜로?'
혼란스러운 머릿속으로 <영웅문> 1부의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칭기즈 칸이 아직 테무친이라 불리며 고난을 겪던 시절, 철혈단심 양철심과 그의 의형제 곡삼의 비극적인 운명, 그리고 그들의 아들인 곽정과 양강의 엇갈린 삶…
그때, 저 멀리 어설프기 짝이 없는 자세로 활시위를 당기고 있는 소년 하나가 형인의 시야에 들어왔다. 또래보다 조금 다부져 보이는 체격, 영민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우직하고 고집스러워 보이는 눈매. 틀림없었다. 비록 지금은 남루하고 볼품없는 모습이지만, 저 아이는 훗날 강호를 호령하며 대영웅으로 추앙받게 될 주인공, 곽정(郭靖)이었다.
형인의 심장이 격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것은 꿈이 아니다. 지긋지긋했던 현실에서의 삶을 끝장낸 교통사고는, 그를 죽음 대신 그토록 갈망했던 <영웅문>의 세계로, 그것도 모든 이야기가 태동하는 곽정의 유년 시절로 정확히 데려다 놓았다!
'기회다! 이것은 하늘이 내린 기회야!'
형인의 두뇌가 극한의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현실에서의 비루하고 만족스럽지 못했던 삶은 이제 과거일 뿐이다. 이 소설 속 세계에서는, 자신이 새로운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곽정이 누렸어야 할 모든 기연, 그의 신묘한 무공, 그리고… 황용을 필두로 소설 속에 등장하는 눈부신 미녀들까지, 모조리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형인은 입가에 떠오르려는 탐욕스러운 미소를 간신히 감추며,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곽정에게 다가갔다. 연약하고 혼란스러운 소년의 모습을 연기하기 위해서였다.
"저… 저기… 꼬마야…"
일부러 힘없고 불안한 목소리를 냈다. 곽정은 갑자기 나타난 낯선 소년의 모습에 깜짝 놀라 활을 내리고, 잔뜩 경계심 어린 눈초리로 형인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형인은 곽정의 순박하기 그지없는 눈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세상에서 가장 불쌍하고 기억을 잃어버린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여… 여기가 어디니? 나는… 내가 누군지, 여기가 어딘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 머리가… 머리가 너무 아파…"
형인은 이마를 짚으며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휘청거렸다. 그의 연기는 완벽했다. <영웅문> 속 곽정은 천성이 선량하고 남 돕기를 좋아하는 순박한 소년. 기억을 잃고 낯선 곳에 홀로 떨어진, 게다가 자신보다 훨씬 수려한 외모를 가진 가련한 소년의 모습은 곽정의 동정심을 자극하고도 남았다.
"너, 괜찮아? 어디서 왔어? 이름은 뭔데?"
곽정의 눈빛에서 경계심이 누그러지고 걱정과 호기심이 어렸다. 역시, 예상대로 순진한 녀석이다.
"이름… 형인… 이라고 불렸던 것 같은데… 그 외에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어."
형인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드는 듯했다. 물론 이것 역시 철저히 계산된 연기였다. 어수룩한 곽정은 형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형인의 팔을 조심스럽게 부축했다.
"우리 엄마한테 가보자. 엄마는 마음씨가 좋으시니까, 널 도와주실 거야."
형인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곽정의 어머니, 이평(李萍). 원작에서는 그저 평범하고 강인한 생활력을 지닌 여인으로 묘사되었지만, 형인의 목표는 다르다. 그녀 역시 자신의 하렘에 포함될 중요한 '타겟' 중 하나였다. 그녀의 보살핌을 받으며 이 낯선 세계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동시에, 그녀의 마음까지 서서히 사로잡을 계획이었다.
곽정을 따라 도착한 곳은 그의 거처인 듯한 아담한 게르였다. 안으로 들어서자 훈훈한 온기와 함께 음식 냄새, 그리고 낯선 체취가 형인의 코를 자극했다. 그리고 그들을 맞이한 여인. 형인은 숨을 살짝 삼켰다. 원작의 소박한 묘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이평. 그녀는 분명 고된 세월을 살아온 여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그 속에는 척박한 초원의 바람에도 시들지 않는 들꽃 같은 강인함과 숨길 수 없는 아름다움이 공존하고 있었다. 햇볕과 바람에 그을린 건강한 구릿빛 피부는 오히려 생명력을 발산했고, 깊고 차분한 검은 눈동자는 단순한 모성애를 넘어 깊은 지혜와 슬픔, 그리고 어떤 강렬한 의지를 담고 있는 듯 형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살짝 도톰하면서도 굳게 다문 입술은 그녀의 강인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묘한 관능미를 풍겼다.
그녀가 입고 있는 것은 몽골 여인들이 흔히 입는 수수한 차림의 데릴(Deel)이었지만, 거친 양털이나 혹은 투박한 면직물로 만들어진 옷은 그녀의 풍만한 몸매를 온전히 감추지 못했다. 특히 허리띠로 잘록하게 졸라맨 허리선 아래로 이어지는 풍성한 둔부의 곡선과, 옷감 아래 꿈틀거리는 듯한 가슴의 윤곽은 형인의 시선을 잡아끌기에 충분했다. 움직일 때마다 살짝 드러나는 목선은 가늘고 길었으며, 땋아 내린 검은 머리카락 몇 가닥이 그 선을 따라 흘러내려 뭇 남성들의 애간장을 태울 만했다.
그녀에게서는 갓 짜낸 우유의 비릿하면서도 고소한 향기와 마른 풀 냄새, 그리고 약초를 다린 듯한 쌉싸름한 향기가 섞여 풍겨왔다. 그것은 단순한 생활의 냄새가 아니라,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생명을 키워내는 대지모신과 같은, 강렬하고 원초적인 여성의 향기였다. 형인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이런… 이런 여인이 곽정 같은 멍청한 녀석의 어미라니. 아깝군. 하지만 괜찮아. 결국 내 여자가 될 테니.' 형인의 눈빛에 스치는 탐욕을 숨기며, 그는 다시 한번 가련하고 순진한 소년의 가면을 썼다.
곽정이 어눌한 말투로 형인의 사정을 이평에게 설명했다. 기억을 잃고 홀로 쓰러져 있던 소년, 그것도 자신의 아들 곽정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귀공자처럼 잘생긴 소년의 이야기에 이평의 눈에는 금세 연민과 안쓰러움이 가득 찼다. 그녀는 형인의 맑고 커다란 눈망울, 불안한 듯 떨리는 입술, 그리고 어딘가 위태로워 보이는 모습에 더욱 마음이 쓰이는 듯, 따스한 손길로 그의 어깨를 감쌌다.
"쯧쯧, 오갈 데 없는 가엾은 아이로구나… 일단 여기 머물거라. 기운을 차릴 때까지 내가 돌봐주마."
이평은 형인을 게르 안쪽으로 이끌며 따뜻한 수테차와 말린 양고기 포를 내어주었다. 그녀의 손길은 투박했지만 정성스러웠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형인을 살피는 모습에서는 진한 모성애가 느껴졌다. 형인은 최대한 공손하고 감사하는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호의를 받아들였다. 그녀의 손이 스칠 때마다 전해져 오는 부드러운 온기와 은은한 체취는 형인의 감각을 끊임없이 자극했다.
그렇게 형인은 '기억을 잃은 고아'라는 완벽한 위장 신분으로 곽정 모자의 게르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낮에는 곽정과 어울리며 몽골 초원의 생활과 풍습을 익히는 척했고, 밤에는 이평의 세심한 보살핌을 받으며 그녀의 모성애를 교묘하게 자극했다. 그의 빼어난 외모는 이 과정에서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이평은 물론, 게르를 오가는 다른 몽골 여인들조차 형인의 귀티 나는 외모와 예의 바른 태도에 노골적인 호감을 보였다.
형인은 겉으로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소년처럼 행동했지만, 그의 머릿속은 <영웅문>의 지식과 자신의 야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곽정, 이 순진하고 멍청한 녀석. 너의 운명, 너의 기연, 그리고 너의 여자들까지… 이제부터 모두 내 것이다.'
형인은 밤하늘을 수놓은 무수한 별들을 바라보며 차갑고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곧 곽정의 첫 번째 스승이 될 강남칠괴(江南七怪)가 이 몽골 초원에 나타나리라는 것을. 곽정의 첫 번째 기연, 그것부터 자신이 가로챌 것이다. 그리고 이평, 그녀와의 관계 또한 단순한 보호자와 피보호자의 관계를 넘어, 더욱 깊고 은밀한 관계로 발전시켜 나갈 터였다. <영웅문>의 장대한 서사는 이제 자신, 형인에 의해 완전히 새롭게 쓰여질 것이다. 모든 영광과 모든 미녀는 오직 그의 차지가 될 운명이었다.
제 2화: 첫 번째 기연, 일곱 개의 그림자
그렇게 형인은 몽골 초원의 게르에서 곽정 모자와 기묘한 동거를 시작했다. 기억을 잃은 고아 소년. 그의 연기는 날이 갈수록 완벽해져, 순박한 곽정은 물론이고 강인한 이평조차 그를 친아들처럼, 혹은 그 이상으로 아끼고 돌보기 시작했다.
형인은 이 생활이 꽤 만족스러웠다. 낮에는 곽정과 함께 말을 타고 활을 쏘는 시늉을 하며 몽골의 아이들과 어울렸다. 물론 속으로는 곽정의 어수룩함과 둔한 재능을 비웃으며, 자신이 곧 빼앗아 누릴 영광을 상상했다. 그의 준수한 외모는 아이들 사이에서도 단연 돋보였고, 특히 칭기즈 칸의 딸인 화쟁(華箏) 공주는 유독 그에게 관심을 보이며 자주 곁을 맴돌았다. 형인은 그녀의 풋풋하면서도 당찬 매력을 눈여겨보며, '미래의 하렘 목록'에 그녀의 이름 또한 조용히 추가했다.
하지만 형인이 가장 공을 들이는 상대는 단연 이평이었다. 그녀는 형인을 단순히 가엾은 아이로만 여기지 않았다. 어딘가 모르게 풍기는 귀공자 같은 분위기, 슬픔을 머금은 듯한 깊은 눈동자, 그리고 나이에 맞지 않는 성숙함(물론 형인의 연기였지만)은 이평의 잠자고 있던 여성성을 미묘하게 자극하는 듯했다.
형인은 이평의 보살핌을 받으며 의도적으로 그녀와의 신체 접촉을 늘렸다. 넘어지는 척하며 그녀의 품에 안기거나, 아프다는 핑계로 그녀의 손길을 요구하는 식이었다. 그때마다 형인은 이평의 투박하지만 따스한 손길 아래 숨겨진 부드러운 살결의 감촉, 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옷감 너머로 전해오는 압력, 그리고 젖과 풀, 땀 냄새가 섞인 그녀만의 독특하고 농밀한 체취에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평은 겉보기에는 평범한 몽골 여인의 복색을 하고 있었지만, 형인의 눈에는 그 거친 옷가지 아래 숨겨진 육감적인 몸매가 선명하게 보였다. 잘록한 허리에서 풍만하게 이어지는 둔부의 곡선, 데릴(Deel) 사이로 언뜻 비치는 탄탄하면서도 부드러워 보이는 허벅지, 그리고 아이를 키워낸 어머니의 상징과도 같은 풍요로운 가슴. 형인은 밤마다 그녀의 그런 모습을 떠올리며, 언젠가 저 강인함 속에 숨겨진 여인의 부드러움을 독차지할 날을 상상했다. 그는 이평의 모성애를 자극하는 동시에, 그녀의 눈빛 속에 숨겨진 여인으로서의 외로움을 읽어내려 애썼다. 아직은 때가 아니었지만, 형인은 확신했다. 이평 역시 자신의 하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존재가 될 것이라고.
그러던 어느 날, 초원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형인이 <영웅문>의 내용을 통해 정확히 예측하고 기다려왔던 그 순간. 바로 강남칠괴(江南七怪)가 18년 전 구처기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곽정을 찾아 이 머나먼 몽골 땅에 도착한 것이다.
그날은 유난히 바람이 거셌다. 형인은 곽정과 함께 말타기 연습을 하던 중, 저 멀리 지평선에서 다가오는 일곱 개의 기묘한 인영(人影)을 발견했다. 심장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드디어 올 것이 온 것이다. 곽정의 첫 번째 기연이자, 형인 자신이 강호 최고수로 발돋움하기 위한 첫걸음이 될 기회!
일곱 명의 모습은 형인이 책을 통해 익히 알고 있던 그대로였다. 선두에 선 이는 눈먼 비복(飛?) 가진악(柯鎭惡). 비록 두 눈은 멀었지만,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기세는 그가 결코 만만한 인물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의 뒤를 따르는 것은 땅딸막한 체구의 마왕신(馬王神) 한보구(韓寶駒), 장터의 상인처럼 생긴 묘수서생(妙手書生) 주총(朱?), 남산초자(南山樵子) 남희인(南希仁), 시정의 무뢰배 같은 소미타(笑彌陀) 장아생(張阿生), 그리고 월녀검(越女劍) 한소영(韓小瑩). 마지막으로, 다소 학자풍의 전금발(全金發)까지.
그들 일곱 명의 행색은 남루하고 기괴했지만, 오랜 세월 강호를 누비며 다져진 특유의 기백과 강인함이 느껴졌다. 형인은 그들의 모습을 빠르게 훑어보며, 특히 홍일점인 한소영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한소영. 강남칠괴의 막내이자 유일한 여성. 형인은 그녀를 보자마자 속으로 감탄사를 터뜨렸다. 원작의 묘사만으로는 상상할 수 없었던 매력이었다. 그녀는 이십 대 후반 정도로 보였지만, 소녀 같은 풋풋함과 성숙한 여인의 매력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 매서운 눈매와 굳게 다문 입술은 그녀의 강직하고 불같은 성미를 보여주는 듯했지만, 그 속에는 숨길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햇볕에 건강하게 그을린 피부는 탄력이 넘쳤고, 날렵하면서도 균형 잡힌 몸매는 오랜 무술 수련으로 다져진 아름다움을 뽐냈다.
그녀는 푸른색 무복(武服) 차림이었는데, 몸에 딱 맞는 옷은 그녀의 잘록한 허리와 탄탄한 가슴, 그리고 쭉 뻗은 다리 라인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특히 바람에 나부끼는 옷자락 사이로 언뜻 보이는 매끈한 종아리와 발목은 형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허리춤에는 월녀검(越女劍)으로 보이는 날렵한 검 한 자루를 차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전설 속 여검객처럼 강인하면서도 매혹적이었다. 그녀에게서는 먼 길을 달려온 탓인지 옅은 땀 냄새와 함께, 싸늘한 검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은은한 여인의 향기가 풍겨오는 듯했다.
'한소영... 좋아. 첫 번째는 너다.'
형인은 한소영을 자신의 첫 번째 무공 스승이자, 하렘의 일원으로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그녀의 불같은 성격이라면, 오히려 길들이는 재미가 있을 터였다. 형인은 순진한 얼굴 뒤로 음흉한 미소를 감추며, 곽정보다 한발 앞서 그들에게 다가갔다.
"어르신들, 멀리서 오시느라 힘드셨겠습니다. 어디서 오셨는지요?"
형인은 최대한 공손하고 예의 바른 태도로 말을 걸었다. 그의 갑작스러운 등장과 범상치 않은 외모에 강남칠괴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경계의 눈빛을 보냈다. 특히 가진악은 눈이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형인이 풍기는 기운이 곽정과는 다르다는 것을 감지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너는 누구냐?"
가진악의 목소리는 차갑고 날카로웠다.
"저는 형인이라고 합니다. 기억을 잃고 이곳 몽골에서 곽정 형님과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형인은 미리 준비한 대로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그의 수려한 외모와 예의 바른 태도, 그리고 어딘가 모르게 풍기는 가련함은 강남칠괴, 특히 정이 많고 감성적인 한소영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기억을 잃었다고? 쯧쯧, 가엾구나."
한소영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형인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에서 형인은 동정심과 함께 희미한 호기심을 읽었다. 계획대로였다.
"혹시 일곱 분께서 강남에서 오신 강남칠괴 어르신들이 아니십니까?"
형인이 마치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 역시 계산된 행동이었다. 기억을 잃었다면서 강남칠괴를 아는 척하는 것은 모순이지만, 오히려 이 점이 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자신이 평범한 아이가 아님을 암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네가 우리를 어찌 아느냐?"
주총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잘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꿈속에서... 혹은 아주 오래된 기억 속에서 들었던 이름 같습니다. 특히... 월녀검 한소영 여협의 이름은 왠지 모르게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형인은 아련한 표정으로 한소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신의 이름이 언급되자 한소영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형인은 그녀의 반응을 놓치지 않았다.
"우리가 바로 강남칠괴다. 혹시 곽가 성을 가진 아이를 아느냐?"
가진악이 본론을 꺼냈다.
"네, 곽정 형님 말씀이시군요. 저기서 말을 타고 있습니다."
형인이 곽정을 가리키자, 강남칠괴의 시선이 일제히 그쪽으로 향했다. 그들의 표정에는 기대와 함께 미묘한 실망감이 어렸다. 둔해 보이는 곽정의 모습이 그들이 기대했던 영웅의 자질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기 때문이다.
형인은 바로 이 순간을 노렸다. 곽정과 자신을 비교하며, 자신이 훨씬 뛰어난 재목임을 어필할 기회였다.
"곽정 형님은 마음씨는 착하지만... 조금 둔한 편입니다. 제가 옆에서 많이 도와주고 있습니다."
형인은 순진한 얼굴로 말하며 은근히 자신을 내세웠다. 그리고 강남칠괴, 특히 한소영을 향해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어르신들의 무공이 하늘을 찌른다는 이야기를 어렴풋이 기억합니다. 부디... 저에게도 가르침을 베풀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비록 기억은 잃었지만, 강호의 의와 협을 배우고 싶습니다!"
형인은 무릎을 꿇고 간절하게 청했다. 그의 수려한 외모와 진지한 태도, 그리고 무공에 대한 열망은 강남칠괴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한소영은 넘어져서 다친 형인의 무릎(물론 형인이 일부러 넘어져 만든 상처였다)을 보고 더욱 마음이 약해지는 듯했다.
가진악을 비롯한 다른 괴짜들은 여전히 형인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았지만, 한소영은 이미 형인에게 마음이 기울고 있었다. 곽정의 둔함과 형인의 영민함(으로 보이는 것) 사이에서, 그녀의 선택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일단 곽정부터 만나보고 얘기하자."
가진악이 결론을 내렸지만, 형인은 이미 성공을 예감했다. 강남칠괴, 특히 한소영의 마음을 얻는 첫 단추는 성공적으로 꿰어진 것이다. 이제 곽정에게 돌아갈 무공과 기연을 자신이 어떻게 빼앗아 올지, 그리고 저 불같은 여검객 한소영을 어떻게 자신의 여자로 길들일지, 형인의 머릿속은 달콤한 계획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물론, 그 와중에도 틈틈이 이평의 풍만한 몸매와 은밀한 향기를 떠올리는 것을 잊지 않았다. 하렘 완성의 길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었다.
제 3화: 움트는 욕망, 다가오는 기연
강남칠괴가 몽골 초원에 머무르며 본격적으로 곽정을 가르치기 시작한 지 여러 날이 지났다. 형인은 그 과정을 지켜보며 속으로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역시 원작대로였다. 곽정은 우직하고 성실했지만, 무공에 대한 자질은 형편없었다. 강남칠괴가 아무리 다양한 방식으로 가르치려 애써도 곽정의 습득 속도는 거북이걸음이었고, 특히 내공 수련에서는 거의 진전이 없었다.
"쯧쯧, 저런 둔재를 가르치느라 십팔 년을 허비해야 한다니."
칠괴 중 성미가 급한 한보구는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렸고, 다른 사부들의 표정에도 실망감이 역력했다. 가진악만이 곽정의 성실함을 높이 사며 꾸준히 독려했지만, 그 역시 속으로는 답답함을 느끼는 듯했다.
형인은 바로 이 점을 파고들었다. 곽정이 수련에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옆에서 '돕는 척'하며 자신의 '영민함'을 은근히 과시했다. 강남칠괴가 가르친 내용을 한번 듣고는 곧잘 따라 하거나, 심지어 곽정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을 명쾌하게 설명해 주는 식이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영웅문>을 통해 이미 내용을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연기였다.
"형인, 너는 정말 총명하구나. 곽정 저 녀석이 네 반만이라도 따라가면 좋으련만."
주총이 혀를 차며 감탄했고, 다른 사부들도 형인을 대견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특히 형인의 첫 번째 타겟인 한소영은 그런 형인의 모습에 더욱 깊은 호감을 느끼는 듯했다. 그녀의 눈빛에는 단순한 동정심을 넘어선, 존경과 설렘 비슷한 감정이 어리기 시작했다.
형인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강남칠괴에게 더욱 집요하게 매달렸다.
"사부님들, 저도 곽정 형님처럼 강호의 협객이 되고 싶습니다. 부디 저에게도 무공을 가르쳐 주십시오!"
기억을 잃은 불쌍한 고아 소년이, 그것도 비범한 총명함까지 보이는 소년이 간절하게 애원하자 강남칠괴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모성애가 강하고 정이 많은 한소영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대사형, 형인이 아이가 저렇게 원하는데, 곽정이만 가르칠 게 아니라 형인이도 함께 받아주시지요. 저 아이 재능이라면 금방 우리 무공을 익힐 겁니다."
가진악은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 형인의 간청과 다른 사제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그를 제자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만, 곽정을 먼저 가르치기로 한 구처기와의 약속 때문에 곽정을 주(主)로 하고 형인을 부(副)로 하여 가르치기로 했다.
형인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결과였다. 겉으로는 감격에 겨워 눈물까지 글썽이며 감사 인사를 했지만, 속으로는 곽정을 비웃었다. '멍청한 곽정, 네놈은 평생 기초나 다지거라. 네 사부들의 진정한 무공은 내가 먼저 흡수해 주마!'
본격적인 무공 수련이 시작되자, 형인은 자신의 '연기력'과 '미래 지식'을 십분 발휘했다. 곽정이 기초 보법(步法) 하나를 익히는 데 며칠씩 걸릴 때, 형인은 하루 만에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강남칠괴가 각자 전수하는 무공의 핵심 원리를 이미 꿰뚫고 있었기에, 형인의 습득 속도는 경이로울 정도였다.
"허허, 이녀석 정말 물건일세! 내가 평생 가르친 제자 중에 이리 빠른 놈은 처음 본다!"
한보구가 자신의 금룡편법(金龍鞭法)을 순식간에 따라 하는 형인을 보며 입이 떡 벌어졌고, 다른 사부들 역시 혀를 내둘렀다. 곽정은 그런 형인의 모습에 주눅이 들고 더욱 위축되었지만, 형인은 오히려 순진한 얼굴로 곽정을 위로하며 자신의 우월함을 즐겼다.
형인은 특히 한소영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다. 그녀의 월녀검법(越女劍法)은 강남칠괴 무공 중에서도 가장 정교하고 아름다웠다. 형인은 그녀에게 검법 지도를 받으며, 스승과 제자라는 관계를 교묘하게 이용했다.
"사부님, 이 초식은 아무리 해도 잘 모르겠습니다. 직접 자세를 잡아주시겠습니까?"
형인은 일부러 어설픈 척하며 그녀의 손길을 유도했다. 한소영은 아무 의심 없이 다가와 형인의 팔목이나 허리를 잡고 자세를 교정해 주었다. 그때마다 형인은 그녀의 손에서 전해져 오는 부드러우면서도 탄력 있는 감촉과, 가까이서 풍겨오는 그녀만의 독특한 향기에 숨 막히는 흥분을 느꼈다. 그것은 땀 냄새와 섞인, 건강하고 활기찬 젊은 여성 특유의 매혹적인 향기였다. 짙은 푸른색 무복 아래 드러나는 그녀의 날렵하면서도 곡선미 넘치는 몸매, 검을 휘두를 때마다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 진지하게 검법을 설명하는 그녀의 붉은 입술까지, 형인의 눈에는 모든 것이 욕망의 대상으로 비쳤다.
수련 중 쉬는 시간이면, 형인은 땀을 흘리는 한소영에게 다가가 물수건을 건네거나 부채질을 해주며 살갑게 굴었다.
"사부님, 땀 흘리시는 모습도 정말 아름다우십니다. 마치 전설 속의 여검객 같으세요."
"이, 이 녀석이 무슨 소릴..."
한소영은 당황하며 얼굴을 붉혔지만, 싫지 않은 기색이었다. 그녀는 강인하고 괄괄한 성격이었지만, 본질적으로는 칭찬과 관심에 약한 여인이었다. 형인의 수려한 외모와 영민함, 그리고 자신을 향한 동경 어린 시선은 그녀의 마음을 조금씩 흔들고 있었다. 형인은 그녀의 그런 미묘한 변화를 놓치지 않고 더욱 대담하게 다가갔다. 밤에는 무공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는 핑계로 그녀의 게르를 찾아가 단둘이 대화할 시간을 만들기도 했다.
물론 형인의 밤 시간은 한소영에게만 할애된 것이 아니었다. 그의 또 다른 중요한 목표, 이평과의 관계 역시 착실히 진전시키고 있었다.
형인은 '기억상실로 인한 불안감'과 '악몽'을 핑계로 이평의 게르에서 함께 잠을 청하는 날이 많았다. 깊은 밤, 칭기즈 칸의 부름을 받고 자리를 비운 곽정 모자의 게르에는 오직 형인과 이평, 단둘만 남게 되는 경우가 잦았다.
"어머니... 무서운 꿈을 꿨어요..."
형인은 일부러 잠꼬대처럼 중얼거리며 이평의 품을 파고들었다. 이평은 모성애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안아주며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녀의 품은 따뜻하고 포근했으며, 풍만한 가슴의 부드러운 감촉이 얇은 잠옷 너머로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젖과 풀, 약초, 그리고 성숙한 여인의 농밀한 체취가 뒤섞인 그녀만의 향기는 형인의 이성을 마비시킬 듯 강렬했다.
형인은 그녀의 품에 안겨 '순진한 아이'처럼 굴면서도, 그녀의 반응을 예민하게 살폈다. 그녀의 손길이 스칠 때마다 미세하게 떨리는 그녀의 몸,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 속에 언뜻 비치는 모성애 이상의 감정. 형인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어머니는... 정말 고우세요. 제가 기억을 되찾으면, 꼭 어머니께 효도할 거예요."
"이 애가, 무슨 소릴... 어서 자거라."
이평은 당황하며 형인을 다독였지만, 그녀의 귀밑까지 붉게 물들어 있었다. 형인은 그녀의 그런 반응을 즐기며, 더욱 과감하게 그녀의 감정을 흔들었다. 그녀의 고단했던 과거를 묻거나, 그녀의 아름다움을 칭찬하며 남편 없이 홀로 지내는 외로움을 은근히 건드렸다.
'이평... 당신의 그 강인함 뒤에 숨겨진 여인의 부드러움... 머지않아 내가 맛보게 될 거야.'
형인은 이평의 품속에서 미래의 쾌락을 상상하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도 형인의 머릿속은 또 다른 계획으로 분주했다. 바로 곽정의 두 번째 기연, 전진교 마옥(馬鈺) 도사와의 만남을 가로챌 준비였다. <영웅문>의 내용에 따르면, 마옥 도사는 곽정의 어리석음 속 진실함을 알아보고 밤마다 몰래 찾아와 전진교의 정통 내공 심법을 전수해 준다. 이 내공 심법이야말로 곽정이 훗날 강호의 고수로 성장하는 결정적인 발판이 된다.
'곽정 따위에게 그런 귀한 내공을 줄 수는 없지. 그건 당연히 내 차지가 되어야 해.'
형인은 낮 동안 강남칠괴와 수련하고 밤에는 이평과 한소영을 오가며 유혹의 그물을 던지는 와중에도, 밤 깊은 시간이 되면 몰래 게르를 빠져나왔다. 그는 곽정이 마옥 도사를 만났던 장소로 추정되는, 게르 뒤편의 인적 드문 작은 언덕이나 절벽 근처를 샅샅이 뒤지며 마옥 도사의 등장을 기다렸다.
차가운 밤바람이 몽골 초원을 휘감아 돌았다. 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보석처럼 흩뿌려져 있었고, 멀리서 들려오는 늑대 울음소리가 스산함을 더했다. 형인은 바위에 기대앉아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자신의 야망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강남칠괴의 무공, 마옥 도사의 내공 심법... 그리고 앞으로 나타날 수많은 기연들... 모두 내 것이다. 곽정, 너는 영원히 이 몽골 초원에서 양이나 치는 신세가 될 것이다. 그리고 황용, 목염자, 정요가, 한소영, 이평...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여인들 또한 결국 내 품에 안기게 될 것이다!'
탐욕과 정복욕으로 번뜩이는 형인의 눈빛이 밤하늘의 별빛 아래 차갑게 빛났다. 그는 마옥 도사가 나타날 그 운명적인 밤을 기다리며, 어둠 속에서 조용히 숨죽이고 있었다. 거대한 운명의 톱니바퀴는 이제 형인의 의지대로, 원작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굴러가기 시작하고 있었다.
제 4화: 도사의 선택, 깊어지는 관계
달빛만이 광활한 몽골 초원을 은은하게 비추는 깊은 밤. 형인은 여느 때처럼 게르를 몰래 빠져나와, 곽정이 마옥 도사를 만났을 법한 장소를 배회하고 있었다. 강남칠괴의 무공 수련과 이평, 한소영과의 아슬아슬한 유혹만으로는 부족했다. 진정한 강자가 되기 위해서는, 그리고 이 소설 속 세계의 모든 것을 탐하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힘, 즉 심후한 내공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열쇠는 바로 전진교의 정통 내공 심법에 있었다.
며칠 밤을 허탕 치며 초조함이 쌓여갈 무렵, 마침내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 인적이 드문 바위 언덕 뒤편, 형인은 좌선하는 자세로 앉아 일부러 서툴게 호흡을 조절하며 '우연히' 기를 수련하는 것처럼 위장했다. 그의 예민해진 오감이 멀리서 다가오는 극히 희미한 기척을 포착했다. 달빛 아래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것은 푸른 도포에 학창의(鶴氅衣)를 걸친, 청허(淸虛)하면서도 온화한 풍모의 노도사. 길게 늘어뜨린 백발과 수염이 달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났다. 틀림없었다. 전진칠자 중 가장 덕망 높고 온화하다는, 그리고 곽정의 두 번째 스승이 될 운명이었던 장춘자 구처기의 사형, 단양자(丹陽子) 마옥(馬鈺) 도사였다.
형인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지만, 겉으로는 전혀 기척을 느끼지 못한 듯 ‘수련’에 몰두하는 척했다. 마옥 도사는 소리 없이 다가와 잠시 형인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의 깊은 눈에는 호기심과 함께 잔잔한 놀라움이 스쳤다. 이 깊은 밤, 이렇게 외진 곳에서 어린 소년이 홀로 앉아 비록 서툰 방식이나마 토납법(吐納法)을 수련하고 있다니. 게다가 용모는 어찌나 준수한지, 속세의 티끌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청아한 기운마저 느껴졌다.
"얘야, 이 깊은 밤에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
마옥 도사가 부드러우면서도 위엄 있는 목소리로 물었다. 형인은 마치 그의 등장에 화들짝 놀란 것처럼 몸을 떨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도, 도장 어른! 어느 틈에 오셨습니까? 저는… 저는 그저 가슴이 답답하여 밤바람을 쐬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형인은 최대한 순수하고 예의 바른 태도로 답했다. 그의 수려한 외모와 어딘가 그늘진 듯한 눈빛, 그리고 공손한 태도는 첫 만남부터 마옥 도사의 호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생각이라니, 어린 나이에 무슨 깊은 시름이라도 있는 게냐?"
마옥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지만, 그 속에는 연장자로서의 자연스러운 권위가 묻어났다.
"저는 기억을 잃고 이곳 몽골 초원에 흘러들어왔습니다. 제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습니다. 비록 지금은 인정 많으신 곽정 형님의 댁에서 신세를 지고 있지만… 언젠가는 제 뿌리를 찾고 싶고, 또 이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제 한 몸 건사할 힘이라도 기르고 싶습니다. 그래서… 어설프게나마 기를 다스리는 법을 익혀보려 했습니다."
형인은 자신의 기구한 처지를 간략히 설명하며, 무공에 대한 순수한 열망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동시에 내비쳤다. 마옥 도사는 그의 말을 들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미 강남칠괴가 18년 전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몽골에 와서 제자를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또한, 그 과정에서 본래 제자인 곽정은 자질이 둔한 반면, 우연히 함께 거두게 된 형인이라는 소년은 비범한 총명함을 보인다는 이야기도 얼핏 전해 들은 바 있었다.
"기억을 잃었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구나. 허나 너무 상심하지 말거라. 네 용모와 기상을 보니 필시 평범한 집안의 아이는 아닐 터. 무예를 배우고 있다면, 스승의 가르침에 따라 차근차근 익히는 것이 순리이니라. 혼자서 익히려다가는 자칫 기맥(氣脈)이 뒤틀려 주화입마(走火入魔)에 빠질 위험이 크니라."
마옥 도사가 진심으로 충고하자, 형인은 기다렸다는 듯이 덥석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도장 어른! 실은 제가 강남칠괴 사부님들께 무공을 배우고는 있습니다만… 외문 무공은 어느 정도 따라갈 수 있으나, 내공의 기초가 너무나 부족하여 더 이상 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사부님들께서는 본래 제자이신 곽정 형님을 가르치시느라 여념이 없으시고… 저 같은 아이에게까지 신경 쓰실 겨를이 없으신 듯합니다. 부디 도장 어른께서 저의 딱한 사정을 헤아리시어, 이 밤에 잠시나마 내공의 기초라도 가르쳐 주실 수는 없겠습니까? 이 은혜는 평생 뼈에 새겨 잊지 않겠습니다!"
형인은 절박한 표정으로 애원하며 눈물까지 글썽였다. 마옥 도사는 잠시 망설였다. 강남칠괴의 제자를 가로채 가르치는 것은 분명 강호의 도의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소년은 용모가 비범할 뿐 아니라 재능 또한 뛰어나 보였고, 그 간절한 눈빛 속에는 어떤 순수하고 강렬한 열망이 담겨 있었다(고 마옥은 착각했다). 게다가 본래 제자인 곽정의 둔한 자질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기에, 이 총명한 소년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어쩌면 도가(道家)의 인연법(因緣法)에 더 부합하는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흠… 인연이라면 어찌 피할 수 있겠느냐. 좋다. 내가 밤마다 이곳에 와서 우리 전진교의 현문 정통 호흡법과 내공 운용의 기초를 알려줄 터이니,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 발설하지 말거라. 특히 네 사부님들께는 필히 비밀로 해야 한다."
"네! 도장 어른! 크나큰 은혜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형인은 감격에 겨워 엎드려 절하며 눈물을 훔치는 시늉까지 했다. 속으로는 억누를 수 없는 환희와 비웃음이 교차했다. '성공이다! 곽정, 이 미련한 놈. 네 최고의 기연은 이제 내 것이다! 넌 영원히 내공 없는 반쪽짜리 무인 신세로 썩어갈 것이다!'
그날 밤부터 형인의 은밀하고도 치밀한 이중 수련이 시작되었다. 낮에는 강남칠괴, 특히 한소영의 비위를 맞추며 그들의 외문 무공 정수를 빼내고, 밤에는 마옥 도사에게 비밀리에 전진교의 정통 내공 심법을 전수받았다. 형인은 이미 <영웅문>을 통해 구음진경의 심오한 내공 원리까지 엿본 상태였기에, 그보다 기초적인 전진 내공의 이치는 너무나도 쉽게 이해되었다. 마옥 도사가 가르치는 내용을 마치 마른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순식간에 흡수했다. 그의 경이로운 이해도와 습득 속도는 마옥 도사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허허, 이 아이는 실로 하늘이 내린 기재(奇才)로구나. 내 평생 이런 영특한 아이는 처음 보았다."
마옥 도사는 형인의 남다른 자질에 감탄하며 더욱 정성껏 그를 지도했다. 불과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 만에 형인의 단전에는 미약하나마 순정(純正)한 전진 내공이 쌓이기 시작했고, 온몸의 기혈 순환이 원활해지면서 강남칠괴의 무공을 익히는 속도 또한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다. 예전에는 그저 흉내 내기에 급급했던 강남칠괴의 기기묘묘한 초식들이 이제는 제법 매서운 위력을 갖추기 시작했고, 몸놀림은 나비처럼 가볍고 뱀처럼 유연해졌다.
형인의 이처럼 눈부신 성장은 강남칠괴, 특히 한소영을 더욱 깊이 매료시켰다. 그녀는 이제 형인을 단순히 가엾고 총명한 제자로만 보지 않았다. 자신들의 무공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며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모습, 수련 중 땀에 젖어 번들거리는 그의 탄탄한 상체(형인은 일부러 날씨가 덥다는 핑계로 윗옷을 벗고 수련하는 날이 많았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깊고 진지한 눈빛 속에서, 한소영은 스승으로서의 뿌듯함을 넘어선 어떤 떨림을 느끼고 있었다.
"사부님, 오늘 월녀검법 시연은 정말 눈부셨습니다. 검을 휘두르시는 모습이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가 달빛 아래 춤을 추는 듯했습니다."
형인은 수련이 끝날 때마다 어김없이 한소영에게 다가가 감탄 어린 칭찬을 늘어놓았다. 그의 흠잡을 데 없이 잘생긴 얼굴이 불쑥 가까이 다가올 때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푸른색 무복 아래 감춰진, 수련으로 다져진 탄탄하면서도 여성스러운 곡선이 형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움직일 때마다 풍겨오는, 땀 냄새와 섞인 건강하고 활기찬 젊은 여성 특유의 향기는 형인의 욕망을 자극했다.
"이, 이 녀석… 스승에게 하는 말이 너무 경망스럽구나!"
그녀는 애써 퉁명스럽게 꾸짖었지만, 목소리는 불안하게 떨리고 있었고, 귀밑까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형인은 그런 그녀의 반응을 놓치지 않고 더욱 능글맞게 다가갔다. 검법 지도를 핑계로 그녀의 손이나 허리를 자연스럽게 감싸 안거나, '실수'를 가장하여 그녀의 몸에 살짝 기대거나 스치는 것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그럴 때마다 한소영은 깜짝 놀라 몸을 움찔하면서도 그를 강하게 뿌리치지 못했다. 강인하고 괄괄한 여검객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제자를 향한 금지된 감정이 위험하게 싹트고 있음을 형인은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녀의 흔들리는 눈동자, 살짝 상기된 뺨, 그리고 자신과의 접촉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몸짓은 형인의 정복욕을 끊임없이 부추겼다.
밤이 되면 형인의 은밀한 유혹은 또 다른 목표, 이평에게로 향했다. 마옥 도사에게 내공을 배우기 시작한 후, 형인은 '밤 수련 중 기가 뒤엉켜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새로운 핑계를 대며 더욱 노골적으로 이평의 보살핌과 위로를 요구했다.
"어머니… 오늘 밤도 혼자 자기가 무서워요. 수련 중에 자꾸 이상한 기운이 느껴져서… 어머니 곁에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질 것 같아요."
애처로운 눈망울로 매달리는, 이제 소년의 티를 벗고 늠름한 청년의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한 형인을 이평은 차마 매정하게 거절하지 못했다. 그녀는 여전히 그를 '아들'처럼 여기려 애썼지만, 밤마다 좁은 게르 안, 한 이불 속에서 느껴지는 형인의 존재감은 더 이상 어린아이나 아들의 것이 아니었다. 훌쩍 자란 키와 다부진 어깨에서 풍기는 남자의 기운, 그리고 어둠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깊고 검은 눈동자 속에서 언뜻언뜻 비치는 뜨거운 시선은 이평의 마음을 걷잡을 수 없이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형인은 잠든 척하며 이평의 손을 몰래 잡거나, 그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는 일이 잦아졌다. 때로는 악몽을 꾼다며 아이처럼 그녀의 품을 파고들었다. 그럴 때마다 이평의 몸은 긴장으로 굳어졌지만, 그를 매몰차게 밀어내지는 못했다. 오히려 그의 등을 토닥여주거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그녀의 손길에는 미세한 떨림과 함께, 그녀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하는 어떤 갈망이 섞여 있었다. 형인은 이평의 풍만한 가슴이 자신의 등에 밀착되는 감촉, 그녀의 규칙적인 숨결과 함께 흘러나오는 젖과 풀, 그리고 성숙한 여인의 농밀한 체취에 취해, 그녀의 마음속 견고했던 방어선이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허물어지고 있음을 느꼈다. 아직 결정적인 선을 넘지는 않았지만, 그 경계는 이미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형인은 밤마다 이평의 품속에서, 그녀의 강인함 속에 숨겨진 여인의 부드러움을 탐닉할 날을 상상하며 은밀한 미소를 지었다.
한편, 칭기즈 칸의 사랑받는 딸, 화쟁 공주의 형인을 향한 관심은 날이 갈수록 더욱 뜨겁고 노골적으로 변해갔다. 그녀는 이제 막 열네 살을 넘긴, 풋풋한 소녀티를 벗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인으로 피어나고 있었다. 윤기 나는 검은 머리를 양 갈래로 탐스럽게 땋아 내리고, 화려한 비단과 모피로 장식된 몽골 귀족 의상을 입은 모습은 활짝 핀 초원의 해당화처럼 화사하고 생기가 넘쳤다. 그녀는 틈만 나면 형인을 찾아와 함께 말 타기를 청하거나 귀한 선물을 건넸고, 때로는 곽정에게 하듯 형인의 팔짱을 끼거나 어깨에 기대는 등 거리낌 없는 행동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형인 오라버니! 오늘은 꼭 나랑 같이 말 타러 가요! 아버지가 새로 주신 멋진 백마를 보여줄게요!"
화쟁은 특유의 발랄하고 당찬 목소리로 형인을 재촉하며 그의 팔에 매달렸다. 그녀의 크고 맑은 눈망울에는 형인을 향한 숨김없는 호감과 어린아이 같은 독점욕이 반짝이고 있었다.
형인은 겉으로는 그런 화쟁의 적극적인 애정 공세에 어쩔 줄 몰라 하며 당황하는 척했지만, 속으로는 그녀의 가치를 냉정하게 계산하고 있었다. 칭기즈 칸의 총애를 한 몸에 받는 공주. 그녀를 자신의 여자로 만든다면, 이 몽골 땅에서의 입지를 굳히는 것은 물론이고, 훗날 중원을 무대로 펼쳐질 거대한 야망을 실현하는 데에도 엄청난 도움이 될 터였다. 그녀의 순수함과 열정, 그리고 아름다움은 충분히 탐낼 만했다.
'화쟁… 아직 어리지만 저 당돌함과 생기 넘치는 아름다움은 확실히 매력적이군. 곽정 저 멍청한 녀석에게 주기에는 너무 아까운 보물이지.'
형인은 화쟁의 부드러운 손을 '얼떨결에' 잡으며, 다정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공주님, 저야말로 영광이지요. 하지만 오늘은 사부님들과 중요한 수련이 약속되어 있어서…"
"에이, 수련은 내일 해도 되잖아요! 네? 같이 가요, 오라버니!"
화쟁이 떼를 쓰듯 형인의 팔에 더욱 강하게 매달렸다. 그녀의 부드럽고 탄력 있는 몸이 형인의 팔에 밀착되자, 풋풋하면서도 달콤한 소녀의 향기가 코끝을 아찔하게 간질였다. 형인은 능숙하게 그녀를 달래며 다음을 기약했다. 아직은 서두를 때가 아니었다. 화쟁은 좀 더 시간을 들여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길들여야 할 귀한 사냥감이었다.
밤은 깊어가고, 형인의 야망은 밤하늘의 별처럼 끝없이 커져만 갔다. 마옥 도사에게 전수받은 순정한 전진 내공, 강남칠괴에게서 흡수한 기기묘묘한 무공들, 그리고 세 명의 아름다운 여인들 – 불같은 매력의 한소영, 원숙한 아름다움의 이평, 생기발랄한 화쟁 – 과의 깊어져 가는 위험한 관계. 모든 것이 형인의 치밀한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형인은 자신의 성공적인 행보에 만족하며, 다음 목표가 될 중원과 그곳에서 만나게 될 수많은 미녀들, 특히 그의 궁극적인 목표이자 하렘의 정점이 될 황용을 떠올렸다. 그의 입가에는 차갑고도 매혹적인, 자신감 넘치는 미소가 짙게 걸려 있었다.
5화: 어머니의 이름으로, 여인의 눈물
몽골 초원의 밤은 깊고 고요했다. 게르 안에는 타닥거리는 화롯불 소리와 두 사람의 숨소리만이 간간이 들려왔다. 곽정은 칭기즈 칸의 부름을 받고 자리를 비운 지 여러 날이 지났고, 강남칠괴 역시 각자의 거처로 돌아간 후였다. 좁은 게르 안에는 이제 형인과 이평, 단둘만이 남아 있었다.
형인은 지난 몇 년간 이 순간을 위해 치밀하게 공을 들여왔다. 처음에는 기억 잃은 가엾은 고아 소년을 연기하며 그녀의 모성애를 자극했고, 점차 '악몽'과 '수련 중의 내상'을 핑계로 그녀의 품을 파고들었다. 밤마다 한 이불 아래 몸을 맞대고 자는 것은 이제 너무나 익숙한 일상이 되어 있었다.
이평은 형인을 여전히 '아들'처럼 여기려 애썼지만, 해가 갈수록 늠름한 청년으로 성장하는 그의 존재감은 더 이상 외면하기 힘들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깊고 검은 눈동자 속에서 언뜻 비치는, 아들이 아닌 남자의 뜨거운 시선은 그녀의 마음을 걷잡을 수 없이 흔들었다.
오늘 밤, 형인은 더 이상 기다리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는 '내공 수련 중 기가 뒤엉켜 온몸이 불덩이 같고 오한이 든다'는 그럴듯한 핑계를 대며 이평의 품을 더욱 깊숙이 파고들었다.
"어머니… 너무 추워요… 몸이 말을 듣지 않아요…"
형인은 일부러 몸을 떨며 그녀에게 매달렸다. 이평은 안쓰러운 마음에 그를 꼭 끌어안고 자신의 체온으로 그의 몸을 녹여주려 애썼다. 그녀의 품은 언제나처럼 따뜻하고 포근했으며, 젖과 풀, 그리고 세월의 깊이가 더해진 그녀만의 농밀한 체취가 형인의 코끝을 강렬하게 자극했다.
형인의 떨림은 연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억눌러왔던 욕망과 눈앞의 목표를 곧 손에 넣게 되리라는 기대감에서 오는 전율이었다. 그는 이평의 품에 안겨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그녀의 부드러운 살결 위로 자신의 뜨거운 입김을 불어넣었다.
"어머니… 당신의 품은… 언제나 이렇게 따뜻하군요…"
형인의 목소리는 미약했지만, 그 속에는 이전과는 다른, 노골적인 열망이 담겨 있었다. 이평은 그의 목소리에 담긴 미묘한 변화를 감지하고 순간 몸을 굳혔다. 하지만 그녀는 그를 밀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그의 등을 토닥이는 손길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형인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이평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그녀의 살냄새를 깊이 들이마셨다. 그리고 그녀의 귓가에 뜨거운 숨결과 함께 속삭였다.
"어머니라고 부르지 않겠습니다… 이평… 당신은 너무나 아름다운 여인입니다. 곽정 그 녀석의 어미로만 있기에는… 너무나 아까워요."
이평은 숨을 멈췄다. 형인의 대담한 손길이 그녀의 잠옷 안으로 파고들어, 세월의 흔적 속에서도 탄력을 잃지 않은 풍만한 가슴을 거침없이 더듬기 시작했다. 투박하지만 부드러운 유두가 그의 손길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단단하게 솟아올랐다. 십수 년 만에 처음 느껴보는 남자의 손길, 그것도 자신이 아들처럼 여기던 존재의 손길에 이평의 온몸은 수치심과 함께 걷잡을 수 없는 흥분으로 떨리기 시작했다.
"안 돼… 형인아… 이러면 안 된다…"
이평의 목소리는 힘없이 떨렸지만, 그 속에는 거부보다는 체념과 어떤 기대감이 뒤섞여 있었다. 형인은 그녀의 저항이 진심이 아님을 알았다. 그는 그녀의 입술을 찾아 거칠게 입을 맞췄다. 처음에는 굳게 닫혀 있던 그녀의 입술이, 형인의 집요하고 능숙한 탐색 앞에서 힘없이 열리고, 뜨거운 숨결과 타액이 뒤섞였다.
형인의 손은 더욱 대담해져, 그녀의 잠옷을 거칠게 헤치고 풍만한 몸 구석구석을 탐했다. 잘록한 허리, 풍성한 둔부, 매끈하면서도 탄탄한 허벅지 안쪽의 부드러운 살결까지. 그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이평은 화들짝 놀라 몸을 움츠리면서도, 달콤한 전율에 숨을 헐떡였다. 척박한 몽골 초원의 삶 속에서 잊고 지냈던 여인으로서의 감각이 되살아나며, 그녀의 몸은 이미 형인의 손길을 갈망하고 있었다.
마침내 형인의 손길이 그녀의 가장 은밀한 곳에 닿았다. 오랜 세월 닫혀 있던 그곳은 이미 뜨겁고 축축하게 젖어, 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평은 형인의 손가락이 자신의 내밀한 곳을 파고들자, 참을 수 없는 신음과 함께 허리를 비틀었다.
"하윽… 안 돼… 제발…"
그녀의 애원은 더 이상 저항이 아니었다. 그것은 쾌락에 대한 갈망이자, 다가올 운명에 대한 두려움 섞인 탄식이었다. 형인은 그녀의 귓가에 다시 한번 뜨겁게 속삭였다.
"이평… 당신은 내 여자요. 이제 당신은 더 이상 곽정의 어머니가 아니오."
형인은 그녀의 다리 사이로 자신의 몸을 밀어 넣었다. 이미 한껏 달아오른 그의 욕망은 단단하게 부풀어 올라, 그녀의 뜨거운 입구를 향해 돌진할 준비를 마쳤다. 이평은 그의 거대한 남성성을 느끼고 두려움에 몸을 떨었지만, 동시에 알 수 없는 기대감에 숨을 삼켰다.
망설임 없이, 형인은 자신의 욕망을 그녀 안으로 밀어 넣었다. 좁고 뜨거운 통로를 뚫고 들어가는 격렬한 고통과 함께, 이평의 입에서는 비명에 가까운 신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 고통은 잠시뿐, 곧이어 찾아온 것은 그녀가 평생 잊고 살았던, 아니, 어쩌면 처음 느껴보는 강렬한 쾌락의 파도였다.
형인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녀 안에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움직임에 맞춰 이평의 몸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그녀는 형인의 목을 끌어안고, 그의 등에 손톱 자국을 내며, 쾌락과 고통이 뒤섞인 교성을 끊임없이 내질렀다. 젖과 풀, 땀, 그리고 농밀한 여인의 체취가 게르 안을 가득 메웠다.
밤은 깊어갔고, 게르 안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형인은 이평의 원숙한 육체를 남김없이 탐하며, 자신의 정복욕을 채워나갔다. 그는 그녀의 눈에서 흐르는 것이 고통의 눈물인지, 쾌락의 눈물인지, 아니면 아들에 대한 죄책감의 눈물인지 알 수 없었지만, 상관없었다. 중요한 것은, 이제 이평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그녀의 몸 안에 자신의 흔적을 깊숙이 새기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마침내 기나긴 밤이 지나고, 동이 트기 시작할 무렵에야 격렬했던 정사가 끝났다. 이평은 지친 몸으로 형인의 품에 안겨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눈물 자국이 선명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평온해 보이기도 했다. 형인은 잠든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차갑게 중얼거렸다.
'이평… 당신은 이제 내 하렘의 일부일 뿐이다. 곽정, 네 어미마저 빼앗긴 기분이 어떠냐?'
그의 눈빛에는 한 치의 죄책감도 없었다. 오직 자신의 야망을 향한 냉혹한 의지와, 목표를 달성한 자의 만족감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초원의 순박했던 어머니 이평은 이제 사라지고, 형인의 욕망 아래 길들여진 한 명의 여인만이 남게 된 것이다.
내용이 좋다하시면 추가로 더 올려보겠습니다. 초반부 내용이라 아직은 씬이 많지는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