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타문학8. 부산 여행 편.
(본 글은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각색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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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의 이야기이다. 나는 바다가 보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무작정 부산으로 떠났다. 부산은 맛있는 것도 많고, 친한 지인들도 많은 도시이지만, 이번엔 오롯이 바다 하나만을 바라며 부산으로 향했다.
부산에 도착해서, 지하철에 몸을 싣고 광안리 바다로 향했다. 얼마 정도 바닷가 앞의 상가 거리들을 지나자 모래사장과 수평선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수평선이 조금씩 가까워지면서 탁 트인 느낌을 주면 줄수록, 내가 기대한 감정과는 상반되는 감정이 일렁였다.
나는 참으로 계획적인 인간인데, 가끔은 이런 일탈을 즐기곤 한다. 계획하지 않고 떠나는 것이 나에게는 큰 일탈이자 비행이다. 그런데 막상 바다가 눈 앞에 보이자마자 이제는 뭘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날 답답하게 조여왔다. 계획이 없을 때 찾아오는 병이다.이 병을 해결하는 처방은 오직 하나다. 계획을 짜는 것.
하지만 이 날 따라 청개구리 같은 내 안의 나가 계획 짜기를 방해했다. 왜 나는 꼭 무언가를 계획해야만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인가. 나는 왜 진취적이지 못한 사람인가. 나는 왜 활동적이지 못한 사람인가. 이런 것을 스스로 묻기만 할 뿐, 계획을 짜지 못하고 있었다.
11월의 바다인데도 날은 왜 그리 후덥지근 하던지, 나는 입고 있던 가디건도 벗어 들었다. 11월에 더위를 느끼는 게 맞는건가. 목도 탔다. 그래서 나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한 카페로 들어갔다. 차가운 음료를 받아서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무슨 생각이나 관찰 같은 것을 한 것도 아니고 그저 앉아 있었다. 눈은 뜨고 있었지만 보지 않았고, 귀도 아무 것도 듣지 않았다.
그런 나를 다시 인식의 세계로 끌어온 것은 두 여자였다.
"잠깐 말씀 나눌 수 있을까요?"
나와 다른 염색체를 가진 생명과 대화를 나누는 건 언제나 흥미로운 일이다. 다만 나는 '말씀'이라는 단어에 경계심이 강하게 들었다.. 내가 싫어하는 특정 종교에서 참으로 즐겨 쓰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그 종교가 아니더라도 여느 종교에서 포교하기 위한 첫 멘트로 쓰기 적합할 것 같은 문장이어서 나는 그녀들을 경계하고자 했다.
"무슨 일이신데요?"
"혼자 오신건가요?"
"왜요?"
나는 조금 공격적인 어투와 표정으로 대답했으나, 내가 잘못됐다는 걸 깨닫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일단은 그녀들의 복장이 종교를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전혀 없는 복장임을 알 수 있었다. 누가봐도 술집이나 클럽을 가고자 만반의 준비를 한 여자들로 보일 수 밖에 없는 외관이었다. 이런 카페에 있는 게 부담스러울 정도랄까. 둘 다 짧은 치마와 딱 붙는 티, 그리고 높은 힐까지. 인간의 가치 외모로 매기면 안 된다지만, 적어도 내 눈에는 저렴해보였다.
그리고 나는 이런 여자들을 너무나 자주 봐온 지라, 오히려 별로 내키지 않았다. 내가 이 여자들의 겉을 보고 값을 메겼듯이, 이 여자들도 그저 내 껍데기를 보고 값을 메겨 다가왔을 것이 뻔했다. 이런 얕은 혐오가 올라오고 있을 때, 여자들은 나의 대답은 신경도 안 쓴다는 듯이 내 옆자리와 앞자리에 앉았다. 주로 앞자리에 앉은 여자는 말 없이 쳐다만 보고 있었고, 옆자리의 여자가 나를 공략해왔다.
"혼자 온 거 맞죠?"
"네"
"부산 사람은 아닌 거 같고..?"
"네."
"저희 싫으세요?"
"아, 왜 말 거신건지 말씀을 안 하셔서."
"솔직히 알죠. 왜 왔는지."
"네?"
"오빠 여자들한테 번호 많이 따일 거 같은데."
"아, 저 여자친구 있어요."
"그럴 거 같아요."
"아 네.."
"그래도 지금은 혼자 있잖아요. 아, 혹시 여자친구 기다리시는 거에요?"
나는 대답을 않고, 옆자리 여자를 지긋이 쳐다봤다. 둘 중에 훨씬 저렴해보이는 여자였다. 앞에서 사람의 값어치에 대해 이야기 한 걸 좀 이어가보자면, 나는 사람을 나누는 '급'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급을 나누는 기준이 사회적인 배경이든, 소득 수준이든, 다양한 게 있겠지만, 나는 '교양'을 최우선순위로 둔다. 그런 점에서 이 여자는 나와 급이 맞지 않는다. 교양이 바닥이다. 가슴이 파인 옷이나 짧은 치마야, 시대가 많이 변했으니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초면인 남자 옆에서 다리를 벌리고, 맨살의 허벅지를 주무르며 말을 거는 정신머리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대놓고 자신을 취해달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기생 중에서도 3패 기생인 창기와 다를 게 없어보였다. 역했다.
혐오가 차있는 시선으로 옆자리 여자를 바라보고 있자, 앞자리 여자가 말을 꺼냈다.
"(앞)야, 그냥 가자. 여자친구 있으시대잖아."
"(옆)니가 말 걸어보자매. 오빠, 사실 저 말고 쟤가 오빠 괜찮다고 번호 물어보자고 그래서 왔거든요? 근데 쟤 원래 저런 년 아닌데, 갑자기 말 가려서 하는거봐 ㅋㅋ"
옆자리 여자가 더욱 경멸스러웠다. 앞자리 여자의 의지로 이 자리에 왔다면서, 왜 자기 다리를 벌리고 있는지. 이해하고 싶지조차 않았다.
"그래도 내숭이라도 떠는 (앞자리 여자를 가리키며) 이 분이 더 낫네요."
앞자리 여자의 옅은 미소, 옆자리 여자의 떫떠름한 웃음이 동시에 드러났다. 재밌었다. 유유상종이니 같은 부류이겠지만, 앞자리 여자를 깎아내리는 옆자리 여자를 골탕 먹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천박한 캐릭터에게 맞는 대우를 알려주고 싶었달까. 어디서 나온 선민의식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이 옆자리 여자보다는 내가 선민이 맞다고 확신했었다.
"(앞자리 여자에게) 오늘 이 분이랑 뭐하기로 하고 나온거에요?"
"(앞자리)그냥 뭐 맛있는 거 먹고 카페가고..."
전혀 카페나 가고 말 복장은 아닌 거 같았지만,
"그럼 이 분 대신 저랑 노는 건요?"
"(앞자리)네?"
"(옆자리)뭐야, 이 오빠 여친있다고 빼더니."
"(옆자리를 가리키며)이 분 빼고 우리 둘이 놀러가는거면 같이 갈 수 있을 거 같은데."
"(앞자리)아... 그건 좀... 저희끼리 여행 온 거라서..."
"어쩔 수 없죠."
"(옆자리)오빠 그냥 셋이 놀아요. 아님 오빠 친구 부를 사람 없나?"
"아뇨, 둘이서 아니면 딱히 생각 없어요."
"(옆자리)야, 가자 그냥."
"(앞자리)아, 저 그럼 번호만... 안될까요?"
"네."
옆자리 여자는 허벅지를 주무르던 손으로 치마를 정리하며 일어섰다. 그리고 따라서 앞자리 여자도 일어나 자리에서 사라졌다. 가끔은 잘 생겼다는 게 큰 벼슬이라도 되는 것 같다. 껍데기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 그리고 평가 받는 걸 싫어하면서도, 결국 나도 그녀들을 껍데기로 판단하고 농락했다. 나는 참 모순적인 사람이다. 얼음이 녹아가는 아메리카노가 제법 씁쓸했다.
시계를 보니, 6시가 넘어가고 있었고, 해는 이미 졌다. 나는 이제 뭘 해야할까. 저녁을 먹어야겠지. 뭘 먹을까. 나는 그래도 부산까지 왔으니, 제법 맛있고 유명한 곳에 가보고 싶었다. 대학 때 혼밥은 지겹도록 했어서, 메뉴는 딱히 상관이 없었다. 그래서 인스타와 네이버 등을 통해, 주변의 맛집을 검색하고 있었을 때,
"저..."
아까 앞자리에 있던 여자, 이번엔 혼자였다.
"친구 갔는데..."
아, 이건 아까 내 계획에 없었는데. 여자는 상기되어 있었다. 원래 남자에게 말 걸기를 어려워하는 성격인 건지, 아니면 친구를 보내다가 싸우고 온 건지는 모르겠으나, 얼굴빛이 붉었고, 눈빛도 촉촉한 느낌이었다. 그런 여자에게, 사실은 그 친구를 골탕먹이려고 한 말이었다고 내뱉기가 어려웠다.
"(나)어디 사람이에요?"
"(여)인천이요."
"아, 저도 부평 살았었거든요."
"아 진짜요? 지금은 아니신가보네요."
"네. 근데 그럼 친구랑 같이 여행 와 놓고서, 친구 버리고 저한테 오신 거에요 지금..?"
"버린건 아니고..."
"아닌가...?"
"아..."
사실 그녀도 어디가면 연애 시장에서 상위 포식자에 속할 것이다. 본판도 예쁘고, 그걸 알아서인지 예쁘게 가꿀 줄도 알았다. 내 기준엔 싸보이긴 하지만, 나름 술집에선 이런 부류가 먹히니까 이러고 다니는 거겠지. 그런데 어디가서든 호랑이의 입장이었을 그녀가, 토끼같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게 가여우면서도 제법 재밌어서 흥미가 들었다.
"오빠는 부산 놀러 오신 거에요?"
"저는 그냥... 그냥 오고 싶어서 왔어요. 시간이 좀 생겨서."
"아, 그럼 이제 뭐하실거였어요?"
"밥먹으려고 찾아보고 있었어요."
"아... 그럼 저랑 같이 밥 먹으러 가실래요?"
"친구까지 버리고 왔으니까 그래야겠네요."
우리는 대화를 하며 카페를 나섰다. 그녀는 원래 친구랑 가려고 알아봤다던 맛집들 리스트를 보여주며 이 중에 마음에 드는 곳이 있냐고 물었다. 그 중에 내가 좋아하는 메뉴를 파는 가게가 있어, 그 곳으로 갔다. 웨이팅을 하면서도 대화를 이어갔는데, 그러면서 그녀는 긴장이 좀 풀린 듯 했다. 그래서 말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25살이었고, 인천에서 필라테스 강사로 일 하고 있었으며, 자신의 생일을 맞이해서 친구와 연차를 맞춰 부산에 놀러왔다고 했다. 그리고 친구에게는 생일 선물로 자리를 비켜달라고 했다고 한다. 가능한 발상인가 이게.
아무튼 식사를 하면서 그녀는 밥 먹고 나서 무엇을 할 지 의논했다. 그 부분은 마음에 들었다. 계획을 짜는 행위는 언제나 안정감을 준다. 그러다가 내 숙소 얘기가 나왔다. 나는 숙소도 안 정해진 상태였다.
"오빠 그럼 숙소부터 정해야겠네."
"야놀자 키면 뭐 있겠지. 넌 숙소 어딘데?"
"나는 이 근처야. 친구랑 같이 잡은 호텔."
앱을 켜서 방을 알아봤는데, 이 주변은 너무 비싸거나 방이 없거나였다. 서면으로 알아봤다. 내 기준엔 내 한 몸 쉬어가기엔 비싼 가격대였지만, 어쩔 수 있나. 서면 쪽의 방을 잡고서 이제 뭐할 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 바다는 보고 싶은 만큼 봤고, 이제 밤이라 어차피 보이지도 않아서 하고 싶은 거 딱히 없거든. 너 원래 친구랑 뭐 하려고 했어?"
"그냥 카페가고.. 그런거?"
"카페?"
"왜?"
"너네 둘 다 카페 갈 복장이 아닌 거 같은데. 힘 빡 주고 왔잖아."
"ㅋㅋㅋㅋ 왜? 나 좀 괜찮아?"
아까 그렇게 수줍어하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밝아진 그녀는, 제법 섹기도 느껴질만큼 분위기가 변해있었다. 내가 있는 앞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있는 그녀는, 테이블에 올려둔 가슴이 제법 묵직해 보였다. 딱 붙으면서 얇고도 흰 니트 안으로는 검정색의 브라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거기에 딱 붙는 치마까지. 어딜 가든 그녀도 남자들 사이에선 갑의 입장이었을텐데.
밥은 그녀가 샀다. 내가 살 생각도 딱히 안 들었지만, 먼저 낸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대신 술을 사달라고 하는데, 이것은 그녀의 악수였다. 하지만 내가 술을 안 마시는 걸, 그녀가 사전에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으니 감안해주자. 그래서 나는 내가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걸 밝히고, 대신 다른 걸 같이 하자고 했다.
"뭐 하고 싶은 거 없어 오빠?"
나는 이 질문이 꽤나 본질적으로 느껴졌다. '그녀와'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떠올려봤다. 그러다가 떠오른 것이 영화관 가기였다. 영화를 보고 싶다기보단, 영화관이 가고 싶었다. 딱히 거창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그저 안 간지 오래돼서가 이유라면 이유였다.
우리는 서면으로 갔다. 무슨 영화가 상영 중인지도 모른 채, 키오스크에서 비교적 금방 시작하는 영화를 예매했다. 팝콘도 사고 콜라도 샀다. 난 영화관에서 팝콘도 안 먹고 콜라도 안 마시는데. 그래도 분위기를 내봤다.
자리에 앉았고, 광고가 나왔다. 나는 들고 있던 가디건을 내 무릎 위에 올려두었는데, 그러다보니 그녀의 다리가 보였다. 그녀 역시 치마가 많이 짧았다. 그녀의 무릎 위에 올려둔 작은 핸드백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허벅지 속살이 꽤나 말랑말랑해 보였다.
"가디건 줄까?"
"왜?"
"가방으로 가리기 힘들어 보여서."
"내 다리 보고 있었어?"
"줘?"
눈으로 긍정을 표한 그녀에게 가디건을 건넸다. 그녀는 내 가디건을 무릎에 덮더니, 자신의 핸드백을 내게 건넸다. 들고 있으란건가. 그렇게 핸드백이 내 무릎에 얹어진 채 영화가 시작됐다. 상영관이 어두워지기 시작했을 때, 그녀는 내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오빠, 손 줘봐."
내가 내밀기도 전에 내 손을 가져간 그녀는, 가디건 안으로 내 손을 집어 넣었다. 그러고서는 허벅지에 내 손을 갖다 댔다. 내 손이 차가운 편이라 그녀의 허벅지가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 이질적인 온도에 그녀는 움찔했다. 그러면서도 엉덩이를 비틀어 치마를 치켜올려 주었다. 우리가 자주 그래왔던 것처럼, 나는 자연스레 그녀의 허벅지를 주무르면서 점점 안쪽을 향해 파고들었다.
속바지의 감촉이 느껴졌을 무렵, 나는 속바지 의 틈새로 손가락을 들여보냈다. 이미 영화는 안중에도 없었다. 손 끝이 사타구니에 도달했을 때, 그녀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몸도 거의 내쪽에 기울여 기대있었다. 누가봐도 연인 같았을 것이다.나는 속바지를 힘으로 늘려가며, 그 안을 파고들었다. 팬티의 감촉이 느껴졌을 때, 나는 팬티의 안 쪽까지 손을 파고 들었다. 까끌거리는 털이 느껴졌고, 이내 촉촉하고도 미끌거리는 말랑한 것이 손에 닿았다. 내게 어깨에 얼굴을 파 묻은 그녀였다.
내가 공공장소에 대한 로망이 있던 고등학생 때였다면, 여기서 뭐라도 더 안간힘을 썼을텐데. 흥분이 고조되는 동시에, 나는 이 영화관을 뜨고 싶어졌다. 사람이 별로 없는 상영관이었지만, 여기서 역사를 이룰 수도 없거니와, 설령 완벽히 우리만 있는 상영관이라고 해도, 뒷처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가장 중요한 부위 주변을 맴돌며
"방으로 갈까?"
라고 속삭였다. 상영이 시작하고 한 30분이나 됐을까. 우리는 상영관에서 나왔다. 여자는 아까 다시 나를 찾아왔던 카페에서의 그때처럼 붉게 물들어있었다.
대충 서면 아무데로나 잡아놨던 내 숙소는 은근히 영화관과 멀었다. 거기에 느긋하게 걸어가려는 나의 태도까지 더해져, 그녀는 무언가 못마땅한 듯 했다. 내 눈치로 이를 알아채지 못할 리 없었지만, 나는 모른 체했다. 그래도 내가 '갑'이니까.
그녀는 방에 도착해서부터, 나의 리드를 원하고 있었다. 눈빛으로 알 수 있었다. 이만큼 안달나게 했으니 이제 빨리 나를 취하라는 무언의 압박.
"먼저 씻을래?"
"오빠 씻을거야?"
많이 급한가보다.
"손만 씻고 나올게 그럼."
나는 웃으며 들어가 손을 씻고, 나왔다. 그녀는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욕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런 나는 그녀를 감상했다. 힐을 신고 있을 때와 비교해도 그녀의 다리는 여전히 길고 가늘었다. 내가 좋아하는 체형의 다리. 종아리가 얇고 그에 비해 허벅지는 건강한 느낌의 다리를 나는 좋아한다. 그리고 그 위로는 흰 니트가 감싼 얇은 허리 통과, 그에 대비되는 큰 가슴라인이 돋보였다. 물론 그 안에 비치는 검은 브라가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겠지만, 그걸 감안해도 마른 체형인 몸에 비해 큰 가슴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좋은 건, 이런 체형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하얀 피부와 긴 웨이브 헤어. 얼굴은 닮은 연예인을 꼽자면, 조현 정도가 있을 것 같다.
나는 침대에 걸터 앉은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눈높이를 맞춰 몸을 숙였다. 여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내 목덜미를 감싸 안고 키스를 했다. 이런 말하기 뭐하지만, 외모로는 내 여자친구보다 예뻤다. 그래서일까, 키스가 꽤 맛있었다. 잘하는 키스의 기준에 대해 논하라고 하면, 무얼 대야 할 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녀의 키스는 확실히 잘하는 키스였다. 키스를 하다가 문득문득 정신을 차렸을 땐, 어느새 내가 그녀를 안고 있었고, 또 어느새 그녀를 위에서 덮친 상태로 키스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입술을 뗐을 때는, 내가 그녀의 허벅지 안쪽을 주무르고 있었다.
"오빠 여기 앉아봐."
내가 침대에 걸터 앉자, 그녀는 내 앞의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내 허리 띠를 풀고 바지를 벗기려고 했다. 그녀를 도와 바지를 벗어 던지자, 내 자지가 드러났다. 피곤한 줄 알았는데, 자지는 아니었나보다. 서있는 자지를 잡고, 귀두가 드러나게 껍질을 살짝 뒤로 당기는 그녀의 손 놀림을 감상하고 있었다. 이내 입을 갖다대고 가벼운 입맞춤을 시작으로, 내 자지를 핥기 시작하는 그녀였다. 귀두 근처를 핥다가, 요도 입구를 집요하게 혀로 문지르기도 하고, 자지 기둥을 전체적으로 훑기도 하는 등, 그녀의 스킬은 다양했다.
그런 겉핥기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그녀는 내 자지를 입에 넣었다. 치아가 닿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느껴졌다. 입 안은 따뜻했고, 촉촉하다 못해 축축했으며, 혀가 굉장히 천천히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빨려고 자지를 문 게 아니라, 맛 보려고 자지를 문 것 같았다. 딱히 이래라 저래라 요구할 게 없었다.
나는 그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이내 뒷머리를 지긋이 누르며 내 자지를 입 안 깊이 밀어 넣었다. 자지 기둥 아랫부분까지 그녀의 입술이 닿는 게 느껴졌다. 그 상태로 정지했다가 풀어줬다가를 반복했다. 헛구역질을 하면서도 그녀는 그 과정을 거부하질 않았다. 다시 손에 힘을 풀고서, 그녀에게 움직임을 맡겼을 때도, 그녀는 나를 만족시켰다. 목 깊은 곳까지 빠르게 왔다갔다 하면서 자지에 자극을 줬다. 참기 힘들었다.
참지 못한 나는, 예고도 없이 그녀의 입 안에 사정을 했다. 나는 입 안에 사정하는 정복감을 꽤 좋아한다. 특히 그 정액을 받아 삼키는 모습이 너무 중독적이고 치명적이다.
"마셔."
그녀는 사정을 마친 자지를, 맛있는 음료가 담긴 빨대라도 되는 양 계속해서 빨아댔다. 그리고 이내 자지를 입에서 빼고서는, 입 안에 담김 정액을 보여줬다. 꿀꺽. 대체 전남친이 무슨 교육을 시켜놓은걸까. 판타지란 판타지는 다 갖다 박아놨었나보네.
나는 그녀를 일으켜세우고
"니트랑 벗어봐."
라고 명령했다. 나도 상의를 벗으면서 그녀가 옷을 벗는 걸 감상했다. 화장이 묻지 않도록 조심스레 니트를 벗자, 그 안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하던 브래지어가 나왔다. 그 다음으로 치마와 속치마를 함께 벗은 그녀는 위 아래가 검정 색인, 약간은 레이스 장식이 들어간, 브래지어와 세트인 게 확실한 팬티를 드러냈다. 아까 영화관에서 만졌던 그것이었다. 여기서 가장 흥미로웠던 건, 그 검정 팬티 사이에 붙은 날개였다.
"생리 중이야?"
"아니, 어제 끝나는 날이었는데, 뭔가 약간 나오는 거 같아서."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직접 그녀의 팬티를 내렸다. 생리대에는 약간 갈색빛의 무언가가 묻어있었다. 약간은 비릿한 냄새도 났다. 내 취향은 아니었다. 팬티를 완전히 벗겨버리고서, 침대에 걸터 앉아있는 내 무릎에 그녀가 나를 마주보도록 앉혔다. 그리고 다시 키스. 역시나 완성도 높은 키스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성의 끈을 붙잡고서, 그녀의 브래지어 후크를 풀었다. 그러는 동안 그녀는 내 자지 기둥을 잡고 흔들었다. 한 번 사정을 하고나서도, 그녀의 손길에 꽤나 금방 서버렸다.
나는 브래지어를 벗기기 위해, 입술을 뗐는데,
"오빠, 그냥 할래?"
"콘돔 없이 하자고?"
"응. 어제 생리 끝나서 안에 해도 돼."
다시 찾아온 내적 갈등의 시간. 물론 배란일까지 한참 멀었다는 것은 안다. 흔히 말하는 '안전일'의 기간이다. 하지만 그것이 곧 피임률 100%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걸로 마음 고생해본 역사도 있다. 키스와 펠라로 내 혼을 쏙 빼놔서, 하마터면 그냥 넣을 뻔 했다. 그녀가 그냥 하자는 말을 해줘서, 그 말이 오히려 내 이성을 잡게 했다.
"내 마음이 별로 안 편해서. 콘돔 끼고 할래."
"오빠 좋으라고 말한건데. 그럼 콘돔끼고 와."
내심 아쉬운 것 같아보였다. 그래도 바로 콘돔을 끼자는 걸 보니, 그녀는 얼른 넣어주길 바랬나보다. 하지만 나는 내 눈 앞에 달린 이 탐스러운 가슴을 아직 탐닉하지 못했다. 황홀한 키스를 하느라, 이 거대한 것에 이제야 손을 갖다 댈 생각을 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콘돔을 끼러 가는 대신, 한 손으로는 그녀의 가슴을 주무르고, 다른 손으로는 그녀의 엉덩이를 주물렀다. 하얀 피부에 걸맞는 핑크 빛에 가까운 유륜과 유두가, 모텔의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도 선명히 드러났다. 나는 손으로 잡지 않은 반대쪽 젖꼭지를 빨며, 엉덩이에 있던 손으로 그녀의 항문을 찾았다. 젖꼭지를 빨아서인지, 항문을 만져서인지, 그녀는 신음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약간은 참으려는 의지가 보이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듯 터져나오는 신음이었다. 그러다가 나지막히,
"오빠, 넣자, 이제..."
라며 그녀는 몸을 일으켜, 보지 입구에 자지를 갖다대었다. 콘돔껴야하는데?
아직 보지는 애무도 안 했는데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내 음낭에도 그녀의 애액이 흘러나와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그녀가 입구를 찾아 자지를 갖다대자마자, 그녀의 보지에 쉽사리 자지가 들어가버렸다. 그녀는 내 목을 감싸 안고서, 발을 침대 위로 올려 피스톤 운동을 준비했다. 자세 덕분인지, 쉽게 들어간 것 치고는, 그녀의 질벽은 꽤나 조이는 편이었다. 특히 그 질주름이 잘 느껴지는 느낌이랄까. 콘돔을 끼지 않아서인지 더 선명한 촉각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무게가 내 허벅지에 그대로 전해지는데, 그 무게감보다 자지를 조이는 보지의 감촉에 더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는 궁합이 좋았다. 그녀는 본인이 움직이면서도 신음을 터뜨렸고, 움찔거렸다. 여자친구와의 섹스도 항상 궁합이 잘 맞아서 좋았는데, 전혀 다른 느낌으로도 잘 맞는 상대였다. 어쩌면 더 좋은 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체력이 그리 좋지는 못했다. 얼마간 피스톤 운동을 하던 그녀는,
"허벅지 땡긴다. 오빠가 해주라."
라며 나를 바라보고 말했다. 이 섹기있는 사람에게서 이런 애교가 나온다니. 먼치킨 주인공같은 능력치였다.
"일어나봐."
그녀는 자지를 빼면서 천천히 일어나서 침대에 누웠다. 나는 바르게 누운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몸을 돌려서 눕혔다. 엎드린 그녀는 무릎을 세워 고양이 자세를 만들어주었다. 그녀의 다리 사이로 가서 무릎 꿇고 선 뒤, 입구를 찾아 들어갔다. 마주 보고 넣을 때와는 또 다른 조임이 느껴졌다. 그리고 나를 받아들이기 위해 엎드린 여자의 뒷태를 감상할 수 있는 이 구도. 후배위의 존재가치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러브핸들을 움켜 잡은 채, 그녀의 엉덩이의 움직임과 내 허리 움직임의 템포를 맞추었다. 동시에 멀어졌다가 동시에 가까워지며, 우리는 더 깊이 더 빠르게 박아댔다. 신음은 더 크게, 더 자주 터져 나왔다. 무엇보다도 만족스러웠던 건, 뒤에서 박고 있는데도 그녀의 가슴이 흔들리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였다는 점이다. 우리의 템포와 맞춘 가슴의 무빙이 감동적이었다. AV 배우를 고를 때도, 움직임에 따라 가슴이 말랑말랑하게 움직이는 지를 보고 고르는 게 내 취향이다.
그 가슴에 더 가까워지고 싶어서, 엎드려있는 그녀의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골반에 있던 내 손을 그녀의 가슴으로 옮겼다. 마주보고 주무를 때도 좋았지만, 뒤에서 안아서 잡은 가슴의 느낌은 또 달랐다. 뒤에서 가슴을 주무르며 후배위로 박아댈 때가 가장 정복감이 큰 순간이었다. 허리를 점점 더 빠르게 움직이며 그 순간을 즐겼다.
그러다가 그녀가 고개를 돌렸고, 나는 젖꼭지를 꼬집어 돌리며 키스를 해줬다. 그러다 한 손으로 그녀의 보지살을 찾아 마찰시켰다. 보지에 들어가있는 내 자지의 뿌리, 그 바로 위에 밀착해있는 그녀의 클리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음순을 벌리며 클리를 비벼댔다. 그녀는 거의 울부짖었다.
"오빠, 안에.. 싸줘.."
그녀의 요청은 간절하고도 처절했다. 그러나 오히려, 그녀가 질내사정을 연상하게 하는 발언을 할 때마다, 나는 오히려 질내사정에 대한 두려움이 떠올라 괴로웠다. 그렇다고 허리가 멈춘 것은 아니지만.
그녀가 절정에 다다르고 있다는 게 느껴질 때 쯤, 나도 사정감이 밀려왔다. 더 빨리 움직이기 위해, 다시 양 손으로 그녀의 골반을 잡고 흔들었다. 상체를 지탱하던 내 손이 사라져서 인지, 그녀는 다시 침대에 바짝 엎드렸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그녀 위에 올라타, 온 몸을 밀착시켰다. 자지가 끝까지 안 들어가는 느낌이 들어서 사정감이 줄어들었으나, 오히려 그녀의 반응은 고조되고 있었다. 나는 귀두 정도만 왔다갔다하는 피스톤 운동을 강도 높게 시전했다. 그녀는 울부짖으며 신음을 뱉었다. 이불을 쥐어 뜯으며 숨을 헐떡였다.
내가 사정하기도 전에, 그녀는 다리를 살짝 떨었다.
"오빠... 하..."
여자가 섹스 중에 가는 걸 처음 본 순간이었다. 그녀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바르게 돌아 누웠다. 나는 다시 그녀의 위로 올라타, 그녀의 다리를 들고서 삽입했다. 그녀는 내가 사랑스럽기도 하다는 듯이, 나를 꼭 끌어 안았다. 내 피스톤 운동이 다시 시작 됐을 때는, 내 귓가에 다시 신음을 뱉어댔다. 그런 그녀의 양 어깨를 잡아 몸이 흔들리지 않게 고정한 뒤,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허리를 움직였다. 나와 그녀의 사타구니가 애액을 매개로 부딪히는 소리가 신음소리와 함께 일정한 템포로 울려 퍼졌다.
이 쯤, 내 핸드폰의 진동이 울렸는데, 우리는 아랑곳 하지 않고 움직였다. 금방 다시 사정할 것 같은 기분이 찾아왔다. 나는 한 줄기 이성의 끈을 잡고서 보지에서 자지를 격하게 빼냈고, 그녀의 배에 사정했다. 그녀의 하얀 애액이 묻은 자지가 하얀 정액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녀는 나와 같이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지만, 아까처럼 절정에 다다른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그녀의 배 위에 있는 자지를 내 몸으로 누른 채, 계속해서 그녀를 안고 누워있었다. 호흡이 골라진 후에 그녀는,
"오빠."
"응?"
"나 어때?"
"좋았어."
"어디가?"
나는 그녀의 몸 구석구석에 입을 맞췄다. 입술, 목덜미, 가슴, 손등, 허벅지, 클리토리스 순서였던 것 같다. 그러면서 한 번 입을 맞추고 뗄 때마다
"여기랑"
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녀는 종종 간지러워했다.
그녀의 옆으로 가서, 그녀에게 팔베개를 해준 채 누워있다가, 그녀의 배에 있던 정액이 내 쪽으로 흘러 내리는 걸 느꼈을 때,
"씻을까?"
"오빠 먼저 씻을래?"
"너 먼저 씻고 나와. 친구한테 가야지."
"와 섹스 끝나자마자 보내버리네."
"나야 자고 가도 상관 없는데, 니 친구는 그렇게 생각 안 하지 않을까?"
"됐어. 가지 말래도 갈거야."
그녀의 애교 섞인 투정이었지만, 나에겐 반가운 소리였다. 그래도 아쉬운 티는 내야지.
"친구 버리고 나랑 놀러왔는데, 그러다 친구 진짜로 삐지면 골치 아프잖아. 나중에 또 보면 되지 우린."
"아, 맞다 번호 좀."
"폰 줘봐."
우린 섹스까지 끝내고서야 번호를 교환했다. 내 번호는 안 주고 싶었는데, 콘돔 빼고 한 게 마음에 걸려서, 한 한 달은 연락하고 지내면서 생리 소식을 들어야 할 거 같았다.
그녀가 씻으러 들어가서 물소리가 방을 채울 때 쯤, 섹스 중에 울렸던 진동을 확인했는데 여자친구였다. 원래도 우리 둘은 전화를 제때 잘 안 받긴 하지만, 괜히 찔렸다.
그녀가 씻고 나와 옷을 주섬주섬 입고 있는 걸, 나는 씻으러 들어가지도 않고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옷을 다시 다 입었을 땐, 밖에서 봤을 때처럼, 다시 도도하고 섹기있는 여자가 서있었다. 참 사람이란 게, 벗겨놓고 보면 다 거기서 거기인 것을.
여자는 씻고 나와서 데려다 달라고 했지만, 얼른 가라며 내가 그녀를 내보냈다. 여자친구라도 된 마냥, 대놓고 섭섭해하던 그녀는, 전화 할테니까 받으라는 이야기를 남긴 채 방에서 나갔다.
그녀에겐 가끔 전화나 카톡이 오는데, 적당히 응해주고 있다. 인스타 팔로우도 왔는데 안 받아주고 있다. 근데 무슨 팔로워가 6만명이었다. 필터 안 씌운 실물이 훨씬 이쁜 거 같은데.
아무튼 부산 여행은 그렇게 하루를 보냈고, 이틀 더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지금은 다시 부모님이 계신 집으로 돌아 와있다. 돌아오는 월요일에 서울에 볼 일이 있어서 올라가야 하는데, 그때 기회가 되면 또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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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의 이야기이다. 나는 바다가 보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무작정 부산으로 떠났다. 부산은 맛있는 것도 많고, 친한 지인들도 많은 도시이지만, 이번엔 오롯이 바다 하나만을 바라며 부산으로 향했다.
부산에 도착해서, 지하철에 몸을 싣고 광안리 바다로 향했다. 얼마 정도 바닷가 앞의 상가 거리들을 지나자 모래사장과 수평선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수평선이 조금씩 가까워지면서 탁 트인 느낌을 주면 줄수록, 내가 기대한 감정과는 상반되는 감정이 일렁였다.
나는 참으로 계획적인 인간인데, 가끔은 이런 일탈을 즐기곤 한다. 계획하지 않고 떠나는 것이 나에게는 큰 일탈이자 비행이다. 그런데 막상 바다가 눈 앞에 보이자마자 이제는 뭘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날 답답하게 조여왔다. 계획이 없을 때 찾아오는 병이다.이 병을 해결하는 처방은 오직 하나다. 계획을 짜는 것.
하지만 이 날 따라 청개구리 같은 내 안의 나가 계획 짜기를 방해했다. 왜 나는 꼭 무언가를 계획해야만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인가. 나는 왜 진취적이지 못한 사람인가. 나는 왜 활동적이지 못한 사람인가. 이런 것을 스스로 묻기만 할 뿐, 계획을 짜지 못하고 있었다.
11월의 바다인데도 날은 왜 그리 후덥지근 하던지, 나는 입고 있던 가디건도 벗어 들었다. 11월에 더위를 느끼는 게 맞는건가. 목도 탔다. 그래서 나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한 카페로 들어갔다. 차가운 음료를 받아서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무슨 생각이나 관찰 같은 것을 한 것도 아니고 그저 앉아 있었다. 눈은 뜨고 있었지만 보지 않았고, 귀도 아무 것도 듣지 않았다.
그런 나를 다시 인식의 세계로 끌어온 것은 두 여자였다.
"잠깐 말씀 나눌 수 있을까요?"
나와 다른 염색체를 가진 생명과 대화를 나누는 건 언제나 흥미로운 일이다. 다만 나는 '말씀'이라는 단어에 경계심이 강하게 들었다.. 내가 싫어하는 특정 종교에서 참으로 즐겨 쓰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그 종교가 아니더라도 여느 종교에서 포교하기 위한 첫 멘트로 쓰기 적합할 것 같은 문장이어서 나는 그녀들을 경계하고자 했다.
"무슨 일이신데요?"
"혼자 오신건가요?"
"왜요?"
나는 조금 공격적인 어투와 표정으로 대답했으나, 내가 잘못됐다는 걸 깨닫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일단은 그녀들의 복장이 종교를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전혀 없는 복장임을 알 수 있었다. 누가봐도 술집이나 클럽을 가고자 만반의 준비를 한 여자들로 보일 수 밖에 없는 외관이었다. 이런 카페에 있는 게 부담스러울 정도랄까. 둘 다 짧은 치마와 딱 붙는 티, 그리고 높은 힐까지. 인간의 가치 외모로 매기면 안 된다지만, 적어도 내 눈에는 저렴해보였다.
그리고 나는 이런 여자들을 너무나 자주 봐온 지라, 오히려 별로 내키지 않았다. 내가 이 여자들의 겉을 보고 값을 메겼듯이, 이 여자들도 그저 내 껍데기를 보고 값을 메겨 다가왔을 것이 뻔했다. 이런 얕은 혐오가 올라오고 있을 때, 여자들은 나의 대답은 신경도 안 쓴다는 듯이 내 옆자리와 앞자리에 앉았다. 주로 앞자리에 앉은 여자는 말 없이 쳐다만 보고 있었고, 옆자리의 여자가 나를 공략해왔다.
"혼자 온 거 맞죠?"
"네"
"부산 사람은 아닌 거 같고..?"
"네."
"저희 싫으세요?"
"아, 왜 말 거신건지 말씀을 안 하셔서."
"솔직히 알죠. 왜 왔는지."
"네?"
"오빠 여자들한테 번호 많이 따일 거 같은데."
"아, 저 여자친구 있어요."
"그럴 거 같아요."
"아 네.."
"그래도 지금은 혼자 있잖아요. 아, 혹시 여자친구 기다리시는 거에요?"
나는 대답을 않고, 옆자리 여자를 지긋이 쳐다봤다. 둘 중에 훨씬 저렴해보이는 여자였다. 앞에서 사람의 값어치에 대해 이야기 한 걸 좀 이어가보자면, 나는 사람을 나누는 '급'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급을 나누는 기준이 사회적인 배경이든, 소득 수준이든, 다양한 게 있겠지만, 나는 '교양'을 최우선순위로 둔다. 그런 점에서 이 여자는 나와 급이 맞지 않는다. 교양이 바닥이다. 가슴이 파인 옷이나 짧은 치마야, 시대가 많이 변했으니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초면인 남자 옆에서 다리를 벌리고, 맨살의 허벅지를 주무르며 말을 거는 정신머리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대놓고 자신을 취해달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기생 중에서도 3패 기생인 창기와 다를 게 없어보였다. 역했다.
혐오가 차있는 시선으로 옆자리 여자를 바라보고 있자, 앞자리 여자가 말을 꺼냈다.
"(앞)야, 그냥 가자. 여자친구 있으시대잖아."
"(옆)니가 말 걸어보자매. 오빠, 사실 저 말고 쟤가 오빠 괜찮다고 번호 물어보자고 그래서 왔거든요? 근데 쟤 원래 저런 년 아닌데, 갑자기 말 가려서 하는거봐 ㅋㅋ"
옆자리 여자가 더욱 경멸스러웠다. 앞자리 여자의 의지로 이 자리에 왔다면서, 왜 자기 다리를 벌리고 있는지. 이해하고 싶지조차 않았다.
"그래도 내숭이라도 떠는 (앞자리 여자를 가리키며) 이 분이 더 낫네요."
앞자리 여자의 옅은 미소, 옆자리 여자의 떫떠름한 웃음이 동시에 드러났다. 재밌었다. 유유상종이니 같은 부류이겠지만, 앞자리 여자를 깎아내리는 옆자리 여자를 골탕 먹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천박한 캐릭터에게 맞는 대우를 알려주고 싶었달까. 어디서 나온 선민의식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이 옆자리 여자보다는 내가 선민이 맞다고 확신했었다.
"(앞자리 여자에게) 오늘 이 분이랑 뭐하기로 하고 나온거에요?"
"(앞자리)그냥 뭐 맛있는 거 먹고 카페가고..."
전혀 카페나 가고 말 복장은 아닌 거 같았지만,
"그럼 이 분 대신 저랑 노는 건요?"
"(앞자리)네?"
"(옆자리)뭐야, 이 오빠 여친있다고 빼더니."
"(옆자리를 가리키며)이 분 빼고 우리 둘이 놀러가는거면 같이 갈 수 있을 거 같은데."
"(앞자리)아... 그건 좀... 저희끼리 여행 온 거라서..."
"어쩔 수 없죠."
"(옆자리)오빠 그냥 셋이 놀아요. 아님 오빠 친구 부를 사람 없나?"
"아뇨, 둘이서 아니면 딱히 생각 없어요."
"(옆자리)야, 가자 그냥."
"(앞자리)아, 저 그럼 번호만... 안될까요?"
"네."
옆자리 여자는 허벅지를 주무르던 손으로 치마를 정리하며 일어섰다. 그리고 따라서 앞자리 여자도 일어나 자리에서 사라졌다. 가끔은 잘 생겼다는 게 큰 벼슬이라도 되는 것 같다. 껍데기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 그리고 평가 받는 걸 싫어하면서도, 결국 나도 그녀들을 껍데기로 판단하고 농락했다. 나는 참 모순적인 사람이다. 얼음이 녹아가는 아메리카노가 제법 씁쓸했다.
시계를 보니, 6시가 넘어가고 있었고, 해는 이미 졌다. 나는 이제 뭘 해야할까. 저녁을 먹어야겠지. 뭘 먹을까. 나는 그래도 부산까지 왔으니, 제법 맛있고 유명한 곳에 가보고 싶었다. 대학 때 혼밥은 지겹도록 했어서, 메뉴는 딱히 상관이 없었다. 그래서 인스타와 네이버 등을 통해, 주변의 맛집을 검색하고 있었을 때,
"저..."
아까 앞자리에 있던 여자, 이번엔 혼자였다.
"친구 갔는데..."
아, 이건 아까 내 계획에 없었는데. 여자는 상기되어 있었다. 원래 남자에게 말 걸기를 어려워하는 성격인 건지, 아니면 친구를 보내다가 싸우고 온 건지는 모르겠으나, 얼굴빛이 붉었고, 눈빛도 촉촉한 느낌이었다. 그런 여자에게, 사실은 그 친구를 골탕먹이려고 한 말이었다고 내뱉기가 어려웠다.
"(나)어디 사람이에요?"
"(여)인천이요."
"아, 저도 부평 살았었거든요."
"아 진짜요? 지금은 아니신가보네요."
"네. 근데 그럼 친구랑 같이 여행 와 놓고서, 친구 버리고 저한테 오신 거에요 지금..?"
"버린건 아니고..."
"아닌가...?"
"아..."
사실 그녀도 어디가면 연애 시장에서 상위 포식자에 속할 것이다. 본판도 예쁘고, 그걸 알아서인지 예쁘게 가꿀 줄도 알았다. 내 기준엔 싸보이긴 하지만, 나름 술집에선 이런 부류가 먹히니까 이러고 다니는 거겠지. 그런데 어디가서든 호랑이의 입장이었을 그녀가, 토끼같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게 가여우면서도 제법 재밌어서 흥미가 들었다.
"오빠는 부산 놀러 오신 거에요?"
"저는 그냥... 그냥 오고 싶어서 왔어요. 시간이 좀 생겨서."
"아, 그럼 이제 뭐하실거였어요?"
"밥먹으려고 찾아보고 있었어요."
"아... 그럼 저랑 같이 밥 먹으러 가실래요?"
"친구까지 버리고 왔으니까 그래야겠네요."
우리는 대화를 하며 카페를 나섰다. 그녀는 원래 친구랑 가려고 알아봤다던 맛집들 리스트를 보여주며 이 중에 마음에 드는 곳이 있냐고 물었다. 그 중에 내가 좋아하는 메뉴를 파는 가게가 있어, 그 곳으로 갔다. 웨이팅을 하면서도 대화를 이어갔는데, 그러면서 그녀는 긴장이 좀 풀린 듯 했다. 그래서 말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25살이었고, 인천에서 필라테스 강사로 일 하고 있었으며, 자신의 생일을 맞이해서 친구와 연차를 맞춰 부산에 놀러왔다고 했다. 그리고 친구에게는 생일 선물로 자리를 비켜달라고 했다고 한다. 가능한 발상인가 이게.
아무튼 식사를 하면서 그녀는 밥 먹고 나서 무엇을 할 지 의논했다. 그 부분은 마음에 들었다. 계획을 짜는 행위는 언제나 안정감을 준다. 그러다가 내 숙소 얘기가 나왔다. 나는 숙소도 안 정해진 상태였다.
"오빠 그럼 숙소부터 정해야겠네."
"야놀자 키면 뭐 있겠지. 넌 숙소 어딘데?"
"나는 이 근처야. 친구랑 같이 잡은 호텔."
앱을 켜서 방을 알아봤는데, 이 주변은 너무 비싸거나 방이 없거나였다. 서면으로 알아봤다. 내 기준엔 내 한 몸 쉬어가기엔 비싼 가격대였지만, 어쩔 수 있나. 서면 쪽의 방을 잡고서 이제 뭐할 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 바다는 보고 싶은 만큼 봤고, 이제 밤이라 어차피 보이지도 않아서 하고 싶은 거 딱히 없거든. 너 원래 친구랑 뭐 하려고 했어?"
"그냥 카페가고.. 그런거?"
"카페?"
"왜?"
"너네 둘 다 카페 갈 복장이 아닌 거 같은데. 힘 빡 주고 왔잖아."
"ㅋㅋㅋㅋ 왜? 나 좀 괜찮아?"
아까 그렇게 수줍어하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밝아진 그녀는, 제법 섹기도 느껴질만큼 분위기가 변해있었다. 내가 있는 앞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있는 그녀는, 테이블에 올려둔 가슴이 제법 묵직해 보였다. 딱 붙으면서 얇고도 흰 니트 안으로는 검정색의 브라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거기에 딱 붙는 치마까지. 어딜 가든 그녀도 남자들 사이에선 갑의 입장이었을텐데.
밥은 그녀가 샀다. 내가 살 생각도 딱히 안 들었지만, 먼저 낸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대신 술을 사달라고 하는데, 이것은 그녀의 악수였다. 하지만 내가 술을 안 마시는 걸, 그녀가 사전에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으니 감안해주자. 그래서 나는 내가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걸 밝히고, 대신 다른 걸 같이 하자고 했다.
"뭐 하고 싶은 거 없어 오빠?"
나는 이 질문이 꽤나 본질적으로 느껴졌다. '그녀와'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떠올려봤다. 그러다가 떠오른 것이 영화관 가기였다. 영화를 보고 싶다기보단, 영화관이 가고 싶었다. 딱히 거창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그저 안 간지 오래돼서가 이유라면 이유였다.
우리는 서면으로 갔다. 무슨 영화가 상영 중인지도 모른 채, 키오스크에서 비교적 금방 시작하는 영화를 예매했다. 팝콘도 사고 콜라도 샀다. 난 영화관에서 팝콘도 안 먹고 콜라도 안 마시는데. 그래도 분위기를 내봤다.
자리에 앉았고, 광고가 나왔다. 나는 들고 있던 가디건을 내 무릎 위에 올려두었는데, 그러다보니 그녀의 다리가 보였다. 그녀 역시 치마가 많이 짧았다. 그녀의 무릎 위에 올려둔 작은 핸드백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허벅지 속살이 꽤나 말랑말랑해 보였다.
"가디건 줄까?"
"왜?"
"가방으로 가리기 힘들어 보여서."
"내 다리 보고 있었어?"
"줘?"
눈으로 긍정을 표한 그녀에게 가디건을 건넸다. 그녀는 내 가디건을 무릎에 덮더니, 자신의 핸드백을 내게 건넸다. 들고 있으란건가. 그렇게 핸드백이 내 무릎에 얹어진 채 영화가 시작됐다. 상영관이 어두워지기 시작했을 때, 그녀는 내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오빠, 손 줘봐."
내가 내밀기도 전에 내 손을 가져간 그녀는, 가디건 안으로 내 손을 집어 넣었다. 그러고서는 허벅지에 내 손을 갖다 댔다. 내 손이 차가운 편이라 그녀의 허벅지가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 이질적인 온도에 그녀는 움찔했다. 그러면서도 엉덩이를 비틀어 치마를 치켜올려 주었다. 우리가 자주 그래왔던 것처럼, 나는 자연스레 그녀의 허벅지를 주무르면서 점점 안쪽을 향해 파고들었다.
속바지의 감촉이 느껴졌을 무렵, 나는 속바지 의 틈새로 손가락을 들여보냈다. 이미 영화는 안중에도 없었다. 손 끝이 사타구니에 도달했을 때, 그녀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몸도 거의 내쪽에 기울여 기대있었다. 누가봐도 연인 같았을 것이다.나는 속바지를 힘으로 늘려가며, 그 안을 파고들었다. 팬티의 감촉이 느껴졌을 때, 나는 팬티의 안 쪽까지 손을 파고 들었다. 까끌거리는 털이 느껴졌고, 이내 촉촉하고도 미끌거리는 말랑한 것이 손에 닿았다. 내게 어깨에 얼굴을 파 묻은 그녀였다.
내가 공공장소에 대한 로망이 있던 고등학생 때였다면, 여기서 뭐라도 더 안간힘을 썼을텐데. 흥분이 고조되는 동시에, 나는 이 영화관을 뜨고 싶어졌다. 사람이 별로 없는 상영관이었지만, 여기서 역사를 이룰 수도 없거니와, 설령 완벽히 우리만 있는 상영관이라고 해도, 뒷처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가장 중요한 부위 주변을 맴돌며
"방으로 갈까?"
라고 속삭였다. 상영이 시작하고 한 30분이나 됐을까. 우리는 상영관에서 나왔다. 여자는 아까 다시 나를 찾아왔던 카페에서의 그때처럼 붉게 물들어있었다.
대충 서면 아무데로나 잡아놨던 내 숙소는 은근히 영화관과 멀었다. 거기에 느긋하게 걸어가려는 나의 태도까지 더해져, 그녀는 무언가 못마땅한 듯 했다. 내 눈치로 이를 알아채지 못할 리 없었지만, 나는 모른 체했다. 그래도 내가 '갑'이니까.
그녀는 방에 도착해서부터, 나의 리드를 원하고 있었다. 눈빛으로 알 수 있었다. 이만큼 안달나게 했으니 이제 빨리 나를 취하라는 무언의 압박.
"먼저 씻을래?"
"오빠 씻을거야?"
많이 급한가보다.
"손만 씻고 나올게 그럼."
나는 웃으며 들어가 손을 씻고, 나왔다. 그녀는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욕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런 나는 그녀를 감상했다. 힐을 신고 있을 때와 비교해도 그녀의 다리는 여전히 길고 가늘었다. 내가 좋아하는 체형의 다리. 종아리가 얇고 그에 비해 허벅지는 건강한 느낌의 다리를 나는 좋아한다. 그리고 그 위로는 흰 니트가 감싼 얇은 허리 통과, 그에 대비되는 큰 가슴라인이 돋보였다. 물론 그 안에 비치는 검은 브라가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겠지만, 그걸 감안해도 마른 체형인 몸에 비해 큰 가슴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좋은 건, 이런 체형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하얀 피부와 긴 웨이브 헤어. 얼굴은 닮은 연예인을 꼽자면, 조현 정도가 있을 것 같다.
나는 침대에 걸터 앉은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눈높이를 맞춰 몸을 숙였다. 여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내 목덜미를 감싸 안고 키스를 했다. 이런 말하기 뭐하지만, 외모로는 내 여자친구보다 예뻤다. 그래서일까, 키스가 꽤 맛있었다. 잘하는 키스의 기준에 대해 논하라고 하면, 무얼 대야 할 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녀의 키스는 확실히 잘하는 키스였다. 키스를 하다가 문득문득 정신을 차렸을 땐, 어느새 내가 그녀를 안고 있었고, 또 어느새 그녀를 위에서 덮친 상태로 키스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입술을 뗐을 때는, 내가 그녀의 허벅지 안쪽을 주무르고 있었다.
"오빠 여기 앉아봐."
내가 침대에 걸터 앉자, 그녀는 내 앞의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내 허리 띠를 풀고 바지를 벗기려고 했다. 그녀를 도와 바지를 벗어 던지자, 내 자지가 드러났다. 피곤한 줄 알았는데, 자지는 아니었나보다. 서있는 자지를 잡고, 귀두가 드러나게 껍질을 살짝 뒤로 당기는 그녀의 손 놀림을 감상하고 있었다. 이내 입을 갖다대고 가벼운 입맞춤을 시작으로, 내 자지를 핥기 시작하는 그녀였다. 귀두 근처를 핥다가, 요도 입구를 집요하게 혀로 문지르기도 하고, 자지 기둥을 전체적으로 훑기도 하는 등, 그녀의 스킬은 다양했다.
그런 겉핥기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그녀는 내 자지를 입에 넣었다. 치아가 닿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느껴졌다. 입 안은 따뜻했고, 촉촉하다 못해 축축했으며, 혀가 굉장히 천천히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빨려고 자지를 문 게 아니라, 맛 보려고 자지를 문 것 같았다. 딱히 이래라 저래라 요구할 게 없었다.
나는 그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이내 뒷머리를 지긋이 누르며 내 자지를 입 안 깊이 밀어 넣었다. 자지 기둥 아랫부분까지 그녀의 입술이 닿는 게 느껴졌다. 그 상태로 정지했다가 풀어줬다가를 반복했다. 헛구역질을 하면서도 그녀는 그 과정을 거부하질 않았다. 다시 손에 힘을 풀고서, 그녀에게 움직임을 맡겼을 때도, 그녀는 나를 만족시켰다. 목 깊은 곳까지 빠르게 왔다갔다 하면서 자지에 자극을 줬다. 참기 힘들었다.
참지 못한 나는, 예고도 없이 그녀의 입 안에 사정을 했다. 나는 입 안에 사정하는 정복감을 꽤 좋아한다. 특히 그 정액을 받아 삼키는 모습이 너무 중독적이고 치명적이다.
"마셔."
그녀는 사정을 마친 자지를, 맛있는 음료가 담긴 빨대라도 되는 양 계속해서 빨아댔다. 그리고 이내 자지를 입에서 빼고서는, 입 안에 담김 정액을 보여줬다. 꿀꺽. 대체 전남친이 무슨 교육을 시켜놓은걸까. 판타지란 판타지는 다 갖다 박아놨었나보네.
나는 그녀를 일으켜세우고
"니트랑 벗어봐."
라고 명령했다. 나도 상의를 벗으면서 그녀가 옷을 벗는 걸 감상했다. 화장이 묻지 않도록 조심스레 니트를 벗자, 그 안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하던 브래지어가 나왔다. 그 다음으로 치마와 속치마를 함께 벗은 그녀는 위 아래가 검정 색인, 약간은 레이스 장식이 들어간, 브래지어와 세트인 게 확실한 팬티를 드러냈다. 아까 영화관에서 만졌던 그것이었다. 여기서 가장 흥미로웠던 건, 그 검정 팬티 사이에 붙은 날개였다.
"생리 중이야?"
"아니, 어제 끝나는 날이었는데, 뭔가 약간 나오는 거 같아서."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직접 그녀의 팬티를 내렸다. 생리대에는 약간 갈색빛의 무언가가 묻어있었다. 약간은 비릿한 냄새도 났다. 내 취향은 아니었다. 팬티를 완전히 벗겨버리고서, 침대에 걸터 앉아있는 내 무릎에 그녀가 나를 마주보도록 앉혔다. 그리고 다시 키스. 역시나 완성도 높은 키스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성의 끈을 붙잡고서, 그녀의 브래지어 후크를 풀었다. 그러는 동안 그녀는 내 자지 기둥을 잡고 흔들었다. 한 번 사정을 하고나서도, 그녀의 손길에 꽤나 금방 서버렸다.
나는 브래지어를 벗기기 위해, 입술을 뗐는데,
"오빠, 그냥 할래?"
"콘돔 없이 하자고?"
"응. 어제 생리 끝나서 안에 해도 돼."
다시 찾아온 내적 갈등의 시간. 물론 배란일까지 한참 멀었다는 것은 안다. 흔히 말하는 '안전일'의 기간이다. 하지만 그것이 곧 피임률 100%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걸로 마음 고생해본 역사도 있다. 키스와 펠라로 내 혼을 쏙 빼놔서, 하마터면 그냥 넣을 뻔 했다. 그녀가 그냥 하자는 말을 해줘서, 그 말이 오히려 내 이성을 잡게 했다.
"내 마음이 별로 안 편해서. 콘돔 끼고 할래."
"오빠 좋으라고 말한건데. 그럼 콘돔끼고 와."
내심 아쉬운 것 같아보였다. 그래도 바로 콘돔을 끼자는 걸 보니, 그녀는 얼른 넣어주길 바랬나보다. 하지만 나는 내 눈 앞에 달린 이 탐스러운 가슴을 아직 탐닉하지 못했다. 황홀한 키스를 하느라, 이 거대한 것에 이제야 손을 갖다 댈 생각을 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콘돔을 끼러 가는 대신, 한 손으로는 그녀의 가슴을 주무르고, 다른 손으로는 그녀의 엉덩이를 주물렀다. 하얀 피부에 걸맞는 핑크 빛에 가까운 유륜과 유두가, 모텔의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도 선명히 드러났다. 나는 손으로 잡지 않은 반대쪽 젖꼭지를 빨며, 엉덩이에 있던 손으로 그녀의 항문을 찾았다. 젖꼭지를 빨아서인지, 항문을 만져서인지, 그녀는 신음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약간은 참으려는 의지가 보이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듯 터져나오는 신음이었다. 그러다가 나지막히,
"오빠, 넣자, 이제..."
라며 그녀는 몸을 일으켜, 보지 입구에 자지를 갖다대었다. 콘돔껴야하는데?
아직 보지는 애무도 안 했는데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내 음낭에도 그녀의 애액이 흘러나와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그녀가 입구를 찾아 자지를 갖다대자마자, 그녀의 보지에 쉽사리 자지가 들어가버렸다. 그녀는 내 목을 감싸 안고서, 발을 침대 위로 올려 피스톤 운동을 준비했다. 자세 덕분인지, 쉽게 들어간 것 치고는, 그녀의 질벽은 꽤나 조이는 편이었다. 특히 그 질주름이 잘 느껴지는 느낌이랄까. 콘돔을 끼지 않아서인지 더 선명한 촉각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무게가 내 허벅지에 그대로 전해지는데, 그 무게감보다 자지를 조이는 보지의 감촉에 더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는 궁합이 좋았다. 그녀는 본인이 움직이면서도 신음을 터뜨렸고, 움찔거렸다. 여자친구와의 섹스도 항상 궁합이 잘 맞아서 좋았는데, 전혀 다른 느낌으로도 잘 맞는 상대였다. 어쩌면 더 좋은 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체력이 그리 좋지는 못했다. 얼마간 피스톤 운동을 하던 그녀는,
"허벅지 땡긴다. 오빠가 해주라."
라며 나를 바라보고 말했다. 이 섹기있는 사람에게서 이런 애교가 나온다니. 먼치킨 주인공같은 능력치였다.
"일어나봐."
그녀는 자지를 빼면서 천천히 일어나서 침대에 누웠다. 나는 바르게 누운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몸을 돌려서 눕혔다. 엎드린 그녀는 무릎을 세워 고양이 자세를 만들어주었다. 그녀의 다리 사이로 가서 무릎 꿇고 선 뒤, 입구를 찾아 들어갔다. 마주 보고 넣을 때와는 또 다른 조임이 느껴졌다. 그리고 나를 받아들이기 위해 엎드린 여자의 뒷태를 감상할 수 있는 이 구도. 후배위의 존재가치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러브핸들을 움켜 잡은 채, 그녀의 엉덩이의 움직임과 내 허리 움직임의 템포를 맞추었다. 동시에 멀어졌다가 동시에 가까워지며, 우리는 더 깊이 더 빠르게 박아댔다. 신음은 더 크게, 더 자주 터져 나왔다. 무엇보다도 만족스러웠던 건, 뒤에서 박고 있는데도 그녀의 가슴이 흔들리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였다는 점이다. 우리의 템포와 맞춘 가슴의 무빙이 감동적이었다. AV 배우를 고를 때도, 움직임에 따라 가슴이 말랑말랑하게 움직이는 지를 보고 고르는 게 내 취향이다.
그 가슴에 더 가까워지고 싶어서, 엎드려있는 그녀의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골반에 있던 내 손을 그녀의 가슴으로 옮겼다. 마주보고 주무를 때도 좋았지만, 뒤에서 안아서 잡은 가슴의 느낌은 또 달랐다. 뒤에서 가슴을 주무르며 후배위로 박아댈 때가 가장 정복감이 큰 순간이었다. 허리를 점점 더 빠르게 움직이며 그 순간을 즐겼다.
그러다가 그녀가 고개를 돌렸고, 나는 젖꼭지를 꼬집어 돌리며 키스를 해줬다. 그러다 한 손으로 그녀의 보지살을 찾아 마찰시켰다. 보지에 들어가있는 내 자지의 뿌리, 그 바로 위에 밀착해있는 그녀의 클리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음순을 벌리며 클리를 비벼댔다. 그녀는 거의 울부짖었다.
"오빠, 안에.. 싸줘.."
그녀의 요청은 간절하고도 처절했다. 그러나 오히려, 그녀가 질내사정을 연상하게 하는 발언을 할 때마다, 나는 오히려 질내사정에 대한 두려움이 떠올라 괴로웠다. 그렇다고 허리가 멈춘 것은 아니지만.
그녀가 절정에 다다르고 있다는 게 느껴질 때 쯤, 나도 사정감이 밀려왔다. 더 빨리 움직이기 위해, 다시 양 손으로 그녀의 골반을 잡고 흔들었다. 상체를 지탱하던 내 손이 사라져서 인지, 그녀는 다시 침대에 바짝 엎드렸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그녀 위에 올라타, 온 몸을 밀착시켰다. 자지가 끝까지 안 들어가는 느낌이 들어서 사정감이 줄어들었으나, 오히려 그녀의 반응은 고조되고 있었다. 나는 귀두 정도만 왔다갔다하는 피스톤 운동을 강도 높게 시전했다. 그녀는 울부짖으며 신음을 뱉었다. 이불을 쥐어 뜯으며 숨을 헐떡였다.
내가 사정하기도 전에, 그녀는 다리를 살짝 떨었다.
"오빠... 하..."
여자가 섹스 중에 가는 걸 처음 본 순간이었다. 그녀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바르게 돌아 누웠다. 나는 다시 그녀의 위로 올라타, 그녀의 다리를 들고서 삽입했다. 그녀는 내가 사랑스럽기도 하다는 듯이, 나를 꼭 끌어 안았다. 내 피스톤 운동이 다시 시작 됐을 때는, 내 귓가에 다시 신음을 뱉어댔다. 그런 그녀의 양 어깨를 잡아 몸이 흔들리지 않게 고정한 뒤,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허리를 움직였다. 나와 그녀의 사타구니가 애액을 매개로 부딪히는 소리가 신음소리와 함께 일정한 템포로 울려 퍼졌다.
이 쯤, 내 핸드폰의 진동이 울렸는데, 우리는 아랑곳 하지 않고 움직였다. 금방 다시 사정할 것 같은 기분이 찾아왔다. 나는 한 줄기 이성의 끈을 잡고서 보지에서 자지를 격하게 빼냈고, 그녀의 배에 사정했다. 그녀의 하얀 애액이 묻은 자지가 하얀 정액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녀는 나와 같이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지만, 아까처럼 절정에 다다른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그녀의 배 위에 있는 자지를 내 몸으로 누른 채, 계속해서 그녀를 안고 누워있었다. 호흡이 골라진 후에 그녀는,
"오빠."
"응?"
"나 어때?"
"좋았어."
"어디가?"
나는 그녀의 몸 구석구석에 입을 맞췄다. 입술, 목덜미, 가슴, 손등, 허벅지, 클리토리스 순서였던 것 같다. 그러면서 한 번 입을 맞추고 뗄 때마다
"여기랑"
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녀는 종종 간지러워했다.
그녀의 옆으로 가서, 그녀에게 팔베개를 해준 채 누워있다가, 그녀의 배에 있던 정액이 내 쪽으로 흘러 내리는 걸 느꼈을 때,
"씻을까?"
"오빠 먼저 씻을래?"
"너 먼저 씻고 나와. 친구한테 가야지."
"와 섹스 끝나자마자 보내버리네."
"나야 자고 가도 상관 없는데, 니 친구는 그렇게 생각 안 하지 않을까?"
"됐어. 가지 말래도 갈거야."
그녀의 애교 섞인 투정이었지만, 나에겐 반가운 소리였다. 그래도 아쉬운 티는 내야지.
"친구 버리고 나랑 놀러왔는데, 그러다 친구 진짜로 삐지면 골치 아프잖아. 나중에 또 보면 되지 우린."
"아, 맞다 번호 좀."
"폰 줘봐."
우린 섹스까지 끝내고서야 번호를 교환했다. 내 번호는 안 주고 싶었는데, 콘돔 빼고 한 게 마음에 걸려서, 한 한 달은 연락하고 지내면서 생리 소식을 들어야 할 거 같았다.
그녀가 씻으러 들어가서 물소리가 방을 채울 때 쯤, 섹스 중에 울렸던 진동을 확인했는데 여자친구였다. 원래도 우리 둘은 전화를 제때 잘 안 받긴 하지만, 괜히 찔렸다.
그녀가 씻고 나와 옷을 주섬주섬 입고 있는 걸, 나는 씻으러 들어가지도 않고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옷을 다시 다 입었을 땐, 밖에서 봤을 때처럼, 다시 도도하고 섹기있는 여자가 서있었다. 참 사람이란 게, 벗겨놓고 보면 다 거기서 거기인 것을.
여자는 씻고 나와서 데려다 달라고 했지만, 얼른 가라며 내가 그녀를 내보냈다. 여자친구라도 된 마냥, 대놓고 섭섭해하던 그녀는, 전화 할테니까 받으라는 이야기를 남긴 채 방에서 나갔다.
그녀에겐 가끔 전화나 카톡이 오는데, 적당히 응해주고 있다. 인스타 팔로우도 왔는데 안 받아주고 있다. 근데 무슨 팔로워가 6만명이었다. 필터 안 씌운 실물이 훨씬 이쁜 거 같은데.
아무튼 부산 여행은 그렇게 하루를 보냈고, 이틀 더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지금은 다시 부모님이 계신 집으로 돌아 와있다. 돌아오는 월요일에 서울에 볼 일이 있어서 올라가야 하는데, 그때 기회가 되면 또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