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각 때 연애하던 이야기 (2)
사실 게시판 내에서 주목받기 위해서 쓰는 글이라기 보다, 예전에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면서 정리해보고 싶어서 쓴 글이라 죄송하게도 바로 다음글을 쓰지는 못했습니다.
근데 생각해보니 우습긴해요, 첫사랑의 추억을 뭐 야동 사이트 자유게시판에 쓰는 미친놈이 있나 싶기도 하고^^;
근데 여기 게시판의 분위기 자체가 뭔가 독특하고, 아직 예전 PC통신(너무 아재티 나나요) 시절 감성이 남아있는거 같아서,
한창 어렸던 시절의 감성이 떠올라서 여기다 쓰고 있는것 같기도 합니다.
게시판 열심히 관리해주신 관리자님들 덕분이겠죠. 감사드립니다.
여튼, 대학입학하고 사실상의 첫 연애를, 아버지의 (아마도 외도에 의한 일방적인) 이혼으로 상처를 입었던 여자친구와 하다가,
영원한 사랑은 없으니 너의 사랑도 변할거다, 그리고 너네 집이 가난하니까 엄마가 만나지 말래..라는
20살 갓 넘은 철 없던 나이에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이별을 경험하고는, 군대에 가게 되었습니다.
정말 너무너무 힘들었어요.
저희 부모님은 사실 뭐 크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직업을 가지신 분들은 아니셨어요.
아버님께서는 속된말로 노가다라고 하는 건설 현장 일을 하시다가,
젊은 시절에 몸뚱아리와 리더십 가지고 노가다꾼들의 리더(?)같은게 되어 건설하청 회사를 세우셨습니다.
제가 아주 어렸을적은 형편이 좋았던 것 같지만, 철들고 나서는 사업이 망해버려서, 경제적으로는 많이 힘들었습니다.
어머니께서 고생을 다 하셨죠.
하지만 제가 정상적인 교육을 받고 공부를 하는데에는 문제 없게 해주셨어요.
거창한 사교육을 받지는 못했지만, 최소한 고등학교 등록비용은 내주셨고,
제가 학교 다니면서 따로 시간을 쪼개서 일을 하면서 가정에 도움을 드려야 하는 처지도 아니고,
그냥 24시간 내내 자는 시간 말고는 공부만 할 수 있도록 해주셨어요.
대학가서는 사실 더 이상 부모님 힘드신걸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학교가는 시간 말고는 과외를 항상 최소 5개에서 많으면 8,9개까지 하면서 돈을 드리곤 했습니다. 하지만 뭐 이건 제가 그게 좋아서 한거구요.
저는 지금도 부모님께 감사드리고 있고, 부모가 자식에게 해주실 수 있는건 그게 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첫사랑한테 가정형편이 안 좋으니 헤어지자고 통보를 받다니..그것도 20살 초반에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부모님께는 말씀을 못드렸어요, 괜히 가슴아파 하실까봐. 그리고 제 자신이 납득이 가는 이유가 아니라서.
그렇게 이상한 이별을 하고 나서도,
여자친구와 저와의 관계는 뭔가 애매한 사이였습니다.
여자친구는 그때는 저와의 관계를 정리하려고 노력했던것 같아요.
아빠의 이혼으로 엄마를 절대적으로 따르고 신뢰하는 입장에서,
엄마가 헤어지라고 해서 헤어졌지만, 그냥 그때는 저에 대한 감정이 남아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헤어졌지만 친구로서 평생 얼굴은 보고 살고 싶다는 요구를 했었어요.
당연히 20살의 저는 받아들이기 어려웠죠.
처음에는 여자친구를 다시는 못 본다는 사실 자체를 납득하기 어려워서 그러겠다고 했지만,
(전) 여자친구가 저의 연락을 피하고, 다른 남자들 만나는 것 같은 정황들이 느껴지니까,
질투심이 온 몸을 뒤덮어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어요. 질투심에 계속 받을때 까지 연락하고, 그러다가 여자친구한테 친구로 지내기로 했는데 왜 이러냐며 혼나고, 결국 이 이상한 상황에서 뭔가 내가 잘못한거 같은 상황이 되어서 후회하고, 하지만 질투심에 여전히 미치겠는 상황..
심정적으로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미칠 것 같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입대하기 전에 완전히 연락을 안하는 것으로 서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뭐 일방적 통보를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지만.
그러니까 한 여자에게 짧은 기간 내에 두 번 차인거죠.
그러고 나서 여자친구가 뚜껑열리는 bmw 타고다니는 남자랑 사귀는 모습을 싸이월드 스토킹해서 알게되었습니다.
아직도 생각나는게, 그 둘이 연애하는 모습을 우연히 본 적도 있어요. 여자친구와 모든 연락이 끝나고 저는 군대가기 직전학기에 시험 끝나고
학교 근처에서 술한잔 하고 집에가려고 하는데, 제 앞에 여자친구가 지나가는거에요, 싸이월드에서 본 그 남자 팔짱을 끼고.
사람이 너무 급작스럽게 뜻하지 않은 광경을 목도하면 벙찌고 아무생각이 안 나는데,
제 기억으로 정신을 차리고 나서는 너무 슬퍼했던 기억이 납니다.
여자친구 학교가 제가 다니던 학교랑 같은 동네에 있었기 때문에 데이트도 근처와서 했겠죠. 그래도 뭐 20살 초반의 남자애가 그걸 받아들일 수 있나요. 그냥 눈앞에 그 광경이 펼쳐진 것 자체가 너무 슬프고 괴로웠을 뿐이었죠.
그렇게 군대를 가고, 다들 그렇듯이 처음에는 갈굼받느라 아무생각도 못하고 적응하다가 휴가를 나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군생활 계속하면서도 여자친구에 대한 생각은 계속 했었어요.
너무 그립고, 밉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그러다가 휴가중에 여자친구에게 전화가 왔어요. 거짓말처럼.
늦은 저녁이었는데 엄청 취한 목소리로 제가 보고싶으니까 제가 살고 있는 동네 택시 타고 올테니까 마중나오라고,
헤어질때 막무가내였던 것처럼, 다시 저를 찾아올때도 막무가내로 오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그날 여자친구와 재회하고 하루 밤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게 제 첫 경험이었습니다. 처음 사귀었던 불꽃같던 6개월간은 관계를 맺지는 않았었어요. 뭐, 요새 기준으로 하면 많이 늦었죠.
그렇게 재회하고 난 뒤에 저는 당연히 너무나 기뻤습니다. 다시 여자친구와 재회하고 사귀게 된 거라고 믿었었고, 하루하루 날아갈 듯 했고
여자친구와 함께하는 미래를 상상하면서, 여자친구의 불안감 (미래 경제적인 문제)을 해소하기 위해 제대하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지냈습니다.
근데 그러다가 군생활이 끝나기 전에 다시 헤어지게 되었어요.
다시 헤어졌을때의 이유는 처음 헤어졌을 때와 똑 같았습니다.
여자친구는 그러더라구요, 헤어지는 이유가 없어진건 아닌데, 제가 너무 보고싶어서 다시 연락하게 되었고,
다시 만나게 되어서 너무 행복하고 즐거웠지만, 자신을 불안하게 했던 이유가 해소되지 않아서 계속 불안했다고,
결국 더 이상 마음이 커져서 돌이킬 수 없게 되기 전에 헤어져야겠다고, 엄마도 그렇게 얘기했다고.
저는 날벼락처럼 똑같은 이유로 2번째 이별 통보를 받게됩니다. 그간 다시 만나면서 좋았던 건 뭔가..나는 극복할 수 있다고 믿었는데, 왜 안된다는 거지 하면서 자책하고 슬퍼하기만 했었습니다.
그러다 제대를 하게 되었고, 저는 제대 전부터 마음먹었던 자격증 취득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여자친구의 미래 경제적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결심하고 준비했던 일이었는데, 정작 결심의 이유였던 여자친구는 떠나고, 저 혼자 남아서 그 준비를 하는 상황이었죠.
복학도 1년 미루고 열심히 공부를 한 끝에, 다행히 1차 시험을 합격하고 2차 시험을 준비하면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한 번에 1, 2차를 통과하는건 정말 어려운 시험이고, 보통 합격자의 5~10% 내외만 한번에 1, 2차를 합격하는 시험인데,
나름 열심히 공부한 덕에 2차시험 즈음에는 합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8월의 어느날 2차시험을 일주일 앞두고 독서실로 발걸음을 향하다가,
여자친구의 전화를 다시 받게 됩니다.
저랑 얘기하고 싶다고,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시험에 임박해서 마지막 복습을 하기엔 하루하루가 , 아니 한 시간 한 시간이 너무나 귀중했지만, 저는 여자친구를 다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여자친구를 만나러 갔어요.
여자친구의 미안하다는 사과와, 울음을 접하고,
이게 뭔가 싶었습니다.
2차 시험이 끝나는 날이 제 생일이었는데,
여자친구가 제 생일을 축하해주고 싶다고 시험끝나는 날 만나자고 하고,
저는 그러자고 했어요. 거절할 수가 없었죠 그때 저는.
그러고 나서 시험때까지는, 마치 다시 사귀는 것처럼 연락을 주고 받았습니다.
마지막 시험 준비는 이미 제 머리에 없었어요. 그동안 열심히 했으니 이렇게 해도 충분히 합격할 수 있다고 자기 합리화하면서 여자친구와 연락에 집중했죠.
그러다 대망의 2차시험이 시작되고, 첫날은 준비했던대로 잘 봤습니다만은, 둘 째날 마지막 과목에서 곧 여자친구를 만난다는 생각에 정신이 팔렸는지, 치명적인 실수를 했습니다. 가장 자신있는 과목이었는데. (결국 그해 시험은 마지막 과목에서 망하는 바람에 아슬아슬하게 불합격했습니다. 합격선이랑 정말 몇 점 차)
다른과목은 자신있었기 때문에, 어쨌든 시험이 끝났다라고 생각하고는 여자친구를 만나러 갔습니다. 마지막 시험의 실수는 다른 과목이 만회해주겠지 하구요.
그리고 여자친구를 만나서 그맘때 연인들처럼 풋풋하게 데이트하고, 서로 헤어짐을 아쉬워하다 결국 밤을 같이 보내게 되었습니다.
여자친구와 다시 몸을 섞고는 행복감과 만족감에 도취되어 있는데, 여자친구가 갑자기 할말이 있다고 하더군요.
오늘이 가기전에 꼭 해야 한다면서.
무슨 말인데 그래? 하고 물어보고 들은 대답은 제 머리를 하얗게 만들었습니다.
"나 다음달에 결혼해.."
라는 대답을 들었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