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사조영웅전 16화
제 16화: 미식과 무공, 발끝의 떨림
낡은 오두막 안은 황용이 솜씨 좋게 끓여낸 야생 닭고기국의 구수한 냄새로 가득 찼다. 북개 홍칠공은 염치 불구하고 솥단지 옆에 자리를 틀고 앉아, 게걸스럽게 국물을 들이켜고 고기를 발라 먹었다. 그의 식탐은 천하에 알려진 명성 그대로, 아니 그 이상이었다.
"허허허! 이거 맛이 아주 기막히구나! 어린 계집애, 네 요리 솜씨가 보통이 넘는구나!"
홍칠공은 입가에 기름을 번들거리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황용은 청아한 얼굴에 생긋 미소를 지으며 온갖 교태를 부렸다. 그녀는 이미 눈앞의 늙은 거지가 천하오절 중 한 명이자 개방 방주인 북개 홍칠공임을 간파했고, 이 하늘이 내린 기회를 절대 놓칠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일부러 홍칠공이 좋아할 만한 기름지고 진한 맛의 요리들을 계속해서 만들어 바치며 그의 환심을 사려 애썼다.
"칠공 할아버지, 이건 시작에 불과해요. 제 진짜 솜씨를 아직 다 못 보셨는걸요. 내일은 제가 이 근처 진흙을 구해다 '규화계(叫化鷄)'라는 기막힌 닭 요리를 해 드릴게요. 한번 맛보시면 아마 평생 그 맛을 잊지 못하실 거예요!"
"오잉? 규화계? 그건 또 어떤 맛인고?"
음식 이야기만 나오면 두 눈이 초롱초롱해지는 홍칠공은 황용의 영악한 꾀에 완전히 넘어가 버렸다. 형인은 옆에서 그런 황용의 모습에 감탄하면서도, 그녀의 계획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홍칠공의 무공, 특히 천하제일의 강맹한 장법인 항룡십팔장(降龍十八掌)은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할 절기였다.
다음 날부터 황용은 약속대로 온갖 산해진미와 기상천외한 요리들을 뚝딱 만들어내 홍칠공의 입을 즐겁게 했다. 형인은 그런 황용을 돕는다는 핑계로 그녀와 함께 산과 들을 누비며 신선한 식재료를 구하러 다녔다. 하루는 특별한 버섯과 산나물을 구하기 위해 제법 멀리 떨어진 산기슭까지 다녀오게 되었다. 돌아오는 길, 지친 두 사람은 맑은 시냇물이 흐르는 커다란 바위 위에 나란히 걸터앉아 잠시 숨을 돌렸다.
"용아(蓉兒), 매일 이렇게 요리하고 재료를 구하느라 힘들지 않니?"
형인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친오빠처럼 다정하고 부드러웠다.
"괜찮아요, 형인 오빠. 칠공 할아버지가 저렇게 좋아하시니 저도 즐거운걸요. 다만… 발이 조금 아프긴 하네요."
황용은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며칠간 계속된 험한 길 걷기에 지친 듯 자신의 작은 발을 주물렀다. 형인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의 예상치 못한 허점을 놓치지 않았다.
"그래? 발이 아프다니 큰일이구나. 내가 잠시 안마라도 해주마. 기혈을 풀어주면 한결 나아질 거야."
"네? 아, 아니에요. 정말 괜찮…"
황용이 당황하며 거절하려 했지만, 형인은 막무가내로 그녀의 발 앞에 쭈그리고 앉아 그녀의 낡은 신발과 발을 감싸고 있던 때 묻은 천을 조심스럽게 벗겨냈다. 햇살 아래 드러난 그녀의 발은 눈처럼 희고 작고 섬세했으며, 완벽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었다. 옥처럼 매끄러운 피부에 발가락 하나하나가 마치 정교하게 빚어놓은 예술품 같았고, 옅은 분홍빛이 도는 발톱은 조개껍질처럼 영롱하게 반짝였다. 형인은 잠시 그 완벽한 아름다움에 넋을 잃었다가, 품속에서 늘 지니고 다니던 작은 향유(香油) 병을 꺼냈다.
"이것은 서역에서 온 귀한 향유인데, 피로를 풀고 살결을 부드럽게 해준다더구나."
그는 향유를 손바닥에 덜어 체온으로 따뜻하게 비빈 후, 그녀의 작고 부드러운 발을 조심스럽게 감싸 쥐고 부드럽게 주무르기 시작했다. 그의 따뜻하고 강하며 능숙한 손길이 그녀의 발바닥 아치와 발등, 그리고 발가락 사이사이 여린 살을 정성스럽게 어루만지고 지압하자, 황용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멈췄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낯설고도 강렬한 감각, 더구나 처음으로 맨발을 보인 남자의 손길이 자신의 발을 애무하고 있다는 사실에 그녀의 온몸이 짜릿한 전율과 함께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간지러움과 쾌감이 뒤섞인 야릇한 신음을 필사적으로 참으며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흐읍… 으응…"
형인은 그녀의 떨리는 숨소리와 가늘게 흘러나오는 신음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더욱 대담하게 그녀의 발목과 매끈한 아킬레스건을 부드럽게 주무르며, 점차 그녀의 희고 고운 종아리를 향해 손을 뻗어 올라갔다. 그의 뜨거운 손길이 맨살 위를 미끄러지며 그녀의 여린 살결을 농밀하게 자극하자, 황용은 화들짝 놀라며 다리를 오므리고 벌떡 일어섰다.
"이제… 이제 정말 괜찮아요! 어서 돌아가요, 오빠!"
그녀의 얼굴은 잘 익은 사과처럼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고, 그녀를 바라보는 형인을 향한 눈빛은 당황스러움과 설렘, 그리고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쾌감의 여운으로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형인은 그런 그녀의 모습이 더없이 사랑스러우면서도, 자신의 의도대로 그녀가 반응하는 것에 속으로 깊은 만족감을 느꼈다. '황용, 너 역시 내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오두막으로 돌아온 후, 황용은 더욱 교묘하고 적극적으로 홍칠공을 구슬렸다. 그녀는 곽정의 우직함과 의협심, 그리고 형인의 비범한 총명함과 재능을 번갈아 칭찬하며, 두 사람 모두에게 항룡십팔장을 가르쳐 달라고 졸랐다.
"칠공 할아버지, 곽정 오빠는 마음씨가 순박하고 의로우니 할아버지의 의발을 잇기에 부족함이 없고, 형인 오빠는 천하에 보기 드문 기재이니 할아버지의 신공을 더욱 빛나게 할 수 있을 거예요. 두 사람 모두에게 가르쳐 주시면 얼마나 좋겠어요?"
세상 모든 산해진미에 약한 홍칠공은 황용의 간청과 앞으로 계속될 미식의 향연에 대한 기대감에 결국 두 사람 모두에게 항룡십팔장을 전수하기로 허락했다. 다만, 곽정에게는 정식으로 가르치되, 형인에게는 '옆에서 어깨너머로 배우는 셈 치라'는 조건을 달았다. 또한 황용과 목염자에게는 각자의 자질을 보고 가벼운 보법(步法)과 신법(身法)인 연쌍비(燕雙飛)와 소요유(逍遙遊)의 일부 요결을 가르쳐 주었다.
홍칠공은 약속대로 곽정과 형인에게 항룡십팔장 중 가장 정수라 할 수 있는 15장까지를 전수해주었다. 수련 과정에서 형인의 천재성은 다시 한번 압도적으로 빛을 발했다. 그는 이미 구음진경의 탄탄한 기초를 닦았고, 백년설삼과 보물 뱀의 피로 내공이 상상 이상으로 증진된 상태였기에, 천하제일의 강맹한 장법인 항룡십팔장의 오의를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빠르게 흡수했다. 불과 며칠 만에 그는 15장의 형(形)과 그 안에 담긴 강맹하면서도 변화무쌍한 의(意)까지 거의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반면 곽정은 여전히 느리고 우직했다. 그는 밤낮없이 땀 흘리며 수련에 매달렸지만, 그의 진도는 겨우 10장 정도의 초식을 어설프게 흉내 내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홍칠공은 두 사람의 극명한 자질 차이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매일같이 황용이 차려내는 천상의 맛에 만족하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기분이 한껏 좋아진 나머지 호언장담까지 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허허허! 너희 두 예쁜 계집애들이 나중에 저 두 녀석 중 누구와 눈이 맞든, 만약 황 노사 그 괴팍한 영감탱이나 다른 누가 반대하거든 이 늙은이에게 말하거라! 내가 직접 나서서 혼쭐을 내주고 너희 혼사를 성사시켜 주마! 내 체면을 봐서라도 감히 반대하지 못할 게다!"
며칠 후, 홍칠공은 이제 더 이상 가르칠 것도 없고 황용의 요리도 슬슬 물린다며 홀연히 떠날 채비를 했다. 그는 며칠간의 호의호식으로 기력도 완전히 회복했고, 더 이상 이 좁은 오두막에 머물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자, 이 늙은이는 이제 슬슬 가봐야겠다. 너희도 어서 너희 갈 길을 가도록 해라."
형인은 떠나려는 홍칠공을 붙잡았다. 그에게는 아직 홍칠공에게서 마지막으로 꼭 얻어내야 할 비기가 남아 있었다.
"칠공 어르신, 저희가 배운 미천한 재주지만 마지막으로 동쪽 고려의 별미 하나를 대접해 드리고 싶습니다. 부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형인은 커다란 솥뚜껑을 뒤집어 모닥불 위에 걸고, 미리 준비해둔 얇게 썬 돼지 삼겹살을 그 위에 올려 굽기 시작했다. 지글지글 기름이 끓는 소리와 함께 고소하고 감칠맛 나는 냄새가 오두막 안에 가득 퍼져나갔다. 홍칠공은 처음 보는 기묘한 요리 방식과 코를 찌르는 냄새에 강한 호기심을 보이며 군침을 꿀꺽 삼켰다. 형인이 노릇하게 잘 익은 삼겹살을 신선한 상추와 깻잎에 싸서 마늘과 함께 건네자, 홍칠공은 의심 없이 받아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했다.
"크하! 이야! 이런 기막힌 맛은 내 평생 처음이로구나! 이 요리 이름이 무엇인고?"
"삼겹살이라고 합니다, 어르신."
홍칠공은 연신 감탄사를 터뜨리며 형인이 구워주는 삼겹살을 정신없이 먹어 치웠다. 그의 기분은 최고조에 달했는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형인에게 물었다.
"네 이녀석, 아주 기특한 녀석이로구나. 그래, 마지막으로 이 늙은이에게 배우고 싶은 무공이라도 있느냐? 소원 한 가지는 들어주마."
형인은 기다렸다는 듯이 공손하게 대답했다. 그는 앞으로 서독 구양봉과 엮이면서 그의 뱀떼와 마주칠 상황을 미리 대비하고 있었다.
"어르신, 혹시 수많은 뱀떼가 몰려왔을 때, 그것들을 효과적으로 물리치거나 쫓아낼 수 있는 비법 같은 것이 있겠습니까?"
홍칠공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무릎을 탁 치며 껄껄 웃었다.
"허허, 그런 해괴한 용도로 쓸 만한 무공은 따로 없지만… 뭐, 이 늙은이가 즉석에서 하나 만들어 주지 못할 것도 없지!"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이내 손가락을 튕기거나 손바닥으로 기운을 모아 작은 물체를 여러 방향으로 동시에 흩뿌리는 듯한 기묘한 시늉을 보였다.
"좋다! 이름하여 '만천화우척금침(滿天花雨擲金針)'이라 하겠다! 네놈이 내공만 충분하다면, 작은 돌멩이든 침이든 뭐든 손에 잡히는 대로 수십, 수백 개라도 하늘 가득 꽃비처럼 뿌려 뱀떼든 벌떼든, 아니면 귀찮은 놈들이든 혼쭐을 내줄 수 있을 게다!"
홍칠공은 즉석에서 창안한 기발한 암기술(暗器術)의 요결과 내공 운용법을 형인에게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형인은 그의 천재적인 발상과 무학에 대한 깊은 조예에 속으로 감탄하며, 그가 설명하는 요결을 빠르게 흡수하고 익혔다. 구음진경과 증진된 내공 덕분에 그는 이 새로운 기술마저 단숨에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마침내 모든 볼일을 마친 홍칠공은 정말로 떠날 시간이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곽정과 형인이 감사의 예를 표하며 그를 스승으로 모시고자 큰절을 올리려 하자, 홍칠공은 손사래를 치며 질색했다.
"됐다, 됐어! 나는 제자 같은 거 귀찮아서 안 둔다! 너희는 그저 이 늙은이에게 맛있는 밥이나 해준 착한 녀석들일 뿐이야!"
그는 오히려 곽정과 형인을 향해 장난스럽게 마주 절을 하는 시늉을 하더니, "잘들 있거라!"라는 말과 함께 특유의 호탕한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홀연히 빗줄기가 그친 숲 속으로 사라졌다. 그의 등장은 물론이고 퇴장마저, 마치 한바탕 신기한 꿈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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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오두막 안은 황용이 솜씨 좋게 끓여낸 야생 닭고기국의 구수한 냄새로 가득 찼다. 북개 홍칠공은 염치 불구하고 솥단지 옆에 자리를 틀고 앉아, 게걸스럽게 국물을 들이켜고 고기를 발라 먹었다. 그의 식탐은 천하에 알려진 명성 그대로, 아니 그 이상이었다.
"허허허! 이거 맛이 아주 기막히구나! 어린 계집애, 네 요리 솜씨가 보통이 넘는구나!"
홍칠공은 입가에 기름을 번들거리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황용은 청아한 얼굴에 생긋 미소를 지으며 온갖 교태를 부렸다. 그녀는 이미 눈앞의 늙은 거지가 천하오절 중 한 명이자 개방 방주인 북개 홍칠공임을 간파했고, 이 하늘이 내린 기회를 절대 놓칠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일부러 홍칠공이 좋아할 만한 기름지고 진한 맛의 요리들을 계속해서 만들어 바치며 그의 환심을 사려 애썼다.
"칠공 할아버지, 이건 시작에 불과해요. 제 진짜 솜씨를 아직 다 못 보셨는걸요. 내일은 제가 이 근처 진흙을 구해다 '규화계(叫化鷄)'라는 기막힌 닭 요리를 해 드릴게요. 한번 맛보시면 아마 평생 그 맛을 잊지 못하실 거예요!"
"오잉? 규화계? 그건 또 어떤 맛인고?"
음식 이야기만 나오면 두 눈이 초롱초롱해지는 홍칠공은 황용의 영악한 꾀에 완전히 넘어가 버렸다. 형인은 옆에서 그런 황용의 모습에 감탄하면서도, 그녀의 계획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홍칠공의 무공, 특히 천하제일의 강맹한 장법인 항룡십팔장(降龍十八掌)은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할 절기였다.
다음 날부터 황용은 약속대로 온갖 산해진미와 기상천외한 요리들을 뚝딱 만들어내 홍칠공의 입을 즐겁게 했다. 형인은 그런 황용을 돕는다는 핑계로 그녀와 함께 산과 들을 누비며 신선한 식재료를 구하러 다녔다. 하루는 특별한 버섯과 산나물을 구하기 위해 제법 멀리 떨어진 산기슭까지 다녀오게 되었다. 돌아오는 길, 지친 두 사람은 맑은 시냇물이 흐르는 커다란 바위 위에 나란히 걸터앉아 잠시 숨을 돌렸다.
"용아(蓉兒), 매일 이렇게 요리하고 재료를 구하느라 힘들지 않니?"
형인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친오빠처럼 다정하고 부드러웠다.
"괜찮아요, 형인 오빠. 칠공 할아버지가 저렇게 좋아하시니 저도 즐거운걸요. 다만… 발이 조금 아프긴 하네요."
황용은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며칠간 계속된 험한 길 걷기에 지친 듯 자신의 작은 발을 주물렀다. 형인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의 예상치 못한 허점을 놓치지 않았다.
"그래? 발이 아프다니 큰일이구나. 내가 잠시 안마라도 해주마. 기혈을 풀어주면 한결 나아질 거야."
"네? 아, 아니에요. 정말 괜찮…"
황용이 당황하며 거절하려 했지만, 형인은 막무가내로 그녀의 발 앞에 쭈그리고 앉아 그녀의 낡은 신발과 발을 감싸고 있던 때 묻은 천을 조심스럽게 벗겨냈다. 햇살 아래 드러난 그녀의 발은 눈처럼 희고 작고 섬세했으며, 완벽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었다. 옥처럼 매끄러운 피부에 발가락 하나하나가 마치 정교하게 빚어놓은 예술품 같았고, 옅은 분홍빛이 도는 발톱은 조개껍질처럼 영롱하게 반짝였다. 형인은 잠시 그 완벽한 아름다움에 넋을 잃었다가, 품속에서 늘 지니고 다니던 작은 향유(香油) 병을 꺼냈다.
"이것은 서역에서 온 귀한 향유인데, 피로를 풀고 살결을 부드럽게 해준다더구나."
그는 향유를 손바닥에 덜어 체온으로 따뜻하게 비빈 후, 그녀의 작고 부드러운 발을 조심스럽게 감싸 쥐고 부드럽게 주무르기 시작했다. 그의 따뜻하고 강하며 능숙한 손길이 그녀의 발바닥 아치와 발등, 그리고 발가락 사이사이 여린 살을 정성스럽게 어루만지고 지압하자, 황용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멈췄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낯설고도 강렬한 감각, 더구나 처음으로 맨발을 보인 남자의 손길이 자신의 발을 애무하고 있다는 사실에 그녀의 온몸이 짜릿한 전율과 함께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간지러움과 쾌감이 뒤섞인 야릇한 신음을 필사적으로 참으며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흐읍… 으응…"
형인은 그녀의 떨리는 숨소리와 가늘게 흘러나오는 신음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더욱 대담하게 그녀의 발목과 매끈한 아킬레스건을 부드럽게 주무르며, 점차 그녀의 희고 고운 종아리를 향해 손을 뻗어 올라갔다. 그의 뜨거운 손길이 맨살 위를 미끄러지며 그녀의 여린 살결을 농밀하게 자극하자, 황용은 화들짝 놀라며 다리를 오므리고 벌떡 일어섰다.
"이제… 이제 정말 괜찮아요! 어서 돌아가요, 오빠!"
그녀의 얼굴은 잘 익은 사과처럼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고, 그녀를 바라보는 형인을 향한 눈빛은 당황스러움과 설렘, 그리고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쾌감의 여운으로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형인은 그런 그녀의 모습이 더없이 사랑스러우면서도, 자신의 의도대로 그녀가 반응하는 것에 속으로 깊은 만족감을 느꼈다. '황용, 너 역시 내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오두막으로 돌아온 후, 황용은 더욱 교묘하고 적극적으로 홍칠공을 구슬렸다. 그녀는 곽정의 우직함과 의협심, 그리고 형인의 비범한 총명함과 재능을 번갈아 칭찬하며, 두 사람 모두에게 항룡십팔장을 가르쳐 달라고 졸랐다.
"칠공 할아버지, 곽정 오빠는 마음씨가 순박하고 의로우니 할아버지의 의발을 잇기에 부족함이 없고, 형인 오빠는 천하에 보기 드문 기재이니 할아버지의 신공을 더욱 빛나게 할 수 있을 거예요. 두 사람 모두에게 가르쳐 주시면 얼마나 좋겠어요?"
세상 모든 산해진미에 약한 홍칠공은 황용의 간청과 앞으로 계속될 미식의 향연에 대한 기대감에 결국 두 사람 모두에게 항룡십팔장을 전수하기로 허락했다. 다만, 곽정에게는 정식으로 가르치되, 형인에게는 '옆에서 어깨너머로 배우는 셈 치라'는 조건을 달았다. 또한 황용과 목염자에게는 각자의 자질을 보고 가벼운 보법(步法)과 신법(身法)인 연쌍비(燕雙飛)와 소요유(逍遙遊)의 일부 요결을 가르쳐 주었다.
홍칠공은 약속대로 곽정과 형인에게 항룡십팔장 중 가장 정수라 할 수 있는 15장까지를 전수해주었다. 수련 과정에서 형인의 천재성은 다시 한번 압도적으로 빛을 발했다. 그는 이미 구음진경의 탄탄한 기초를 닦았고, 백년설삼과 보물 뱀의 피로 내공이 상상 이상으로 증진된 상태였기에, 천하제일의 강맹한 장법인 항룡십팔장의 오의를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빠르게 흡수했다. 불과 며칠 만에 그는 15장의 형(形)과 그 안에 담긴 강맹하면서도 변화무쌍한 의(意)까지 거의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반면 곽정은 여전히 느리고 우직했다. 그는 밤낮없이 땀 흘리며 수련에 매달렸지만, 그의 진도는 겨우 10장 정도의 초식을 어설프게 흉내 내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홍칠공은 두 사람의 극명한 자질 차이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매일같이 황용이 차려내는 천상의 맛에 만족하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기분이 한껏 좋아진 나머지 호언장담까지 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허허허! 너희 두 예쁜 계집애들이 나중에 저 두 녀석 중 누구와 눈이 맞든, 만약 황 노사 그 괴팍한 영감탱이나 다른 누가 반대하거든 이 늙은이에게 말하거라! 내가 직접 나서서 혼쭐을 내주고 너희 혼사를 성사시켜 주마! 내 체면을 봐서라도 감히 반대하지 못할 게다!"
며칠 후, 홍칠공은 이제 더 이상 가르칠 것도 없고 황용의 요리도 슬슬 물린다며 홀연히 떠날 채비를 했다. 그는 며칠간의 호의호식으로 기력도 완전히 회복했고, 더 이상 이 좁은 오두막에 머물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자, 이 늙은이는 이제 슬슬 가봐야겠다. 너희도 어서 너희 갈 길을 가도록 해라."
형인은 떠나려는 홍칠공을 붙잡았다. 그에게는 아직 홍칠공에게서 마지막으로 꼭 얻어내야 할 비기가 남아 있었다.
"칠공 어르신, 저희가 배운 미천한 재주지만 마지막으로 동쪽 고려의 별미 하나를 대접해 드리고 싶습니다. 부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형인은 커다란 솥뚜껑을 뒤집어 모닥불 위에 걸고, 미리 준비해둔 얇게 썬 돼지 삼겹살을 그 위에 올려 굽기 시작했다. 지글지글 기름이 끓는 소리와 함께 고소하고 감칠맛 나는 냄새가 오두막 안에 가득 퍼져나갔다. 홍칠공은 처음 보는 기묘한 요리 방식과 코를 찌르는 냄새에 강한 호기심을 보이며 군침을 꿀꺽 삼켰다. 형인이 노릇하게 잘 익은 삼겹살을 신선한 상추와 깻잎에 싸서 마늘과 함께 건네자, 홍칠공은 의심 없이 받아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했다.
"크하! 이야! 이런 기막힌 맛은 내 평생 처음이로구나! 이 요리 이름이 무엇인고?"
"삼겹살이라고 합니다, 어르신."
홍칠공은 연신 감탄사를 터뜨리며 형인이 구워주는 삼겹살을 정신없이 먹어 치웠다. 그의 기분은 최고조에 달했는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형인에게 물었다.
"네 이녀석, 아주 기특한 녀석이로구나. 그래, 마지막으로 이 늙은이에게 배우고 싶은 무공이라도 있느냐? 소원 한 가지는 들어주마."
형인은 기다렸다는 듯이 공손하게 대답했다. 그는 앞으로 서독 구양봉과 엮이면서 그의 뱀떼와 마주칠 상황을 미리 대비하고 있었다.
"어르신, 혹시 수많은 뱀떼가 몰려왔을 때, 그것들을 효과적으로 물리치거나 쫓아낼 수 있는 비법 같은 것이 있겠습니까?"
홍칠공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무릎을 탁 치며 껄껄 웃었다.
"허허, 그런 해괴한 용도로 쓸 만한 무공은 따로 없지만… 뭐, 이 늙은이가 즉석에서 하나 만들어 주지 못할 것도 없지!"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이내 손가락을 튕기거나 손바닥으로 기운을 모아 작은 물체를 여러 방향으로 동시에 흩뿌리는 듯한 기묘한 시늉을 보였다.
"좋다! 이름하여 '만천화우척금침(滿天花雨擲金針)'이라 하겠다! 네놈이 내공만 충분하다면, 작은 돌멩이든 침이든 뭐든 손에 잡히는 대로 수십, 수백 개라도 하늘 가득 꽃비처럼 뿌려 뱀떼든 벌떼든, 아니면 귀찮은 놈들이든 혼쭐을 내줄 수 있을 게다!"
홍칠공은 즉석에서 창안한 기발한 암기술(暗器術)의 요결과 내공 운용법을 형인에게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형인은 그의 천재적인 발상과 무학에 대한 깊은 조예에 속으로 감탄하며, 그가 설명하는 요결을 빠르게 흡수하고 익혔다. 구음진경과 증진된 내공 덕분에 그는 이 새로운 기술마저 단숨에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마침내 모든 볼일을 마친 홍칠공은 정말로 떠날 시간이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곽정과 형인이 감사의 예를 표하며 그를 스승으로 모시고자 큰절을 올리려 하자, 홍칠공은 손사래를 치며 질색했다.
"됐다, 됐어! 나는 제자 같은 거 귀찮아서 안 둔다! 너희는 그저 이 늙은이에게 맛있는 밥이나 해준 착한 녀석들일 뿐이야!"
그는 오히려 곽정과 형인을 향해 장난스럽게 마주 절을 하는 시늉을 하더니, "잘들 있거라!"라는 말과 함께 특유의 호탕한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홀연히 빗줄기가 그친 숲 속으로 사라졌다. 그의 등장은 물론이고 퇴장마저, 마치 한바탕 신기한 꿈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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